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뮤지컬 스타 최정원은 후배 아이비를 이렇게 평가했다. ‘유혹의 소나타’ ‘A-Ha’ ‘바본가봐’ 등으로 2000년대 후반 가요계 대표 ‘섹시퀸’으로 꼽힌 아이비(박은혜). 그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뒤로하고 2010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다. 4년간 뮤지컬 ‘시카고’ ‘키스 미 케이트’ ‘고스트’ 등 대작 무대에 서온 그는 최근 ‘시카고’의 록시 하트 역을 ‘원 캐스팅’으로 맡았다. 록시 하트는 남편을 죽인 죄로 감옥에 들어갔지만, 오히려 대중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석방되는 젊은 여인.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영리한 여자예요. 이 역으로 2012년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신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정말 애착이 있죠.”
극 중 농도 짙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배역이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검고 짧은 레이스 스커트를 입었다. 검은 옷 위로, 유난히 빨간 손톱과 입술이 반짝였다. 사진 촬영이 끝나자마자 그는 크고 긴 검정 패딩을 걸쳤다. “갑자기 날씨가 너무 추워졌다. 목 관리를 해야 하는데 걱정”이라며 연신 코를 훌쩍이는 모습은 ‘반전’이었다.
가수, 연기자 출신 뮤지컬 배우가 드물지 않지만, ‘물’을 바꾸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 터. 그는 “가수는 무대에서 혼자 멋있으면 되지만, 뮤지컬은 그렇게 하면 ‘가식’이라고 욕먹는다. 손짓, 발걸음 하나에도 다 번호가 매겨져 있기에 짜인 틀 안에서 진심을 다해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뮤지컬이 내 성격에 딱 맞다”고 했다. 집중해서 연습하고 반복해서 무대에 오르고 매번 관객과 호흡하는 쾌감이 크다는 것.
그는 ‘시카고’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마지막 장면을 꼽았다. 노력 끝에 석방된 록시 하트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홀로 남겨진 그는 “갔어, 다 가버렸어”라며 허탈해하다 이내 화려한 옷을 입고 유쾌하게 춤을 추며 무대에 오른다.
“그 모습이 나랑 똑같아요. 나도 늘 죽을 것처럼 힘든 상황에서 희망을 찾거든요.”
뮤지컬 ‘시카고’는 2014년 12월 5일부터 두 달간 대구, 제주, 여수, 이천, 진주 등지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