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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前戱) 사진 맞잖아요?” “너무 빨리 덮쳤습니다”

간통사건 전문 형사가 들려준 ‘通情 百態’

  • 구무모 전 형사│moomo9@hanmail.net

“전희(前戱) 사진 맞잖아요?” “너무 빨리 덮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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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8년 ‘옥소리 사건’ 이후 사실상 사문화
“전희(前戱) 사진 맞잖아요?” “너무 빨리 덮쳤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간통죄가 2월 26일 폐지됐다. 나는 1976년 경찰에 입문해 2007년 퇴직할 때까지 서울 영등포경찰서, 경기 부평경찰서 등에서 근무한 경찰관으로 31년간 3000여 건의 간통사건을 수사했다. 그러니 간통죄가 폐지된 것에 대해 누구보다도 감회가 깊다.

돌이켜보면 간통죄 역시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위반하면 형벌이 따른다는 심리적 억압으로 인한 억지효과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어가면서 이 법은 ‘가정과 혼인관계를 지킨다’는 입법 취지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압력을 계속 받아왔다. 나 역시 1997년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라는 책을 출간하며 간통죄 폐지를 줄곧 주장해왔다.

“좀 더 기다리시지…”

나는 법조인도 아니고 학계에서 간통죄 관련 법률을 연구하는 사람도 아니며, 오로지 일선에서 그 수사에만 종사한 사람이다. 따라서 이 법률의 모순이나 악용 사례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주장이 그 어떤 통계나 학설보다 현실감 있다는 것을 알아주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간통죄 폐지가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법을 현실에 적용하는 데 어떤 모순과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우선 형법은 죄와 벌을 정한 것인데, 형법상 간통죄는 죄와 벌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



첫째, 죄부터 따져보자. 간통죄 유형은 단 한 가지다. 성기끼리의 접촉인 ‘성교’만 이에 해당된다. 그 어떤 유사성행위를 한 경우라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 성교 행위보다 비난의 여지가 더 큰 행위일지라도 해당되지 않는다.

제법 큰 음식점을 경영하는 아내가 교통경찰관과 바람이 났다. 남편이 낌새를 채고 뒤를 쫓았다. 어느 여름밤, 아내가 상대 남자와 식당에 딸린 내실로 들어가는 광경을 포착하고 창밖에서 살폈다. 방 안에선 두 남녀가 두런대는 소리, 각자 샤워하는 소리, 침대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아내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아내의 그 특이한 신음소리가 언제 나는 것인지를 너무 잘 알고 있던 남편은 때가 됐다고 판단하고 순식간에 창문을 열어젖혔다. 그러고는 소리 나는 쪽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를 연속해서 터뜨렸다.

경찰에 잡혀온 두 남녀는 한사코 간통하지 않았다고 했다. 화가 난 남편이 증거가 있다며 사진을 뽑아왔다. 우연이었겠지만, 카메라 앵글은 여자의 얼굴 쪽을 정확히 겨냥했다. 금방 샤워해 물기가 촉촉한 머릿결, 지그시 감은 눈, 그리고 ‘야동’에서 더러 볼 수 있는 오럴 성행위 장면이 클로즈업돼 있었다.

“무혐의 증거를 수집하셨네요.”(형사)

“성교 전 전희 장면이 분명하잖아요.”(남편)

“좀 더 기다리시지…너무 빨리 덮쳤습니다.”(형사)

이 남녀는 즉시 석방됐다.

“전희(前戱) 사진 맞잖아요?” “너무 빨리 덮쳤습니다”

‘성교’ 행위만 처벌하는 간통죄는 현대인의 법 감정과 괴리된 규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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