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호

박근혜 정부 ‘파워 학맥’ 위스콘신大

경제학 석·박사 당·정·청 장악
관계·재계·학계 광폭 네트워크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입력2014-12-23 1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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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27위’ 명문…엘리트 공무원 국비유학 최적지
    • ‘위스콘신 3인방’ 이끌어준 유승민 의원
    • ‘이글하이츠’에서 맺은 인연…가족끼리도 끈끈
    • 동문 1200여 명 각계 포진
    박근혜 정부 ‘파워 학맥’ 위스콘신大
    이명박 정부 초기에 ‘고소영 내각’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인사들이 내각을 채웠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에선 ‘성시경’ 내각이란 말이 나왔다. 성균관대, 고시, 경기고 출신이 요직을 장악한 데서 나온 조어(造語)다.

    이제 이 말은 수정돼야 할 듯하다. 지난 2년간 최고의 파워그룹은 미국 위스콘신대 대학원 출신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분야의 경우 이곳에서 공부한 인재들이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을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스콘신 경제학 박사 3인방

    먼저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최경환(60) 경제부총리가 위스콘신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최 부총리는 위스콘신대 한국총동창회 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안종범(56) 청와대 경제수석, 새누리당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강석훈(51) 정책위 부의장도 최 부총리와 함께 1991년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정·청의 경제 핵심 포스트를 위스콘신대 대학원 출신 경제학자들이 장악한 셈이다.

    이들 ‘위스콘신대 대학원 3인방’은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이른바 친박계 핵심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공약이 이들에 의해 완성됐고, 나란히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활동하며 국정과제 밑그림을 그렸다. 따라서 현 정부 출범 이후 이들이 핵심 국정 기조인 ‘경제회생’을 주도할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뿐만 아니라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 장병완(63) 의원도 위스콘신대 대학원 공공정책학 석사 출신이다. 유학 시기도 ‘3인방’과 겹쳐 당시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박근혜 정부 경제팀엔 이전부터 위스콘신대 출신이 많았다. 1기 내각에서 유임된 윤상직(59)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위스콘신대에서 1998년 법학 석사, 2007년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방하남(58)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 대학원 사회학 박사다. 방 전 장관은 안종범 수석, 강석훈 의원과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녔으며, 2009년 이들과 함께 공동 논문을 냈을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안 수석과 강 의원이 방 전 장관을 강력 추천했고, 지난 11월 개각 때 교체가 유력하던 윤 장관이 유임된 것도 최 부총리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돈 이유다.

    이들 외에도 정연만(56) 환경부 차관, 김영민(58) 특허청장, 박태호(63) 외교부 경제통상대사, 최종구(58)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위원장, 백운찬(59) 전 관세청장, 김재홍(57) 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정현옥(58) 전 고용부 차관, 이원식(57)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등이 위스콘신대에서 석사나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근혜 정부 ‘파워 학맥’ 위스콘신大


    박근혜 정부 ‘파워 학맥’ 위스콘신大
    박근혜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허태열(70) 전 의원도 1980년 위스콘신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받았고, 임병규(59) 국회사무처 입법차장도 이 대학에서 행정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길철(58) 전 주네덜란드 대사, 임종훈(62)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 이명박 정부 시절 경제정책을 주도한 윤증현(69)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윤호(67) 전 지식경제부 장관도 위스콘신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정치인 중에선 ‘원조 친박’ 유승민(57) 의원을 빼놓을 수 없다. 유 의원은 ‘위스콘신대 3인방’과 같은 시기에 유학생활을 했다. 새누리당 이만우(65), 박대동(64) 의원, 조전혁(55) 전 의원과 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전 의원도 위스콘신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새누리당 정문헌(49) 의원과 김상범(58) 전 서울시행정부시장은 ‘위스콘신 3인방’과 같은 시기에 학부에서 유학 생활을 해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스콘신대 학맥은 당·정·청뿐 아니라 재계와 관계, 학계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재계 인사 중에는 허동수(72) GS칼텍스 이사회 의장, 정도원(68) 삼표 대표이사, 이병훈(53) 유니베라 대표, 박종웅(56) 삼일기업공사 사장 등이 눈에 띈다. 윤영선(59) 삼정KPMG 부회장과 김주형(60) LG경영개발원 원장(사장), 한국재정학회 회장을 지낸 손원익(56)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상근(59)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는 경제학 박사학위를 ‘3인방’과 함께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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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넓은 인맥

    정기영(61) 삼성경제연구소 대표이사 사장, 정홍균(55) 교원그룹 사장, 최병훈(62) 삼성정밀화학 감사도 ‘3인방’과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다녔다. 남궁훈(68) 전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박인성(53) 삼성화재해상보험 자산운용본부 상무, 최기혁 SDN 대표, 김진중 태원전기부설연구소장도 동문이다.

