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호

애플 짝퉁 ‘샤오미’의 성공 전략

좋은 품질! 낮은 가격!

  • 김현중 |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hyunjoong.kim@kt.com

    입력2014-07-18 1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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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小米). 창업자들이 좁쌀죽을 먹으며 미래를 꿈꾼 데서 이름을 딴 이 회사는, 창업 3년 만에 글로벌 6대 스마트폰 제조 기업으로 우뚝 섰다. 2013년 매출은 5조5000억 원 수준.
    • 중국에서는 하루 행사로 휴대전화 130만 대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애플 짝퉁 ‘샤오미’의 성공 전략

    올 2월 출시된 샤오미의 Mi-3

    미국 애플 아이폰과 유사한 디자인 때문에 ‘짝퉁 애플’이라고 불린 샤오미가 달라졌다. 샤오미의 CEO이자 창업자인 레이쥔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제 애플과는 비교하지 말아달라”고 당당히 얘기하며, 글로벌 진출 계획을 밝혔다. 따라 하기 급급했던 스타트업(start-up·신생 벤처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샤오미의 CEO 레이쥔의 별명은 ‘레이잡스’다. 샤오미는 2011년 자사가 개발한 안드로이드 커스텀UI인 MIUI(미유아이)가 탑재된 스마트폰 Mi-1을 처음으로 출시했는데, 론칭 행사에 레이쥔은 검은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왔다. Mi-1의 제품 디자인 또한 아이폰을 연상시켰다. 이 때문에 샤오미는 ‘짝퉁 애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중국의 카피 능력이 화제가 됐지만 샤오미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킬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세간의 조롱에도 샤오미는 중국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자사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예약 판매된 스마트폰 Mi-1, Mi-1s, Mi-2s, Mi-3은 출시될 때마다 단시간에 매진됐다. 샤오미는 애플처럼 1년에 1모델을 출시하는 전략을 통해 품질을 확보하고 ‘한정수량’ 판매를 통해 이슈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8월 출시된 저가 스마트폰 ‘레드미(Redmi, 紅米)’는 출시되자마자 90초 만에 10만 대가 예약됐다. 올해 4월 8일, 열린 ‘Mi Fan Festival’에서 Mi-3, 레드미, 레드미노트, 스마트 TV, 휴대전화케이스 등이 판매됐는데 총 판매된 스마트폰은 130만 대, 온라인 거래액은 15억 위안(2471억 원)에 달했다. 올 5월 샤오미가 출시한 Mi-Pad와 UHD 방식의 Mi-TV2 역시 어떤 판매 기록을 세울지 기대를 모은다.

    샤오미는 지난해 약 1900만 대를 출고했다. 한 해 전(2012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성장한 것. 이와 더불어 매출액도 급증하는데 지난해 매출액은 316억 위안으로 이전 해(126억5000만 위안)의 두 배 이상이다.



    2014년에도 샤오미의 질주는 거침없다. 올 1분기 샤오미는 110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는데 이는 지난 한 해 샤오미 휴대전화 출고량과 맞먹는다. 중국 내 시장점유율 또한 확대돼 2013년에는 2분기부터 애플을 제쳤으며, 올해 1분기에는 중국 내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했다. 짝퉁 애플에서 이제는 명실상부한 중국의 대표적인 스마트폰 업체로 우뚝 선 것이다.

    중국을 넘어 글로벌로

    시장분석회사 커낼리시스(Canalys)는 2014년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제조업체 순위 10위권 리스트에 중국 제조사가 절반을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리스트 중 샤오미는 중화권(중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에서만 판매하는 한계에도 6위를 기록했다. 이제는 글로벌 기업의 규모를 가지게 된 것이다.

    샤오미는 중국 시장을 넘어서 세계로 진출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구글의 부사장이던 휴고 바라(Hugo Barra)를 영입해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게 했다. 또한 올해 4월에는 360만 달러의 거액을 주고 도메인을 구입해 공식 사이트를 ‘샤오미닷컴(xiaomi.com)’에서 ‘미닷컴(mi.com)’으로 교체함으로써 글로벌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CEO 레이쥔은 올해 목표 판매 대수를 6000만 대로 정하고, 인도, 말레이시아, 러시아, 브라질까지 포함한 10개국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샤오미는 애플의 아이폰 디자인을 따라 하고 삼성전자의 갤럭시 못지않은 사양의 스마트폰을 만들면서도, 가격은 반값 이하로 책정한다. 특히 올해 3월 출시한‘레드미’는 5.5인치 디스플레이에 CPU는 옥타코어를 넣었지만 고작 799위안(약 14만 원)에 판매됐다. 저렴하다고 해서 품질이 나쁜 것도 아니다. 샤오미는 LG와 샤프의 디스플레이, 퀄컴의 CPU, 소니의 카메라처럼 글로벌 대기업의 부품을 사용한다. 조립 역시 아이폰을 조립하는 폭스콘에서 맡았다.

