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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경제올림픽’ 강박증? 경기장 제때 못 지을 판!

위기의 평창동계올림픽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문체부 ‘경제올림픽’ 강박증? 경기장 제때 못 지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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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IOC 분산개최 제안은 ‘공개 경고’
  • ● 주장만 있고 방법은 없는 비용 절감案
  • ● 체육국장 ‘수첩인사’, 쪽지 파문, ‘땅콩 회항’
문체부 ‘경제올림픽’ 강박증? 경기장 제때 못 지을 판!
2018년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까지 이제 3년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준비 상태를 보면 과연 행사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12월 7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평창올림픽 썰매 종목을 한국 이외의 장소에서 치르는 방안을 제시했다. “비용 절감을 위한 제안으로, 분산개최 여부는 최종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으나, 이는 ‘공개 경고’이자 ‘무언의 압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일간 ‘시카고트리뷴’은 “시설 건립비를 놓고 벌어진 한국 내 갈등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신설 예정인 6개 경기장의 공정률은 10% 미만이다. 개·폐회식장과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등은 아직 설계도 확정하지 못했다. 재정자립도가 21.6%에 불과한 강원도, 별도 재원이 없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저비용 올림픽’이라는 키워드만 중시하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의견차가 극심해 경기장 공사를 완료 시한(2017년 9월) 내에 못 끝낼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설상가상으로 조양호 조직위원장(한진그룹 회장)이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면서 위원장 사퇴설까지 나오는 상황. 조 위원장은 12월 12일 기자회견에서 “위원장 지위는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750억 절감 근거는?

‘신동아’는 2014년 9월호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신설 경기장 재설계 논란에 대해 보도했다. 4개 경기장 건설 시공사 선정을 불과 2주 앞두고 문체부는 설계 주체인 강원도에 “경기장 규모를 축소하거나 경기 후 철거할 수 있게 다시 설계하라”고 지시했다. 문체부가 제시한 예상 절감 비용은 750억 원. ‘신동아’는 “문체부가 주장하는 비용 절감 근거가 희박하고,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이미 수십 억 원을 들여 1년간 설계했는데 이제 와서 경기 이후 철거하는 ‘일회성 시설’로 재설계하는 것은 경제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도 이후 강원도는 “착공을 지체하면 2017년 2월 예정된 테스트이벤트 전까지 완공할 수 없다”며 재설계 불가 방침을 고수했으나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해당 경기장이 아닌 곳에서도 테스트이벤트를 열 수 있다”는 답신을 보내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재설계에 나섰다. 재설계는 1차 설계를 맡았던 회사가 별도의 입찰 과정 없이 수행하기로 했으며 재설계 대가로 30억 원이 추가 지급됐다.

재설계 이후 문체부 주장대로 750억 원을 줄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설계 관계자는 “재설계가 결정된 이후 문체부에 ‘공사비 절감 근거를 달라.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었는데 문서는커녕 구두 지시도 내려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10월 8일, 문체부는 처음으로 ‘근거 자료’를 제시했다. 문체부가 등 국내 건축학과 교수 4인에게 자문해 작성한 ‘평창동계올림픽 빙상경기장 공사장 절감 계획’이다. 하지만 20장 남짓한 이 문건에는 대략적 가이드라인만 있을 뿐 어디에도 사업비를 줄일 ‘구체적 방법’은 없다. “평당 공사비를 줄이면 각 기존 공사비에서 15~25%를 절감할 수 있다”는 내용뿐이다. 문제가 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경우 원래 책정된 평당 공사비는 936만 원이지만 향후 700만 원으로 줄이면 공사비의 25%(285억 원)를 줄일 수 있다고 돼 있다. 다음은 강원도 공무원의 말이다.

“5층 빌라를 지을 때와 20층 아파트를 지을 때, 건설 면적이 같다고 해서 평당 공사비가 같은가. 이건 상식이다. 무조건 ‘평당 공사비를 줄이라’는 건 질 나쁜 자재, 저급 인력으로 대충 지으라는 의미 아닌가. (문체부 담당자에게) 기준이 된 ‘신규 평당 공사비’의 근거를 물었더니 답을 못하더라.”

“현장도 안 가보고…”

강원도청의 다른 공무원 역시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문체부 자문 교수에게 ‘교수님, 현장에 가보셨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안 가봤다’ 하더라”고 했다. 조직위 담당자 역시 문체부가 제시한 ‘계획’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는 “문체부 근거 자료에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지하시설을 없애자’고 했는데, 그러면 본래 지하시설에 들어가게 돼 있던 시설을 수용할 수 있는 별도 건물을 세워야 한다. 당연히 추가 비용이 든다. 하지만 문체부안(案)에는 그런 고려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강원도가 스스로 ‘설계 변경을 통해 최대 절감할 수 있는 비용’으로 제시한 금액은 175억 원. 문체부가 제시한 750억 원과 4배 이상 차이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강원도와 조직위에선 “문체부가 별 근거도 없이 몇몇 교수 이야기만 듣고 사업비 절감을 요구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문체부는 최근 강원도에 “비용을 줄일 방법을 고민하도록 특정 교수 전문가에게 연구용역을 주라”고 ‘제안’하면서 갈등이 심화했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설계사가 정해졌기 때문에 교수 용역은 의미 없다. 만에 하나 용역을 맡긴다면 또 다른 입찰을 통해 용역 담당자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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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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