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B 만점자 4%, 영어 1등급 커트라인 98점….
- 유난히 쉬운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물수능’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변별력 없는 수능 때문에 원하는 대학을 못 가 재수를 결심하는 학생이 늘어날 전망이다. 재수를 하면 전년보다 좋은 수능 성적을 얻을 확률이 높지만, 모든 재수생에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재수생이라고 해서 학생부 중심의 수시 전형을 포기할 수도 없다. 상위권 대학을 노린다면 논술에서도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성년이 된 첫해를 꼬박 학원과 독서실에서 보내야 하는 안타까운 청춘들을 위해 수능과 수시, 논술 전형을 공략하는 ‘성공 가이드’를 마련했다.
국어는 기출, 수학은 정의 , 영어는 빈칸 추론
● 학원은 강의 수준 못지않게 동료·학업 분위기 중요
● 탐구과목 막판 몰아치기는 금물
● 반수(半修) 성공 확률 20%… 하려면 1학기부터
임성호 |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 |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2014년 3월 9일 발표한 ‘2013 한국교육종단연구-대입 재수생의 특성과 성과 분석’에 따르면 재수생은 수능에서 평균 3.54등급을 받는다. 이는 고3 평균(4.29등급)보다 0.75등급 상승한 것이다. 과목별로는 수리영역이 4.41등급에서 3.58등급으로 가장 높은 상승폭(0.83)을 나타냈다. 국어는 0.81, 외국어는 0.75등급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학년도 서울 소재 대학 입학생의 34%가 재수생이었다. 이는 지방대에 입학한 재수생 비율(23.73%)보다 10%P 이상 높은 수치다. 실제 필자가 지도한 한 학생은 2013학년도 수능 성적은 국·영·수·탐(탐구2과목)을 합한 백분위가 277점에 불과했지만 재수를 한 결과 백분위 합이 477점으로 무려 200점이나 상승해 서강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어떤 재수 학원을 선택해야 할까. 2000년대 이후 재수학원의 형태는 매우 다양해졌는데 예전부터 있던 시내의 재수종합학원, 숙식을 모두 해결하면서 지내는 기숙학원, 스스로 학습량이나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독학재수학원이나 단과학원 등이 있다.
종합반 수강생 성적 높아
주목할 만한 것은 혼자서 자습한 학생보다 종합반을 수강한 학생의 성적향상 폭이 훨씬 컸다는 점이다. 앞선 조사 결과에서 자습시간이 긴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성적이 1.021배 향상됐으나 종합반을 수강한 학생은 2.826∼3.696배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수학원을 고를 때는 나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부하는 습관이 들지 않아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 있기 어려운 학생이나, 과제나 수업량 확인이 필요한 학생들은 학원을 선택할 때 학습관리가 철저한지를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삼아야 한다.
상위권 학생의 경우 무엇보다 같이 공부하는 학생의 성적대나 학업 분위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본인과 실력이 비슷하거나 나은 학생이 다니는 학원을 고르는 것이 낫다. 교실 및 독서실 시설이 어떤지도 확인해보아야 하는데, 지나치게 좁거나 낙후된 시설에서는 오랜 시간 집중하기도 힘들고 건강에 무리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1년 가까운 시간을 통학해야 하기 때문에 집과의 통학 거리나 식사 제공 여부도 필수적인 고려사항이다.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주말 활용 방법이다. 주 5일 수업을 하고 주말에는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학원도 있고, 주말까지 의무적으로 수업을 하거나 자습을 해야 하는 학원도 있다.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 어려운 학생이라면 반드시 주말에도 의무적으로 출석하는 학원을 선택해야 한다. 대다수 재수생이 자습할 여건이 안 돼 있기에 주말에도 의무 자습을 시키는 학원이 늘어나는 추세다. 또 학원이 내세우는 진학 실적을 그대로 믿기보다는 실명과 성적표를 공개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EBS 연계 교재 구문 꼭 외워라
이제 과목별 재수생 공부법을 찾아보자. 먼저 국어. 학생들이 국어 공부와 관련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흔히 ‘국어 공부는 해도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사실 수학이나 영어에 비해 국어는 공부 시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국어 공부 시간부터 확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국어 공부는 기출문제에서 시작해서 기출문제로 끝난다”고 입을 모은다. 기출문제 분석을 통해 지문의 구성방식, 문제의 유형, 정답과 오답의 원리 등을 분석해야 국어 공부의 방향을 잡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수능 잘 보고 많이 많이 자고 싶다.”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열흘 앞두고, 서울 노량진 학원가 인근의 한 커피숍에 수험생들이 써놓은 것으로 보이는 ‘수능 희망 메시지’.
