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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 인터뷰

“세월호 희생자 기념관 만들어야”

美 뉴욕 9·11추모박물관 그린월드 관장

  • 뉴욕=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세월호 희생자 기념관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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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테러 희생자 2983명의 삶 기록하고 기려
  • ● 한국인은 세월호 슬픔 기억할 의무 있어
“세월호 희생자 기념관 만들어야”

9·11추모박물관은 9·11테러 사실을 전한 세계 주요 신문 1면을 전시한다. 한국 신문 중엔 ‘동아일보’가 유일하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2001년 9월 11일 오전 알 카에다 테러리스트들은 납치한 두 대의 여객기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충돌시켰다. 미국 경제를 상징하는 두 채의 초고층 빌딩은 무너져내렸고 300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 희생자를 기리는 미국 국립 9·11 추모박물관(9·11 Memorial Museum)이 5월 21일 문을 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개관의 의미를 역설했다. 이 박물관은 미국 안팎에서 다양한 인문사회 담론을 촉발시켰다. 국내 여러 언론에도 일제히 개관 소식이 보도됐다. 그러나 박물관을 직접 찾아 책임자를 인터뷰한 언론은 없었다.

끝없이 이어진 줄

9·11테러는 “미국인의 삶이 9·11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21세기 최대의 역사적 사건이고, 9·11 추모박물관은 미국이 13년간 온 힘을 기울여 이 사건을 담아낸 핵심 시설이므로, 이곳을 취재해볼 필요가 있었다. 서울에서 이 박물관 앨리스 그린월드(Alice Greenwald) 관장(Director)과의 인터뷰 섭외가 이뤄졌다. 기자는 약속된 날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에 위치한 이 박물관을 찾았다.

파란 하늘엔 태양이 작열했고 기온은 30도를 넘었다. 이 박물관과 그 옆 추모공원은 인파로 붐볐다. 뉴욕을 찾는 사람들에게 새 명소가 된 듯하다. 이 박물관과 공원은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바로 그 자리인 일명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에 있다. 두 초고층 빌딩이 서 있던 사각형의 두 지점은 물이 지표면 아래로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검고 우아한 인공연못으로 바뀌었다.



이 거대한 두 연못의 테두리엔 두 빌딩에서 숨진 희생자 전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알파벳 순이 아니라 가족, 친구, 직장 동료로서 서로 가깝게 지낸 순서로 배열돼 있다. 대신 희생자의 지인이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제공된다. 행정편의주의를 넘어 숨진 사람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 옆으로 세계무역센터를 대체하는 미국 내 최고층 빌딩인 원 월드트레이드센터(프리덤타워)가 서 있다. 수평의 풀(pool·물을 가둬놓은 공간)과 수직의 초고층 빌딩, 녹색의 나무들과 주변 월가의 고풍스러운 마천루가 조화를 이룬다.

박물관 앞엔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의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 들어가려면 두어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할 듯싶었다. 이 박물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반영하는 장면이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미국 언론은 “관람객은 추모의 감정을 경험하기에 앞서 땡볕에서 힘든 시련부터 체험하게 된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 박물관의 홍보 책임자인 앤터니 가이도(Anthony Guido) 씨는 박물관 밖에서 기자를 맞이했다. 기자출입증을 주며 안으로 안내했다. 가이도 씨의 설명을 들으며 박물관 곳곳을 둘러봤다. 9·11테러 사실을 대서특필한 당시 세계 주요 신문들의 1면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전시실도 있었다. 가이도 씨는 “한국 신문으로는 ‘동아일보’ 1면만 유일하게 소개했다”고 말했다.

“박물관 자리 자체가 진품”

그린월드 관장과는 50분 정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물관 근무 경력이 30년 이상이라는 그린월드 관장은 9·11 추모박물관 건립 계획 단계이던 2006년부터 이 박물관 관장 직을 맡았다. 전시물 수집, 디스플레이, 관람 프로그램 개발, 행정, 희생자 유가족과의 협의 등 거의 모든 업무를 주도해왔다고 한다. 그녀는 “박물관들이 그렇듯, 이 박물관은 진실에 관한 어떤 것이다. 이 박물관이 자리한 곳 자체가 진품(테러사건 현장)”이라고 말했다.

▼ 사람들은 이 박물관에 대해 “매우 오랫동안 기다려온 박물관”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어떤 사건을 기억하려 할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박물관이나 기념관을 짓는 것이죠. 그러나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립니다. 저는 워싱턴DC에 있는 미국 홀로코스트 박물관(독일에 의한 유대인 집단학살 희생자를 추모하는 박물관)에서 부관장으로 일한 적이 있어요. 그 박물관은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건립을 승인한 지 14년이 지난 1993년에야 문을 열었죠. 박물관 설립자들은 유대인 학살을 반세기에 걸쳐 다룬 수많은 역사서와 자료를 참고해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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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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