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호

동북아를 뒤흔드는 사드(THAAD)의 정치학

남·북·미·중에 사생결단의 선택 요구

  • 김영림 | 일본 통신원 c45acp@naver.com

    입력2015-03-23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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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高角으로 실험 발사한 이유
    • 美·日의 中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무력화 전략
    • 사드 레이더 백령도 배치되면 중국은 미국 손바닥에
    • ‘꽃놀이패’ 흔들던 시진핑, 잔치는 끝났다
    동북아를 뒤흔드는 사드(THAAD)의 정치학

    2013년 한국에서 열린 한 행사에 공개된 사드 요격미사일(아래)과 패트리어트 PAC-3 요격미사일. PAC-3는 15km 이내의 고도에서 날아오는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지만, 사드는 대기권인 100여km까지 올라가 요격할 수 있다.

    ‘종말(終末) 단계에서의 고고도 공역(空域) 방어체계’로 번역할 수 있는 사드(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의 한반도 배치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봄부터 북한은 25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며 ‘새로운 형태의 미사일 타격전’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결정 여부를 기다리지 말고, ‘주둔지 보호’명목으로라도 주한미군이 먼저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중국은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대한다. 적대감까지 드러낸다. 미·중 사이에 놓인 한국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한 것 같다. 그러나 ‘미국과 공식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는 모호성을 계속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국은 왜 방어용인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에 대해 내정간섭에 해당할 정도로 강하게 반대하는 것일까.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지난해 2월부터 7월 사이 북한은 8종류의 장거리 로켓과 중·단거리 미사일 250발 이상을 실험발사했다. 엄청난 양의 발사 실험을 한 것이다. 이 실험발사를 통해 북한은, 매우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미사일 정밀도’를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목할 것은 노동미사일의 ‘고각 탄도궤도(lofted trajectory)’비행 실험이다.



    새로운 노동미사일 발사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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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 요격미사일 발사 장면.

    노동은 1200km를 비행할 수 있기에 일본과 주일미군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돼왔다. 그런데 북한은 노동의 발사 각도를 높여 ‘고각(高角)’으로 쏘는 실험을 했다. 쉽게 말하면 공을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게 하며 던져 멀리 날아가게 한 것이 아니라, 최대한 머리 위로 던져 올려 자기 발 근처에 떨어지게 한 셈이다.

    고각 발사를 하면 노동은 성층권을 지나 ‘대기권 밖’의 우주 공간으로 치솟는다. 대략 150km를 올라간다. 그리고 낙하하면, 단거리 미사일인 스커드-C의 사거리인 650km 정도를 비행할 수 있다. 왜 북한은 멀쩡한 중거리 미사일을 단거리 미사일로 쓰는 발사 실험을 한 것일까. 그 이유는 150km까지 올라갔다 빠르게 내리꽂히는 노동의 ‘낙하 속도’에서 찾아야 한다.

    150km를 치솟았다가 떨어질 때 노동의 속도는 본래 사거리인 1200km를 비행할 때보다 훨씬 빠르다. 중력가속도 등이 붙기 때문이다. 내리꽂히는 노동의 속도는 마하 7에서 10 정도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처럼 빠른 속도라면 한국군이 가진 하층 방어체계인 PAC-2(세칭 ‘패트리어트’) 플러스로는 요격하기 어렵다.

    이 사실은 한국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한남대 산업경영공학과의 최봉완 교수(국방무기체계/M·S연구센터장 겸임)는 지난해 1월 5일 국회 국방위원회가 주최한 안보관련 세미나(주제: 북한 핵미사일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에서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발사하는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서울까지의 직선거리는 450km 정도이다. 무수단리에서 1t 정도의 핵탄두를 탑재한 노동미사일을 450km만 날아가도록 고각으로 발사한다면, 675초(11분15초) 만에 서울에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때 노동은, 총 비행시간 675초에서 82%에 해당하는 551초 동안을 고도 100km 이상인 ‘대기권 밖(우주)’에서 비행하게 된다. 고각으로 발사돼 대기권 밖으로 올라갔다 떨어지기 시작하는 노동은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면서 중력가속도가 붙어 매우 빨라진다. 그때 강한 공기저항을 받아 일직선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회전하듯 좌우로 흔들리며 빠르게 낙하한다.

