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잠수함보다 조용하고 성능도 우수
- 원자력잠수함 갖고 싶지만 기술·비용 만만찮아
- 전투함은 한 방, 항모는 세 방에 반 토막
- 금전적 보상, 인사 혜택으로 사기 올리겠다
윤 사령관은 인터뷰에서 “북한 잠수함이 위협적이긴 하지만 우리가 충분히 때려잡을 수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동석한 부사령관 권정섭 준장, 참모장 권원표 대령, 제93잠수함전대장 정일식 대령 등도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다.
▼ 사령부 창설의 의미를 설명한다면.
“안전이 보장된 가운데 더욱 효율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하겠다. 그간 분산됐던 기능을 사령부 내에서 통합한 것이다. 우리 잠수함 전력이 계속 증강되는 상황에서 좀 더 전략적인 지휘가 필요하다. 잠수함은 은밀함이 생명이다. 자칫 작전이 노출될 수 있기에 자세한 얘기는 곤란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시간에도 잠수함은 (물속에) 들어가 있다는 거다. 어디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웃음).”
▼ 미군 잠수함도 들어와 있지 않나.
“한반도 인근 해역에는 주변국 잠수함이 많다. 잠수함은 공해상 어디든 갈 수 있다. 어디서 움직이는지는 미군도 우리도 서로 안 가르쳐준다.”
소음과의 전쟁
▼ 잠수함이 전략무기라 동맹국끼리도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건가.
“우리가 209급 잠수함을 운용한 지 20년 넘었다. 각종 해외훈련에는 이 배만 참가시키고, 214급은 안 보낸다. 아예 노출하지 않는 것이다. 잠수함의 생명은 소음에 달렸다. 사람마다 개성 있는 목소리를 내듯 잠수함마다 독특한 소음이 있다. 소음이 노출되면 식별되고 추적당하기 쉽다.”
▼ 주변국 잠수함 전력을 비교하면 우리가 열세 아닌가.
“일본은 24척 정도 운용한다. 214급보다 훨씬 큰 3000t급 신형 잠수함들을 갖춰 우리와 수준 차이가 난다. 중국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신형 잠수함을 개발 중이다. 러시아, 미국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운용하는 나라이니 말할 나위도 없고. 북한도 잠수함을 운용한 지 50년 가까이 된다. 독자적으로 설계·건조하는 능력을 가졌다. 물론 잠수함만으로 작전하는 건 아니다. 잠수함과 수상함의 역할이 따로 있다. 적정 수준에서 균형을 갖춰야 한다.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은 있지만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니….”
▼ KSS-3 사업은 문제없나.
“209잠수함의 수명이 다하는 시기와 맞물려 개발될 것이다.”
3000t급 잠수함을 2020년까지 실전 배치하는 것이 KSS-3 사업이다. 말하자면 구형과 신형을 1대 1로 교체하는 셈이다.
▼ 북한 잠수함 중에 구형이 많다고 해도 천안함 사건에서 보듯 매우 위협적이지 않나.
“일단 통으로 만들어 물속에 집어넣으면 그 안의 장비가 신형이든 구형이든 탐지하기 어렵다. 북한은 구형과 신형 합해 70~80척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 일단 양적인 면에서는 우리가 확실히 밀리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음이다. 얼마나 조용한 잠수함을 많이 가졌는지가 관건이다. 꼭 1대 1로 싸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잠수함이 북한 것보다 조용하고 성능도 우수한 것이 사실이다. 공산권에서 만든 잠수함이 대체로 시끄럽다.”
▼ 우리가 북한 잠수함의 소음을 포착한 적이 있나.
“나포한 북한 잠수함을 수리·복원해 3년간 운용해서 유익한 정보를 얻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미국이 더 많은 정보를 가졌다. 북한이 이란에 수출한 잠수함의 소음을 잡아내니까. 그런 정보는 한미 간에 공유한다.”
▼ 천안함을 공격한 게 연어급이라고 한다. 해당 수역의 수심이나 조류 등 해저 환경이 어쨌든 우리 영해에 들어와 공격에 성공했다는 건 대단한 능력 아닌가.
“북한은 군복무를 10년씩 하니 배를 타도 오래 탄다. 장비가 노후해도 운용은 잘할 것이라고 본다.”
