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한국에서 열린 한 행사에 공개된 사드 요격미사일(아래)과 패트리어트 PAC-3 요격미사일. PAC-3는 15km 이내의 고도에서 날아오는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지만, 사드는 대기권인 100여km까지 올라가 요격할 수 있다.
지난해 봄부터 북한은 25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며 ‘새로운 형태의 미사일 타격전’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결정 여부를 기다리지 말고, ‘주둔지 보호’명목으로라도 주한미군이 먼저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중국은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대한다. 적대감까지 드러낸다. 미·중 사이에 놓인 한국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한 것 같다. 그러나 ‘미국과 공식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는 모호성을 계속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국은 왜 방어용인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에 대해 내정간섭에 해당할 정도로 강하게 반대하는 것일까.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지난해 2월부터 7월 사이 북한은 8종류의 장거리 로켓과 중·단거리 미사일 250발 이상을 실험발사했다. 엄청난 양의 발사 실험을 한 것이다. 이 실험발사를 통해 북한은, 매우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미사일 정밀도’를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목할 것은 노동미사일의 ‘고각 탄도궤도(lofted trajectory)’비행 실험이다.
새로운 노동미사일 발사 형태

사드 요격미사일 발사 장면.
고각 발사를 하면 노동은 성층권을 지나 ‘대기권 밖’의 우주 공간으로 치솟는다. 대략 150km를 올라간다. 그리고 낙하하면, 단거리 미사일인 스커드-C의 사거리인 650km 정도를 비행할 수 있다. 왜 북한은 멀쩡한 중거리 미사일을 단거리 미사일로 쓰는 발사 실험을 한 것일까. 그 이유는 150km까지 올라갔다 빠르게 내리꽂히는 노동의 ‘낙하 속도’에서 찾아야 한다.
150km를 치솟았다가 떨어질 때 노동의 속도는 본래 사거리인 1200km를 비행할 때보다 훨씬 빠르다. 중력가속도 등이 붙기 때문이다. 내리꽂히는 노동의 속도는 마하 7에서 10 정도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처럼 빠른 속도라면 한국군이 가진 하층 방어체계인 PAC-2(세칭 ‘패트리어트’) 플러스로는 요격하기 어렵다.
이 사실은 한국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한남대 산업경영공학과의 최봉완 교수(국방무기체계/M·S연구센터장 겸임)는 지난해 1월 5일 국회 국방위원회가 주최한 안보관련 세미나(주제: 북한 핵미사일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에서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발사하는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서울까지의 직선거리는 450km 정도이다. 무수단리에서 1t 정도의 핵탄두를 탑재한 노동미사일을 450km만 날아가도록 고각으로 발사한다면, 675초(11분15초) 만에 서울에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때 노동은, 총 비행시간 675초에서 82%에 해당하는 551초 동안을 고도 100km 이상인 ‘대기권 밖(우주)’에서 비행하게 된다. 고각으로 발사돼 대기권 밖으로 올라갔다 떨어지기 시작하는 노동은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면서 중력가속도가 붙어 매우 빨라진다. 그때 강한 공기저항을 받아 일직선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회전하듯 좌우로 흔들리며 빠르게 낙하한다.
이러한 노동을 우리 군이 갖고있는 레이더로는 정밀하게 추적하기 어렵다. 추적해서 PAC-3 유도탄을 발사한다고 해도 노동은 공기저항 등을 받아 직선으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맞히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노동을 고각으로 실험발사한 북한의 의도는 낙하 시간을 줄이고 낙하 궤도에 변형을 줘, PAC-3 등으로 무장한 한국의 방공망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