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 30대 젊은 공인회계사들로 구성된 청년공인회계사회의 생각은 다르다. 감사인이 피감사 대상인 기업으로부터 일감을 받는 ‘을’의 처지라 ‘자본주의 파수꾼’ 노릇은커녕 피감 회사의 부당한 요구도 들어줘야 한다는 것. 이총희(30) 청년공인회계사회 대표는 “기업 스스로 만들어야 할 재무제표를 대신 작성해달라거나 잘못된 회계 처리를 눈감아달라는 요구가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그는 대형 회계법인 소속 8년차 공인회계사다.
청년공인회계사회가 구성된 것은 3년 전쯤. 온라인 카페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하던 공인회계사들이 “우리 힘으로 바꿔보자”며 뜻을 모았다. ‘감사인 지정제 확대’ 입법제안서를 국회로 보내고 관련 공청회에도 참여하는 등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상장기업 중 위험 신호가 감지된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 당국이 감사인을 지정하는데, 그 범위를 확대하자는 취지다. 이 대표는 “대기업에 감사인 선임 기준 공개를 요청한 건 수임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회계감사도 투명하고 정당하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들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인 곳이 있을까.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도 회신하지 않았어요.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습니까. 계속 우직하게 목소리를 낸다면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우린 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