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호

정윤회와 허민회(CJ 경영총괄) 울릉도에도 함께 있었다

정윤회-CJ그룹 접촉설 풀 스토리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5-01-26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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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도행사 전날 임산(호박가족 대표) 소개로 만나”
    • “독도에서 처음 만났다” 말 바꾸기 논란
    • 계열사 동원해 후원금(1억3000만 원) 급히 마련
    • CJ 측 “정씨 관련 내용은 완전한 해프닝”
    정윤회와 허민회(CJ 경영총괄) 울릉도에도 함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인 정윤회 씨가 청와대 인사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국정을 농단했다는 내용의 청와대 문건이 폭로된 후 ‘정씨가 비선 실세 노릇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56%는 정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사실로 믿는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2014년 8월 정씨가 참석한 독도 콘서트를 CJ그룹이 후원하고 이 회사 고위 인사와 정씨가 만난 사실도 공개됐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횡령과 탈세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매일경제’와 ‘조선일보’ 보도 이후 여러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이렇다.

    2014년 8월 13일 독도에서 ‘보고 싶다 강치야! 독도 콘서트’가 열렸다. 이 행사에 박 대통령의 팬클럽 ‘호박가족’의 대표인 임산 씨와 팬클럽 멤버들이 참석했다. 또 박 대통령에게 취임식 한복을 제작해준 디자이너 김영석 씨, 박 대통령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석했던 인사들, 그리고 정윤회 씨도 온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청와대의 요청으로 이 행사에 거액의 협찬금을 제공했고 A부사장은 독도 음악회에 참석했다.

    ‘신동아’는 울릉군 독도관리사무소를 상대로 취재를 시작했다. 정윤회 씨가 가명으로 독도에 불법 입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다음은 관리사무소 관계자와의 통화 내용이다.



    “200만 원 과태료 대상”

    ▼ 8월 13일 독도 방문객 중에 ‘정윤기’라는 이름으로 온 사람이 있나요.

    “잠깐만요. (리스트를 넘기는 소리가 남) 네. 있네요. 요즘 자주 나오는 정윤회 씨 취재하시나요?”

    ▼ 네. 독도에 입도할 때 ‘독도 공개지역 입도승인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압니다. 정윤회 씨처럼 그 서류에 가명을 써서 내는 행위는 불법 아닌가요.

    “불법이죠. 저희가 실명 여부를 일일이 대조하지는 않지만, 적발되면 ‘울릉군 독도천연보호구역 관리조례’에 의거해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됩니다.”

    ▼ 정씨에게 과태료를 청구할 계획이 있나요.

    “우리도 골치가 아파요.”

    기자는 그날 독도에 입도한 CJ의 ‘A부사장’이 허민회 그룹 경영총괄 부사장이라는 이야기를 경찰 측으로부터 들었다. 이어 독도관리사무소를 통해 허민회 경영총괄이 입도한 사실을 확인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에게 다시 물었다.

    ▼ 허민회 씨의 신분은?

    “그분은 ‘보고 싶다 강치야! 사랑본부’로 돼 있네요.”

    ▼ CJ 소속으로 돼 있지 않나요.

    “그런 내용은 없는데요.”

    이재현 CJ 회장의 실형 선고 때 여러 언론은 “이재현 공백, 이미경-허민회가 메운다”라고 보도했다.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 부회장은 사실상 그룹 CEO 역할을 맡았고, 허 부사장은 CJ지주회사에서 그룹 계열사를 총괄관리하는 ‘실무형 2인자’가 됐다. 이재현 회장은 CJ E·M, CJ CGV, CJ 오쇼핑 등 주요 계열사 3곳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서 그 자리에 허 부사장을 앉혔다. 정윤회 씨를 만난 CJ의 임원이 그저 부사장급이 아니라 그룹 2인자에 가깝다는 점이 주목된다.

