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호

처세 능한 리더가 조직 망가뜨려

‘야신(野神)’ 김성근의 지도자論

  • 이영미 │스포츠 칼럼니스트 riveroflym22@naver.com

    입력2014-07-22 14: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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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잇몸만으로도 성과 내는 게 리더십
    • 현안 끙끙거리면서도 ‘그다음’ 준비해야
    • 감독이 선수 탓하면 리더 아니다
    처세 능한 리더가 조직 망가뜨려
    최근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뛰던 이용욱(26)이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다. 고양 원더스 선수가 삼성에 입단한 것은 지난 5월 김동호, 김성한에 이어 이용욱까지 3번째이고, 창단 후 3년 동안 모두 21명의 선수를 프로로 보냈다. 그들 대부분은 프로 팀 지명을 받지 못했거나 방출, 또는 은퇴 후 야구를 포기할 뻔하다 고양 원더스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그런 그들에게 ‘야신(野神)’ 김성근(72) 감독은 절대적인 존재다. 김 감독은 그들에게 생존의 법칙을 알려줬다. 야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개조’를 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감독은 21명이 빠져나간 자리를 다른 선수들로 대체하며 그들을 강하게 조련했다. 독립구단에서 뛸 수조차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실력을 가진 선수들도 1년여 김 감독 밑에서 야구를 배우면 전혀 다른 선수로 거듭난다. 결국엔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리코, 미국 등지의 외국인 선수까지 고양 원더스를 찾았다. 현재 원더스는 독립구단임에도 5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프로팀 감독 자리가 공석일 때마다 감독 영입 후보 0순위로 꼽히는 김성근 감독. 올 시즌 고양 원더스와 재계약 마지막 해를 맞아 향후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퓨처스리그 팀들과 교류전을 치르며 시즌을 보내는 그를 만났다.

    감독 영입 후보 0순위

    ‘스포츠 ZOOM 人’ 인터뷰를 위해 고양 원더스 야구장 감독실에서 기자와 마주한 김성근 감독은 얼마 전 방송된 ‘이미자 노래 인생 55년 기념 공연’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한다. 55년간 외길을 걸어온 가수 이미자 씨의 무대가 기품과 감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



    “과연 나는 지도자 생활 55년이 됐을 때, 이미자 씨처럼 가슴을 울리는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싶더라. 새벽까지 이어진 방송을 보면서 그분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세가 꽤 됐을 텐데, 노래로 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는 게 대단했다. 그런데 그분의 나이가 어떻게 되지?”

    기자가 휴대전화 검색을 통해 1941년생이라고 대답하자 김 감독은 “와, 나보다 한 살 위시네. 정말 엄청난 열정을 갖고 계신 분이야. 내가 배울 점이 많은 분이고”라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미자 씨에 대한 얘기로 인사를 주고받다가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했다.

    ▼ 7월 9일 현재,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는 퓨처스리그와의 교류전을 통해 34승9무17패를 기록했다. 승률이 무려 0.667을 기록 중이다. 프로야구 2군들을 상대로 모두 승리를 거뒀고, 각 팀 성적도 모두 앞서 있다. 프로 팀에 21명의 선수를 보내놓고도 이런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게 대단해 보인다(2013 시즌에는 27승6무15패, 승률 0.643 기록. 고양 원더스는 퓨처스리그에 정식으로 등록돼 있지 않기 때문에 번외 경기 형식으로 리그에 참여한다).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도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야구를 해야지. 그리고 그 잇몸을 이로 성장시켜야 하는 것이고. 물론 그 과정이 결코 쉽진 않다. 처음부터 다시 뜯어고쳐야 하니까. 우린 올 시즌에 투수를 포함해 주전 1, 2, 3번을 모두 프로에 보냈다. 팀 전력 면에서 큰 손실이었지만, 프로를 꿈꿔온 선수들에게 절호의 기회였다. 기쁜 마음으로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빈자리는 또 다른 선수로 채우면 된다.”

    베이스볼 사관학교

    ▼ 채울 선수는 많겠지만, 경기에 출전시킬 만한 선수는 많지 않다고 들었다.

    “그럴 때 리더의 역할이 필요하다. 자격이 안 되는 선수를 자격이 되게끔 만드는 게 내가 할 일 아닌가. 난 ‘안 된다’ ‘선수가 없다’면서 타령하는 성격이 아니다. 거기서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며칠 전 신생 팀 KT 위즈에 15대 0으로 대패하고 그날 밤 11시 반까지 모든 선수가 훈련에 임했다. 패한 것보다 더 안 좋았던 건 게임 내용이다. 형편없었다. 선수들의 의식 개조가 필요했다. 선수가 많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어떻게 다시 시작하느냐가 중요했다. 그런 훈련을 통해 사람을 만들고, 조직을 살리는 작업이 필요했다. 프로 팀을 보면 선수는 많다. 그런데 그 많은 선수를 상품화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자꾸 선수가 없다는 얘기를 한다, 감독들이.”

