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호

가장 공적인 사적 공간 관사(官舍)

부산시장 5460평, 충북지사 50평
“구시대 유물” vs “비즈니스센터”

  • 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입력2014-12-23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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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개 광역지자체장 관사 생활, 장관 관사는 주로 아파트
    • 서울대 총장 300평, 강원도립대 총장 18평
    • 490만 원짜리 세면대, 210만 원짜리 신발장
    • 경기·인천·제주·광주 2014 지방선거 후 폐지
    가장 공적인 사적 공간 관사(官舍)
    ‘관청에서 관리에게 빌려주어 살도록 지은 집’.

    관사(官舍)의 사전적 의미다. 대통령이 지방 수령을 임명하던 시절, 관사를 내주는 건 당연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민선(民選) 시대가 되면서 구시대 유물 소리를 듣게 됐다. 선거로 뽑힌 지역 일꾼에게 왜 관사가 필요하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러 번 불거진 호화 관사 논란도 민심을 악화시켰다.

    민선 시대 이후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단체장이 쓰던 관사를 어린이집이나 박물관, 시민의 집 등으로 용도 변경했다. 이런 사례는 점차 늘고 있다. 그러나 관사를 운영하는 지자체는 여전히 많은 편이다.

    한국에서 가장 큰 관사는 대통령이 사는 청와대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 관저가 있을 때부터 이곳은 우리나라의 중심이었다. 광복 이후 미군정 시기엔 군정장관 관저로 쓰였고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돼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면서 ‘경무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4·19혁명 후 윤보선 대통령 때 ‘청와대’로 개칭했다.

    25만㎡(7만6000평) 규모의 부지에 집무실·접견실·회의실 등이 있는 본관과 비서실·경호실·춘추관·영빈관 등 부속건물,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후원과 연못 등이 있다.



    청와대 다음으로 큰 관사는 청와대와 붙은 국무총리 공관이다. 총리 공관은 대지만 1만5000㎡(4540평)에 달한다. 집무실, 회의실, 침실이 있는 본관과 연회장 등으로 쓰이는 삼청당, 경비실 등으로 구성됐다. 경내의 등나무와 측백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총리 공관은 세종시에도 있다. 2만㎡ 부지에 총면적은 3043㎡ 규모. 주거동, 연회동 등으로 구성됐다. 2013년 완공된 이 공관 건립에는 부지 매입비 138억 원을 포함해 총 316억 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자리한 국회의장 공관은 부지 7053㎡(2133평)의 2층 단독주택이다. 국회사무처가 1995년 사들였다.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있는 감사원장 공관은 1985년 황영시 전 육군참모총장이 감사원장에 취임하면서 지은 건물인데, 대지 면적 3084㎡, 건물 연면적 479㎡로 국가 요직 공관 가운데 가장 작다. 1993년 감사원장이 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이 관사가 너무 크고 호화스럽다는 이유로 입주를 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세 28억 서울시장 공관

    최근 서울시는 종로구 가회동의 한옥주택을 빌려 서울시장 공관으로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재 은평뉴타운의 복층형 아파트(167㎡·약 50평)에 거주한다. 그런데 박 시장이 새로 거주하게 될 가회동 공관은 대지 660㎡, 지하 1층 및 지상 2층 규모로 전세가가 28억 원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너무 비싸고 호화롭다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시는 시장 관사를 은평뉴타운에서 가회동으로 옮기려는 이유로 지리적 문제와 함께 국내외 주요 인사 접견 등 대외협력 업무의 필요성을 내세운다. 박 시장이 입주할 가회동 주택 주인의 며느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딸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동아’는 서울시장 관사를 둘러싼 논란을 계기로 전국 광역지자체와 정부 각 부처, 교육청이나 경찰청 등 주요 기관이 운영하는 기관장 관사 실태를 취재했다. 지난 11월 관련 기관과 부처에 관사 현황과 관련된 정보공개를 요청해 자료를 받았다. 현재 사용하는 관사뿐 아니라 관사의 변천 내용, 관사의 운영비 등에 대한 자료도 요청했다. 정보공개 요청을 받은 기관 중 대통령비서실과 법무부를 제외한 모든 기관이 자료를 공개했다.