    학계에서는 조동철(54)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 이명진(57)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글로벌정책본부장이 3인방과 같은 시기에 경제학 석·박사 과정 선후배로 만났다. 김용민(62) 포스텍 총장, 김무환(57)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 한국언론학회 회장인 심재철(59) 고려대 전 언론대학원장, 김동원(55) 고려대 경영대학장, 이두희 고려대 전 경영대학장, 이병윤(51) 금융연구원 부원장, 박태학(60) 신라대 총장,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을 지낸 성태제(61) 이화여대 교수도 이 대학 출신이다.

    이진순(65) 전 KDI 원장, 강정구(70) 전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이근(52)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강준만(59) 전북대 교수 등 야권 성향 인사들도 유승민 의원, 최경환 부총리 등과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니며 교류했다.

    군 출신 동문으로는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육사 28기)이 있다. 세계 최고의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홍원서) 미국 버지니아대 기계공학과 교수도 빼놓을 수 없는 위스콘신대 출신이다.

    위스콘신대학(University of Wisconsin)은 1848년 설립된 미국 주립대학으로 13개 캠퍼스를 갖고 있다. 전교생 16만 명, 교직원 3만2000명으로 미국에서도 규모가 큰 대학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대학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매디슨 캠퍼스가 본교 격이며, 밀워키 캠퍼스도 MBA 과정이 유명하다.

    한국인이 주로 유학을 가는 매디슨 캠퍼스는 인구 40만 명의 작은 교육도시 매디슨에 위치해 있다. 학교 주위에 크고 작은 5개 호수와 200여 개 공원이 있어 미국에서도 아름다운 캠퍼스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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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관료 재교육기관?

    위스콘신대는 2014년 10월 미국 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가 발표한 세계 500대 대학 랭킹에서 27위를 차지했다. 미국 내에서는 10위권 안에 드는 명문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 S·P가 선정한 미국 500대 회사 최고경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이기도 하다. 노벨상 수상자도 21명이나 배출했다.

    한 유학 전문가에 따르면 이 학교의 공학, 농학 등 기초과학 분야와 인문학 분야는 아이비리그와 견줄 정도로 명성이 높다고 한다. 특히 통계학, 교육학, 행정학은 미국에서 톱5로 손꼽히며 정치학, 심리학, 경제학 등 사회과학도 10위권 이내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것. 경영학도 20위권 수준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위스콘신대 출신들을 분석하던 중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석·박사 공부를 하러 간 유학생도 많지만, 행정고시 출신의 엘리트 공무원도 많다는 점이다. 특히 공공정책학, 행정학 석사가 많다. 법조계 출신과 군 장교 출신도 눈에 많이 띈다.

    위스콘신대가 전통의 명문학교라고 하지만, 이들이 주로 유학을 가던 1980~90년대만 해도 한국인에게 하버드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보다 유명한 학교는 아니었다. 그런데 유독 이 학교에 엘리트 공무원들이 몰린 이유는 뭘까. 행시 출신으로 1991년 위스콘신대에서 행정학 석사를 취득한 김춘석(65) 전 경기 여주시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강경식 전 부총리가 1980년대 초 재무부 장관 시절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기금을 끌어와 해마다 공무원 5~10명을 해외로 유학 보내기 시작했다. 문동후 평창올림픽조직위 사무총장이 초기 수혜자인데, 그가 위스콘신대에 들어가면서 길을 열었다.

    당시 위스콘신대가 공공정책학, 개발경제학을 개설하는 등 개발도상국 공무원을 위한 프로그램을 잘 갖췄다. 우리 정부와 교류 프로그램도 잘 운영했다. 결과적으로 위스콘신대가 한국 관료 재교육기관 구실을 한 것이다. 거기서 배운 미국식 경제가 이후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주도해왔다고 할 수 있다.”