잠수함 잡는 잠수함
우리 잠수함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윤정상 사령관.
“잠수함 위협은 인지했으나 지금처럼 대단한 경각심을 가진 건 아니었다. 북한이 기습에 능하다. 천안함 피격과 같은 도발을 또 할 가능성이 있다. 천안함을 반 토막 내고 국론을 반 토막 내지 않았나. 온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한 연평도 포격 식의 직접 도발보다는 주체가 불투명한 도발을 할 거다.”
권원표 참모장이 거들었다.
“북한이 연평도 도발은 시인하지 않나. 그런데 천안함은 아직도 부인한다. 그게 잠수함이다. ‘우리가 쐈다’고 얘기하지 않으면 끝까지 모르는 거다. 추측만 할 뿐이다.”
권정섭 부사령관은 동해 얘기를 했다.
“동해는 수심이 깊어 천안함처럼 당하면 인양도 안 된다. 한번 가라앉으면 끝장이다.”
기자가 “우리 잠수함이 동해 쪽에서도 활동하지 않나. 이것도 군사기밀인가”라고 묻자 참석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부사령관이 “무슨 말씀인지 전혀 이해가 안 된다”고 농담을 했다.
“동해는 수심이 깊어 전 세계 잠수함이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잠수함 탐지가 매우 어렵다. ‘서브마린 파라다이스(잠수함 천국)’라고 얘기할 정도다.”(참모장)
▼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한 잠수함 공포증이 생겼다.
“214급은 209급보다 성능이 3배 좋다. 수상함뿐 아니라 잠수함 잡는 데도 탁월하다. 북한 잠수함을 충분히 잡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스노클링을 안 해도 된다는 게 큰 장점이다. 재래식 잠수함 중에는 최신형이라 하겠다. 장보고 3급은 그간 쌓아온 기술을 결집해 국내에서 건조한다. 주요 장비와 무기체계, 추진체계를 완전 국산화한다.”
▼ 원자력잠수함은 안 들여오나.
“연료전지를 쓰는 214급은 진짜 좋은 잠수함이다. 스노클링 안 해도 오랫동안 물속에 있을 수 있으니. 다만 공격 이후가 문제다. 저속으로 달아날 순 없지 않은가. 원자력잠수함은 30노트 이상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참모장)
1노트는 해상에서 한 시간에 1해리(1.8㎞)를 가는 속력이다. 윤 사령관이 부연했다.
“속력도 빠르지만 잠항시간이 거의 무한대다. 탑재한 수소와 탄소 양에 따라 작전일수가 달라진다. 원자력잠수함은 핵연료가 다 탈 때까지 사용할 수 있으므로 수명이 매우 길다.”
▼ 군에서야 당연히 그걸 갖고 싶겠다.
“잠수함을 가진 나라라면 다 그럴 것이다. 그런데 굉장히 어려운 숙제가 많다. 1차 문제는 핵연료인 농축 우라늄을 써야 하는 점이다. 혹시 무기화하는 것 아니냐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안전성 문제가 있다. 안전한 지상에서 건축물을 지어도 위험하다고 난리인데 하물며 물속에서랴…. 물속에서 3차원으로 움직이면서 안전하게 원자로를 가동하려면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비싸기도 엄청 비싸다. 로스앤젤레스급(미국 원자력잠수함)이 20억 달러였는데, 지금 새로 나오는 것은 36억 달러, 우리 돈으로 3조 원이 넘는다. 그러니 가진 나라가 몇 안 되는 것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인도 정도다. 브라질이 최근 시작했고.”
윤 사령관은 수상함을 타다 잠수함으로 옮겼다. 대위 때 고속정 기러기(현 참수리) 정장, 소령 때 유도탄고속함(PGM) 백구(현 검독수리) 함장을 지내며 지휘관의 역량을 쌓았다. 중령 때 6번째 209급 잠수함인 정운함 함장을 맡으면서 수중 세계로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해상과 육상의 작전 관련 요직을 번갈아가며 맡았다. 제92잠수함전대장, 합동참모본부 해상전력과장, 제9잠수함전단장, 해군작전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냈다.
“애국심에만 호소할 순 없다”
▼ 어떡하다 잠수함 쪽으로 왔나. 자원한 건가.