또한 이번 수능에서 드러났듯이 국어 과목의 EBS 출제는 체감 난이도가 현저히 낮다. 따라서 EBS 연계 교재에서는 중요한 기본 개념을 체크한 다음 실제로 본인의 지문 독해 능력이나 문학작품 이해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수능에서 난도가 높은 부분인 문법과 독서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성적이 오른다.
영어는 수능 필수 어휘와 구문을 익혀 독해의 기본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 어휘의 경우 반복적인 학습이 필수적이며, 특히 수능 기출 어휘와 EBS 연계 교재에 나온 구문은 반드시 외우도록 한다.
기본적인 학습이 끝나면 어휘와 구문을 지문에 적용해 독해하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이때는 단락의 요지를 파악해 글의 전체 내용을 이해한 다음 이를 정리하는 연습을 통해 지문의 내용을 철저히 파악하도록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위권 학생들은 빈칸 추론 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공략이 필요하다. 2014학년도 수능에서 빈칸 추론 문제의 오답률은 79.1%(A형), 84.5%(B형)에 달했다. 즉 10명 중 7~8명이 빈칸 추론 문제를 틀렸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3년간의 수능에서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다. 따라서 반복 학습을 통해 빈칸추론의 유형별 해결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중하위권 학생이라면 하루에 20~30분씩 매일 듣기 연습을 해서 듣기에서 틀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듣기가 많이 부족하다면 들으면서 받아쓰기(dictation)나 따라 읽기(showing)를 함께 하면 더 도움이 된다. 영어는 문제를 풀 때 시간 안배가 중요한 과목이다. 따라서 모의고사 문제집 등으로 꾸준히 실전연습을 하면서 시간 안배를 연습하는 것도 필요하다.
탐구과목, 늦추지 말라
‘수학은 암기과목’이라고 하면 많은 학생이 어리둥절할 것이다. 그러나 ‘수학은 정의를 바탕으로 한 논리 과목’라고 하면 대부분 수긍할 것이다. 바로 여기에 수학 공부의 비결이 있다. 수학은 정의를 바탕으로 해서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선 정의에 대한 암기가 필요하다. 결국 수학과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의 암기와 이를 통한 논리적 사고능력이다.
많은 학생이 수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우선 정의를 이해 못하기 때문이다. 수학에서 정한 약속들인 개념과 정의가 바탕이 될 때 논리적 사고가 가능한데, 학생들이 쉽게 놓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따라서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 것은 수학에서 하나의 과정으로 취급돼야 한다. 문제풀이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은, 문제풀이의 목적이 개념의 이해에 있음을 뜻한다. 수학의 개념은 문제에 적용될 때 비로소 이해되는 것이기 때문에 고난도의 다양한 문제풀이 과정을 통해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다양한 유형의 문제풀이는 사고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재수는 겨울방학부터
재수생이 가장 유리한 과목은 역시 탐구과목이다. 왜냐하면 고3 재학생은 4~5월이 돼야 과목을 어느 정도 결정하지만 재수생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신이 한 차례 수능을 치른 과목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탐구과목을 소홀하게 생각해 8월 이후 집중하려고 하는 학생이 많다. 탐구과목은 쉽게 출제돼 한 문제만 틀려도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초반에는 자신이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단원부터 완벽하게 극복하고 6월 이후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수는 3월이 아닌 겨울방학부터 시작된다.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1년의 성적을 결정할 수 있다. 최상위권 학생의 경우 아주 적은 점수 차이로 아깝게 대입에 실패했거나 수능에서 뜻하지 않은 실수를 해서 등급이 하락해 재수를 결심하는 예가 많다.
이런 부류의 학생은 기본 공부량이 부족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겨울방학 기간에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르거나 가족과의 여행으로 낙심한 마음을 다잡아 재수 기간을 버텨낼 수 있는 ‘내공’을 기르는 것이 좋다. 과제, 운동회, 수학여행 등이 전혀 없이 오로지 수능 공부만 할 수 있는 1년이라는 시간은 고등학교 3년 동안의 자습시간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길다. 조바심을 갖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중하위권 학생에게 겨울방학은 자신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다른 학생들보다 2~3개월 먼저 공부를 시작해야 상위권으로 도약할 힘을 기를 수 있기 때문에, 겨울방학을 잘 활용하는 것이 재수 성공의 키워드다. 학원, 인터넷 강의, 과외 등을 통해 겨울방학 동안 부족한 과목을 예습하고 3월 재수 정규반에 합류한다면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일단은 대학에 진학한 후 2학기에 휴학을 하고 수능을 치르는 ‘반수(半修)’생도 점차 늘고 있다. 그런데 앞서 인용한 한국교육개발원 발표에 따르면 반수생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 경우는 20%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반수생이 재수생에 비해 공부에 전념하는 시간이 절대 부족하고, 이미 대학에 합격한 까닭에 ‘절박함’이 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수를 고려한다면 현실적인 성적 향상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4~5개월 동안 공부해서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 혹은 지원 가능한 점수를 얻을 수 있는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반수에 실패하면 괜히 한 학기 휴학해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되기 때문에 무턱대고 반수를 선택하는 건 어리석다.
