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호

디자인 혁신엔 호평 여전한 ‘외톨이’ 느낌은 불안

갤럭시S6, 삼성전자 ‘부활의 노래’ 될까?

  • 정지연 | IT 칼럼니스트, IT기자클럽 부회장 jjnet21@gmail.com

    입력2015-03-23 15: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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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휴대전화 중 가장 아름답다”(WSJ)
    • 일체형 배터리, 카메라 성능에 불만도
    • 서로 베끼는 애플과 삼성…레드오션 진입 신호
    • 고객-개발자-협력업체 생태계 속 ‘자체 진화’ 꾀해야
    디자인 혁신엔 호평 여전한 ‘외톨이’ 느낌은 불안
    “초심으로 돌아가 제로에서 다시 시작했다. 원점에서 다시 쌓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사장이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Edge)’를 선보이며 밝힌 소회다. 삼성전자는 3월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 신제품을 소개했다. 참석한 국내외 미디어들은 디자인 혁신에 초점을 맞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4월 10일 한국과 미국 등 주요 20여 개 국가에서 이 두 제품을 시판한다. 전 세계 소비자의 ‘진짜’ 평가가 곧 시작된다.

    ‘제로’는 갤럭시S6 제품군 개발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종전까지는 알파벳에서 따왔지만 이번에는 특이하게 숫자를 썼다. ‘제로’에 첫 마음,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심정, 임전무퇴의 각오를 담았다고 한다.

    ‘임전무퇴의 각오’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이 프로젝트명은 지난해 내놓은 전작 갤럭시S5의 쓰라린 실패에 기인한다. 삼성전자 임직원 상당수는 갤럭시S5를 기억에서 지우고 싶어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4월 출시되자마자 유례없는 혹평과 판매 부진, 사상 초유의 ‘실적 쇼크’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2014년 3분기 영업이익은 4조605억 원에 머물렀다. 10조 원을 넘던 것(2013년 3분기)이 절반도 안 되게 쪼그라든 것이다. 연간 영업이익은 36조7900억 원(2013년)에서 25조250억 원(2014년)으로 30% 이상 줄었다.

    부진의 모든 원인을 갤럭시S5로 돌리긴 무리겠지만, IM 부문 실적 하락의 주된 원인이 됐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IM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이 2013년 각각 138조 원, 24조 원에서 2014년엔 111조 원, 14조 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 감소분(약 10조 원)과도 꼭 맞아 떨어진다.

    상황이 악화되자 IM 부문 수장 신종균 사장의 교체설도 나돌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1월 신 사장이 IM 부문 수장에서 물러나고 소비자가전 부문을 총괄하는 윤부근 사장이 후임으로 지명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신 사장은 연말 인사에서 유임됐다. 설욕할 기회를 부여받은 셈이다. 프로젝트명을 굳이 제로로 한 이유를 얼추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제품군에 대한 미디어 반응은 나쁘지 않다. 신 사장 교체설을 보도했던 WSJ은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만든 휴대전화 중 가장 아름답다. 삼성이 마침내 디자인에 감각이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타임’은 “이전 스마트폰과 달리 디자인이나 매력에 초점을 뒀다. (삼성이) 고객들이 좋은 성능 이상의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평했다. 삼성전자는 디자인 혁신을 강조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 ‘패션위크’ 행사에 맞춰 현지 패션 매체들을 초대, 패션 산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 이동통신업체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꼭 1년 전 같은 행사에서 갤럭시S5를 선보였을 때와는 확실히 달라졌다. 이 같은 평가는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가 기존의 갤럭시 디자인을 뒤집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선 플라스틱 외장을 과감히 버리고 금속(metal)과 유리(glass)로 소재를 바꿨다. 갤럭시S6 엣지는 여기에다 말 그대로 양쪽 모서리(edge)를 전면 유리를 확장해 감싸는 듯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화면이 넓어 보이고 가장자리에서도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고성능이지만 특별한 감흥은 없는 딱딱한 기기’로 여겨지던 기존 갤럭시의 이미지를 ‘고급스럽고 심미적인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64비트 쿼드코어(4개의 두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를 장착한 것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14나노 미세회로공정을 적용해 속도도 빠르고 전력소모량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여기에 3기가바이트(GB) D램 메모리, 128GB 낸드플래시 저장장치, 16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등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고급 부품을 대거 탑재했다. 덕분에 홈 버튼 등 각종 기능 응답 속도와 애플리케이션 구동이 빨라졌다는 게 벤치마크 테스트를 실시한 IT 전문지들의 평가다.

