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이켜보면 간통죄 역시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위반하면 형벌이 따른다는 심리적 억압으로 인한 억지효과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어가면서 이 법은 ‘가정과 혼인관계를 지킨다’는 입법 취지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압력을 계속 받아왔다. 나 역시 1997년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라는 책을 출간하며 간통죄 폐지를 줄곧 주장해왔다.
“좀 더 기다리시지…”
나는 법조인도 아니고 학계에서 간통죄 관련 법률을 연구하는 사람도 아니며, 오로지 일선에서 그 수사에만 종사한 사람이다. 따라서 이 법률의 모순이나 악용 사례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주장이 그 어떤 통계나 학설보다 현실감 있다는 것을 알아주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간통죄 폐지가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법을 현실에 적용하는 데 어떤 모순과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우선 형법은 죄와 벌을 정한 것인데, 형법상 간통죄는 죄와 벌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
첫째, 죄부터 따져보자. 간통죄 유형은 단 한 가지다. 성기끼리의 접촉인 ‘성교’만 이에 해당된다. 그 어떤 유사성행위를 한 경우라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 성교 행위보다 비난의 여지가 더 큰 행위일지라도 해당되지 않는다.
제법 큰 음식점을 경영하는 아내가 교통경찰관과 바람이 났다. 남편이 낌새를 채고 뒤를 쫓았다. 어느 여름밤, 아내가 상대 남자와 식당에 딸린 내실로 들어가는 광경을 포착하고 창밖에서 살폈다. 방 안에선 두 남녀가 두런대는 소리, 각자 샤워하는 소리, 침대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아내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아내의 그 특이한 신음소리가 언제 나는 것인지를 너무 잘 알고 있던 남편은 때가 됐다고 판단하고 순식간에 창문을 열어젖혔다. 그러고는 소리 나는 쪽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를 연속해서 터뜨렸다.
경찰에 잡혀온 두 남녀는 한사코 간통하지 않았다고 했다. 화가 난 남편이 증거가 있다며 사진을 뽑아왔다. 우연이었겠지만, 카메라 앵글은 여자의 얼굴 쪽을 정확히 겨냥했다. 금방 샤워해 물기가 촉촉한 머릿결, 지그시 감은 눈, 그리고 ‘야동’에서 더러 볼 수 있는 오럴 성행위 장면이 클로즈업돼 있었다.
“무혐의 증거를 수집하셨네요.”(형사)
“성교 전 전희 장면이 분명하잖아요.”(남편)
“좀 더 기다리시지…너무 빨리 덮쳤습니다.”(형사)
이 남녀는 즉시 석방됐다.

‘성교’ 행위만 처벌하는 간통죄는 현대인의 법 감정과 괴리된 규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