    이러한 노동을 우리 군이 갖고있는 레이더로는 정밀하게 추적하기 어렵다. 추적해서 PAC-3 유도탄을 발사한다고 해도 노동은 공기저항 등을 받아 직선으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맞히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노동을 고각으로 실험발사한 북한의 의도는 낙하 시간을 줄이고 낙하 궤도에 변형을 줘, PAC-3 등으로 무장한 한국의 방공망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고각 발사된 노동 격추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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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 요격미사일의 구성품과 제원.

    그런데 한국은 PAC-3가 아니라 ‘PAC-2 플러스’를 가졌다. 정확히 말하면 레이더 시스템 등은 PAC-3형인데,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유도탄은 PAC-2형이다. PAC-3형 유도탄은 적 미사일과 충돌해 적 미사일을 파괴하도록 제작됐기에 요격의 정밀도가 매우 높다. PAC-2형 유도탄은 적 미사일 근처에서 자폭해 수많은 파편을 만들고, 그 파편으로 적 미사일을 파괴하도록 제작됐다.

    PAC-2형 유도탄은 PAC-3형 유도탄보다 요격 능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한국은 고각으로 발사돼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노동미사일을 요격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전을 염두에 두고 계산해보면, PAC-2 플러스 시스템으로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1초밖에 안 된다. 따라서 PAC-2형 유도탄은 아예 발사할 수도 없다고 한다.

    우리는 패트리어트의 실체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PAC-1, 2, 3로 발전해온 패트리어트의 요격 고도는 12~15km다. 적 미사일이나 적기가 아주 가까운 거리에 들어왔을 때 마지막으로 막는 방어 무기인 것이다. 그때 실패한다면 적 미사일은 우리 땅에서 폭발하고, 적기는 공습을 가하게 된다.

    이러한 패트리어트 시스템보다 기술적으로 뒤진 것이 한국이 개발하고 있는 ‘한국형 방공미사일방어체계’인 KAMD이다. 따라서 KAMD를 개발해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겠다고 하는 것은, 지금의 PAC-2 플러스 체계로 북한 미사일을 막겠다고 하는 것만큼이나 허황된 말이 된다.

    북한은 이러한 한국의 허점을 파악했기에, 노동미사일을 고각으로 쏘는 실험을 했다고 보아야 한다. 스커드는 작아서 핵탄두를 실을 수 없지만 노동은 그렇지 않다. 고각으로 발사해 사거리를 줄인다면 노동은 1t 무게의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 북한은 핵탄두의 무게를 1t으로 줄이는 소형화 연구와 함께 노동을 고각으로 발사하는 시험을 거듭할 것이 분명하다.

    대기권에서 폭발시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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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서울 상공 100여 km에서 핵탄두를 터뜨렸을 때 핵 전자기 펄스의 확산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폭발 충격이 위로 터진 말발굽 모양으로 휴전선 남쪽으로 확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1t짜리 핵탄두를 개발하지 못하면 북한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핵물질이 든 탄두를 만드는 것이다. 이름하여 ‘더티밤(dirty bomb)’이다. 더티밤은 핵폭발을 일으키지 못하기에 핵폭탄보다는 위력이 작지만, 적국에 떨어지면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을 산지사방으로 확산시킨다.

    북한은 다른 꼼수도 쓸 수 있다. 무게를 1t으로 줄인 엉성한 핵탄두를 단 노동을 고각으로 발사해 우주에서 폭발하게 하는 것. 그렇게 하면 우주에서부터 강력한 전자기 펄스가 일어나 한국의 전자장비는 모두 다운된다. 한국군의 레이더와 컴퓨터, 지휘통제시스템은 물론이고 인터넷뱅킹도 일순간에 먹통이 돼버린다. 이를 핵 전자기 펄스(EMP) 공격이라고 한다.

    북한은 핵 전자기 펄스가 남한에 집중되도록 핵폭탄을 터뜨릴 것이니 북한은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피해는 한국에만 집중된다. 그리하여 첨단무기로 무장한 한국군이 무력화됐다고 판단되면 북한은 구닥다리 무기를 가진 인민군을 투입해 전세를 결정지으려 할 것이다.

