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호

철학 없는 후진 축구의 민낯

구닥다리 전술, 수준 이하 정보력
시스템 부재, 무능한 기술委

  • 정윤수 │축구칼럼니스트 prague@naver.com

    입력2014-07-23 0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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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탄할(woeful)’ ‘실패(failure)’ ‘창피한(embarrassing)’
    • ‘의리’ 아닌 시스템이 ‘원 팀’ 만들어
    • 시청률 상업주의에 다 걸기한 공중파 방송
    철학 없는 후진 축구의 민낯

    6월 27일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을 마친 뒤 우는 손흥민(왼쪽).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수많은 나라가 야심 찬 목표를 걸고 용쟁호투를 벌인 끝에, 독일이 우승한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의 첩혈쌍웅들이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인 끝에, 독일이 우승한다? 코스타리카, 알제리, 벨기에, 칠레, 멕시코 같은 와호장룡들이 핏발 선 경기를 벌인 끝에, 독일이 우승한다? 기승전독(獨)~! 이번 대회, 어떤 경우라도, 마치 독일이 우승하도록 예정된 듯 보였다. 예전의 독일답게 견고했다. 강철이었다. 동시에 빨라졌다. 쾌속의 질주! 중원까지 끌어올리는 극단적인 압박 수비 후 역습 때 일체의 주저함도 없이 상대 골문으로 직진하는 것. 독일 전차의 우승은 예고된 것이었다.

    독일과 한국이 만났다면…

    독일의 공수 조직은 톱니바퀴 같았다. 기계처럼 차갑고 냉철했다. 해부하듯 상대를 도려냈다. 전차군단은 틀을 유지하면서도 타국의 장점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독일이 자랑하는 게겐 프레싱에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는 스페인의 티키타카(탁구 치듯 짧고 빠른 패스 플레이)를 가미했다. 전통적으로 강한 세트피스 때의 위력에 네덜란드가 뽐낸 카운터펀치의 역습도 흡수했다.

    축구 전술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진화했다. 호성적을 거둔 팀들은 스리백 포백을 섞어 구사하는 등 다양한 전술을 엮어 상대에 대응했으나 홍명보 감독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주류이던 4-2-3-1만을 고집했다. 원톱(1)으로 나선 박주영은 고립돼 단 한 차례의 슈팅도 하지 못했다. 축구팬들은 ‘0슈팅, 0골, 1따봉, 1미안’이라고 박주영을 비난했다.

    ‘전술’, 즉 11명을 어떻게 배치해 경기를 풀어나가느냐 하는 것은 축구 역사 그 자체를 이룬다. 19세기 유럽에서는 피라미드 시스템(2-3-5)이 등장해 정확한 포지션 개념에 따른 확률의 축구를 1930년대까지 구사했다. 이를 깨기 위해 중원을 강화하는 이탈리아의 ‘WM’(3-2-2-3) 시스템이 나왔고 여기서 좀 더 공격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헝가리의 ‘MM’ 시스템이 나왔다.



    이 체계를 분쇄한 것이 펠레의 브라질이 이룩한 ‘4-2-4’였으며 또한 이를 깨기 위해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 수비가 1960년대에 나왔다. 이 견고한 성채를 부수기 위해 네덜란드는 최종 수비와 전방 공격수 간격을 20여 m로 유지하면서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토털사커를 추구했는데, 이것이 현대 축구의 골간으로 지금까지 유지된다. 물론 이후에도 독일의 ‘3-5-2’,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의 ‘4-4-2’ 등이 출현한 바 있다. 이런 전술에서는 반드시 마테우스 같은 리베로, 지단 같은 플레이메이커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놀랍게도’ 스리백이 부활했다. ‘놀랍게도’라고 한 것은 3명의 수비가 안방을 책임지는 이 수비 전술이 1990년대 후반 이후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10여 년 동안 대세를 이룬 것은 포백이었다. 일단 4명이 수비 라인을 형성하지만 수시로 좌우 윙백이 상대 진영의 최전방까지 올라가는 공격 전술이다. 반면 스리백은 3명이 그 자리를 고수하는 수비 전술. 따라서 스페인의 영향권 아래 전 세계 축구가 세밀한 패스 축구를 추구한 10여 년 동안 공격 지향의 포백이 대세를 이뤘다.

    그랬는데, 스리백이 부활한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부활한 스리백은 세 가지 점에서 과거의 스리백과 차이가 있다.

    첫째는 그 위치. 3명의 수비가 거의 하프라인까지 올라가서 수비를 한다. 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세밀한 패스 같은 공격술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자기 뒷공간을 허락하지 않는 강한 전투력과 경기 전체를 읽어내는 시야. 이를 얕잡아봤다가는 상대 공격수들이 어김없이 오프사이드에 걸려든다.