실제로 반수를 해서 성공하는 경우는 1학기에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EBS나 기본서를 어느 정도 미리 공부했거나 오로지 공부에 전념한 경우다. 만약 반수를 염두에 둔다면 1학기부터 대학 생활과는 다소 거리를 둔 채 수능 준비를 해야 하고, 목적의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 반수를 한다면 공부 이외의 것들에 대한 관심을 끊고 공부에 전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수시 전형의 오해와 진실
전공 적합성, 다양한 경험으로 불리한 내신 보완하라
● 내신+교과활동 반영한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세
● 스펙 다다익선 No! ‘진로 희망’ 관련돼야
● 전문가 만남, 독서, 자기주도적 활동 필요
신진상 | 스터디포스 입시전략연구소장 |
수시, 정시, 학생부종합, 논술, 적성검사….
대입전형이 복잡해졌다는 비판이 많지만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정시는 예전 학력고사처럼 단 하루 시험으로 모든 걸 결정하는 것이고, 수시는 학교 내신 성적, 학교에서 한 활동, 학교에서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우수성을 드러낼 수 있는 비교과 활동 등 다양한 잣대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수시 인원이 정시 인원을 추월했고, 지금은 서울 주요 10개 대학 전체 정원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입시의 ‘대세’가 됐다. 재수생도 수시를 등한시할 수 없다.
수시는 크게 학생부 교과 성적만을 반영하는 ‘교과전형’, 교과 성적과 함께 학교에서 한 활동(봉사, 임원, 체육, 동아리 등)을 총체적으로 반영하는 ‘학생부종합전형’, 그리고 논리적 사고력과 제시문에 대한 독해력을 함께 측정하는 ‘논술전형’, 일종의 아이큐 테스트처럼 국·영·수 과목에 기본적인 문제를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적성검사전형’으로 나뉜다.
수시를 실시하는 주요 대학들은 대다수 학생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한다. 서울대는 전원을 학생부종합으로 선발하고, 연세대는 많은 학생을 특기자전형으로 선발한다. 특기자전형은 학생부종합과 비슷한 서류 중심 전형이다. 카이스트, 포스텍 등의 대학은 전원을 학생부종합으로 선발하므로 문·이과 가리지 않고 내신 성적이 어느 정도 되는 학생은 정시보다는 수시, 수시 중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학교 내신이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대부분의 대학은 수능 최저 조건을 적용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진로와 연계된 활동’이다. 이는 생활기록부에 ‘진로 희망사항’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미래에 갖고자 하는 직업을 그 이유와 함께 적어놓은 것이다.
내신만큼 중요한 ‘진로 희망사항’
진로 희망사항이 왜 중요할까. 지원자의 ‘첫인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 학생을 예로 보자. 그는 1~2학년 생활기록부 진로 희망사항에 ‘수학자’를 적었다. 그러다 3학년 때 내신 성적, 모의고사 성적 등이 우수해 수시전형으로 의대에 지원했다. 그는 국내 최고 의대 중 한 곳에 원서를 썼다. 객관적 ‘스펙’만 봤을 때 모든 면이 우수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면접에서 이 학생은 교수들로부터 “1~2학년 때 수학자를 희망했다”는 점을 지적받았다. 그러자 이 학생은 자신이 2학년 겨울방학 때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했던 경험이 의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교수는 “그러면 2학년 겨울방학 때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다면 의대 올 생각을 안 했겠네?”라고 물었고 학생은 “네”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 학생은 수시전형에서 낙방했다.
진로가 결정됐다면 ‘활동’을 해야 한다. 그 활동은 희망 전공과 관련이 깊을수록 좋다. 예를 들어 의대와 사회복지학과, 간호학과의 경우 봉사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물리학, 기계공학, 경제학 등의 학과에 진학하려면 수학 경시대회 수상 실력이나 수학 동아리 활동 등이 중요하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무조건 대회에 나가 점수를 딴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동아리 활동이나 교내 경시대회 등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도움이 되는 스펙이지만, 토플, 토익, 텝스, 올림피아드 등의 이른바 ‘외부 스펙’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 11월 16일 오전 명륜동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2015학년도 수시 논술에 응시한 학생들이 논술시험을 보고 있다. 성균관대 수시 논술엔 이틀 동안 총 7만8000여 명이 응시했다.
