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5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3길. 특별사법경찰관이 이 골목에 잠복한 지 44분. 쥐색 투싼 승용차가 골목으로 들어선다. 오후 7시 27분 S씨(33)가 투싼 운전석에서 창밖으로 ‘장소선택 후 연락주세요!’라는 글이 적힌 전단지 51장을 흩뿌린다. 특별사법경찰관 3명이 투싼을 포위한다. 여관발이 전단 2921장이 조수석에 놓인 비닐봉투에 들어 있다.
S씨는 오후 6시 40분 대치동 주택가에서 전단 2972장을 수령했다. 비닐봉투에는 전단과 현금 4만 원이 담겼다. 2시간 남짓 일해 4만 원 버는 부업인데 사달이 났다. S씨는 약속한 장소에서 전단만 받아왔을 뿐 성매매업자의 얼굴은 모른다고 했다.
강남구의 성매매 전단은 끈질기고 지독했다. 반라의 여성 사진을 인쇄한 전단이 지하철 출입구, 학교 앞, 주택가에서 남성을 유혹했다. 환경미화원 K씨는 “전단으로 뒤덮여 보도블록이 보이지 않는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반라의 여인, 찰나의 유혹

S씨가 투싼 운전석에서 창밖으로 ‘장소선택 후 연락주세요!’라는 글을 적은 성매매 전단지를 뿌리다 적발됐다.
“치워도 끝이 없던 전단이 거의 사라졌다”면서 환경미화원 K씨는 웃었다. 단속팀은 집요했고 마침내 골목을 정화했다.
S씨는 강남구청 특별사법경찰관실로 임의동행됐다. 묵비하거나 변호사 조력을 받아도 된다고 이영준 수사관이 설명했다. S씨는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수사관들은 강남구청 공무원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강남구의 요청을 받아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지명했다.
S씨는 1월 15일에도 성매매 전단을 뿌리다가 적발돼 이곳에서 신문을 받았다. 검찰은 청소년보호법 위반 등으로 약식기소했다. 법원은 400만 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S씨가 입은 회색 운동복에는 땟국이 흘렀다. 낮에는 공장 일을 한다고 했다. 중학교 중퇴 학력.
이 수사관과 S씨의 문답.
▼ 1월 15일에도 검거됐네요.
“벌금이 많이 나와서요. 벌금 낼 돈을 벌어야 해요.”
▼ 계속했어요?
“그만뒀다 오늘 처음 나왔어요. 낮일만으로는 벌금 낼 답이 없어요.”
▼ 또 보겠네.
“아버지 약값이랑…어쩔 수 없어요.”
▼ 오늘 몇 장 뿌렸어요?
“나오자마자 걸렸어요.”
▼ 장소는 누가 정해요?
“성매매업자가 정해줍니다.”
▼ 하루치가 저만큼(2972장)?
“네.”
▼ 얘기했잖아. 강남구에선 전단 뿌리면 안 돼요. 우리가 매일 단속 나간다니까. 뿌릴 거예요, 안 뿌릴 거예요.
“안 해야죠.”
“나쁜 물은 말려버려야”
신씨가 진술서에 지장을 찍었다. 표정이 일그러진다. 7시 55분 시작한 신문은 8시 20분 끝났다.
강남구는 2012년 7월 1월부터 ‘성전(性戰)’에 나섰다. 불법·퇴폐 성매매 행위와의 전쟁이다. 이진우 도시선진화담당관은 “불법·퇴폐 행위 단속은 끈기와 집요함이 핵심인데, 오랜 노력으로 성과를 내 뿌듯하다”고 했다.
뿌리는 자와 붙잡는 자의 숨바꼭질이 지금껏 이어지지만 예전처럼 성매매 전단이 거리를 뒤덮지는 않는다. 낮에는 동사무소에서 어젯밤 전단이 뿌려진 곳이 있는지 살핀다. 동사무소에서 취합한 내용을 토대로 특별사법경찰관들이 밤에 현장 단속에 나선다. 전단에 적힌 대포폰 번호는 이동통신회사에 통보해 사용을 중단시킨다.
△전단 배포자 현장 검거 △전화번호 사용 중단 요청 △전단 배포 성매매 업소 강제 철거. 3중 단속이다. “성매매 전단을 한 번에 수만 장씩 제작하는데, 전화번호 사용을 정지해 무용지물로 만든다”고 오승훈 주무관은 말했다.

S씨는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강남구청으로 임의동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