    둘째는 동료들의 협업. 기본적으로 3 명이 수비 라인을 형성하지만 수세 상황에서 좌우 미드필더들이 신속하게 내려온다. 그래서 실제로는 파이브백, 즉 5명이 수비진을 구축하는 것이다.

    셋째는 과거의 스리백이 수비에 치중하는 전술이라면 새로운 스리백은 공격을 하기 위한 전술이라는 점이다. 하프라인에서 상대방의 공격을 차단했을 때 이 전술에 따르면 일제히 전진하는 공격이 가능하다. 몇 번씩이나 주고받으면서 좌우로 열어가는 게 아니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전진하는 것이다. 독일 도르트문트의 위르겐 클롭 감독이 이를 완성했기 때문에 이 전술을 독일어를 사용해 ‘게겐(gegen) 프레싱’이라고도 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독일 네덜란드 코스타리카 칠레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알제리 같은 팀들이 이 전술을 실천했다. 이전의 패러다임을 고수한 팀들, 즉 잉글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한국 등은 고전했다. 이 전술의 효과가 극대화될 경우 대승대패의 결과를 낳는다. 네덜란드는 스페인을 5-1로 꺾었고 독일은 브라질을 무려 7-1로 물리쳤으며 알제리 또한 한국에 전반에만 3골을 쏟아 부었다. 홍명보 감독이 “모든 것은 나 자신의 전술 실수 때문”이라고 한 것은, 그의 이런저런 발언 중 거의 유일한 진실이었다.

    명실상부한 ‘원 팀’ 알제리

    홍명보 감독은 ‘원 골, 원 스피릿, 원 팀’을 강조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팀 전체가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 시스템을 떠받치는 것이 기술위원회이고 그 정점에 감독이 있다. 이는 어느 나라든지 대동소이한 구조다.

    독일이 이번 대회에서 놀라운 과정을 보여준 것은 바로 이 구조를 최고 수준에서 제대로 실천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축구 선진국 대부분이 그렇듯 독일의 기술위원회는 거의 상시적인 구조다. 늘 축구를 연구한다. 당장 벌어지는 거의 모든 중요한 경기를 직접 관전하고 리뷰한다.

    독일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를 통과한 16개 팀 중에서 가장 높은 82%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일상적으로는 유망주를 수시로 점검하고 언제든지 활용 가능한 감독 자원을 엄밀히 관리한다. 그 분기점이 지난 유로 2000 대회다. 그 대회에서 독일은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패퇴하고 말았다. 그때부터 독일축구협회와 클럽 팀은 유소년 육성, 유망 감독 지원, 축구 패러다임 연구라는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고 실천에 돌입했다. 필림 람, 토마스 뮐러, 마리오 괴체, 메수트 외질 같은 21세기 전차의 탑승자들이 이 비전 속에서 탄생했다.

    그 정점에 감독이 있다. 독일의 요하힘 뢰브 감독은 2004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코치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클린스만이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사퇴하자, 그 자리를 이어받아 지금까지 감독을 맡아왔다. 코치 경력까지 포함하면 무려 10년 가까운 세월이다. 이 밖에도 스위스의 오트마르 히츠펠트(6년), 그리스의 페르난두 산토스 (4년), 미국의 위르겐 클린스만(3년), 코스타리카의 호르헤 핀투(3년) 등이 그야말로 ‘원 스피릿 원 팀’을 만들어왔다.

    이에 비해 한국 국가대표팀은 ‘감독의 무덤’이 된 지 오래다. 거스 히딩크나 딕 아드보카트처럼 ‘단기 특약’으로 들어온 감독을 제외하고 보면, 대부분 1년 남짓 채우다가 끝났다. 본 프레레, 쿠엘류, 베어벡 같은 외국인 감독이나 박종환, 차범근, 조광래 같은 국내파도 중도 경질됐으며 허정무 감독만이 2년 6개월을 채웠다. 홍명보 감독 역시 여러 파문 끝에 자진 사퇴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멕시코의 미겔 에레라, 크로아티아의 니코 코바치, 카메룬의 폴커 핀케, 호주의 앙게 포스테코글루 등이 홍명보 감독처럼 짧은 기간 팀을 맡았다. 그중 멕시코의 미겔 에레라 감독을 제외하고는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케임브리지대 출판사가 본선 32개 출전국을 다룬 영어권 언론의 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대표팀은 ‘통탄할(woeful)’‘실패(failure)’‘창피한(embarrassing)’이 많이 노출됐고, 알제리는 ‘단호한(determined)’‘긍지(pride)’‘함께(together)’라는 단어가 주로 노출됐다. 알제리가 명실상부한 ‘원 팀’이었던 것이다.