“1992년 (독일에서) 209급을 도입한 후 매년 1척씩 나오다보니 많은 승조인원이 필요했다. 그런데 위험하고 힘들다고 여겨 다들 안 타려 했다. 나는 수상함 함장을 하다 옮겨왔으니 차출이라고 하긴 그렇고 지원이라 해야겠지(웃음). 사람은 모자라는데 지원자가 적어 위에서 계급별로 찍어 포섭했다. 물론 끝까지 거부한 사람은 안 탔지만….”
그는 1994년 처음으로 잠수함 교육을 받았다. 이듬해 잠수함전단이 창설됐고, 그는 인사참모를 맡았다. 실제로 잠수함을 탄 것은 1995년 말이다. 그는 “수상함을 10년 타고 잠수함에 가보니 소위보다도 못하더라”고 털어놓았다.
▼ 수상함과 근무여건을 비교하자면.
“10여 평의 공간에서 40명이 바글거리면서 세 끼 먹고 당직 서고 훈련하고 작전한다. 비교가 안 된다.”
▼ 구타할 공간도 없겠다(웃음).
“한 통이다, 한 통. 여기서 방귀 뀌면 저기서 들린다(웃음).”
“40명이 한 방에서 가족같이 지내니 정이 생기고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게 된다. 그런 분위기에 매료돼 다른 부대 갔다가 다시 오는 사람도 많다.”(참모장)
▼ 폐쇄된 공간에서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처음 승선해 폐소공포증을 호소하는 친구들이 있다. 상태가 심각하면 상담을 한 후 배에서 내리게 한다.”(참모장)
“실제로 내가 탄 배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배가 물속으로 들어간 후 한 친구가 아무런 판단을 못했다. 내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곧바로 함장에게 보고하고 내리게 했다. 심리적인 문제라 외관으로는 전혀 식별할 수 없다.”(정일식 전대장)
▼ 자료를 보니 부사관 지원율이 많이 떨어지더라. 대책이 뭔가.
“실질적인 복지 혜택을 늘리려 노력한다. 어느 나라든 잠수함을 흔쾌히 타는 장병은 많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금전적으로 보상한다. 고생하는 만큼 돈을 많이 주는 것이다. 터키에선 잠수함 근무를 하면 연금 계산 때 2배로 가산해준다. 애국심에만 호소할 순 없다.”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사령관이 말씀했듯이 수당 등으로 보상해주는 거다. 다른 하나는 인사에서 혜택을 주는 거다. 진급과 장기복무 선발 때 우대하고, 표창도 자주 하고. 다만 수당 문제는 하루아침에 파격적으로 올릴 수 없으니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전대장)
항공모함을 잡다
함정수당은 지금도 잠수함이 가장 많긴 하다. 그런데 최근 수상함 쪽이 많이 올라가 격차가 많이 줄었고, 특히 부사관 간에는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윤 사령관은 “최우선적으로 부사관과 장교 수당의 차이를 줄이려 한다”면서도 “돈 문제는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려운 점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윤 사령관은 2006년 209급 잠수함 함장으로 해외훈련에 처음 참가했다. 미국, 일본, 호주, 한국 4개국의 연합훈련이었다.
“갔다가 돌아오기까지 145일 걸렸다. 그런데 훈련 중 우리 잠수함만 단 한 차례 고장도 없이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호주나 일본 잠수함은 툭하면 고장 나서 수리하곤 했다. 전술적으로도 많은 성과를 올렸다. 시나리오를 짠 훈련에서 항공모함을 공격하는 건 쉽다. 하지만 프리 플레이(자유공방전)를 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몇 백 마일 밖에서 항모를 찾아 공격해야 한다.”
▼ 어느 정도 거리까지 접근하나.
“800야드(720m)까지 접근해봤다. 그 지점에서 잠망경을 올리자 항공모함 엘리베이터에서 한 명이 담배를 피우는데 얼굴이 이만하게 보이더라. 잠항해서 밑으로 통과할까 하다 항모 흘수가 워낙 깊어 걸릴 것 같아 돌아서 나왔다. 사진을 찍어 훈련 끝난 후 항모 함장한테 건넸다. 아무 소리 못하더라.”
