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호

웃음 팔던 여인 1000명 그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물’ 좋은 서울 강남의 ‘불’ 같은 性戰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입력2015-03-23 1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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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음 팔던 여인 1000명 그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어스름이 깔린다. ‘놈’은 해가 떨어지자마자 움직인다.

    3월 5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3길. 특별사법경찰관이 이 골목에 잠복한 지 44분. 쥐색 투싼 승용차가 골목으로 들어선다. 오후 7시 27분 S씨(33)가 투싼 운전석에서 창밖으로 ‘장소선택 후 연락주세요!’라는 글이 적힌 전단지 51장을 흩뿌린다. 특별사법경찰관 3명이 투싼을 포위한다. 여관발이 전단 2921장이 조수석에 놓인 비닐봉투에 들어 있다.

    S씨는 오후 6시 40분 대치동 주택가에서 전단 2972장을 수령했다. 비닐봉투에는 전단과 현금 4만 원이 담겼다. 2시간 남짓 일해 4만 원 버는 부업인데 사달이 났다. S씨는 약속한 장소에서 전단만 받아왔을 뿐 성매매업자의 얼굴은 모른다고 했다.

    강남구의 성매매 전단은 끈질기고 지독했다. 반라의 여성 사진을 인쇄한 전단이 지하철 출입구, 학교 앞, 주택가에서 남성을 유혹했다. 환경미화원 K씨는 “전단으로 뒤덮여 보도블록이 보이지 않는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반라의 여인, 찰나의 유혹



    웃음 팔던 여인 1000명 그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S씨가 투싼 운전석에서 창밖으로 ‘장소선택 후 연락주세요!’라는 글을 적은 성매매 전단지를 뿌리다 적발됐다.

    산등성길, 테헤란로2길, 언주로 87길에 뿌려진 전단은 비질을 해도해도 흩날리는 늦가을 낙엽 같았다. 변종 성행위를 호객하는 입살롱, 립카페 전단이 학교 앞에서 날아다녔다. A초등학교 주변이 특히 심했다. 딱지 모으듯 전단을 모으는 초등학생도 있었다. 변태 업소는 전단으로 호객하면서 주택가, 학교 주변으로 파고들었다.

    “치워도 끝이 없던 전단이 거의 사라졌다”면서 환경미화원 K씨는 웃었다. 단속팀은 집요했고 마침내 골목을 정화했다.

    S씨는 강남구청 특별사법경찰관실로 임의동행됐다. 묵비하거나 변호사 조력을 받아도 된다고 이영준 수사관이 설명했다. S씨는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수사관들은 강남구청 공무원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강남구의 요청을 받아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지명했다.

    S씨는 1월 15일에도 성매매 전단을 뿌리다가 적발돼 이곳에서 신문을 받았다. 검찰은 청소년보호법 위반 등으로 약식기소했다. 법원은 400만 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S씨가 입은 회색 운동복에는 땟국이 흘렀다. 낮에는 공장 일을 한다고 했다. 중학교 중퇴 학력.

    이 수사관과 S씨의 문답.

    ▼ 1월 15일에도 검거됐네요.

    “벌금이 많이 나와서요. 벌금 낼 돈을 벌어야 해요.”

    ▼ 계속했어요?

    “그만뒀다 오늘 처음 나왔어요. 낮일만으로는 벌금 낼 답이 없어요.”

    ▼ 또 보겠네.

    “아버지 약값이랑…어쩔 수 없어요.”

    ▼ 오늘 몇 장 뿌렸어요?

    “나오자마자 걸렸어요.”

    ▼ 장소는 누가 정해요?

    “성매매업자가 정해줍니다.”

    ▼ 하루치가 저만큼(2972장)?

    “네.”

    ▼ 얘기했잖아. 강남구에선 전단 뿌리면 안 돼요. 우리가 매일 단속 나간다니까. 뿌릴 거예요, 안 뿌릴 거예요.

    “안 해야죠.”

    “나쁜 물은 말려버려야”

    신씨가 진술서에 지장을 찍었다. 표정이 일그러진다. 7시 55분 시작한 신문은 8시 20분 끝났다.

    강남구는 2012년 7월 1월부터 ‘성전(性戰)’에 나섰다. 불법·퇴폐 성매매 행위와의 전쟁이다. 이진우 도시선진화담당관은 “불법·퇴폐 행위 단속은 끈기와 집요함이 핵심인데, 오랜 노력으로 성과를 내 뿌듯하다”고 했다.