    디자인 혁신엔 호평 여전한 ‘외톨이’ 느낌은 불안

    3월 1일 스페인에서 열린 ‘MWC2015’에서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이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에 대해 프레젠테이션하고 있다.



    디자인 혁신엔 호평 여전한 ‘외톨이’ 느낌은 불안
    혁신이냐, 애플 따라 하기냐

    기능적 측면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삼성페이’. 급속하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핀테크(Fintech)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NFC(근거리무선통신)뿐 아니라 MTS(마그네틱 보안 전송) 방식까지 동시에 지원하는 모바일 결제 솔루션을 제공한다. NFC 방식을 채택한 ‘애플페이’를 겨냥한 것인데, 본격적인 서비스 대결로 이어지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많다.

    외관 디자인을 위해 일체형 배터리를 채택한 데에는 논란이 많다. 아이폰과 비교해 갤럭시 시리즈의 장점은 착탈식 배터리에 추가 배터리팩 구입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 장점을 삼성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삼성 측은 배터리 용량을 늘렸고 10분 충전에 4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으나 구체적인 사용조건은 명시하지 않았다. 대신 제휴를 통해 식음료점 등에서 무선 충전이 가능하도록 협력체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카메라 성능도 2000만 화소급으로 높일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갤럭시S5 수준인 1600만 화소에 머물렀고, 외장 SD메모리 슬롯을 없앤 점도 일각에서는 기능 후퇴로 지적했다.

    그런데 국내외 미디어들의 호평 가운데 묘한 기류가 흐른다.

    갤럭시S6가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내건 디자인 혁신 키워드인 ‘금속’과 ‘유리’는 바로 애플이 그동안 아이폰 시리즈를 통해 쌓아온 외장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 것. 삼성이 만들어낸 차별화 포인트는 갤럭시S6 엣지의 양쪽 모서리를 유리로 구현해낸 정도라는 것이다. 즉, 수년간 구축한 갤럭시 이미지를 버리고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겠다며 택한 길이 고작 ‘애플 모방’이었다는 냉랭한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애플 역시 경쟁자 모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애플이 지난해 하반기 내놓은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는 삼성 갤럭시 시리즈의 대표적인 특장점인 대화면을 채택했다. 결국 두 기업이 서로의 장점을 각각 차용했다고 볼 수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최대 맞수가 서로를 닮아가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시장의 혁신이 둔화하는 동시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한다. 한 마디로 레드오션에 진입했다는 얘기다.

    깜빡 졸면 죽는다!

    디자인 혁신엔 호평 여전한 ‘외톨이’ 느낌은 불안
    갤럭시S5의 부진을 틈타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를 탈환한 애플은 해당 분기에 총 7483만 대를 팔았다. 시장점유율은 20.4%였다. 2위로 떨어진 삼성전자도 7303만 대로 19.9%를 차지했다. 두 기업 간 시장점유율에 큰 차이가 없었다. 다시 말해 순위는 엎치락뒤치락 얼마든지 또 바뀔 수 있다.