    정윤회와 허민회(CJ 경영총괄) 울릉도에도 함께 있었다

    독도 행사 주최자인 ‘보고 싶다 강치야! 사랑본부’ ‘호박가족’의 임산 대표

    독도에 입도하는 방법으로는 ‘일반 관광객’으로 개별 입도하는 방법과 행사 같은 ‘특수목적’으로 입도하는 방법이 있다. 취재 결과, 정씨와 허 부사장 모두 독도 콘서트 행사를 주최한 ‘보고 싶다 강치야! 사랑본부’ 소속 인원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들의 입도 시간 및 교통편과 관련해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8월 13일 오전 7시쯤 울릉도 사동항에서 돌핀호를 타고 독도에 왔다. 주최 측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배를 붙잡아둬야 하기 때문에 배를 통째로 빌렸다”고 말했다. 이어 “오전 일찍 울릉도발 독도행 선박을 타려면 전날 울릉도에 묵어야 한다”고 했다.

    8월 12~13일 CJ 경영진은 20일쯤 뒤로 예정된 이재현 회장의 2심 선고를 앞두고 비상상황이었다. 이 회장의 집행유예 석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허 부사장은 휴가 일정도 잡지 못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허 부사장이 평일에 작은 음악회를 보러 서울에서 이틀 거리에 있는 섬까지 갔다는 건 선뜻 납득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정씨와 허 부사장은 울릉도에서부터 동행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선 실세 소문이 난 정씨를 만나 이 회장 구명 로비를 시도하려고 CJ가 독도 행사 후원금도 내고 2인자가 울릉도와 독도를 찾은 것으로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정윤회-임산-CJ?

    독도 행사 주최자인 ‘보고 싶다 강치야! 사랑본부’는 ‘호박가족’의 임산 대표가 이끌었다. 2012년 박근혜 대선 후보 측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박 후보의 여러 팬클럽 중 ‘호박 넷’은 당시 박 후보의 의원실 보좌진이 직접 관리한 유일한 팬클럽이었다. 그 보좌진은 현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 일컬어진다. 2010년 5월 호박 넷에서 분리된 팬클럽이 호박가족이다.

    박 대통령은 ‘대박’이라는 닉네임으로 호박가족 홈페이지에 글을 쓰기도 했으며 호박가족 로고가 그려진 앞치마를 두르고 이 팬클럽 주최 김장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임 대표는 박 대통령의 취임식 때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는 축가를 불렀다. 여권 일각에선 임 대표와 정윤회 씨가 밀접한 관계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정윤회 씨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임 대표에 대해 “옛날에 내가 일할 때 많이 도와줬던 친구”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CJ는 임산 대표가 요구한 대로 독도 행사 후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안다. 1억3000만 원을 주고 나중에 2000만 원을 더 줬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전했다. CJ가 지급한 후원금은 독도 행사 주관사인 ‘일 프로덕션’으로 들어갔다. 일 프로덕션의 대표는 임 대표의 부인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업은행도 임 대표 측의 독도 행사에 비슷한 액수를 후원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홍보 담당자는 “행사 주최 측과의 비밀유지 약속 때문에 후원금 액수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임 대표와 일 프로덕션은 정윤회 파문 후 외부와 연락을 끊었다. 호박가족의 홈페이지에 있는 전화번호는 해지된 상태다.

    ‘신동아’는 취재된 내용을 질의서로 정리해 허민회 경영총괄 부사장과 CJ그룹에 보냈다. 이틀 뒤 CJ 그룹의 관계자(임원)가 찾아와 질문에 답했다. 경찰 관계자의 증언 등 새롭게 나타난 내용이 있어 CJ가 적극 대응하는 듯 보였다. 다음은 이 관계자와의 일문일답이다.

    요구대로 다 들어줬다?

    ▼ CJ는 어떤 계기로 ‘보고 싶다 강치야! 독도 콘서트’를 후원했나.

