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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세월호를 보내며

등산

  • 고은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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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얼어붙은 겨울밤

안중근의 뜨거운 단지동맹 그것으로

그 맹세로

다시 시작하자

4월이 무엇이더냐



5월이 무엇이더냐

이 하늘 사무치는 현대사의 애도제단

몇 백 몇 천 생령의

몇 백 몇 천 망령 영전에 서자



목 터지도록 부른 이름들이었다

넋 잃고 외친 이름들이었다



이제 단 하나의 소원이 남았다



제발 저기에 극락이 있으면 좋겠다

저기에 천당이 있으면 좋겠다

이 나라 밖에

반드시 다른 세상이 있었으면 좋겠다

6만 년 전

아기 잃은 엄마

그 아기 주검 이마맡에 히아신스꽃송이 놓았다

울며불며 바라던 그 옛날의 세상이

지금 밤구름 속에서 달처럼 나타났으면 좋겠다

2만 년 전

아기 묻은 엄마가

아기 주검에 국화꽃송이 놓고

이 험악한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에 태어나기를 빌었던

그 세상이

지금 달려와

여기에 펼쳐졌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맹골수도 바다밑창에 묻힌

어린 넋들

몇몇 넋들

우르르 솟아올라

못다 산 삶의 낙원에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



오로지 이 소원 하나뿐



우리 모두 백의민족의 태초로 돌아가자

돌아가

모든 거짓 물리친 아침으로

다시 시작하자

다시 시작하자

● 1933년 전북 군산 출생
● 1958년 ‘현대시’ ‘현대문학’ 통해 등단
●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초대 대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초대 공동의장,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

● 現 서울대 기초교육원 초빙교수, 단국대 석좌교수

● 저서 : ‘고은 전집’(전38권), ‘백두산’(전7권), ‘만인보’(전30권) 등 150여 권


신동아 2014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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