‘외부 스펙’은 도움 안 돼
학부모 대부분은 특목고, 자사고, 8학군 학생들이 ‘스펙이 좋아’ 명문대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한다고 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학교에서 주최한 논문 대회나 발표 대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자신의 전공과 연계된 방과후 심화학습, 동아리 활동 등에 참여했기 때문에 학생부종합전형에 합격한 것이다.
‘외부 스펙’이 학생부종합전형에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필자는 2015학년도 입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소위 ‘전공 적합적’인 스펙을 화려하게 갖춘 학생이 있었는데, 내신 성적은 그에 비해 좋지 않았다. 그는 한 대학 동일 학과에 두 전형으로 지원했다. 하나는 특기자전형, 하나는 학생부종합전형이었다. 이 학생은 특기자전형에는 합격했지만,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불합격했다. 아무리 화려한 외부 스펙이 있어도 내신이 받쳐주지 않으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합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학부모는 흔히 스펙이 활동이나 대회 참가 실적과 수상 기록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자신이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 이를 확장해 다른 책과 비교해서 서평을 써보는 활동 등도 다 대입에 도움이 되는 스펙이 될 수 있다. 즉 스펙의 외연은 대단히 넓다.
거듭 말하지만 수시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신이다. 하지만 이미 고등학교 3년을 마친 재수생에게 내신 성적을 돌이켜 향상시킬 기회는 없다. 그러므로 전공과 자신의 진로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전은 무엇인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 미래 직업에 대해서 눈을 뜨는 일이다.
동기부여의 충분조건은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활동을 ‘자기주도적’으로 하는 것이다. 자기의 적성을 파악하고 그 적성을 찾는 과정에서 ‘전공 적합성’은 자연스럽게 쌓인다. 각 분야 전문가를 만나서 직업에 대한 의견을 듣고 그 전문가가 권해하는 책을 읽고 꿈꾸는 직업 관련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를 찾아보는 일 등이 모두 전공 적합성을 키우는 일이다. 직접 체험을 할 수 없는 학생들은 이처럼 간접체험을 통해 전공 적합성을 키울 수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독서다. 이 때문에 서울대는 자기소개서에서 책 3권에 대한 감상을 요구한다. 서울대는 면접에서도 학생이 읽은 책에 대한 심층적인 질문을 하는 독서 면접을 실시한다.
이렇게 전공 적합성을 키운 다음 학생들은 이제 ‘경험 다양성’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전공 외의 과목 및 사회 문제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봉사활동, 예체능 활동, 리더십 활동 등을 통해 증명해내야 한다.
◇ 논술 공략법
‘글짓기’ 아닌 지문 속 답 찾기
● 재수생이 도전하기 좋은 ‘수시 논술전형’
● 주어진 논거에 맞춰 나만의 표현으로 글쓰기
● 학원 의존하기보다 기출문제 분석해 스스로 학습해야
오종운 | 이투스청솔 평가이사 |
2016년도 대입 전체 모집인원 중 수시 논술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1만5349명(28개 교)으로 전체 입학 정원의 4.2%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대학 기준으로는 논술전형의 선발 비중이 낮은 것으로 보이지만, 재수할 때 학생들이 우선 희망하는 상위권 사립대학의 경우 논술 모집 인원 비율이 높다. 고려대 1110명(전체 모집정원의 29.5%), 연세대 683명(20.2%), 성균관대 1363명(전체 모집인원의 36.6%), 서강대 501명(전체 정원의 30.5%) 등이다.
특히 논술전형은 학생부(내신+교과활동)의 실질 반영 비율이 낮고 논술 비중이 높아서 재수생이 도전하기에 좋다. 서울의 주요 대학들은 대체로 인문계는 3개 영역 2등급, 자연계는 2개 영역 2등급 이내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제시하지만, 건국대, 서울시립대, 한양대는 아예 적용하지 않는다.