    “주최 측인 임산 대표가 후원을 요청해왔다. 주관사인 일 프로덕션도 우리가 파악해보니 임 대표 부인이 대표더라. 우리가 고민을 좀 했다. 기존에 한 적이 없었으니까.”

    ▼ 왜 후원을 결심했나.

    “보수 진영에서 우리 보고 영화 ‘광해’가 어떠니 하면서 자꾸 ‘좌파’라고 한다. 독도라는 상징성도 있고 이미지 개선 등에 도움이 많이 되겠다 싶었다.”

    ▼ CJ는 일본과 연결되는 사업이 있어 독도 관련 행사엔 거의 참여하지 않았으며, 독도를 소재로 한 영화 시나리오도 검토하다 접은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번엔 어떤 사정에서 후원한 것인가.

    “지금까지 독도 관련 행사에 참여한 적이 없고 시나리오를 접은 것도 맞다. 이번엔 콘서트 취지가 좋다고 판단했다. 해양수산부가 이 행사의 후원기관이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신동아’에 “임산 대표가 독도 행사 후원기관으로 해수부 이름만 쓰게 해달라고 요청해와 수락해줬다. 당시 임 대표의 이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수부 이름을 행사 후원기관으로 쓰게 해준 해수부 담당 과장은 얼마 뒤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CJ 관계자는 “청와대의 요청으로 독도 행사를 후원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 후원금으로 얼마를 줬나.

    “1억3000만 원.”

    ▼ 나중에 2000만 원을 더 줬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런 것 없다.”

    ▼ 임 대표가 요구한 대로 줬다는데….

    “그는 7월경인가 행사가 임박한 시점에 후원을 요청했다. ‘한 3억 정도 드는데 기업은행이 반을 내고 CJ가 반을 내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1억3000만 원을 후원하기로….”

    ▼ 임 대표가 다른 걸 요구하진 않았나.

    “‘아리랑TV가 독도 행사를 방송하는데 아리랑TV로는 좀 약하다. (CJ 계열인) tvN이 꼭 독도 행사를 촬영해 방송에 내보내야 한다’고 요구하더라. 그래서 허민회 님은 (tvN을 운영하는) 계열사인 CJ E·M에 ‘촬영팀을 독도로 보내달라’고 했다. 촬영팀 4명과 카메라 2대가 독도로 가서 행사를 촬영한 뒤 tvN에 방영했다. (그룹 경영총괄은 지주회사에 소속돼 있는데) 지주회사는 당시 후원금을 낼 여유가 없어 허민회 님은 E·M이 독도 행사 후원금도 내도록 했다. E·M에서 일 프로덕션으로 송금했다.”

    “명함 안 받았다”

    ▼ 허 부사장이 독도 행사에 직접 간 이유는 무엇인가.

    “저쪽(임 대표)이 ‘후원사 대표 자격으로 행사에 와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래서 허민회 님이 갔다. 기업은행도 부사장급이 독도 행사에 간 것으로 안다.”

    그러나 기업은행 홍보담당자는 ‘신동아’에 “기업은행 임직원 중 누구도 독도 행사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CJ에 따르면, 임 대표를 CJ에 소개한 사람은 전직 CJ 계열사 임원인 이모 씨(현재 모 투자회사 대표)다. 이씨가 CJ 근무 시절 알고 지낸 허 부사장에게 “내가 딸을 데리고 올 테니 선배도 아들을 데리고 오라”고 했다고 한다. 임 대표의 강력한 요구에다 이씨의 권유까지 있어 허 부사장이 고교생인 아들을 데리고 독도에 가게 됐다는 게 CJ 측 설명이다. 이 설명이 사실이라면 임 대표는 재벌에게서 억대 후원금도 받아내고 재벌 계열 방송이나 대기업 2인자도 뜻대로 움직인 셈이다. CJ 관계자와 다시 문답을 주고받았다.

