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호

살아남는 정규직 10%뿐 ‘차등임금’은 이미 현실

최경환 경제팀 ‘정규직 과보호론’의 맹점

  • 김성희 |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

    입력2014-12-19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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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1월 25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규직에 대한 과잉보호로 기업이 겁이 나서 신규채용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부가 임금피크제 등을 통해 기업의 정규직 채용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노동시장 개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정규직의 기득권을 줄여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게 과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살아남는 정규직 10%뿐 ‘차등임금’은 이미 현실

    지난 11월 25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책세미나에서 정규직 과보호와 관련된 의견을 밝히고 있다.

    경기 침체의 끝이 안 보인다. 더 심각한 장기 불황이 곧 닥칠 것이라는 불안감도 맴돈다. 어떤 방법으로 어둡고 긴 터널을 헤쳐 나갈 것인지 중지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이 와중에 터져 나온 최경환 경제팀의 정규직 과보호론은 철 지난 유행가를 다시 듣는 듯 시대를 거스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전 세계를 강타한 ‘노동시장 유연화론’과 같은 맥락이다. 공신력 있는 세계 경제기구 중 이제 더 이상 일면적인 유연화를 주장하는 곳은 없다.

    최경환 경제팀은 출범 직후인 8월부터 이런 문제인식을 가지고 새로운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임금 상승 둔화로 인한 가계소득 부진이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는 일본형 장기 불황 악순환 구조에 주목하면서, 비정규직의 과잉과 차별을 그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한 것. 그런데 석 달 후에는 돌연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으로 정규직 과보호론을 들고 나왔다. 정규직 해고가 어려워서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며, 임금도 낮고 해고도 용이한 비정규직을 많이 쓴다는 것이다.

    정규직 고용보호를 완화해서 비정규직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 방법이 무엇인지 답하지 못한다면, 하향평준화만 초래할 뿐이라는 비판을 비켜갈 수 없다. 더구나 법인세 인하 등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을 시행해도 우리 대기업들은 투자는 않고 사내유보금만 쌓아왔고, 외주 하청을 통한 인건비 절감에만 주력해 간접 고용을 확산하며 열악한 비정규직을 양산해왔다. 우리나라는 기업 평균 재직연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짧은 편에 속하고 정규직도 중도 퇴직이 일상화해 있다. ‘과보호’되고 있다는 정규직은 전체 노동인구의 10% 정도다. 그나마 살아남은 자들이다.

    이들을 두들긴다고 해서 노동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비정규직의 처우가 나아질 방법은 없다. 더구나 정규직의 보호 약화가 비정규직의 보호 강화로 이어지는 정책 메커니즘은 직접 작동되지 않는다. 둘을 이어주는 고리는 기업이며, 기업의 인력관리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이 매개변수다. 기업의 처분에만 내맡겨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입증했는데, 정부는 한가하고 철 지난 얘기를 뭔가 획기적이고 새로운 얘기처럼 하고 있다. 불황 탈출의 방향을 두고 우리 앞에는 두 개의 선택지가 놓여 있다.

    첫째,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면서 고용 조정을 쉽게 하는 ‘노동 유연화’ 추진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약 10년간 미국과 영국 등 자유시장 정책을 편 국가의 노동시장 성적표는 유럽 대륙의 선진국들보다 나았다. 이들의 경험을 모델로 삼는 것이다.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가 구제금융 조건으로 우리에게 제시한 방안이자, 당시 OECD의 실업 해결 처방책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경험을 살펴보면 유연한 노동규제 체계가 노동시장의 활성화를 가져온다는 이 주장은 잘못됐다. 지금 노동시장 분단구조로 인한 폐해가 이들 나라에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둘째, 내수 촉진을 통한 경기 활성화에 주목하면서 임금소득 향상을 추구하는 ‘노동시장 안정성’에 주목하는 해법이다. 2008~2009년 미국의 금융위기로 촉발된 전 세계적 불황 시기에 미국, 일본, 중국, 유럽 국가들은 급속한 소득 향상을 통한 경기 촉진책을 편 바 있다. ‘성장을 통한 분배’라는 낙수효과만 강조하던 성장 중심 신자유주의정책에서 ‘분배를 통한 성장’ 또는 소득 주도 성장모델을 반영하는 ‘신자유주의 수정보완정책’의 흐름이다.