    2008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고고도(高高度) 핵 전자기 펄스선원(線源)의 지자기(地磁氣)에 대한 영향’이란 제목으로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상공 100km에서 100kt 핵폭탄이 폭발하면 그 피해는 말굽 형태로 남부로 확산돼, 서울에서 계룡대까지의 모든 전력망과 통신망이 파괴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아래 사진 참조).

    그 직후 북한군이 남침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오므로, 우리군의 핵심 지휘통제시설만이라도 EMP에 대한 방어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국은 나름의 대비를 해온 것으로 아는데, 북한은 노동미사일로 새로운 발사 형태를 과시했다. 이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예고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대기권에서 하단 중의 하단인 12~15km 고도에서 북한 미사일을 잡는 패트리어트에 의존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북한 미사일이 대기권 밖에서 자폭하니 PAC-3가 있어도 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렇다면 우리는 대기권 밖을 나는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사드나 이지스함에 탑재하는 SM-3를 갖춰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사드는 노동 같은 중거리 미사일만 방어하니, 노동의 위협을 받는 일본이 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일본 방어용 사드를 굳이 중국을 자극해가며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북한이 노동미사일의 고각 발사실험을 보여줌으로써 이런 주장은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바로 이런 이유로 지난해 5월부터 주한미군은, ‘주둔지 방어’를 위해서라도 한국에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량은 1개 포대여야 하고, 그 포대를 배치할 최적지는 백령도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사드는 방어용이니 우리가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 방어용으로 이를 배치하는 것을 막을 명분이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의 ‘무조건 반대’를 피해가기 위한 묘안이 백출한 것이다.

    일본에 배치한 사드 레이더

    이런 사드 배치 반대 주장에 중국이 있다. 처음에는 신화통신, 그다음엔 주한 중국대사가 사드의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고 하더니, 최근에는 중국 국방부장이 방한(訪韓) 일성으로 사드의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왜 중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사드의 탐지 레이더인 AN /TPY-2에 있다. 이 레이더는 탑재한 소프트웨어를 변경하면 적 미사일 요격용인 TBM(Terminal-Based Mode)과 발사된 적 미사일을 탐지하는 FBM(Forward-Based Mode) 모드 양쪽으로 다 쓰일 수 있다. 적 미사일을 요격할 때 써야 하는 TBM 모드는 고속으로 비행하는 적 미사일을 정밀하게 추적해야 하니 초점을 좁혀, 탐지할 수 있는 거리를 1000km로 줄여버린다.

    그러나 적이 미사일을 발사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방을 탐색하는 FBM 모드로 하면 초점을 좁혀 특정 공역을 정밀하게 탐지할 이유가 없으니, 탐지거리는 1800km에서 2000km로 늘어난다(‘제인연감’ 자료 근거). FBM 모드에서 정밀도를 낮추면 탐지거리는 더 늘어날 수 있다. 2012년 5월 30일자 미국 ‘타임’은 사드의 레이더는 최대 4600km를 탐지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기로 했기에 2007년 일본 본토의 최북단인 아오모리(靑森)현에 FBM 모드의 AN/TPY-2레이더를 설치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교토(京都) 근교에 두 번째로 이 레이더를 배치했다. 그러나 이 레이더들은 북한이 쏜 미사일을 탐지해도 직접 요격하게 할 수는 없다.

    이들은 MD체계의 일환으로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하와이에 만들어놓은 C₂BMC(Command Control Battle Management and Communications)에 탐지한 정보를 송신할 뿐이다. 북한이 미사일 고각발사로 일본을 공격하려면 노동보다 사거리가 더 긴 무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고각으로 발사된 무수단이 중력가속도가 붙은 상태로 고속으로 떨어지면 사드로도 요격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무수단이 최정점에 오르기 전이나 중력가속도가 붙기 전인 대기권 밖을 비행하고 있을 때 사드로 요격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일본보다는 북한에 훨씬 가까운 곳에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 그곳에는 요격용인 TBM모드의 AN/TPY-2레이더를 배치한다. 이 레이더와 요격용 사드 미사일을 배치할 최적지가 거리로 보면 백령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레이더는 소프트웨어를 바꾸면 탐지용인 FBM 모드로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의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이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2000 km, 심지어는 4000km까지 늘어나 중국 중심부의 사정이 포착된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우려와 반발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레이더의 소프트웨어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대답한다. 중국의 염려와 불안은 기우라는 것이다.