    ▼ 고양 원더스에는 LG에서 은퇴한 이상훈 코치와 김수경, 최향남 등 프로에서 내로라했던 투수들이 합류했다. 특히 김수경은 넥센에서 코치를 하다가 원더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나 지금 기대만큼의 모습은 보이지 못하는 것 같다.

    “선수의 ‘희망사항’과 ‘현실’은 거리가 있다. 거기서 헤매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지금 그 선수들 정도라면 야구장에서 경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할 때 지금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선수가 나이를 먹으면 자신이 해오던 폼을 바꾸기가 굉장히 힘들다. 모험을 하는 것도 두려워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김수경, 최향남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고양 원더스가 창단 후 3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퓨처스리그에는 정식 회원으로 등록되지 못했다. 번외 경기로 경기 수만 확대했는데,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이 문제에 대해 협의는 하는 건가.

    “야구계에선 고양 원더스가 프로야구의 사관학교, 즉 베이스볼 아카데미 구실을 한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유독 KBO에선 우리를 정식 구단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KBO가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원더스는 허민 구단주가 매년 개인 재산을 50억 원씩 내놓아 운영된다. 순전히 야구를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고 김성근을 믿기 때문에 이 일을 벌인 것이다. 우리는 프로야구 팀의 적이 아니다. 21명의 선수를 프로 팀에 보내며 도움을 준다. 프로 팀들이 어디에 가서 21명의 선수를 수급할 수 있겠나. 그런데도 프로 구단들은 퓨처스리그에 원더스가 들어가는 걸 꺼린다. 아니, 굉장히 싫어한다.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팀에 선수를 보내주는 건 ‘땡큐’지만, 그런 선수를 만들어내는 팀을 퓨처스리그에 포함시키는 건 허락하지 않는다는 심보다.

    만약 이렇게 퓨처스리그에 등록하지 못하고 독립구단으로 팀을 운영해야 한다면 고양 원더스는 머지않아 문을 닫을 수도 있다. KBO에선 허민 구단주의 진심을 읽어야 하고, 인정해줘야 한다. 김성근이 이 팀에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프로구단이, 또 KBO가 우리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야구계의 비극이다. KBO에선 원더스를 위해 10원 한 푼 지원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성장하고, 프로 선수를 배출해내는 데, 진심으로 고마워해야 하지 않나. 단순히 경기 참가 횟수를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요즘같이 어려운 상황에 개인 재산을 털어서 야구를 위해 헌신하는 허민 구단주가 아니라면 고양 원더스는 존립할 수도 없다.”

    허민 구단주의 야구 사랑

    고양 원더스는 대한민국 첫 번째 독립 야구단이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하거나 구단에서 방출된 선수 등 재기를 꿈꾸는 야구 선수들에게 프로구단 입단 도전 기회를 부여할 목적으로 창단됐다. 홈구장은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 위치한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고양야구장)이다. 2012년부터 고양 원더스는 국내 프로 2군 팀, 대학 팀 등과 경기를 치르고, 국내 프로 야구단의 2군 선수들이 출전하는 퓨처스 리그에 교류 경기로 참여한다. 고양 원더스 구단주인 허민 전 위메프 대표는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서비스한 네오플을 운영했으며, 서울대 야구부 출신으로 버클리 음악대학에서 유학하면서 전설의 너클볼 투수인 필 니크로에게 직접 투구법을 전수받았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 원더스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최근 이 팀에 테스트를 받겠다고 문의하는 외국인 선수가 많이 늘었다고 하더라.

    “우리 팀 직원이 오히려 거절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중이다. 그들이 왜 미국이 아닌 한국, 그것도 독립리그 팀에 테스트를 받겠다고 전화를 해오겠나. 그만큼 우리 팀의 실력과 지도력을 인정했다는 방증이다. 자신의 야구 실력을 한 단계 높이고 싶어 이곳을 노크한다. 원더스는 일본이나 미국의 독립리그와는 질적 수준이 다르다. 그들은 돈이 없어 구단 운영에 쩔쩔매지만, 우린 돈 걱정은 안 한다. 구단에서 원하는 대로 다 해주니까. 그래서 우리 팀으로 선수가 몰리는 것이다. 여기 있는 애들은 연봉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을 받고 뛴다. 경제적인 수익이 전혀 없는 팀에서 선수들에게 그런 연봉을 지급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구단주의 개인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왜 이런 팀을 KBO에선 제대로 살리지 못하나. 왜 프로구단을 설득하지 못하는 건지 묻고 싶다.”

