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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교육 이념 전쟁

“파괴적 경쟁교육 타파는 시대적 요구”

<인터뷰> ‘진보 지식인’ 조희연 서울교육감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파괴적 경쟁교육 타파는 시대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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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 잘못 꿴 전교조 문제

“파괴적 경쟁교육 타파는 시대적 요구”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선거운동 당시 두 아들과 찍은 사진.

▼ 전교조 문제의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사실 전교조 내 해고 교직원 9명과 관련된 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어요. 이명박 전 대통령도 알고 있었지만 사회적 갈등 비용이 너무 크니까 법적 처벌하거나 법으로 수용하지 않고 그냥 현상유지 했습니다. 사실 전교조 조합원이 7만 명 정도 되는데, 7만 명의 잠재적 적대자를 가진 정권은 결코 성공할 수 없어요. 박정희 전 대통령 말기에 정권 반대자가 한 1000명 정도였습니다. 4인 가족으로 치면 4000명 정도인데, 수는 많지 않지만 그들 때문에 당시 사회의 안정성은 크게 떨어졌어요. 그런데 7만 명을, 그것도 오피니언 메이커인 교사들을 적으로 돌린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죠.”

▼ 한 인터뷰에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판결한 것은 박 대통령의 선거 전략”이라고 말씀하셨죠.

“그런 분석이 있고, 저도 그렇게 추측하는 면이 있습니다. 결국 전교조를 배척하는 전략으로 보수층 지지자를 결집하는 거죠. 근데 선거도 끝났고 선거 전략으로도 큰 효과는 없었던 것 같아요. 이제 수습 방안을 같이 고민해봐야죠. 저는 문제 해결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대화하고 싶습니다.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드는 방법도 있고요.”



▼ 전교조의 대처도 올바르지 않았다고 봅니다. 정권 퇴진, 조퇴, 일부 교사들의 부적절한 발언 등으로 국민적 지지를 못 받습니다.

“사실 7만 명의 구성원이 있으면 그 안에서 다양한 견해가 생깁니다. 중앙에서 통제가 안돼요. 청와대 게시판에 박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올리는 건 전교조 전체 조합원이 동의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처벌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합원 90%가 반대할 겁니다. 이건 정치적으로 풀 문제예요.”

▼ 전교조와 소통하면서 제도권 내에 있으니, 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가교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사실 민주주의는 소란스러운 거고, 그걸 해결해가는 과정이죠.”

조 교육감은 취임 직후 첫 기자회견에서 “일반고 전성시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교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을 확대하고, 교사의 전문성과 학생의 자발성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조 교육감은 ‘일반고 슬럼화’의 주요 원인으로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꼽는다. 자사고란 사립학교가 교육과정, 학사를 자유롭게 운영하는 학교다. 2010년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에 따라 서울에 25개 교가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됐다. 이는 서울 전체 고등학교의 10% 수준이다. 자사고는 교육과정 자율권을 이용해 국·영·수 입시과목 수업시수를 확대했고, 선발자율권을 이용해 내신 상위권 학생을 뽑아가 일종의 ‘입시 사관학교’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자사고에 대한 조 교육감의 인식은 그의 저서 ‘병든 사회, 아픈 교육’에도 담겨있다.

‘아이들이 본인의 기득권적 지위를 ‘세습’하기를 바라는 개개인의 ‘합리적’ 행위는 그 사회를 뒤처지게 만든다. 인도의 카스트제도가 그 극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왜곡을 막고자 아이들에게 부모의 경제력 차이를 뛰어넘어 평등한 기회를 부여하려고 하는 ‘평등한 출발(Equal Start)’운동이 출현하는 것이고, 공교육의 강화를 통해 ‘돈의 힘’이 교육과정에 작용하는 것을 최대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 일반고 전성시대 실현을 위해 자사고 폐지가 필수라는 말인가요?

“자사고를 그대로 두고서는 절대 일반고를 위기에서 구할 수 없습니다.”

▼ 사실 일반고가 워낙 ‘슬럼화’한 상태에서 자사고마저 폐지되면 특목고를 제외한 학생들의 학업이 하향평준화할 것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1974년 박정희 대통령이 시행한 제1 고교평준화를 잇는 제2 고교평준화가 바로 자사고 폐지입니다. 물은 고이면 썩게 돼 있어요. 고인 물을 퍼내고 새 물을 넣어야 합니다.”

“자사고는 실패한 정책”

▼ 자사고 폐지로 인해 학교, 학부모 등 이해당사자의 반발이 거셀 것 같은데요. 실제 서울시내 자사고 교장단은 교육감이 자사고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거나 지정이 취소되는 경우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사고 폐지 공약을 현실 정책으로 추진할 때 자사고에 직간접적 이해관계를 갖는 당사자 집단의 저항과 우려가 있겠죠. 이게 당선 이후 필연적 긴장 같아요. 그럼에도 큰 뜻을 실현하기 위해 고민해봤는데 이전에 ‘중점학교’라는 지원 모델이 있습니다. 현재 자사고 중 일반고로 자발적으로 변화한 학교에 대해 5년 정도 ‘중점 학교’로서 광범위한 지원을 하고, 그를 기초로 특성 있는 학교가 될 수 있게 도와주는 거죠.”

▼ 자발적 변화를 유도한다는 건데, 현재 이야기가 된 학교가 있나요?

“아마 몇 군데 그렇게 할 겁니다. 사실 상당수 자사고는 지금도 버티기 힘들어요. 정부 지원을 적게 받고 등록금을 3배 받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쉽지 않아요. 일부 학교는 이미 정원 미달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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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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