    서울시는 종로구 혜화동에 오랫동안 서울시장 공관을 운영해왔다. 1940년 건축된 건물로 1981년 18대 박영수 시장 때부터 35대 박원순 시장 때까지 시장 공관으로 사용됐다. 1959년부터 20년간은 대법원장 공관으로도 쓰인 건물이다. 혜화동 공관은 대지면적 1628㎡에 건물 연면적은 520㎡에 달한다. 일본식 2층 목조건물로 본관, 별관, 경비실 등 3개동으로 구성됐다. 4·19 혁명재판의 판결문이 작성되고 1971년 사법파동이 타결되는 등 대한민국 사법 역사의 중요한 현장이었다.

    그러나 문화재인 서울성곽의 일부를 담으로 사용하는 까닭에 오래전부터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2013년 말 박원순 시장이 은평뉴타운으로 이사한 뒤 최근까지 한양도성 안내센터와 전시관 등으로 시민에게 임시 개방했다.

    2009년 오세훈 당시 시장은 혜화동 공관을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한남동에 새 공관을 준비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은 이곳에 입주하지 않았다. 대신 공관 용도로 지은 건물을 ‘서울 파트너스 하우스’라는 이름의 중소기업 지원센터로 용도 변경했다. “너무 크고 호화로워 시장 혼자 살기엔 적절치 않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임기 내내 혜화동 공관에 거주했다.

    역대 서울시장 중에는 공관 생활을 못 해보고 떠난 사람도 많다. 취임 7일 만에 경질된 김상철 전 시장(1993년), 한 달 만에 경질된 우명규(1994년) 전 시장, 최병렬 전 시장 등이다. 첫 민선 시장이던 조순 전 시장도 당선 직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나는 바람에 한동안 입주하지 못했다. 조 전 시장이 입주하기까지 1년 이상 공관은 빈집으로 방치됐다. 조 전 시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취임하고 얼마 있다가 처음 가 봤는데, 관리가 전혀 안 돼 있었어요. 정원은 온통 정글 같은 데다 집안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꼭 흉가 같았어요. 50년도 더 된 집이니 아주 노후했고. 취임하고 한참 뒤에 입주했는데 한동안 집안 곳곳을 고치고 수리했어요. 이것저것 수리해서 쓰다보니 정도 많이 들었죠. 공관에 있는 나무 하나하나도 모두 내가 지시해서 자를 것은 자르고 심을 것은 심었어요. 정원이 아주 그럴듯하게 꾸며졌죠.”

    5공화국 ‘지방 청와대’

    민선 시대가 되면서 몇몇 지자체는 관사를 폐지했다. 그러나 여전히 어마어마한 규모의 관사를 유지하는 곳이 많다. 이들 관사의 대부분은 제5공화국의 산물이다. 1980년 집권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부산, 경남, 제주, 전남, 충북 등 전국 곳곳에 지자체장 관사를 겸한 ‘지방 청와대’를 짓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관사 중 몇 곳은 지금도 단체장 관사로 활용된다.

    전국 지자체 중 가장 큰 관사를 운영하는 곳은 부산광역시다. 수영구 황령산로에 위치한 부산시장 관사는 1만8000여㎡(5460평) 부지에 건물 연면적만 2437㎡(736평)에 달한다. 1984년 ‘지방 청와대’ 용도로 건축됐다. 1층은 시장, 2층은 대통령이 쓰는 구조다. 260여 평 규모의 1층에는 침실 등 주거공간과는 별도로 집무실과 대연회장이 있다. 대통령을 위해 준비된 2층은 130여 평 규모로 미용실까지 갖췄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 부산시장 관사는 한때 부산민속관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그러나 관람객이 감소하면서 유명무실해졌고 결국 1998년부터 다시 행사장 겸 시장 공관으로 바뀌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쓰는 관사는 대지 1522㎡(456평)에 연건평이 264㎡(79평). 원래 행정부지사가 쓰던 관사를 2010년부터 도지사 관사로 쓰기 시작했다. 창원시 의창구 외동반림로에 있는 옛 지사 관사는 부지 면적만 9884㎡(2965평)에 달하는데, 2009년부터 ‘경남도민의 집’으로 이용한다. 옛 지사 관사도 역시 대통령의 ‘지방 청와대’ 용도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은 노태우 정부 시절 경남지사를 지낸 최일홍(82) 씨의 얘기다.