‘문제 속에 답이 있다’
2015학년도 논술전형 기출문제를 살펴보면, 고교 교육과정 중심의 출제가 강화되고, 제시문 등이 주로 교과서나 EBSi 수능 연계 교재 등에서 출제됐으며, 대학별로 모의 논술고사나 전년도 기출문제 유형의 틀에서 많이 나와 대체로 평이했다. 다만 대학 및 모집계열에 따라서는 문항 수가 다소 많아 까다로웠다는 평도 있었다. 이는 논술고사의 변별력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반적으로 고교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문제의 출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선행학습 금지법’이 올해부터 시행되고 교육 당국의 평이한 출제 권유 방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주요 대학의 논술고사 기출문제를 살펴보면 출제 경향을 쉽게 알 수 있다. 연세대는 인문계열 논술고사 제시문으로 이문구의 현대소설 ‘관촌수필’과 다윈의 ‘진화적 연속성’, 칸트의 글 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중점으로 각 글을 비교 분석하고, 다윈과 칸트의 관점에서 제시된 표 데이터를 분석하라는 문제를 냈다.
수능을 앞둔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재수학원 강의실.
인문 논술의 주요 평가 항목은 3가지다. 주어진 글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제시문의 이해 및 분석력’,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논리적 서술 능력’, 단편적인 지식을 종합해 새로운 관점으로 발전시키는 ‘창의적 사고력’ 등이다.
문제를 풀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 속에 답이 있다’라는 관점이다. 논제가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요구에 따라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논제에서 요약을 요구하는 경우와 비교를 요구하는 경우, 또는 설명이나 논술을 요구하는 경우가 각기 어떻게 다른지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주장을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논리적인 체계와 일관성을 갖추어야 한다. 상투적인 견해나 예를 드는 것보다는 주어진 제시문 및 논제의 이해에 기초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평소 주어진 주제에 대해 논리적으로 토론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좋다.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구술하는 연습, 타인의 주장에서 요점을 파악하는 연습, 타인의 주장과 자신의 주장을 비교·분석하는 연습 또한 필요하다.
문제 제시문을 참고하되 문장을 거의 그대로 옮겨 적다시피 해서는 안 된다. 제시문의 내용이 갖는 의미를 이해한 후 이를 자신의 표현으로 정리해 활용해야 한다. 원고지 작성법, 맞춤법과 띄어쓰기, 문장의 정확성, 분량 등 글의 형식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자연계 논술은 크게 수학 및 과학 논술로 나눌 수 있다. 수학 논술은 미적분 단원의 출제 비중이 높은 편이고, 과학 논술은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교과 중 선택해 응시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풀이 과정 쓰는 연습을
자연계 논술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는 수능 공부를 할 때 수학, 과학 문제를 객관식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주관식 서술형으로 푼다고 생각하고 풀이 과정을 자세하게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 교과서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익힌 다음, 증명 연습을 직접 해보는 것이 좋다. 특히 수학 4점짜리 변별력이 있는 문항이나 과탐II 3점짜리 문항에 맞춰 연습하면 난이도가 맞다.
또한 논리적인 문장으로 답의 도출 과정을 제시해야 하고, 과학적 용어와 개념을 사용해야 하며, 근거와 적절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이때 수리 계산에서 답안 도출 과정 기술, 정확한 계산, 단위에 유의한다. 시간 안배를 하면서 제시문의 요점을 메모하고, 시간을 정해서 글쓰기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수학 논술은 문항 수 및 난이도에 따라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으므로 시간 안배가 특히 중요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과학 논술은 단순한 암기 내용의 확인이 아니라, 추론과 분석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제시문 해석을 잘하고 논제 상황에 과학의 교과 지식을 적용해 문제 해결을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다독과 반복
논술은 단기간에 실력이 오르지 않는다. 평소 다독, 글쓰기 연습이 중요하다. 재수생에겐 아직 여유가 있는 12월부터 2월 동안 다양한 방면의 글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단기적으로는 국어 영역, 논술 배경 지식에 대한 실력을 기를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교과서나 EBS 교재에 나오는 문학작품이나 비문학 지문도 논술 제시문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산술적으로 1주일 중 반나절을 수시 논술에 투자하면 된다. 수능 전에 보는 수시 논술고사와 수능 후에 보는 수시 논술고사는 자신의 지원 대학 및 모의고사 성적에 맞춰야 하는데, 10월~11월 초에는 가능하면 수능에 전력을 쏟아야 하기 때문에 이전에 꾸준히 준비하는 게 좋다.
논술학원을 다닐지 여부를 묻는 학생도 많다. 이는 자신이 다니는 재수 학원 등에서 논술 특강 여부나 학습 정도를 고려해 정해야 한다. 다만 논술은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논리적이고 창의적으로 서술하느냐가 관건이므로, 학원이나 강사에게 지나치게 의존해 논술고사에 대비하는 것은 위험하다. 최근 대학들은 학교 홈페이지에 기출 문제, 모의 문제 등을 기재하고 출제 배경, 논제 해석에 대한 방향 등이 포함된 논술 특강, 논술 자료집 등을 공개한다. 꼭 찾아보고 참고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