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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 위기의 한국 축구

“축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온 사람이 축구계 망쳤다”

인터뷰 | 김호 전 국가대표 감독의 직설(直說)

  • 기영노 | 스포츠평론가

“축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온 사람이 축구계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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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일체론

“축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온 사람이 축구계 망쳤다”

6월 27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벨기에전에서 경기 후반 패색이 짙어지자 고개를 숙인 홍명보 감독.

▼ 홍명보 감독과 허정무 부회장이 동반 퇴진 했다.

“두 사람의 퇴진은 해결책이 못 된다. 국제대회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경질되거나 사퇴를 하는 것은 수십 년 동안 반복해온 일이다. 홍 감독이 월드컵 감독후보로 거론될 때부터 축구계에서는 지도자 경험이 일천하고 월드컵을 맡기에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리고 월드컵 본선에 대비하기에 1년은 너무 짧았다. 그런데도 무리수를 둔 거다. 누가 홍 감독을 선임했나. 회장 아닌가. 그리고 그 회장을 뽑은 사람들이 주위에서 부추긴 결과다. 그들이 책임져야 하는 거다. 사과는 물론 장기적으로 한국 축구의 수십 년을 내다보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축구협회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4년 후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끝나고도 또다시 이 같은 일이 반복될 거다.”

▼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아시안컵이 문제가 아니다. 축구는 모든 것이 월드컵으로 통한다. 유소년 축구대회, 17세, 21세 이하 청소년 축구대회, 아시안컵 심지어 올림픽 축구까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내년 1월 열리는 호주 아시안컵은 앞으로 4년 후에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을 위한 첫 준비 단계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결과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분석해서 그로부터 3년 후에 있을 러시아 월드컵에 대비해야 한다. 아시아 무대에 머물면 안 된다. 일본을 봐라. 이번에 실패했지만 일본은 2030년대에는 국제축구연맹 20위 안에 들어 월드컵에서도 무리 없이 8강에 오르는 등 세계 축구 대열에 당당히 올라서고, 2050년에는 월드컵에서 우승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실제로 하나하나 실행해간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한 후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사표를 내자 곧바로 멕시코 출신의 하비에라 아기레 감독으로 바꿨다. 우리나라와 달리 실패에 대한 준비가 돼 있었던 거다.”



▼ 한국 축구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1990년대 초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한 우물이다. 물이 고여 있으면 썩기 마련이다. 축구를 정말 사랑하는 축구인이 협회나 연맹에서 한국 축구와 축구인을 위해 신명 나게 일해야 한다. 축구를 자신의 안위나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국제대회 유치 시기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한국 축구는 이미 2002년 한일월드컵, 2007년 17세 이하 FIFA월드컵을 개최했고, 오는 2017년 20세 이하 FIFA 월드컵을 개최하게 된다. 지난 두 번의 대회는 모두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에 개최됐고 오는 2017년 역시 대통령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왜 큰 선거를 치를 때마다 국제축구대회를 개최했을까. 축구인에게 축구는 신앙이나 마찬가지인데, 축구에 대한 사랑은커녕 조그마한 애정도 없는 비(非)축구인들이 자신과 코드가 맡는 일부 축구인을 내세워 국내 축구계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축구를 이용만 하려는 사람들이다.

축구협회 예산이 1년에 1000억 원 정도 된다고 하는데, 그 돈이 어떻게 지출되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정몽규 회장이 지난 회장 선거 때 축구협회 예산을 3000억 원으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과연 임기 내에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축구는 선수와 지도자, 매스컴과 팬, 그리고 협회가 ‘5위 일체’가 돼야 한다. 그런데 협회가 조정은커녕 군림만 하려 하니 문제인 것이다. 그건 프로축구연맹도 마찬가지다.”

▼ 그래도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오는 2017년 FIFA 20세 이하 대회 유치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되지 않았는가.

“그게 문제다. 대회만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축구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유치할 때 나는 개인적으로 반대했다. 우리나라 축구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갔을 때 월드컵을 유치해야 한국 축구가 발전한다고 봤다. 축구 수준도 세계 정상에 비해 한참 떨어지고, 인프라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가운데 덜컥 월드컵을 치르면 오히려 부작용이 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월드컵을 치르고 나서 한국 사람들의 축구를 보는 눈만 높아졌다. K리그를 우습게보고, 아시아를 대표해서 월드컵에 나가는 것만 해도 쉬운 일이 아닌데 이제는 월드컵 8강 또는 그 이상을 바란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8강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16강에 올라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명백히 느끼지 않았는가. 그리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전국에 4만 명 이상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축구 전용 경기장을 10개나 지었는데, 관리를 제대로 안 해 지금 거의 모두 흉물로 전락했다.”

꾸준하게 투자해야

▼ 2002 한일 월드컵 때 지은 축구 전용 경기장을 프로축구 팀들이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의자, 잔디, 조명 등 시설이 엉망이다. 그리고 프로축구는 주로 주말에 하는데, 주말에 축구장 일부시설을 예식장으로 빌려줘서 프로축구 경기를 하는데, 한편에서는 결혼식을 올린다. 가뜩이나 주차시설이 부족한데, 축구경기와 결혼식이 겹치면 그야말로 주차 전쟁을 치러야 한다. 주중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축구를 보면서 힐링을 하려는 사람들은 축구를 즐기기에 앞서 자동차를 주차하기 불편하고, 또한 주차비도 만만치 않다. 도대체 축구 경기를 보면서 주차비 걱정을 해야 하는 건 또 뭔가? 지방자치단체에 축구장 관리를 맡기지 말고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한다.”

▼ 한국 축구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4강에 오르지 않았나.

“그 4강 때문에 한국 축구, 특히 국내 프로축구 K리그가 크게 희생되어야 했다. 우선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엄청난 연봉을 지급해야 했고, 거의 1년 반 이상 K리그가 위축되었다. 히딩크 감독이 선수를 내달라고 하면 우리 K리그 감독들은 아무런 조건 없이 내줘야 했고, 결국 K리그 3~4명의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표팀처럼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홈그라운드 이점까지 안고 있는 상황에서였다면 나뿐 아니라 당시 K리그 어떤 감독이라도 4강은 몰라도 엄청난 성적을 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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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영노 | 스포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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