    “1층은 지사가 쓰고 2층은 대통령이 쓰도록 만들어졌어요. 그러나 내가 지사로 있던 2년간은 대통령이 한 번도 찾지 않았어요. 그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은 경남지역 순시를 오면 관사가 아니라 진해 등에 있는 군 시설에 주로 머물렀습니다. 아마 그쪽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대통령 전용 공간은 평소 회의 장소 등으로 사용한 기억이 납니다. 당시 우리 아이들은 모두 서울에 살아 집사람과 둘만 관사에서 지냈는데, 두 사람이 살기에는 좀 컸어요. 가족이 사는 집이라기보다는 집무실 개념이었지요.”

    2006년 전라남도는 11억 원을 들여 무안군 삼향면에 지사 관사를 신축했다. 대지 1254㎡(380평), 연면적 419㎡(127평)의 전통한옥으로 목조 기둥에 팔작지붕 형태를 갖췄으며, 안채와 사랑채 등 총 3개의 동으로 구성됐다. 공관 앞에는 외빈용 숙소와 만찬장으로 활용되는 비즈니스센터도 있다.

    센터 설립에는 13억 원이 소요됐다. 1980년대 초반 만들어져 줄곧 공관으로 써온 광주 서구 농성동의 옛 전남지사 공관은 2008년부터 다목적 전시관으로 활용됐다. 역시 ‘지방 청와대’ 용도로 만들어진 옛 공관은 대지 면적이 18097㎡(5484평)에 달한다.

    문화관, 도서관, 결혼식장…

    충남 홍성으로 도청을 이전한 충청남도도 최근 홍성 인근 내포신도시에 도지사 관사를 신축했다. 주거공간과 업무공간, 접견실 등을 갖춘 관사로 부지 1500㎡(454평), 연건평 231㎡(70평)의 지상 1층 건물이다. 부지매입비와 건축비로 15억 원가량이 들어갔다.

    옛 충남지사 관사는 대전 중구 대흥동에 관사촌 형태로 있었다. 일제강점기인 1930∼40년대 충남도청의 국장급 이상 고위 관료의 주거를 위해 조성된 곳으로, 9필지(1만345㎡)에 도지사 공관 및 행정부지사·정무부지사 관사, 실장·국장급 관사, 충남지방경찰청장 관사 등 모두 10채의 주택이 모인 구조였다.

    옛 충남지사 공관은 2002년 시 지정문화재로 됐고, 행정부지사와 정무부지사 관사 등 4채는 국가 등록문화재 101호로 문화재청이 관리한다.

    강원도지사 관사는 1325㎡(400여 평)의 대지에 건물 면적이 356㎡(108평)다. 1984년 법무부가 춘천시 봉의산길에 신축해 춘천지검장 관사로 사용하던 건물을 강원도가 2000년에 매입했다. 2011년 최문순 지사는 관사 개방을 검토했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보류됐다.

    아파트를 제외한 광역지자체장 관사 중 가장 작은 곳은 경북지사 관사다. 경상북도 대외통상교류관 건물의 일부(196.97㎡)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수년전 호화 관사 논란이 일자 1980년 준공된 5262㎡ 규모의 부지에 있던 관사를 대외통상교류관으로 꾸미면서 관사 규모를 크게 줄였다.

    충북지사 관사는 165㎡(50평형) 규모의 아파트다. 청주시 우암산 자락에 있던 구관사는 2012년 이시종 지사 때 충북문화관으로 바뀌었다. 건물 4동과 정원으로 구성된 이 관사는 일제강점기인 1939년에 지어졌으며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353호)으로 지정됐다.

    울산광역시는 1996년 심완구 시장 때 대지 500여 평 규모의 관사를 어린이집으로 바꾼 뒤 관사를 만들지 않았다. 이후 시장들은 모두 자택에서 출퇴근했다. 대전도 2003년 대지 면적만 1100평이 넘던 시장 관사를 어린이집으로 전환한 뒤 사실상 관사를 없앴다. 현재 이 어린이집에는 50여 명의 어린이가 생활한다.