    ▼ 허 부사장이 독도 행사 전날 울릉도에서도 정윤회 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화요일인 8월 12일 허민회 님은 새벽같이 임산 대표 측 일행과 함께 서울을 출발했다. 묵호항을 거쳐 울릉도에 도착했다. 간단히 섬을 한 바퀴 돌고 한마음회관대극장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려 모여 있었다고 한다. 그때 임 대표가 정윤회 씨를 허민회 님에게 인사시켰다고 한다. ‘이분은 정 회장입니다’ ‘이분은 이번 행사 많이 후원해준 CJ 부사장입니다’ 이런 식으로. 정씨는 다른 행사 참석자들처럼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달고 있었는데 인사할 당시엔 명찰이 뒤집혀 있어 이름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허민회 님은 정씨로부터 명함을 받지 않았다.”

    이러한 설명은 지금까지 언론에 알려진 CJ 측 설명과는 다르다. 매일경제 기사에 따르면 CJ 측은 이 매체에 “부사장이 독도에서 정씨를 만나 ‘정윤기’라는 정씨의 가명 명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명함은 보통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주고받는다. 그런데 ‘신동아’ 인터뷰에선 전날 울릉도에서 허 부사장이 정씨를 이미 만났고 명함도 받지 않았다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해 CJ 관계자는 “매경 측은 우리에게 단 한 번도 물은 적이 없다”고도 했다.

    매일경제가 하지도 않은 답변을 지어내 소설을 썼다는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정윤기’라는 가명 명함 얘기도 근거를 잃게 된다. 다만 매일경제에 게재된 CJ의 답변 내용이 이후 여러 매체에 인용될 동안 CJ가 이 내용을 부인한 흔적은 없다. 그러다 ‘신동아’가 새로이 취재한 울릉도 접촉 의혹에 대해 질문하자 기존 보도 내용을 부인한 셈이다.

    ‘소설’이냐, 말 바꾸기냐

    만약 CJ가 말 바꾸기를 한 것이라면 정씨와 CJ 간 커넥션 의혹, 은폐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 가명 명함이든 실명 명함이든 명함을 받았다면 명함 속 연락처로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이 생긴다. 더구나 명함을 받아놓고도 말을 바꿔 잡아떼는 것이라면 이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매일경제는 기사를 쓰기 전에 CJ 측에 확인한 사실이 있는지 밝혀야 할 것이다. 이어지는 CJ 관계자와의 문답이다.

    ▼ 정씨도 서울에서 함께 출발했나.

    “정씨와 어떤 여성, 어떤 남성 이렇게 세 명이 울릉도에 따로 왔다고 하더라. 세 명은 행사용 티셔츠를 입지 않았고 늘 따로 움직였다고 하더라. 허민회 님은 흑백사진 속 정윤회 씨 모습만 봐와서 소개받은 사람이 정씨인 줄도 몰랐다고 했다. 정씨의 머리도 흰 편이었고 임 대표도 ‘정 회장’이라고만 소개했고….”

    ▼ 스치듯 만난 게 전부라면 이내 잊어버렸을 것 같은데, 100명이 넘는 행사 참석자 중에서 정씨의 특이점을 기억한다는 게…. 그때 만난 사람이 정씨였다는 사실을 나중에 어떻게 인지할 수 있었나.

    “사진과 실제 얼굴이 너무 달라 소개받은 정 회장이 정윤회 씨인 줄도 몰랐고 더 만나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 울릉도에서 행사 참석자들의 숙소는 어디였나.

    “호텔 두 곳에 나눠서 묵었다고 하더라.”

    ▼ 허 부사장이 정윤회 씨의 객실을 방문했다든지 두 사람이 만난 사실이 있나. 정씨에게 이재현 회장 문제와 관련해 이야기를 한 사실이 있나.

    “임산 대표의 소개로 간단히 인사만 한 게 전부이며 이후 전혀 만난 적이 없다고 하더라.”

