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 정진후 의원. 2014년 9월 4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은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사립학교 비중이 높다. 2014년 전국 사립 고등학교는 640개. 전체 고등학교(1520개)의 42%에 해당한다. 서울의 경우 110개로 공립 고등학교(72개)보다도 많다.
사학 내 이사장, 설립자의 권한은 막강하다. 학교 운영과 교사 인사, 재단전입금 운용에서 절대적 지위를 행사한다. 사립학교는 교육청으로부터 공립학교 수준의 예산을 지원받지만 교육청의 감시·감독에서 자유롭다. 이 때문에 “일부 사학재단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유형별로 그 사례를 살펴보자.
★ 학교 운영권 매매
서울 양천구 진명여고는 조선 말기 고종황제의 계비이자 영친왕의 생모인 황귀비 뜻에 따라 지어진 학교다.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최초의 여학교답게 개교 108년 역사 동안 많은 여성 인재를 배출했다.
2010년 설립자 후손인 변기호 전 이사장 부자(父子)는 선대로부터 넘겨받은 학교 부지 및 운영권을 류종림 전 장안대 총장(현 진명학원 이사장)에게 75억 원을 받고 넘겼다. 검찰 조사에서 류 이사장이 건넨 돈 일부가 장안대 교비에서 횡령한 돈으로 드러났다. 류 이사장은 교비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2014년 5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고 출소했다.
변 전 이사장 측은 “류 이사장이 부정한 돈으로 진명학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인수 당시 교육청에 제출한 ‘학교발전계획’도 지키지 않았다”며 법적 대응했다. 설립자 후손이자 변 전 이사장 큰누나인 변명혜 씨는 “돌아가신 어른들께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 없다. 학교를 꼭 되찾아 나라에 기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은 류 이사장의 학교 운영권 매매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따르면 △학교법인의 임원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운영권 양도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법적으로 제한·금지 규정이 없고 △교육부 장관, 시·도 교육청 등 관할청 허가를 받을 것이 요구되지만 운영권 양도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규정이 없으며 △양수 목적 역시 진명학원의 설립 목적과 다르지 않다는 것.
대법원은 사립학교 매매에 대해 잇달아 무죄 판결을 내렸다. 2014년 1월 대법원은 강원도 영월의 한 사립학교 운영권 양도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이사장에 대해 유죄였던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이득형 전 서울시교육청 시민감사관은 “사학은 단순한 부동산이나 사업권이 아닌데 대법원에서 사립학교 운영권 양도행위가 가능하다는 ‘면죄부’를 줬다”며 “이러다가 사립학교 매매 광고 전단이 동네 부동산 중개소에 나붙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신동아’는 2010년 진명여고 변 전 이사장이 학교 판매 홍보를 위해 제작한 ‘투자 제안서’를 입수했다. 부동산 광고 전단 같은 홍보 문구가 눈에 띈다.
“예금 10억 원과 공시지가 수준 891억 원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재단을 140억 원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
“학교부지 주변은 주택가로서 목동 7단지 등 아파트와 고급 주상복합이 인접해 있음. 주변 여건상 부지 이전 후 주거 용지로 변경 가능성. 이를 환산할 경우 학교부지는 약 2100억 원의 가치 예상됨.”
검찰이 압수한 류 이사장의 ‘수첩’에는 류 이사장이 진명여고 인수를 앞두고 여러 사학의 ‘시세’를 분석한 것과 사학 인수를 고민하며 역술가들을 찾은 사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진명여고 한 교사는 “이 수첩을 보고도 류 이사장의 진명여고 양수 목적이 학교 설립 목적과 다르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진명을 75로 하기로 되었다 함. (변 전 이사장 측에서) 127에서 85까지 끝까지 요구했다 함”(숫자 뒤 단위는 억 원)
“(역술인에 물어보니) 진명은 지금껏 몇 대를 이어서 심기만 하고 과실은 내가 따먹게 된다고 함”
“(역술인에 물어보니, 내가 인수할 사학이) 총 5개가 되겠다. 대학 3개, 고교 2개. 욕심은 10개도 넘지만 5개를 인수하겠다. 상대방이 먼저 와서 인수해달라고 부탁하겠다. 아주 헐값으로 사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