    ▼ 이런 표현이 적당한지는 모르겠지만, 김성근 감독을 가리켜 야구팬들은 ‘팬들이 원하는 감독 1순위인 반면, 구단이 원하지 않는 감독 1순위’라고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동안 고양 원더스에 몸담으면서 몇몇 프로팀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그 구단들은 러브콜을 보내면서도 나의 선수단 운영 방식과 관련해선 타협하길 바랐다. 하지만 난 이에 대해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너희들이 날 데려가려고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해라. 구단과 사이좋은 감독을 원하는지, 너희들이 원하는 성적을 내길 바라는지 정확한 기준을 세우고 다시 찾아오라’고 얘기했다. 만약 김성근이 ‘꼴통’이고 골치 아픈 존재라고 한다면 그걸 인정해줘야 한다. 구단의 말을 잘 듣고, 프런트 눈치를 보는 감독을 원한다면 다른 사람을 찾아가면 된다. 나란 사람을 선택해서 찾아와 놓고, 타협을 원한다면 내가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겠나. 승부의 세계는 결과로 얘기한다. 리더는 그 결과를 낼 줄 알아야 한다. 나의 신념과 가치관을 바꿔가면서 감독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건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죽을 때까지 그건 변하지 않을 것이다.”

    김기태와 LG 트윈스

    처세 능한 리더가 조직 망가뜨려

    김성근 감독은 “어느 조직이든 처세 잘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조직은 오래 못 간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1982년 OB 베어스의 창단 투수코치로 프로 지도자에 입문 후 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등 무려 5개 팀 감독을 맡았다. 만년 하위권이던 태평양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고, 2002년 LG를 맡아 한국시리즈에까지 올려놓은 후 준우승을 이끌었다. 2007년 SK 감독으로 부임한 후엔 첫해에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SK 창단 첫 우승을 일궈냈다. 2008년에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냈고, 2009년에는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KIA에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2010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선 4전 전승으로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다 2011년 프런트와의 재계약 마찰로 시즌 종료 후 사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가 바로 경질당했고, 이만수 2군 감독이 팀을 맡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LG에서 물러날 때도, 그리고 SK에서 경질될 때도 모두 프런트와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리더는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현안을 갖고 끙끙거리면서도 그다음을 준비하는 게 진정한 리더다. 비난을 받을 때마다 해명하며 처세에 나서는 리더는 승부사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난 지금까지 구단과 마찰을 빚으면서 쫓겨났을 때 어떤 변명이나 해명을 해본 적이 없다.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믿었다. 내가 나온 조직이 어떻게 돼가는지를 보고 싶었다. 처세에 능한 지도자는 팀을 골로 가게 만드는 주범으로 작용한다. 어느 조직이든 처세 잘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조직은 오래 못 간다. 이 나라도 마찬가지다. 만약 우리 팀에 나이 먹은 선수가 있다고 치자. 대부분의 감독은 그가 자기한테 복종하길 바란다. 대가리 큰 놈들이 감독이 새로 왔다고 해서 쉽게 복종하겠나. 그들한테는 그저 어느 정도의 틀만 만들어주고 야구를 잘하게끔 동기부여를 해주면 끝이다. 복종하게 만들려다가 결국엔 튕겨 나가는 일이 벌어진다. 대표적인 선수가 양준혁 아닌가. 구단에서 보는 감독도 마찬가지다.”

    ▼ 김기태 전 LG 감독이 시즌 초 일찌감치 사퇴했다. 그 배경에 김성근 감독이 존재했다는 게 야구계의 정설이다.