    독도 행사 주관사인 일 프로덕션의 2013년 매출은 3억6700만 원. 연간 매출에 육박하는 규모의 행사를 맡은 셈이다. 보통 대기업은 행사 후원 요청을 받으면 후원받는 곳의 규모, 재정 상태, 평판을 꼼꼼히 알아보고 결정한다.

    ▼ 협찬할 때 협찬받을 회사의 상황이 어떤지 조사하지 않나.

    “당연히 한다.”

    “딱 잘라 거절하기 어려웠다”

    ▼ 영세한 회사가 주관하는 행사에 거액을 급히 후원하고, 그쪽에서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해서 그룹 경영총괄이 바쁘고 긴박한 시기에 1박2일로 독도까지 갔다? 좀 석연치 않아 보인다. 이 음악회 행사는 연매출 수십조 원 규모의 CJ그룹 처지에서 볼 땐 자잘한 대외 업무 중 하나일 뿐이지 않나.

    “보기에 따라선 그럴 수 있는데 우리로선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후원사 자격으로 행사에 와야 한다’는 요구를 딱 잘라 거절하기 어려웠다.”

    ▼ 딱 잘라 거절하기 어려웠다는 게 잘 이해가 안 된다. 임산 대표 쪽이 후원금을 받아야 하는 을의 처지인데, 왜 그쪽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나.

    “회사를 보고 한 게 아니라 행사 취지를 보고 한 거니까.”

    ▼ 정치와 관계없고 이재현 회장 일과도 관계없는 그냥 음악회일 뿐이라면 요구를 거절해도 상관없지 않나, 사업적으로만 판단하면. 더욱이 후원금을 낸 회사는 CJ E·M이므로 후원사 자격으로 독도에 가려면 E·M 대표가 가든지 해야지 왜 그룹지주사 경영총괄이 가나.

    “우리 상황이 그렇다. 누구 하나라도 뭐라고 하면 되게 힘들다. 행사 취지도 괜찮다 싶어서 그렇게 한 것이다. 상황적으로 보면 좀 의심을 살 수 있다. 그런데 실제와는 전혀 다르다. 우리가 하려고 했으면 좀 더 은밀하게 하지 이렇게 공개적으로 안 했을 거다. 우리가 네트워크가 없는 것도 아니고. 정윤회 씨 접촉하려면 라인이 없었겠나.”

    ▼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보고서엔 ‘정씨를 만나려면 7억 원이 있어야 한다’는 기록도 있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우리와 정씨 관련 내용은 완전히 해프닝일 뿐이다.”

    ▼ 밖에선 여전히 의심하는 것 같다.

    “그렇지. 상황을 보면 기자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독도 관련 첫 보도가 나왔을 때 허민회 님이 부르기에 취재하듯 허민회 님께 물었다. 그 결과 해프닝으로 확인됐다. 안심이 되더라.”

    질의 이틀 후 경영총괄 교체

    CJ 측은 허민회 경영총괄 부사장이 울릉도·독도행을 이미경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신동아가 CJ그룹에 질의서를 보낸 지 이틀 뒤인 12월 12일 허 부사장은 경영총괄 자리에서 물러나 계열사인 올리브네트웍스 대표로 이동했다.

    이에 대해 CJ 관계자는 “독도 일 때문에 애꿎은 분이 이렇게 된 거다. 만약 회사 차원에서 그랬다면 당연히 보상해줬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믿으셔도 된다. 모르겠다, 허민회 님이 개인적으로 ‘(울릉도·독도에) 가서 어떻게 사람들도 만나고, 정윤회인 줄은 모르겠지만 뭔가 사람들 알고 도움이…’ 이런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지만…”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중요한 건 회장님 재판이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얼마 안 남았다. (이런 해프닝이) 여기에 악영향을 끼쳐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횡령·배임·탈세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은 2014년 9월 12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252억 원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를 받지는 못했으나 구속집행정지로 병원 치료를 계속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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