    기술위원회 위상 제고해야

    ‘원 스피릿 원 팀’이 되려면 일정 기간 이상의 과정이 필요하다. 현대 축구는 기본적으로 세계 각지의 클럽 문화로 유지된다. 국가 대표팀은 1년에 서너 차례 평가전을 할 뿐이다. 과거처럼 ‘국위선양’이라는 이름으로 조기 소집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이런 조건에서 선수들을 파악하고 자기 철학에 맞게 선발해 전술 훈련을 제대로 하려면 1년여의 기간으로는 역부족이다. 허정무 감독은 평가전과 월드컵 경기를 합쳐 A매치 44경기를 소화했다. 조광래, 최강희, 홍명보 감독의 A매치를 다 합치면 54경기다. ‘원 팀’은 ‘의리’가 아니라 견고한 시스템 위에 감독의 축구 철학이 전술로 열매를 맺는 과정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결국 시스템의 완성, 즉 기술위원회의 위상 제고가 한국 축구의 과제다. 이 관점에서 보면, 대한축구협회의 정관은 구멍이 숭숭 뚫린 항목 투성이다. 기술위원회와 관련한 정관 제51조를 보자. 1항에 기술위원회 설치의 목적이 천명돼 있다. “선수와 지도자 양성, 각급 지도자와 선수의 선발, 축구 기술 발전과 교육” 등이 그것이다. 이 점만으로 보면 기술위원회가 엄중한 책임과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항에는 정반대로 서술돼 있다. “각급 지도자, 선수 선발에 대한 추천 및 자문”, “각급 대표팀 관련 자료 제공 협조” 등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추천, 자문, 제공, 협조’가 실제 하는 일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기술위원회가 정보를 추려 대표팀에 전달했을 때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이럴 필요 없다”고 했다고 한다. 기술위원 면면도 홍명보 감독과 코치진에게 의미 있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은 되지 못한다. 이래서는 ‘원 팀’이 만들어질 수 없다.

    이번 대회만큼 축구장 안팎에서 충격적인 일이 연거푸 터진 대회도 드물다. 코스타리카, 멕시코, 칠레, 알제리, 콜롬비아 등의 선수들이 보여준 기술과 열정은 축구가 도달할 수 있는 기술과 가치의 극한을 보여줬다. 그들은 심판의 두 번째 휘슬이 울린 다음에야 멈췄다. 스페인, 잉글랜드, 브라질의 참패도 축구사에 반드시 기록될 만한 사건이다. 이 모든 희비의 드라마를 통해 사람들은 개인적, 사회적, 정치적 감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했다.

    철학 없는 후진 축구의 민낯

    7월 9일 열린 준결승전에서 독일의 안드레 쉬를레가 추가 골을 터뜨리자 브라질 골키퍼 마르셀루(오른쪽)가 충격에 빠진 채 누워버렸다. 독일이 브라질에 7대 1로 승리했다.

    우리는 축구를 사랑했던가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고 귀국한 잉글랜드의 팬들은 어떻게 했던가. 조별리그 탈락이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치러진 코스타리카와의 마지막 경기도 시종 끌려다닌 끝에 무승부로 끝이 났는데, 팬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로이 호지슨 감독의 배려로 자신의 월드컵 마지막 경기를 위해 후반 막판 15분가량을 뛴 스티븐 제라드가 다가가자 팬들은 ‘영원한 캡틴, 제라드’라고 쓰인 보드를 흔들며 격려했다. 스페인은 또 어떠했던가. 네덜란드에 충격의 1-5 패배를 당하면서부터 사실상 16강 진출이 좌절된 스페인 선수들을 향해 스페인 언론은 “사과하지 마세요. 당신들과 더불어 행복했어요”라고 특필했다.

    브라질은 또 어떠했던가. 세계 축구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독일과의 1-7 대패 이후 극심한 혼돈과 정신적 충격에 사로잡혔지만 이내 수습해 다시 선수들을 격려하지 않았던가. 비운의 네이마르는 브라질 사람들이 그토록 싫어한다는 아르헨티나를 응원하기로 결정하면서 “메시는 축구의 전설”이라고 말했다. 이런 멘탈, 부럽지 않은가.