    신자유주의 수정보완정책이라 함은 금융화, 개방화, 규제 완화, 재정 긴축과 민영화, 노동 유연화 중심의 시장만능주의 경제정책에 바탕을 둔 신자유주의 정책이 2008~2009년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닥친 경기 침체로 확장적 재정정책, 내수 진작과 ‘분배를 통한 성장’의 요소를 보완하면서 이뤄진 변화를 의미한다.

    정규직 약화가 비정규직 강화?

    미국의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7000억 달러의 공적자금 투입과 금융규제 강화, 그리고 뒤이은 재정 지출 확대 시도, 유럽연합(EU) 차원의 구제금융과 긴축재정 패키지와 이로 인한 사회적 저항, 4조 위안에 달하는 중국의 재정 지출 확대와 내수 진작과 빈곤 감소 프로그램, 일본 아베 정부의 공세적 양적완화와 엔화 평가절하 및 대기업 중심 임금인상을 통한 내수 진작책 등이 그 사례다.

    이런 흐름 속에 EU는 유연성과 안정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고용전략을 펴고 있다. OECD 등 공신력 있는 경제기구도 유연성 만능의 신화를 더 이상 추구하지 않고 EU와 같은 정책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신봉하던 국가들에서도 최근 정책 변화가 뚜렷하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과 공적 건강보험 강화 정책으로 저소득자의 안정성을 강화하고자 하며, 구태를 못 벗어나긴 했으나 일본은 아베노믹스 내수촉진책에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 규제 완화가 아니라, 임금소득 향상을 통한 성장방식에 주목하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 열풍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의 정규직 과보호론은 출범 초기에 지지한 소득주도 성장모델에서 벗어나 세계적 흐름에 반하는, 유연화 지상주의라는 반대 방향으로 뒷걸음질친 것이다.

    한국은 정규직 보호 취약國

    최경환 부총리는 정규직 과보호론의 근거로 해고가 어렵다는 고용 측면과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임금 측면의 경직성을 제시했는데,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하지 않아 정책방향이 왜곡될 우려가 크다.

    먼저 고용 측면의 과보호 여부를 살펴보자. OECD는 1998년 이후 5년 단위로 회원국들의 고용보호법 경직성(반대로 유연성) 지수를 발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한국은 정규직의 과보호가 아니라 보호규제가 취약한 편에 속한다. 2013년 기준으로 개별적 해고 보호지수는 34개국 중 22위이고, 집단적 해고지수는 30위였다.

    우리는 정리해고의 4가지 요건(경영상의 긴박한 사유, 최후의 수단으로써 정리해고 방식을 사용하기 위한 해고 회피 노력,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 등과 성실한 협의, 정리해고 사유 소멸 시 재고용 노력)을 가지고 있어 그나마 보호체계가 있는 것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실상 그 요건이 명확하지 않고 엄밀하게 지켜지지 않는다. 정리해고 절차에 대한 최소 요건만 지키면 되기 때문에, 경영자의 판단만으로 언제든 “당신 해고야”라고 선언할 수 있는 미국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쌍용차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서도 드러난다. 경영상의 위험을 예상하고 단행된 정리해고도 폭넓게 인정하며, 쌍용차의 경영이 정상화했음에도 정리해고자에 대한 재고용 조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근로자 근속연수는 OECD 25개 국가 중 최하위다. OECD 25개국 평균이 10년인 데 비해 절반인 5.1년에 그치는 것. 또한 10년 이상 장기근속자 비율도 OECD 평균(36.4%)의 절반인 18.1%로 꼴찌다. 40~50대면 정년이라는 ‘사오정’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 지 오래인데, 경제부처 정책 입안자들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인지 의아하다. 정년까지 보장받는 정규직이 있지만 그 비중은직원 수 1000인 이상 기업과 공공부문에 속한 종사자 약 5%, 300인 이상으로 확장해도 10%에 불과하며 이마저 전부에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임금 측면의 경직성도 살펴보자. 정년까지 계속 임금이 상승하는 연공급(호봉제)을 문제 삼는데,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는 더 이상 호봉제만으로 구성돼 있지 않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79.7%가 호봉제를 도입해 비중이 가장 높지만, 동시에 성과배분제 75.5%, 연봉제 46.8%를 도입하는 등 능력과 직무에 따라 임금 차등을 설정하는 임금체계도 동시에 시행하고 있다. 근속에 따라 정년까지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차등임금이 이미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불안정한 임금구조

    일부 대기업 생산직의 높은 임금 수준을 문제 삼는데, 안정적인 임금인 기본급과 통상수당은 합쳐도 40%에 불과하며 회사 실적에 따라 변동하는 집단성과급이 20%, 경기에 따라 변동할 수 있는 임금인 시간외수당이 10~20%를 차지한다. 월급제를 한다지만 사실상 시급제로 운영되어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고 회사 실적에 따라 임금 변동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수준은 이런 변동적인 임금구성에 상당 부분 기초하고 있어 불안정한 구조라는 한계를 지닌다.