    광주광역시와 경기도, 제주도는 2014년 지방선거 이후 단체장 관사를 없앴다. 광주시는 윤장현 시장 취임 이후 그전까지 관사로 쓰던 아파트를 최근 매각했고, 경기도는 수원시 팔달산 자락에 있던 도지사 관사를 결혼식장이나 게스트하우스로 바꿔 시민에게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967년에 지어진 3850㎡(1155평) 면적의 옛 경기지사 관사는 1960년대 모더니즘 건축의 보편적 특징을 갖춘 대표적인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2009년 490만 원짜리 세면대, 210만 원짜리 신발장, 22만 원짜리 의자 90여 개가 비치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곤욕을 치렀다. 1만4850㎡(4500평)이 넘는 규모의 제주지사 관사에는 조만간 어린이도서관이 들어설 계획이다.

    외교장관 공관은 만찬장

    정부 부처 중 가장 큰 공관을 가진 곳은 외교부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외교부 장관 공관은 대지 면적이 1만4710㎡(4458평)에 달한다. 건물 면적도 1420㎡(430평)가 넘는다. 주거동과 사교동으로 나뉘고 전기, 농림, 위생 등 관리인력 7명이 투입돼 있다. ‘대통령이 부럽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 연간 공과금과 수리비로만 1억1000만 원 이상(2013년 기준)이 쓰인다.

    외교장관 공관이 여느 공관과 다른 점은 장관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가 매년 수십 건 열린다는 것.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2013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한했을 때도 이곳에서 만찬이 열렸고,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방한했을 때도 장관 주최 만찬이 열렸다.

    2013년 외교부는 30여 건의 행사를 장관 공관에서 치르며 56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출했다. 2014년에도 외교장관 공관에선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초청 만찬, 왕이 중국 외교부장 초청 만찬 등이 열렸다.

    외교장관 공관 인근에 위치한 국방장관 공관도 규모가 상당하다. 숙소(접견실 포함), 외부인 대기실, 비서관, 병사생활관 등 7개 건물로 구성된 공관의 크기는 8684㎡(2600여 평)에 달한다. 장관 경호를 위한 무장병력도 상주하는데, 정확한 수는 확인되지 않았다.

    세종시로 이전한 부처 장관들은 대부분 세종시와 인근 대전 등지에 아파트를 얻어 관사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서울과 과천에 위치한 통일부, 여성가족부, 행정자치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은 장관 관사가 아예 없었다.

    세종시로 옮겨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대전에 132㎡(40평형) 규모의 아파트를 3억 원에 임차해 사용한다. 세종시로 이전하기 전에는 관사가 없었던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농식품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교육부도 세종시에 40~50평형 규모의 관사를 임차해 사용한다.

    이들 부처는 공과금을 장관이 직접 내고, 별도의 관리 인력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4년 국정감사 때 행정자치부가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에게 제출한 ‘세종시 각 부처별 관사 운영 현황’에 따르면 정부는 2012∼2013년 세종시로 이전한 14개 부처 장·차관 관사 31채의 전·월세비용으로 69억3000만 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장관 관사 중에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관사가 전세 3억5000만 원으로 가장 비쌌다. 이어 산업부 제2차관 관사와 서남수 교육부 장관 관사 전세가 각각 3억3000만 원이었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월세 110만 원짜리 관사를 이용한다.

    세종시의 장·차관 관사에는 TV와 에어컨 등 각종 집기를 채우는 데도 많은 돈이 들어갔다. 보건복지부 장관 관사가 2674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교육부 장관(2430만 원)과 국가보훈처장(1960만 원) 관사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외교부 장관이나 국방부 장관이 누리는 혜택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가장 공적인 사적 공간 관사(官舍)


    경무관급 이상 46개 관사

    2006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 이후 전국에서 교육감 직선제가 실시됐다. 그러나 관선 교육감 시절의 잔재인 관사가 지금도 여러 곳에서 운영 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9명의 지역 교육감이 관사 생활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1984년 준공된 경남교육감 관사가 그중 규모가 가장 크다. 대지 1070㎡(323.8평), 건평 324㎡(98평) 규모로 감정가액만 10억 원이 넘었다. 경남교육감 관사에는 관리 인력도 한 명 배치돼 있으며 인건비를 포함해 연간 6500만 원가량이 관리비로 쓰인다.