    샤오미의 비용 절감 비법은 바로 마케팅에 있다. 샤오미는 오직 SNS를 이용해 상품 출시를 알리기 때문에 매스 미디어에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는다. 대신 중국 내 세 번째 규모의 B2C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인 ‘샤오미닷컴’을 구축했다. 샤오미는 기존의 통신사 유통망과는 별개로 샤오미닷컴을 통해 주문을 받은 후 택배로 제품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존 단말 유통비의 30%를 절감하는 단말 유통 혁신을 이뤄냈다. 린빈 공동창업자는 “샤오미에는 마케팅 예산이 없을뿐더러 세일즈팀도 없고, 유통 소매상에게 제품 인상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온라인 상거래에만 집중한다.

    주문생산 방식의 득

    하지만 샤오미는 기존 온라인 상거래 업체와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알리바바와 같은 온라인 상거래 업체들이 지속적인 판매를 위한 최소상품 유지에 집중했다면, 샤오미는 소셜커머스의 ‘공동구매’와 ‘한정 수량 특가’ 방식을 통해 재고량을 한번에 소진하는 정책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제품 판매 속도를 높이면서 고객의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지난 4월에 ‘Mi Fan Festival’에서는 난징에 거주하는 고객이 오전 일찍 첫 번째로 구매했다. 제품이 고객 집에 도착한 것은 주문 4시간 만인 13시 29분이었다. 샤오미는 “이날 주문된 제품들은 모두 닷새 내에 배송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ZTE가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 스마트폰 250만 대를 선(先)주문으로 판매하고 난 후 50만 대를 배송하는 데 2개월 이상 걸린 것과 비교하면 샤오미의 강력한 물류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샤오미는 다양한 선진 기업을 벤치마킹해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으로부터 선주문을 받은 후 제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은 델컴퓨터의 ‘주문생산(Build to order)’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샤오미는 SNS에 올린 판매 계획의 호응 정도를 통해 생산량을 예측하고 예약 판매일 이후 일주일 동안 제품을 생산한다. 이런 ‘주문생산’ 방식은 부품과 단말에 대한 재고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또한 샤오미는 도요타의 ‘Just In Time’ 콘셉트를 참고해 물류 시스템의 중복 라인을 줄이고 소규모 재고 운영 시스템을 구축했다. 물류 비용을 최대한으로 줄이려 주변국인 태국과 일본 등으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은 후 홍콩의 항구를 이용해 선전의 공장에서 조립한다. 배송은 대형 온라인 상거래 회사 인근에 물류창고를 구축하고 기존 온라인 상거래 회사의 배송 시스템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한다.

    현재 샤오미는 정저우, 톈진, 난징, 광저우 등 총 10개의 창고센터를 구축했으며 전체 직원 3500명 중에 1500명이 투입돼 재고 회전율을 기존의 30일에서 7일로 줄였다. 글로벌 진출을 앞둔 지금도 역량의 대부분을 물류 시스템에 투자할 예정이다.

    Just for Fan

    애플 짝퉁 ‘샤오미’의 성공 전략

    샤오미의 CEO이자 창업자인 레이쥔.

    샤오미의 홈페이지에 보면 자사의 모토를 ‘Just for fan’으로 정의했다. 고객을 단순히 물건을 사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닌 연예인과 팬클럽의 관계처럼 함께 성장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샤오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고객을 ‘Mi Fan’이라고 부르며 이들의 문화를 ‘Mi Fan Culture’라고 한다. 이들의 열정적인 참여가 샤오미의 매진 행렬을 이끌어 내는 주요 원동력인 것이다.

    특히 자사의 플랫폼인 MIUI 업데이트에 고객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킨다. 샤오미는 자사의 포럼 사이트에 올라온 고객의 개선의견을 취합한 후 매주 금요일을 Orange Friday로 지정해 MIUI 업데이트 버전을 출시한다. 이를 통해 고객은 자신의 취향과 의견이 반영된 맞춤형 UI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도 400여 명의 개발자가 투입돼 기획, 개발, 테스트, 출시를 이틀 간격으로 수행한다. 기존 스마트폰 제조사가 고객의 의견을 파악하고 반영하는 데 오래 걸렸다면 샤오미는 매주 고객의 의견과 시장의 변화를 파악하고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주는 것이다.