    “지난해 중반 LG로부터 감독 제의를 받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기태가 팀을 맡고 있었고, LG에선 시즌 종료 후가 아닌 지금 당장 팀을 맡아달라고 했기 때문에 거절했다. 기태는 쌍방울 시절부터 나랑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었다. 그런데 그런 제자가 맡고 있는 팀을 어떻게 내가 도중에 맡을 수 있겠나. 더욱이 난 시즌 중에 원더스를 떠날 수 없었다. 시즌 후라면 생각해볼 여유가 있고, 고민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거절했는데, 나중에 기태가 이 사실을 알게 된 모양이다. 기태는 지난해 정규리그 2위에 오르는 좋은 성적을 냈다. 그래서 속으로 ‘잘 참았고, 잘 견뎠구나. 그리고 성적으로 보여줬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 시즌 초 기태가 구단과 갈등을 빚으면서 일찌감치 물러나고 말았다. 사퇴의 결정적인 배경으로 내가 존재한다는 건 틀린 말이다. 난 그 사퇴에 1%도 개입돼 있지 않다. 기태로선 지난해 시즌 중반 자신을 내치려고 구단이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자존심 상했을 것이고, 괜찮은 성적을 내면서 올해도 팀을 이끌게 됐지만, 시즌 초 부진한 성적과 구단과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결국엔 버티지 못하고 떠난 것이다. 난 기태의 행동이 옳지 않다고 본다. 리더는 자기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궁지에 몰리면 그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사퇴 시기가 너무 빨랐다. 그렇게 팀을 떠나는 게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끙끙 앓으면서도 지금까지 한화를 이끌고 있는 김응용 감독이 대단한 거다. 그만두는 건 버티는 것보다 더 쉬운 결정이다. 하는 데까지 해보고, 더 이상 미련 없을 때, 뒤돌아보지 않게 될 때 포기하는 것이다. 기태가 그만둔 지 며칠 후에 나에게 전화를 했더라. 전화 받자마자 심하게 야단을 쳤다. 미국에 가서도 안부 인사차 전화를 했다. 그 친구도 이번 일을 통해 느낀 게 많을 것이다.”

    ▼ 김기태 전 감독이 LG에서 물러난 후 구단에선 또다시 김성근 감독에게 감독직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 왜 수락하지 않았나(결국 LG는 양상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똑같은 이유다. 원더스도 시즌 중인데, 지금 당장 팀을 옮기는 게 가능한 일이라고 보나. 내가 이 팀을 떠나면 원더스 코치들부터 선수들은 다 어떻게 되는 건가. 프로에선 감독 한 명 움직이는 게 별다른 영향을 안 미치지만, 원더스의 경우엔 내가 있고 없고에 따라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시즌 후라면 몰라도 시즌 중에는 불가능했다.”

    ▼ 올 시즌을 마치면 고양 원더스와도 재계약이 끝난다. 내년 시즌에는 김성근 감독을 프로에서 볼 수 있는 건가(프로야구에는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끝나는 감독이 3명 있다. KIA 선동열, SK 이만수, 그리고 한화 김응용 감독이다).

    “그거야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아직까지 어디서도 연락 온 데가 없다. 하지만 프로야구가 위기 속에 있고, 그 위기에서 벗어나야지만, 한국 야구가 더 발전한다고 믿는다. 이런 현실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내 역할이 어떤 것인지를 놓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중이다. 이젠 ‘때’가 된 것도 같고…. 그런데 당기는 데가 없네(웃음).”

    “내가 죽어야 나의 야구도 사라져”

    ▼ 원더스와 재계약할 가능성도 있나.

    “그건 허민 구단주만 알고 있다. 정 갈 데 없으면 고양시청에 사회인 야구팀이 있는데, 거기 들어가서 선수로 뛰어볼까? 하는 생각도 하는 중이다(웃음).”

    김성근 감독은 인터뷰 말미에 선수단과 미팅 중에 한 얘기를 기자에게 전했다. 고양 원더스에 왜 5명의 외국인 선수가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우리가 가치 있는 존재가 되려면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이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패하면 아무도 우리한테 관심을 안 준다. 이겨야지만 선수를 수급하기 위해 프로팀 관계자들이 우리 팀 경기를 보러 온다. 그래서 난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21명의 선수가 빠진 팀에서 당장 성적을 내려면 그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런 선수들이 존재해야 내가 너희들의 기량을 발전시키는 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은 원더스의 선수들이 모두 프로에 진출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그런 꿈을 심어주고 현실로 이뤄질 수 있게끔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가면서 3번째 시즌을 보내는 것이다.

    ‘김성근=진정한 승부사’란 등식을 거론하자, 정작 당사자는 승부사가 아니라고 손을 내젓는다.

    “난 승부사라고 할 수 없지. 특히 고양 원더스에선. 이 어렵고 사연 많은 선수들이 야구선수로서의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놔주는 게 내 소임이라 승부사의 그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나한테 야구는 전부나 마찬가지다. 야구 때문에 가족도 멀리하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야구장에 살며 선수들과 동고동락한다. 살아 있는 한 난 야구를 하고 있을 것이고, 내가 죽어야 나의 야구도 사라진다. 그런 사람이 진정한 승부사인가?(웃음)”

    맞다. 김성근 감독은 진정한 승부사이고, 리더였다. 과연 그를 프로 팀에서 보게 될 날이 올까. 그는 이미 그쪽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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