실전이라면 엄청난 타격을 받을 상황이니 항모 함장 얼굴색이 변할 만도 했다. 일반 전투함은 어뢰 한 방에 반 토막 난다. 하지만 항모는 워낙 커서 세 발 정도 맞아야 침몰한다고 한다.
입항하는 잠수함.
“미사일로는 100발을 때려도 그렇게 안 된다. 천안함 사건 때도 드러났지만, 어뢰 공격이 무서운 건 버블제트 효과 때문이다. 선체 3m 아래에서 터질 때 가장 강력하다. 뻥 터지면 기포가 엄청 발생하는데 압력 작용으로 배가 들렸다가 내려오면서 반 토막 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잠수함은 이런 경험을 갖고 있다. 1999년 3월 괌 근처에서 벌어진 서태평양훈련 때다. 한국 대표로 이천함이 참가했다. 미 해군 퇴역 순양함인 오클라호마시티가 실물 표적이었다. 이천함이 쏜 어뢰가 명중했다. 25분 후, 오클라호마시티는 두 동강 난 채 침몰했다. 그 직전 미 전투함에서 쏜 하푼 미사일을 맞고도 멀쩡하던 배였다. 미 해군 기관지 ‘성조(Stars · Stripes)’는 당시 이천함의 활약에 대해 ‘It was one shot, one hit, one sink’라고 극찬했다. 이 표현이 이후 한국 잠수함 부대의 전투구호가 됐다.
“그 밖에도 우리가 개발한 어뢰로 퇴역 군함을 두 동강 낸 적이 몇 번 더 있다. 정확히 반 토막 난다. 작은 건 아예 분해되고.”
돌핀 휘장의 영예
▼ 잠수함에선 운동 부족이 심각하겠다.
“물론 안에서 뛸 수도 있다. 그럼 돈이 많이 들어간다. (숨이 차면) 이산화탄소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거 제거하는 비용이 제법 크다.”
▼ 잠수함 타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은?
“잠수함 교육 받을 때 둘째가 태어났다. 아이가 진짜 보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런 연락을 할 수 없으니 정말 힘들었다.”
목욕을 못하고 맘 편하게 변을 못 보는 것도 고역이다. 화장실 내에 샤워기 2개가 있지만 40명이 쓰기엔 턱없이 모자란 데다 세면기, 변기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변비 환자도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잠수함이 출동 나갔다 기지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사령관한테 신고하는 것이다. 그다음이 모두 목욕탕으로 가는 거다. 그간 밀지 못한 때와 몸에 밴 냄새를 제거하는 것이다.”(전대장)
▼ 사령관 어깨가 무겁겠다. 앞으로 무엇에 중점을 둘 건가.
“처음 잠수함(209급)을 도입할 때 우리가 가진 꿈이 있다. 전력을 더 키워 언젠가 잠수함사령부를 만들겠다는 것. 그 꿈이 23년 만에 이뤄졌다. 지금 우리의 과제는 앞으로 20년 후 뭘 해야 할지다. 좀 더 강력한 전력을 구축해야 하고 승조원 복지 혜택도 늘려야 한다.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닐 테니 점진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또한 임무를 끝내고 부대로 돌아왔을 때 편안하게 쉬고 맘껏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 그런 것들이 다 잘 돼야 임무수행도 잘할 수 있다. 여기를 한 번이라도 거쳐간 사람이라면 어디를 가도 잠수함 발전을 위해 노력하도록 비전을 공유하고, 교육·소통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윤 사령관의 가슴엔 돌핀 휘장이 달려 있다. 돌핀 휘장은 잠수함 승조원임을 나타내는 상징물이다. 이른바 SQS(Submarine Qualification System·잠수함 승조원 자격부여제도)를 통과한 사람에게만 부여된다. SQS 평가기간은 6개월. 그전에 6개월짜리 잠수함 기본과정 교육을 마쳐야 하므로 정식 잠수함 승조원이 되는 데 1년이 걸리는 셈이다.
사진기자의 요청에 경례를 하는 윤 사령관의 모습이 새삼 늠름해 보였다. 드넓은 가슴에 돌핀 휘장을 단 자들에게 경의를 표할지니, 조국의 운명이 그들에게 달려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