    위스콘신대 출신의 한 공직자는 “관료들 중에 위스콘신대 출신이 많은 게 사실이다. 최근 ‘위스콘신대 출신이 국정을 주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대학 출신이어서 발탁되는 게 아니라 발탁하고 보니 그 사람도 이 대학 출신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위스콘신대로 국비유학을 다녀온 국·실장급 공직자가 많다는 이야기로, 사정이 그렇다면 앞으로도 ‘위스콘신대 전성시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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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렴한 학비, 기혼자 기숙사

    그렇다고 당시 우리 정부가 위스콘신대와만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1981년부터 89년까지 위스콘신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은 최재후(62)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자문위원은 공무원들이 위스콘신대를 유독 선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주립대여서 아이비리그 등 다른 명문 사립대보다 학비가 싸다. 작은 도시에 있어 조용히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에다, 대도시에 있는 대학보다 생활비도 적게 든다. 행정고시 출신 엘리트들이라 해도 공부를 놓은 지 오래된 사람들 아닌가. 갑자기 젊은 학생들과 경쟁하면서 타이트하게 공부하기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위스콘신대 대학원은 수준이 높으면서도 조금은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게다가 주위에 골프장도 많으니 얼마나 좋았겠나. 솔직히 그 이유도 컸을 것이다(웃음).

    무엇보다 결정적인 요인은 기숙사다. 공무원들은 대부분 결혼하고 자녀까지 둔 연배라 가족과 함께 유학을 가야 했다. 당시 한국 유학생이 600명 정도 됐는데 결혼해서 온 경우가 상당수였다. 다른 학교는 가족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기숙사가 따로 없는 데 반해 위스콘신대 대학원엔 이글 하이츠(Eagle Heights)라는 기혼자 기숙사가 있었다. 비용도 저렴했다.”

    기혼 유학생들은 같은 캠퍼스, 같은 교실에서 하루 종일 강의를 듣고, 기숙사로 오는 버스도 같이 타고 오고, 기숙사에서 이웃해 살다보니 자연히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이글하이츠 모임을 만들어 끈끈한 인연을 이어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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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후반에 유학생활을 한 인사는 “매디슨은 겨울이 길다. 주위에 별다른 놀거리도 없어 기숙사 사람들끼리 어울릴 수밖에 없다. 포커를 치며 놀기도 하지만 토론도 많이 했다. 여름에는 여러 가족이 함께 놀러가곤 했다. 한인교회까지 있어 유학생끼리는 물론 가족끼리도 친해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고 기억했다. 그는 “이글하이츠에서 생활한 사람들은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아내들이 나서서 가족 모임을 이어가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1980년대 초만 해도 공무원 유학 연수가 갓 시작된 무렵이라 공무원 유학생이 많지 않았다. 더구나 학부를 마치고 바로 유학 온 젊은 학생들에게 공무원은 독재정권의 하수인이란 편견이 강해 서로 어울리지 않았다. 그때 젊은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간 공무원이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과 정동수 전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 원장 등이었다. 젊은 유학생과 공무원이 만나다보니 자연스럽게 논쟁이 벌어지곤 했다. 특히 사회학과와 경제학과에 정부에 비판적인 학생이 많았다. 다음은 당시 유학생의 기억이다.

    “1985년경 정동수, 정재룡(전 통계청장), 윤증현 등 공무원 유학파와 강정구, 김주형, 유승민 등 젊은 유학생들이 함께 저녁을 먹으며 토론을 하다 논쟁이 불붙었다. 정부의 역할과 앞으로 방향에 대해 새벽까지 설전을 벌였는데, 결국 공무원들이 이겼다. 그 뒤로 한동안 젊은 친구들이 꼼짝 못했다.”

    너무 달랐던 유승민과 이진순

    ‘위스콘신대 파워’의 핵심은 아무래도 경제학 석·박사 출신들이다. 위스콘신대는 보수적인 지역인 중부에 있지만 개방적이고 자유주의적인 학풍이 강하다. 1970년대 반전운동을 선도한 곳이기도 하다. 경제학도 그런 영향을 받아서인지 정부의 개입보다는 시장의 자율을 강조하는 신고전학파 학풍이 강하다고 알려졌다.