    중국의 우려대로 주한미군이 사드를 들여와 FBM 모드의 AN/TPY -2레이더를 백령도에 배치한다면, 미군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부 내몽골까지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다. 그 안에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 선양(瀋陽) 등 중국 핵심부가 다 들어 있다. 선양 남쪽 봉황산 인근에는 중국이 유사시 일본 등을 공격하기 위해 마련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둥펑(東風)-21D를 배치한 산중(山中)기지가 있는데, 그러한 곳이 다 노출되는 것이다.

    중국의 상호확증파괴 전략

    중국은 그들이 일본(센카쿠를 의미함)이나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이 항모 전단을 보낼 것으로 확신한다. 따라서 미국 항모전단의 진입을 막는 것을 제일의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전략잠수함들로 하여금 미국 본토를 향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게 하겠다는 위협을 가해야 한다. 이러한 위협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SLBM을 탑재한 중국의 전략잠수함들의 동선이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 중국은 한반도에 AN/TPY-2레이더가 배치되면 이 잠수함들의 동선이 드러날 수 있다고 본다(일본 ‘군사연구’ 2015년 3월호 보도).

    중국이 전략잠수함으로 하여금 SLBM을 쏘겠다고 하는 것은 상호확증파괴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반도에 이 레이더가 배치되면 중국은 상호확증파괴 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중국은 한반도에 이 레이더가 배치되는 것을 극력 반대한다는 것이다.

    상호확증파괴에 사용할 중국 전략잠수함에 탑재된 SLBM의 사거리는 최대 1만2000여 km로 알려졌다. 그런데 중국의 전략잠수함은 소음이 커서 멀리 가지 못한다. 이러한 약점을 가진 전략잠수함들이 미국의 방해를 받지 않고 SLBM을 제대로 발사해 미국의 핵심부를 파괴하려면 중국의 내해(內海) 격인 발해만에서 쏴야 한다.

    그런데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면, 미국은 발해만에 있는 전략잠수함에서 발사된 SLBM을 바로 포착해 송신함으로써,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가동시킬 수 있다고 중국은 본다. 미국은 이지스함에서 SM-3 블록2A(사거리 2500kn)를 발사해 대기권 밖을 날아가는 중국의 SLBM을 요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설사 이것을 피해 날아가 미국 상공에서 대기권으로 들어간다면 그때 미국은 지상발사 요격체계인 GBI(Gro-und Based Interceptor)를 가동시킬 것이니 거의 피해를 입지 않게 된다. 이는 상호확증파괴 능력이 상실되는 것이라 중국은 미국에 굴복하게 된다. 미국을 공격하는 ‘거대한 도전’을 했다가 당하는 것이라, 한없는 추락의 결과를 낳는다. G-2 국가에서 후진 나라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다.

    동북아 안보에 몰아칠 태풍

    동북아를 뒤흔드는 사드(THAAD)의 정치학

    탄도미사일의 비행을 보여주는 그래프. 일반적으로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45도로 발사된다(두 번째로 높은 포물선 참조). 75도 이상으로 발사되면 고각 발사로 본다(가장 높은 포물선). 고각 발사를 하면 당연히 사거리는 줄어든다.

    이러한 사태를 피하려면 중국이 전략잠수함의 소음 문제를 해결해 미국 인근에 이 잠수함을 진출시켜야 한다. 아니면 미사일방어체계(MD)로 탐지하기 힘든 새로운 전략미사일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러한 개발을 하는 데는 수십 년의 세월이 걸린다. 그사이 미국도 기술을 발전시킬 것이니, 중국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중국은 국방부장을 한국에 보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지 말라는 내정간섭까지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의지는 날로 강화되고 있으니 한반도 방어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사드 배치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중국이 요구한 대로 한국이 사드 배치를 거부한다면 미국은 ‘한국은 이미 중국에 포섭됐다’는 일본의 주장을 사실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번영과 안전을 보장해온 한미동맹은 와해의 길로 들어설 것이 분명하다. 미국과 일본이라는 ‘후방’이 사라지면 중국은 우리를 훨씬 거칠게 다루려 할 것이다.

