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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땅, 북한 노동자 한국인 사장의 불안정한 동거

북·러·중 국경 여행기

  • 김형덕│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www.facebook.com/atbppc

중국 땅, 북한 노동자 한국인 사장의 불안정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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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만난 북한 노동자

블라디보스토크는 한국과 경도가 같지만 표준시간은 한국보다 2시간 이르다. 워낙 광대한 나라인지라 한 나라에서도 여러 표준시간대를 사용한다. 숙소는 침식에 필요한 침대와 샤워시설 TV 등이 구비되어 있으나 사워용 비누나 샴푸는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짐을 풀고 식사하러 나갔다. 마침 인근에 중국식당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중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나로서는 사막에서 우물을 만난 것처럼 기뻤다. 저녁도 맛있게 먹고. 식당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주변의 기초 정보를 안내해주기는 했지만 내가 가려는 하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못했다. 내가 한국인이며 북한 연구자이기 때문에 북·러 국경도시에 대해 관심을 보인 것이지 그 누구도 하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튿날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동안, 나는 러시아 변방도시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를 관찰했다.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면모는 참으로 다양했다. 러시아를 백인이 주류인 나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중국인, 이집트인, 흑인, 아랍인 등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산다. 러시아연방의 공식 통계로는 200여 민족이 산다고 한다. 특히 눈에 띄는 민족이 중국인이다.

하싼 인근 도시, 그라노스키로 향하는 버스에서 우연히 북한 사람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 한 명을 만났다. 그에게 말을 붙였더니 처음에는 북한 사람 특유의 남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보이며 회피하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그의 옆자리에 앉은 러시아인의 협공으로 북한 남성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옆에 앉은 러시아인 파벨은 한국말을 배우는 러시아인으로 영어를 좀 했다. 평양에서 온 북한 남성은 목수 기술을 가진 건설 노동자라고 했다. 그는 블라디보스토크에 북한 출신 노동자가 2만여 명이고 고향에는 딸과 아들이 있는데 딸은 교원대학에서 공부하고 아들은 경찰(의경)로 복무 중이라고 했다. 그가 러시아에서 버는 월 소득은 2만5000~3만 루블. 일부는 국가에 바치기 때문에 실제 수령액은 그보다 적다고 했다.

그는 일반 북한 주민이 그러하듯이 김정은에 대해 “위대한 지도자”라고 했다. 난 “북한 인민의 생각은 그러하겠지만 남한은 자유선거로 옹립되지 않은 지도자는 용인할 수 없고, 세습 지도자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야기해주었다. 특히 “어린 지도자가 부모에 의해 지목되어 갑자기 지도자가 되는 그런 사회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의외로 대꾸가 없이 조용했다. 이미 남한의 사정을 다 안다는 듯.

통상적으로 북한인은 외국에서 활동할 때 혼자 다니기보다는 여러 명이 함께 다니기 때문에 속 깊은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그나마 장시간 함께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혼자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의 대화가 가능했다. 우리는 휴게소에서 잠깐 인사를 나누고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그는 내가 가는 그라노스키의 두 정거장 전에서 내렸다.

북·러 국경도시의 초라함



하싼으로 가는 길에 만난 도시들은 인구나 면적이 대개 한국의 면단위 도시만큼 작은 규모였다. 북으로 향하는 철로와 도로, 광활한 초원을 볼 수 있었다. 최근 한국의 일부 기업에서 그곳에 와서 농업과 축산업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라노스키에 도착해 택시기사 발리에라를 만나게 됐다. 발리에라는 자가용으로 택시 영업을 하는 전문 운전기사이고 자동차 수리소도 운영한다고 했다. 그는 1500루블에 하싼까지 가겠다고 했다. 차량은 일제 닛산 중고 승합차였다. 차량은 낡았지만 차 안이 아주 깨끗이 관리되어 있었다. 그라노스키에서 하싼까지는 거리가 60km 정도밖에 안 되지만 비포장도로가 대부분이어서 1시간 30분 이상 걸렸다. 중간 중간에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전쟁의 피해를 겪지 않은특유의 원림과 들판이 인상 깊었다.

하싼은 북·중 국경도시들에 비하면 아주 작고 초라하다. 군인 가족과 일부 농부 외엔 거주자가 없는 작은 규모의 도시다. 최초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난 중국인, 러시아인은 하싼은 국경도시기 때문에 그라노스키에서 사전에 접근 허가를 받아야만 갈 수 있다고들 했다. 그들의 우려와는 달리 하싼으로 택시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무런 제지도 없었다.

하싼역은 한국의 작은 시골역처럼 조용하고 차분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싼까지 철로 상태는 양호했으나 단선에 전기선로망은 갖춰지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조용하고 삼엄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하싼 방문은 싱겁게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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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덕│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www.facebook.com/atbp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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