    더구나 최고 수준의 대기업 생산직도 기본급은 최저임금보다 20~30% 높은 수준에 설정돼 있다. 잔업, 특근을 하지 않고 상여금이 없으면 월 130만~180만 원 수준에 머무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높은 변동급이 특징인데, 임금체계가 경직적이라는 진단을 계속하는 건 현실과 맞지 않다.

    일부 대기업 생산직의 임금 수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적어도 임금체계가 경직적이라서 정규직이 과보호된다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사무직의 경우에는 연봉제, 성과급제 등이 광범위하게 도입돼 개인 간 임금 차등폭은 상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커지고 결국 중도 퇴직의 강제 수단 또는 압력 수단으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임금 측면에서도 우리나라 정규직은 결코 과보호된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경력 초반에는 연봉제, 후반에는 성과급제, 말기에는 임금피크제로 임금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노동자 전반적 생활의 불안정성을 대가로 얻는 것인데, 과연 그 이득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경기는 침체돼 소득의 증가는 갈수록 어려운데, 생활비는 나이가 들수록, 해가 갈수록 오른다.

    베이비붐 세대의 중도퇴직은 매우 심각하고,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은 OECD 평균의 3배에 달한다. 퇴직한 50대는 영세 자영업 시장으로 내몰리거나 실업과 빈곤의 나락에 직면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실태의 심각성을 외면한 채 한 줌도 안 되는 정규직의 안정성을 깨뜨리려는 정책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정규직 과보호론은 대중의 빈곤을 희생양으로 기업 살리기에 전념하는 불황 탈출 전략일 뿐이다. 방향도 잘못됐지만, 이제까지 정책 실패를 반복한 타성에 기댄 정책으로 현실성도 없다.

    외국 사례 견강부회

    정부는 최근 정책 사안마다 외국 사례를 필요한 것만 떼다 붙이는 나쁜 습관이 든 것 같다. 공무원연금 개편에서도 독일식, 오스트리아식 제도의 근간은 보지 않은 채 일부 조항만 갖다 붙이더니, 이번 사안에서도 독일의 어젠다2000이나 네덜란드의 유연안정성 모델, 스페인의 정규직 고용보호 완화 제도를 맥락 없이 언급한다. 토양이 다른데 멋진 나무를 수입해 심는다고 잘 자라는 게 아니다.

    이 모든 사례가 고용 유연화를 추구했다고 치자.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중은 9.3%(2012년 기준)로 OECD 평균(21.8%)의 절반에 못 미친다. 유연화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불안정성을 보장할 사회적 기반이 절반에 못 미치는데, 해법을 똑같이 하면 그 불안정성의 대가는 누가 치를 것인가. 이런 생활 불안정은 높은 자살률과 함께 사회의 행복지수가 최악으로 치닫는 불행사회와 양극화사회라는 엄청난 사회적 대가를 초래한다. 기업의 비용절감 전략을 지원하는 처방 치곤 대가는 무척 광범위한 사회적 비용이 드는 해악이다.

    살아남는 정규직 10%뿐 ‘차등임금’은 이미 현실

    2014년 10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50대 경비원이 분신 자살해 충격을 던졌다.

    독일이 어젠다2000에서 고용과 복지의 유연화 조처를 취한 것은 맞다. 천문학적인 통일비용과 사회적 분단현상으로 인해 독일 사회의 활력이 저하하는 시점에서 진보정당인 사민당이 내세운 보수적 처방이었다.

    그렇다고 독일의 안정적인 교섭체계, 고용체계, 복지제도의 근간을 다 바꾼 것은 아니다. 안정적인 사회 기반 하에서 부분적으로 보정했다. 우리는 독보적으로 높은 비정규직 비율과 극심한 차별의 구조 아래 있다. 절반에 달하는 노동자가 절반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유연성을 도입했을 때 어느 방향으로 작용할지 확신이 없이 함부로 채택할 방안이 아니다. 더구나 독일의 경우 2000년대 중반 정책방향을 선회해 비정규직의 차별을 줄이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조처도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 모두를 같이 살펴야 한다.

