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 일각과 일부 언론에서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하던데,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다.
“명분도 실리도 잃은 김한길, 안철수 두 대표의 ‘패륜공천’에 똑같이 대응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내가 (재보선에) 출마해 당선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회 균등’ ‘공정한 절차’와 같은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일이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내세운 슬로건 중에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는 슬로건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문구다. 그런데 우리 당의 이번 재보선 공천 과정이 어땠나. 기회는 평등했나. 아니면 과정은 공정했나.”
▼ 기동민 전략공천 카드를 왜 꺼내 들었다고 보나.
“김한길, 안철수 두 대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대권을 노리는 안철수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기동민 선배가 광주 광산을에 출마해 당선하면 박 시장이 광주에까지 영향력을 확장하게 될 것을 우려한 것 같다.”
▼ 애초 금태섭 대변인을 동작을에 전략공천하려 한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여론조사 등에서) 금 대변인이 동작을에서 경쟁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니까, 수원 영통으로 돌리고, 대신 박 시장을 견제할 요량으로 동작을에 기동민 카드를 꺼낸 것이다.”
서울 동작을 출마를 준비했던 금 대변인은 당 지도부가 동작을에 기 전 부시장을 전략공천하기로 방침을 정한 뒤, 수원 영통 전략공천설이 나왔다. 그러나 금 대변인은 동작을 전략공천 파동이 한창이던 7월 8일 저녁 갑자기 ‘재보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평등·불공정한 전략공천
▼ 동작을 전략공천에 대한 당내 여론이 좋지 않다. 하지만 허 위원장이 대표실까지 점거하고 항의농성을 한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주민과 당원의 뜻도 묻지 않고, 원칙과 상식을 무시하면서까지 자신들(김한길, 안철수)의 권력관계에 집착한 공천 결과를 순순히 인정할 순 없었다. 대표실을 점거하고 항의농성한 것은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아달라는 정당한 요구였다.”
▼ 항의농성까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기동민 후보의 출마 회견까지 막고 나선 것은….
“난 동민이 형이 동작을 출마 기자회견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꿈에서도 의심하지 않았다. 23년 동안 유지해온 관계가 있는데….”
허 전 위원장은 기동민 전 부시장에 대해 선배, 형이란 호칭을 섞어 썼다.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기 전 부시장은 85학번이고 중앙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허 전 위원장은 87학번이다.
▼ 기동민 출마 기자회견장엔 왜 내려갔나.
“대표실에서 농성하는데, 기 선배가 출마 회견한다는 얘기가 들리더라. 나는 ‘그럴 리가’ 하면서 당원들에게 내려가 보라고 했다. TV를 켰더니 진짜 ‘수락한다’고 얘기하더라. 그래서….”
▼ 기자회견장에서 당직자를 밀쳐내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회견장에 내려갔더니 김근태 의장을 함께 수행했던 한 후배가 내 두 손목을 꽉 잡았다. 그 친구에게 잡은 손을 놓으라며 뿌리치는 과정에 그렇게 됐다.”
7월 8일 인터넷에는 기동민과 허동준 두 사람의 이름이 검색어 순위 상단에 올랐고, 허 전 위원장이 기자회견장에 들이닥친 장면이 담긴 사진은 그다음 날 주요 일간지 1면을 장식했다. 486세대 ‘동지의 난’이 크게 부각되면서 7·30 재보선 여론은 야권에 부정적으로 흘렀다. 이런 상황을 두고 ‘게도 잃고 구럭도 잃는다’고 표현하는가싶다.
▼ 기자회견장에 내려가서 기동민 후보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나.
“동민이 형에게 호소하려 했다. 출마하면 다 죽는다고. 명분도 실리도 잃은 무원칙한 공천에 희생양이 돼선 안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