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남댐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
심지어 남북관계가 좋았을 때 북한에 자유로이 다닌 북한 연구자들조차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기란 어렵다. 북한 정부 차원의 정보 통제, 비밀 유지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남한과 비교해 40년 이상 시대 차이가 있는 북한의 산업 인프라가 그 고충을 더한다. 이들은 그저 중국, 러시아 등에 진출한 북한 노동자들이나 무역일꾼들을 통해 북한의 근황을 유추할 뿐이다. 우리는 심지어 남한의 주요 언론에서 “북한의 권력자가 총살형을 당했다”고 보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다시 북한의 공식 매체에 화려하게 등장한 예를 자주 보지 않았나.
그렇다고 북한 연구를 멈출 수 없다. 북한에서 태어나 20여 년간 북한을 연구해온 필자로서는 그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북한 연구의 올바른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최근 북한의 현황을 객관적 관점에서 관찰하고 알리는 것. 판단은 국민 개개인의 몫이다.
예상외로 쉬운 러시아 입국
러시아는 북한과 교역을 한다고는 하지만 규모에서 중국보다 많은 편은 아니었다. 북·러 경제 교류는 북한과 맞닿은 국경의 길이만큼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한동안 절대적이던 북·중 경제 교류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북한은 러시아와 교류를 확대하려 안간힘을 다한다. 2008년 북·러 철도협정을 체결했고 2011년 8월 러시아 하싼-북한 나선을 오가는 철도가 연결된 것을 통해 북한이 러시아와의 경제 교류를 위해 노력함을 알 수 있다. 아마 북한은 특정 국가(중국)와의 경제 교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경계해 교역 상대를 다변화하려는 것 같다.
올해부터 한·러 비자협정 덕에 비자 없이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다. 인천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여객기가 채 3시간도 안 돼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은 시설이 오래됐지만 아주 깨끗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불라디보스토크 시내는 공항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공항 안내 데스크에서 관련 정보를 얻고자 했으나 영어로 소통하기가 어려웠다. 안내 데스크에 근무하는 중년의 러시아 여성은 “당신의 영어 발음을 알아듣기 어렵다”고 했다. 다행히 공항 외부 버스정류소에서 만난 러시아 청년이 능숙한 영어로 자세한 안내를 해주었다.
블라디보스토크 역에 도착해 고려인 학생이 알려준 시내버스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아프터바잘)까지 갔다.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벌써 저녁 무렵이었다. 근처 호텔에 투숙하려 하니 비용이 예상 경비를 초과해 난감했다. 시외버스터미널호텔의 일박 투숙비는 2500루블, 한국 돈으로 7만5000원가량이었다. 나는 대체 장소를 물색했다.
마침 호텔 로비에 있는 여행사 간판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3인의 여자 매니저 중 2명이 영어로 나의 질문에 응대했다. 물론 상당히 기본적인 말만 통했다. 나선행 열차가 있는 하싼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그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싼까지 가는 기차는 없고 버스로 갈 경우에도 최소 6시간 이상 걸린다고 했다. 일단 그라노스키까지 5시간 버스를 타고 가서 그곳에서 국경경비대의 허가를 받아야 하싼에 갈수 있다고 했다. 난 일단 다음 날 그라노스키까지만 가기로 계획하고 하싼에 가는 것은 그라노스키에 가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녀들의 협력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안내받았다. 게스트하우스 숙박료는 1500루블, 한국돈 45000원이었다. 일반아파트를 개조해 만든 숙소였다. 주인인 올가 아주머니가 투숙비를 선불로 받았고 아침에 체크아웃 시간을 알려주었다. 영어는 거의 오케이, 노밖에 통하질 않았다. 다행히 보디 랭귀지를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