    뿌리는 자와 붙잡는 자의 숨바꼭질이 지금껏 이어지지만 예전처럼 성매매 전단이 거리를 뒤덮지는 않는다. 낮에는 동사무소에서 어젯밤 전단이 뿌려진 곳이 있는지 살핀다. 동사무소에서 취합한 내용을 토대로 특별사법경찰관들이 밤에 현장 단속에 나선다. 전단에 적힌 대포폰 번호는 이동통신회사에 통보해 사용을 중단시킨다.

    △전단 배포자 현장 검거 △전화번호 사용 중단 요청 △전단 배포 성매매 업소 강제 철거. 3중 단속이다. “성매매 전단을 한 번에 수만 장씩 제작하는데, 전화번호 사용을 정지해 무용지물로 만든다”고 오승훈 주무관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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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씨는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강남구청으로 임의동행됐다.



    웃음 팔던 여인 1000명 그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영준 수사관이 S씨를 신문한다.

    오피스텔을 임차해 성매매 영업을 해온 14곳은 집기를 철거했으며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도록 했다. S유치원에서 15m 떨어진 곳에서 성매매를 한 B대떡방 등 25곳, 외국인 여성 11명을 고용해 변태 행위를 한 B스파 등 마사지 업소 25곳, 여성에게 교복·승무원복을 입혀 성매매를 한 O클럽을 비롯해 적발 업소 67곳 중 61곳이 철거됐다.

    건물주를 압박한 것도 효과가 컸다. 사무실, 상점으로 허가한 공간을 성매매 시설로 전용한 건축물을 ‘위법건축물’로 등재해 권리 행사를 제한했다. 철거 명령에 응하지 않을 때는 이행강제금을 물렸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이렇게 말했다.

    “구민들과 대화할 때마다 ‘밤에 너무 시끄럽다’는 겁니다. 성매매 업소 탓이었죠. 1000명에 달하는 접대부를 고용한 곳도 있었습니다. 강남이 물이 좋다는데, 그런 물은 필요 없어요. 나쁜 물은 말려버려야 해요.”

    물건 고르듯 접대부 선택

    강남구는 관광호텔 9곳의 불법·퇴폐 행위를 근절했다. 학교보건법, 건축법에서 단속 규정을 찾아내 주택가와 학교 근처에 스며든 변종 성매매 업소를 철거했다.

    Y유흥주점은 룸이 182개에 달했다. 영업사장 마담 접대부 1000여 명이 논현동 S호텔 지하 1~3층에서 기업 형태로 성매매를 했다. 술값에 호텔 객실료, 성매매 비용을 포함한 일명 ‘풀살롱’. 술 마시고, 노래하고, 섹스하는 원스톱 서비스다. 2010년 7월부터 3년간 성매매 8만8000건을 알선했다. 연 매출 650억 원.

    Y유흥주점과 함께 철퇴를 맞은 N유흥주점은 ‘초이스 미러(choice mirror)’로 입소문을 탔다. 대형 룸 한쪽 벽에 안에선 밖이 안 보이는 유리를 설치했다. 성매수 남성이 밖에서 얼굴과 몸매를 보면서 여성을 물건 고르듯 선택했다.

    R호텔의 저항은 집요했다. 소송을 벌이면서 영업정지 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체하려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이던 M씨가 운영하는 R호텔이 특히 말을 안 들었습니다. 법원도 판결을 오랫동안 안 내리는 겁니다. 신속하고 공정한 판단을 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재판부에 보내 단속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호텔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버리니 그제야 손을 들더군요. 구청장이 당이 달라서(신연희 구청장은 새누리당 소속이다) 그런다는 말도 나왔다고 해요.”

    신연희 구청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온갖 데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업주들이 재주가 좋아요. 내 지인, 가족까지 알아내더군요. 어느 곳에 단속 나가는지, 어느 곳이 걸렸는지 내게 보고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가서 붙잡고 조치를 다 끝낸 후 보고하라고 했어요. 세무과는 세금을 추징하고, 위생과는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고, 건축과는 불법건축물로 지정했습니다.”

    오후 8시 35분, 특별사법경찰관들은 늦은 저녁식사를 하러 거리로 나섰다. 강남역, 신논현역을 잇는 강남대로의 동쪽은 강남구, 서쪽은 서초구다. 오후 9시 10분, 립카페 마사지방 오피방 전단이 강남대로의 서쪽에 흩날렸다. Y유흥주점에서 일하던 1000명의 여성은 오늘밤 어느 곳에서 술을 따를까.