    한국이 대미관계 악화 우려까지 감수하면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거부하게 하려면 중국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 대가는 북한의 핵 능력을 영구히 무력화하거나 북한의 김씨 정권을 소멸하고 한국 주도로 통일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

    중국은 덩샤오핑(鄧小平)이 권력을 잡은 이후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했기에, 상무위원들끼리 합의하는 것이 매우 힘들어졌다. 따라서 친중 정책을 펼치는 박근혜 정부도 결국은 ‘발등의 불’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사드 배치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한국은 대안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친중 행보와 사드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은 ‘한미일 삼각안보방위체제에 균열을 만들려는 중국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에 말려든 것이다’는 우려를 낳았다. 그런데도 한국이 사드 배치에 동의한다면 거꾸로 중국 지도부 안에서 한반도 문제를 놓고 분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동북아를 뒤흔드는 사드(THAAD)의 정치학

    사드의 AN/TPY-2 레이더. 중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반대하는 요인이다.

    그동안 중국은 한반도에서 ‘꽃놀이패’를 돌려왔다. 중국은 과거사 문제로 일본과 충돌하는 한국과 연계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북한은 중국이라는 이빨을 보호하는 입술로 활용해왔다. 속된 말로 양손에 떡을 쥐고 산 것이다. 그러나 북핵 위기는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고조된다는 것이 문제다. 그 이유로 한국이 한미동맹이라는 기존 틀을 고수하는 쪽으로 확실히 돌아선다면, 중국은 북핵 문제를 놓고 중대한 결단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기정사실이 되면, 중국은 친북으로 돌아서고 북한은 극단적인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중국에 새로운 숙제가 된다. 시진핑의 최대 과제는 중국 경제를 연착륙시키는 것인데, 중국이 친북으로 돌아서고 북한의 도발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그의 바람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제 경색을 피하기 위해 시진핑이 예상을 깨고 사드를 배치한 한국을 선택한다면 그는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시진핑에 눌려 왔있던 세력들이 애국심을 기반으로 대외 강경론을 주장하며 시진핑을 낙마시키려 할 것이 때문이다. 그럴 때 사드 배치 확정으로 초조해진 북한이 도발한다면 사태는 더욱 복잡해진다.

    위기인가, 기회인가?

    북한은 여러 번 연습해온 노동미사일 고각 발사를 실행할 수 있다. 서울 상공에서 핵무기를 터뜨려 전력망과 통신망을 무력화하는 핵 EMP 공격도 감행할 수 있다. 북한이 3년 전부터 2015년을 ‘통일대전’의 시기로 규정하고, 쫓기듯이 준비해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2월 자유아시아방송은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이 당과 군을 향해 “올해 10월까지 전쟁준비를 완료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군에서는 인민군 GP에 근무하는 북한 병사들의 영양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전시비축물자를 방출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마지막 출정을 위해 아껴둔 씨암탉까지 잡아먹는 형국이다. 북한의 단말마적인 도발 가능성이 고조되는 것이다.

    요약하면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올해 최대의 정치·외교·안보 이슈다. 이는 한 정권의 진퇴가 아니라, 동아시아의 세력 구도를 뒤흔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사드의 한국 배치가 국가 전략과 생존 차원에서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사드 배치는, 잘만 활용하면 중국과 북한을 움직이는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가 될지,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지는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달렸다. 미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라는 화두를 던짐으로써 한국과 북한, 중국, 일본을 모두 선택의 기로로 몰아넣었다.

    그 기로에서 우리는 방황할 것인가, 아니면 통일 대박을 이루는 단호한 선택을 할 것인가. 이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외교안보 당국자의 역량과 결단에 의해 결정된다. 미국이 사드라는 나비의 날개를 흔들었는데, 동아시아에서는 태풍이 일고 있다. 카오스 이론은 나비의 날갯짓과 태풍은 연관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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