    독일 선수들도 기억하자. 수비수 마츠 후멜스의 인터뷰에 따르면 독일 선수들은 브라질전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서 이런 대화를 나눴다. “브라질을 모욕하지 말자. 존중을 보여주자. 보여주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지 말자. 어떤 마술이나 트릭을 보여주려 해서는 안 된다.” 앞서 언급한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사의 조사에서 세계 언론이 독일 대표팀에 대해 ‘강력한(powerful)’‘집중력 있는(focused)’‘헌신적(committed)’ 등의 단어를 많이 쓴 것은 경기 성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공중파 3사의 설레발

    우리는 어떠했는가. 정확한 정보 분석을 근거로 예측 보도를 해야 할 언론은 지난해 조 추첨 직후부터 ‘알제리, 16강 제물’이라고 떠들었고 본선 개막을 앞두고는 ‘사상 첫 원정 8강’이라는 말을 앞세웠다. KBS ‘우리동네 예체능’, MBC ‘무한도전’‘일밤-아빠! 어디가?’,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등 많은 프로그램이 현지 촬영을 감행했고 국내 프로그램들도 과도한 말의 성찬으로 월드컵 분위기를 띄우려 했다.

    왜 이랬을까. 축구를 사랑해서? 글쎄. SBS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약 7500만 달러(약 763억 원)를 주고 중계권을 확보했고, 이를 KBS와 MBC에 되팔았다. 방송 3사는 각각 4:3:3(KBS: MBC:SBS) 비율로 중계권료를 지불했다. 이 막대한 비용을 충당하는 유일무이한 길이 광고 판매와 직결되는 시청률 경쟁이다.

    이로써 스포츠 국가주의와 시청률 상업주의가 창궐하기 시작해 축구와 월드컵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도 없이 과도한 열기만 띄우는, 심지어 세월호 참사로 인해 모두가 자제하는 분위기에서 광고 수익을 노리고 화려한 쇼 무대까지 편성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결국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되자 얼마 전까지 국가 영웅 으로 대접하던 감독과 선수를 싸잡아 생매장해버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과연 우리가 축구를 사랑하기는 했던 것일까, 깊은 회의가 드는 대회, 그것이 2014브라질 월드컵이다.

    [월드컵 돋보기]

    카메라 14대가 1초 안에 ‘골-노골’ 판정


    2013년 7월 1일, 브라질의 항구 도시 사우바도르. 남미의 거대한 나라 브라질의 최초의 수도였으며 따라서 식민, 수탈, 근대화, 민주화 등의 산전수전을 다 겪은 도시에 또 하나의 역사가 되는 일이 벌어졌다.

    사우바도르 폰테 노바 경기장에서 열린 2013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3·4위전. 이탈리아와 우루과이 경기 전반 24분경, 이탈리아의 공격 상황에서 골이 터지긴 했는데 누가 넣었는지 확실치 않았다. 그때, 첨단 그래픽이 등장해 최종 득점자를 확인해줬다. 첨단 그래픽은, 처음 슛을 한 공이 골라인에 걸쳐 있었고 뒤늦게 달려와 밀어 넣은 선수에 의해 공이 라인을 확실히 넘어간 상황을 보여주었다. ‘골라인 판독 기술’이 처음 적용되는 순간이었다.

    축구의 제도, 규칙, 장비에 대해 최종 결정을 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의 기술 의뢰에 따라 수많은 기업과 연구소가 각축을 벌였고 마침내 일본 소니 사의 ‘호크아이(Hawk Eye)’, 독일-덴마크 합작회사의 ‘골레프(GoalRef)’, 그리고 독일 골컨트롤사의 ‘골 컨트롤(Goal control)’이 경합한 끝에 골 컨트롤로 확정된 것이다. “언젠가는 모두가 경기를 멈추고 모니터를 바라보게 될 것”이라면서 이러한 기술 도입에 반대해온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6심제, 즉 양쪽 골대 엔드라인에 2명의 부심을 추가 배치하는 것으로 버텼지만 결국 첨단 기술이 그라운드에 들어왔다. 14대의 카메라로 이뤄진 독일 골컨트롤사의 판독 시스템은 애초 군사 작전용으로 개발된 것, 즉 무인 공격 비행체 드론의 정밀 타격 카메라 센서 기술을 스포츠에 응용한 것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이 기술은, 실제적인 판정 효과와 별도로, 첨단의 스펙터클을 원하는 세계 축구팬에게 신선한 구경거리를 제공했다.

    국내 K리그에서는 일찌감치 사용해온 배니싱 스프레이, 즉 세트 피스 상황에서 공격 지점과 수비 라인의 위치를 표시하는 기술도 이번 대회에서 확실히 안착했다. 이 같은 기술과 제도의 진보에 따라 축구는 좀 더 안전하고 정확한 체계를 갖췄다.
    철학 없는 후진 축구의 민낯

    골 판정 시스템 ‘골 컨트롤’은 독일 기술로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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