    인터뷰 | 신연희 강남구청장

    “서울 전 구청이 일제히 근절 나서야”


    웃음 팔던 여인 1000명 그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3월 9일 ‘근절’‘척결’이라는 말을 거듭하면서 “완전히 뿌리 뽑는 게 목표요, 임무”라고 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不狂不及)”고도 했다.

    -성매매와의 전쟁을 시작한 까닭은.

    “강남구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명품 도시로 거듭나려면 성매매 등 불법·퇴폐 행위를 근절해야만 합니다. 쾌적한 주거·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책을 맡긴 57만 강남구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라고 믿었습니다. 계도 위주의 행정만으로는 성매매업소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특별사법경찰관 제도를 활용해 형사처분을 병행한 강력한 단속을 실시했습니다.”

    -삼성동 R관광호텔 유흥주점이 유명했습니다.

    “관광호텔의 상당수가 기업형으로 성매매를 해왔습니다. 적발되더라도 행정소송을 낸 후 버텼습니다. 불법·퇴폐의 온상 격이던 관광호텔들에 전국에서 최초로 ‘관광진흥법’을 적용해 건물 전체를 대상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호텔 영업까지 중단시키니 손을 들더군요. 상습적으로 성매매를 해온 R관광호텔 유흥주점 5곳이 폐쇄된 게 대표적 성과입니다. 논현동 S관광호텔 유흥주점 5곳 중 2곳이 폐쇄됐고, 3곳은 노래방 등 건전한 업종으로 바뀌었습니다.”

    단속 공무원 2계급 특진 검토

    -키스방, 안마방 등이 주택가와 학교 주변까지 파고들었습니다.

    “불법·퇴폐업소를 완전히 없애는 게 목표입니다. 신·변종 성매매 업소는 허가 받거나 등록하는 게 아니라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영업이 가능한 자유 업종이어서 단속이 어렵고, 단속하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마땅찮았습니다. 관련 법령을 샅샅이 뒤져 신·변종 업소에 대해 행정 처분에 나설 규정을 찾아냈습니다. 전국 최초로 ‘학교보건법’과 ‘건축법’을 적용해 신·변종 업소에 철거 명령을 내리거나 강제 철거를 시행했습니다.”

    -건물주도 압박했다면서요.

    “건축법 조항에 따라 사무실이나 소매점 용도인 공간을 불법 성매매업소로 무단 용도변경해 사용 중인 건축물을 ‘위법건축물’로 등재해 건물주의 권리 행사를 제한했습니다. 불법건축물로 지정되면 임대가 잘 안 돼요. 성매매 시설을 철거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고 따르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했습니다. 성매매특별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건물주도 형사 처벌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단속 공무원이 고생했겠습니다.

    “우리 직원들이 그동안 참으로 고생했어요. 사명감 갖고 일한 것으로 알아요. 새벽까지 단속에 나서고, 업주들과의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휴일도 없이 일했습니다. 인사혁신처가 1월 22일 성과 우수 공무원은 2계급 특진까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습니다. 신상필벌(信賞必罰)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구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예산보고회, 학부모와 함께하는 학교사랑방 등 소통의 시간을 만들어 의견을 청취하는데, 구민들께서 주택가 골목에까지 뿌려지던 성매매 전단이 사라지고 불법·퇴폐업소가 크게 줄어든 것에 만족해하세요.”

    -단속을 잠시만 게을리 해도 다시 고개 들 텐데요.

    “거듭 말한 대로 완전히 뿌리 뽑는 게 목표요, 임무입니다. 척결하려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2월 27일 단속팀이 속한 조직을‘도시선진화담당관실’로 격상했습니다. 불법·퇴폐 행위가 다시는 발붙일 수 없도록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단호하게 대처할 겁니다.

    -이른바 ‘풍선효과’ 탓에 이웃한 자치구가 난처할 듯도 합니다.

    “한쪽에서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 풍선효과인데요.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집창촌을 집중 단속하자 주택가, 오피스텔 등으로 옮겨가 더욱 은밀하고 퇴폐적인 성매매가 이뤄졌습니다. 서울의 전체 자치구가 강남구를 벤치마킹해 일제히 근절, 척결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 구의 노하우를 백서로 제작해 여성가족부, 국회 입법조사처,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했습니다.”

    -여성 구청장이라 성매매에 엄격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잘못된 생각입니다. 여성이어서 잘하는 게 아니라 의지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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