    CEO 레이쥔은 샤오미의 주요 고객인 20~30대에게 문화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는 스티브 잡스처럼 자신의 비전을 젊은이들과 공유하고 샤오미를 통해 동참하게 만들었으며, 기념 티셔츠와 Mi bunny라는 인형을 제작해 친숙하게 접근하고 있다.

    샤오미의 스마트폰은 마진율이 10%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이렇게 낮은 마진율을 유지하면서 프리미엄급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이유는 올해 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중국 모바일 인터넷 시장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CEO 레이쥔은 “샤오미 로고 MI는 Mobile Internet을 뜻하고 궁극적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통한 수익 창출에 목표를 둔다”고 밝혔다.

    ‘의리’의 파트너십

    샤오미의 사업모델을 살펴보면 구글의 플랫폼 전략 위에 아마존의 ‘교차 보조(Cross Subsidization)’ 사업모델을 올려놓았다. 구글이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한 단말 확대를 통해 플랫폼을 장악했듯이, 샤오미는 자체 개발한 MIUI 플랫폼이 탑재된 단말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또한, 아마존이 킨들을 통해 콘텐츠 수익을 올리듯이 MIUI 위에 콘텐츠 서비스를 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에 샤오미는 게임센터,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메시지앱 등을 포함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1억6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샤오미는 이런 수익모델 전략으로 가전제품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단말을 출시한다. 최근 발표한 Mi-Pad는 구글플레이어 대신 샤오미 전용 앱 마켓을 사용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UHD 화질의 49인치 Mi-TV2도 발표돼 앞으로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을 아우르는 다양한 단말을 통해 서비스 수익을 창출할 예정이다.

    샤오미는 스타트업의 전형적인 성공 사례다. 또한 스타트업뿐 아니라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존 기업에도 성장전략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제품의 핵심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한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하루에도 수많은 제품을 만난다. 샤오미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시장에서 제시한 가치는 ‘High-Spec but Low Price’로 간단했다. 이렇게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고객에게 제품의 차별점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또한 고객을 팬으로 만든다. 대기업에 비해 스타트업의 큰 장점은 빠른 피드백이다. 샤오미는 SNS를 활용해 고객과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하고 비전을 공유하면서 자사의 팬으로 만들 수 있었다. 스타트업 역시 사업 초기 확보한 소수의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밀접하게 해 함께 성장하는 팬으로 만들어야 한다.

    샤오미는 사업모델 모든 부분에 선진 기업의 ‘Best Practice’를 모방했으나 자신들에게 맞는 창조적 모방을 했다. ‘1년 1모델 출시’라는 애플의 마케팅을 따라 하면서도 스타트업이 고민하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선진 기업들에 대한 창조적 모방 전략을 통해 사업 초기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사업모델 정착에 기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파트너십이다. 사업 초기 샤오미는 대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후 위험한 상황에도 2주 만에 직접 일본의 샤프를 찾아가 디스플레이를 확보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했다. 샤프 담당자는 “위기 상황에도 자사를 찾아온 이들에게 큰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애플 짝퉁 ‘샤오미’의 성공 전략
    세계시장에서 먹힐까?

    샤오미는 전통적인 단말 제조와 유통, 판매 방식에 변화를 주는 사례다. 대기업 제조사들은 지금까지 높은 마케팅 비용을 들여 높은 마진으로 수익을 창출해왔다. 그러나 스마트폰 부품 가격의 인하와 함께 저가형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게 됨에 따라 제2의 샤오미와 같은 기업들이 등장한다.

    인도의 샤오미라 불리는 마이크로맥스(Micromax)는 지난해 자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은 2위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했고, 베트남 큐-모바일사(Q-Mobile)의 Q-Smart라는 저가형 스마트폰 역시 자국 시장점유율이 점차 높아진다.

    특히 인마이크로맥스는 팬택에 투자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저가형 프리미엄 스마트폰 업체들이 국내에도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듯 다양한 도전자의 출현으로 단말 제조산업이 재편되면 삼성전자, 애플 등 전통적인 산업 강자 역시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샤오미는 글로벌 진출에 대한 출사표를 던졌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특히 Mi-2s의 배터리 폭발, 최근 커뮤니티 해킹으로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 등이 샤오미의 악재다. 샤오미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품질과 신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샤오미만의 장점이 발휘되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고객과의 밀접한 커뮤니케이션, 신속한 MIUI 업데이트와 물류 시스템의 글로벌화가 관건이다. 또한 기존 단말 제조사들과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이 샤오미에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도 미지수다. 샤오미가 이런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로컬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모델이 될 것이다.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 CEO 레이쥔의 지론이다. 과연 샤오미가 변화의 흐름을 활용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고, 올해 말에 중국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경쟁자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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