    같은 학교 같은 학과를 나왔다고 성향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유승민 의원과 이진순 전 KDI 원장이 그런 경우다. 이 전 원장은 유학 시절부터 정부가 세금을 늘려 복지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고, 유 의원은 자유경제를 지향했다. 이런 차이 때문인지 두 사람은 유학 시절에 그리 친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최재후 자문위원은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에 두 사람을 우리 집에 초대한 적이 있는데, 둘은 밥을 먹으면서도 논쟁을 벌였다. 그때 유승민은 여당 편이었고, 이진순은 야당인 DJ 편이었다. 당시 유승민은 KDI에서 잘나갔다. 그런데 DJ가 집권하면서 이진순이 KDI 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러자 유승민이 그 밑에 있기 싫다며 사표 쓰고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최 위원은 이진순을 어렵게 공부한 후배로 기억했다.

    “이진순의 아내가 김치도 담가 팔고 파트타임으로 일해서 학비를 보탰다. 내 집사람이 그 집 아이들을 돌봐주기도 했다. 다른 유학생들은 여름이면 가족 동반 여행을 가곤 했는데 이진순은 한 번도 가지 못했다.”

    그에 비해 유승민 의원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후배들도 잘 챙겼다. 최경환 부총리, 안종범 수석, 강석훈 의원이 바로 아래 후배였다(최 부총리는 유 의원보다 3살 많지만 위스콘신대에선 후배였다). 유학생 후배들은 시험문제 ‘족보’ 등 공부하는 노하우를 잘 물려받아야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어 선배를 따르게 된다. 더구나 최 부총리, 안 수석과는 같은 경북 출신이고, 강 의원과는 서울대 경제학과 선후배다. 유 의원을 위스콘신대 경제학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유다. 유 의원이 ‘3인방’을 ‘친박’으로 이끌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안 수석은 유학 시절 ‘사람 좋다’는 평을 들었다. 안 수석은 강 의원이 5살이나 어리지만 ‘가장 친한 친구’로 꼽을 정도로 가깝다. 강 의원은 혼자 유학을 왔기 때문에 이글하이츠에서 살지는 않았다. 그와 함께 유학한 인사는 “말이 좀 많은 친구였다. 사소한 것도 아주 장황하게 ‘썰’을 풀곤 했다. 사람은 착했다. 그래서 정치를 한다고 했을 때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위스콘신 경제학파를 이야기할 때 이윤호 전 장관도 빼놓을 수 없다. 리더십이 강하고 운동도 잘해서 인기가 많았으며 어려운 친구들을 잘 챙겨줬다고 한다. 김진표 전 부총리도 리더십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증현 전 장관은 잡기(雜技)에 능해 포커를 치면 판돈을 쓸어간 것으로 유명하다.

    “윤증현은 공사(公私) 구분이 확실한 친구였다. 같이 유학을 할 땐 친했지만 서울에 돌아와서 연락을 했는데, 내가 기업에 있다고 하니까 딱 거리를 두더라. 그만큼 맺고 끊는 게 분명한 친구였다.” (위스콘신대 대학원 경제학 동문)

    정치적 목적 교류엔 부담

    위스콘신대 출신들의 구심점은 1987년 결성된 위스콘신대 한국 총동문회다. 현재 등록된 동문은 120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1월 대규모 신년회를 연다는 게 미리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원진에 최경환 부총리, 강석훈 의원, 윤증현 전 장관은 물론 김진표 전 부총리, 장병완 의원 등 야당 정치인과 재계·학계 인사가 두루 포진해 강한 결속력을 실감케 한다. 총동문회는 매년 동문회상을 수여하고 골프대회와 야유회를 여는가 하면 모교 방문 행사도 기획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한다.

    동문회가 처음부터 잘나간 것은 아니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교수 중심으로 모였다고 한다. 그러다 허동수 GS칼텍스 이사회 의장을 총동창회장으로 추대하면서 재계 인사들이 동문회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윤증현 전 장관을 비롯해 공무원 출신 정치인들이 총동창회장을 이어받으면서 회원 숫자가 늘었다. 한 회원은 “임원들이 적극적으로 연락을 해서 많이 모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목적을 갖고 참여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 동문회 가는 게 좀 부담스럽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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