    1998년 준공된 경기도 교육감 관사도 규모가 상당했다.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에 있는 교육감 관사는 1062㎡(320평) 부지에 건물 연면적도 206㎡(62평)에 달했다. 인천 남동구 석촌로에 있는 인천교육감 관사는 1984년 인천교육청이 매입한 것으로 대지 561㎡(170평) 규모의 단독주택이다. 연간 1300만 원 정도의 관리비용이 발생하고 2014년에는 4000만 원을 들여 시설보수도 했다.

    이들 지역 외의 교육감 관사는 모두 아파트다. 전남과 강원이 198㎡(60평형)로 가장 규모가 크고 울산이 35평으로 가장 작다. 대전교육청은 60평형대 아파트를 관사로 운영하다 2007년 매각했다. 부산교육청은 현재 구관사 매각을 추진 중이다. 대구, 충북, 광주에는 교육감 관사가 없다. 충북교육청의 경우 2005년 이기용 교육감 취임 직후 관사를 철거하고 해당 부지에 원어민 영어 강사 숙소를 지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차관급 공무원 관사 중에는 경찰청장 관사가 단연 돋보였다.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에 위치한 경찰청장 관사는 1984년 지어진 2층 주택으로 대지 면적이 1452㎡(440평)이다.

    경찰청은 본청장을 포함해 전국에 경무관급 이상 간부를 위한 관사 46채를 보유했다. 국세청도 전국에 3급 이상 공무원을 위한 관사 10채를 보유했는데, 모두 아파트다.

    국립대학 총장 관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진다. 강원도립대 총장이 전세금 5000만 원의 59㎡(18평) 아파트를 관사로 사용하는 데 비해 부산대 총장 공관은 대지 2310㎡(700평), 연건평 561㎡(170평) 규모의 2층 단독주택이다. 관리인 인건비를 포함해 연간 5500만 원 이상의 유지비가 들어간다고 한다. 서울대 총장 공관도 대지 990㎡(300평), 건축면적도 561㎡(170평)에 달하는 3층 단독주택이다. 원래 2000평(6600㎡)이 넘는 관사가 있었으나 교수아파트를 신축하면서 2004년 새로 지은 건물이다. 관리 인력 4명이 상주한다.

    지역 스스로 단체장을 선출하는 구조에서 시간이 갈수록 관사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앞서 본 것처럼 관사를 폐지하는 지자체도 점점 증가한다.

    “관사는 숙소가 아닙니다”

    그러나 관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자치단체장을 경험한 전직 관료들은 하나같이 필요성에 무게를 둔다. “관사는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업무 공간이기 때문에 나쁘게만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1984년부터 2년간 경기지사를 지낸 이해구(78) 두원공과대학 총장은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관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자치단체장은 손님을 만날 일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호텔이나 회의장을 이용하긴 어렵죠. 돈도 많이 들고. 관사는 이런 어려움을 해소합니다.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행사를 치를 수 있어요. 더욱이 관사에 초청받은 사람들은 존중받고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러니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될 때가 많아요. 저도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관사는 사용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일홍 전 경남지사는 안전 문제를 들어 관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 전 지사는 “자치단체 행정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발생한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 따라서 단체장이 24시간 안정적으로 업무를 챙길 수 있는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선 서울시장과 민선 충북도지사를 지낸 이원종(72) 전 지사는 사업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세계 국가 대부분이 지역 행정수장에게 관사를 제공합니다. 관사에서 중요한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관사로 초대하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대단한 예우로 통합니다. 특히 사업을 추진할 때 그렇죠. 저도 충북지사 시절 관사에서 많은 사업을 추진해 성사시켰습니다. 외환위기 직후 오창단지 개발을 추진할 때도 투자자들을 관사로 불러 대접하면서 계약을 성사시켰죠. 일본, 독일, 대만 기업 관계자들을 초대했습니다.

    서울시장을 할 때도 관사는 중요한 공간이었어요. 당시 서울에선 하룻밤에 10여 건씩 화재가 발생했어요. 저는 관사에서 이런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챙기며 대책을 세웠습니다. 관사는 단순히 먹고 자는 숙소가 아닙니다. 최근 관사를 없애는 것이 무슨 유행처럼 되고 있는데, 그러다 소탐대실(小貪大失)할 수도 있어요. 관사를 줄여서 얻는 이득보다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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