    이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이미 성숙 단계로 진입했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두 기업이 점유할 수 있는 고가 시장은 포화상태이고, 그나마 성장을 담당해온 중저가 시장은 화웨이나 샤오미 같은 중국 업체들이 차지했다. 이들은 애플, 삼성과 유사한 디자인과 기능을 구현하면서도 가격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장점을 내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삼성과 애플은 서로의 시장을 뺏는 전략을 취하게 됐고, 살기 위해서는 체면은 좀 구기더라도 ‘미투(me too) 전략’을 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해 삼성전자를 ‘지옥문’ 앞까지 떠밀었던 갤럭시S5는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논란이 됐던 카메라 모듈의 수율이나 몇몇 부품 결함은 삼성 측의 과민한 반응이 되레 문제를 키운 것이지, 대세는 아니었다. 근본적인 원인은 상품 전략의 실패다.

    우선 갤럭시S5는 애플을 확실히 따돌리고 1위를 굳힐 혁신성이 없었다. 또 저가 공세를 펼쳐서 무섭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을 견제할 무기도 갖추지 못했다. 그저 기존 갤럭시 시리즈의 연장선상에서 구태의연한 후속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이는 시장 1위 기업의 교만이나 나태함에서 비롯된다. 숨 가쁜 경쟁에 잠시 한숨 돌리고 싶었겠지만, 여전히 삼성의 위치가 ‘깜빡 졸면 죽을 수 있는’ 상황임을 깨닫게 해줬다. 뼈저린 교훈이 아닐 수 없다.

    갤럭시S6 역시 안심할 수 없다. 애플한테 빼앗긴 고객 일부를 되찾아올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퍼스트 무버(first mover·시장개척자)로서의 지위에 올라서진 못했다. 삼성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애플은 곧 아이폰6S와 아이폰7을 선보인다. 삼성이 잠시 갤럭시S6로 만회하겠지만 다시 융단폭격이 시작돼 피 말리는 접전이 반복될 것이다. 그러니 이제야말로 다시 원점에서 사고해야 한다.

    2% 부족한 신종균 스피치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약한 고리’와 관련해 그간 수많은 지적이 제기돼왔다. 하드웨어 기술은 뛰어나지만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없다고 해서 한 해에 1000명이 넘는 관련 인력을 채용, 업계에서 ‘인력 싹쓸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그 인력마저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하자 타 사업부로 재배치하지 않았는가. 실적에 급급해 이런 단기 처방을 해서는 결코 혁신을 주도할 수 없다. 혁신을 만들어낼 인력도 키워낼 수 없다.

    앞으로 핀테크,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스마트폰과 결합한다. 기술과 시장의 트렌드를 보고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해야 할 때다. 모방이나 차별화로는 이 싸움을 끝낼 수 없다. 이 점은 삼성전자가 더 잘 알 것이다.

    스페인에서 갤럭시S6 시리즈를 발표하는 신종균 사장의 동영상을 보면서 두 가지가 아쉬웠다. 우선 삼성의 철학과 역사가 담긴 이야기다. 신 사장은 영어 발표문 전체를 외우느라 수많은 리허설을 했을 테고, 두 여성 임원은 “JK(신 사장을 지칭하는 영문 이니셜)”라고 부르며 신 사장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넘겼지만 그 시나리오에선 뭔가 2% 부족함이 느껴졌다.

    왜 이 제품을 내놓았는지, 이 제품이 어떤 의미인지가 잘 와 닿지 않았다. 삼성이 스마트폰 사업에서 추구하는 철학, 방향, 비전 같은 것 말이다. 그것을 녹여내야 그야말로 ‘더 넥스트 빅 싱(The next big thing)’이 나올 듯싶다.

    또 한 가지는 생태계 구축이다. 애플의 ‘iOS’ 진영에 대항해 삼성은 안드로이드 진영에 합류했지만, 아직도 삼성은 외톨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 발표회에서도 여럿이 함께 이뤄낸 성과나 향후 계획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욕심이 많아 자처한 것인지, 협력의 노하우가 없는 것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앞으로도 협력업체와 개발자, 고객 등 이해당사자와의 관계 속에서 갤럭시를 자체 진화시킬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삼성은 매번 맨바닥에서 시작해야 하는 ‘제로’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뒤처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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