    네덜란드의 경우 파트타임 노동자 비중이 37.8%로 유럽 평균의 2배가 넘지만 시간비례보호의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져 고용의 유연성과 생활의 안정성이 조화를 이루는 고용체제로 거론돼야 맞다.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통해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박근혜 정부 고용정책 방향의 모델이기도 하다. 그러나 양성 분리형 노동시장 모델이라는 한계가 있으며, 나날이 악화되는 경제여건 속에서 전일제로의 전환은 제한된 채 저임금의 덫으로 작용하는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고용복지체계에서 유연성은 강화되고 안정성은 떨어지는데, 노동자들은 점점 더 그 반대를 원하기 때문에 생기는 긴장과 갈등이 증대됐다.

    더구나 우리가 지향한다고 이 체계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경우 정규직과 동일한 시간을 일하면서 임금은 절반 이하로 받으며 고용 조정이 가능한 노동자가 비정규직의 대다수를 이룬다. 그래서 아무리 정부가 장려해도 기업들은 굳이 시간제 노동자를 고용할 필요를 못 느낀다. 장시간 연장노동이 일상화한 노동 풍토에선 더욱 타당성이 없다. 그래도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려 한다면 그 효과는 더 열악한 하층 비정규직을 늘려 비정규직 문제의 구조적 악화를 가져올 공산이 크다. 악성 차별 구조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기업 신상필벌로 고용 늘려야

    스페인은 정규직 보호기제가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 나라다. 우리와 비슷하게 임시계약직이 비정규직의 대다수를 차지하며, 비정규직 비율도 우리처럼 높다. 그런데 고려해야 할 것은 스페인의 주력 산업이 관광산업 등 서비스업으로 특수하다는 점이다.

    하여튼 스페인도 1990년대 두 차례에 걸쳐 정규직의 고용보호를 완화하는 정책을 펴서 새로운 정규직을 만들어냈다. 정규직의 해고수당을 1년 근무당 45일치로 낮추는 새로운 정규직을 만든 것으로, 우리의 퇴직금보다 높은 기준이다. 재차 완화해 33일치로 낮췄다. 고용보호 완화라는 게 그리 강력한 것은 아니다. 이 조처로 스페인의 실업률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었다는데, 정책효과는 단기적으로 살필 일이 아니다.

    2000년대 들어와 임시계약직이 급증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2006년에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 방향으로 일대 선회했다. 스페인의 사례를 따르려면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이르는 전반적인 정책방향을 모두 고려해야 맞다. 우리의 경우, 비정규직의 규모와 차별이 너무 크고 간접고용이나 시간제로 더 열악한 층이 두터워지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밑의 층을 북돋우는 정책 처방이 더 타당하리라 본다.

    정규직 과보호론은 해묵은 처방과 왜곡된 인용에 기초해 불황 탈출과 생활 안정화에 역행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곳곳에서 비명이 들리는데 한가하고 무용한 기업의존 성장담론만 되뇐다. 일부를 희생양으로 겨냥하는 대중선전술이지 현실 진단을 기반으로 숙고한 경제정책 처방은 아니다. 위를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밑을 끌어올리는 처방이 시대 흐름이자,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답이다.

    이제 고용 창출은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업에 의존해서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수준에 턱없이 모자랄 뿐이다. 그마저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갇힌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악성 고용구조로 귀결될 뿐이다. 안정성에 기초해 활력을 북돋우는 고용체제는 사회시스템으로 만들어내는 것이고 정부 정책은 이를 정확히 겨냥해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기업에 지원금만 주는 고용 창출 정책을 답습해서는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한다. 지원금을 주는 유인책만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는 견인책을 겸비해야 한다. 최경환 경제팀도 초기에는 그 단서를 보여준 바 있다.

    기업에 고용책임지수를 적용하고, 고용 불안정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키우는 기업에는 고용불안정 유발세를 부과하는 반면 잘하는 기업에는 지원금을 주는 신상필벌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의무고용제, 청년과 영세 자영인, 중장년 실업자를 포괄하는 실업보험 확대와 실업부조제 도입,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 창출과 정규직 전환 정책 결합 등은 이런 정책 구현방법에 입각할 때 고용구조 개혁이라는 새로운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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