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호

2015 제네바 모터쇼 키워드 3

고성능, 고효율, 영역 파괴

  • 제네바=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 cch@donga.com

    입력2015-03-23 17: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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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3일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Palexpo)에서 막을 올린 올해 제네바 모터쇼에선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듯 고성능 슈퍼카가 눈에 띄게 늘었다. 경기침체로 인해 지난 수년간 전 세계 모터쇼에서 사라져간 값비싼 럭셔리 모델들이 화려한 부활을 선언한 모양새다.
    올해로 85회째를 맞은 제네바 모터쇼는 세계 4대 모터쇼 중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다. 매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모터쇼로 그해의 자동차 트렌드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것은 물론, 자동차 생산국이 아닌 스위스에서 열리기에 주최국 브랜드에 편파적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브랜드가 총출동한 올해 제네바 모터쇼의 트렌드는 고성능, 고효율, 영역 파괴, 실용성 강조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슈퍼카들의 향연

    최근의 경기회복과 저유가 추세를 반영하듯 그동안 강세를 보이던 친환경차가 한발 물러선 대신 고성능 럭셔리카와 실용적인 차들이 부스의 중심에 섰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세계 최고의 부자들을 위한 슈퍼카들. 지난해 유럽의 자동차 판매량은 1300만6000대로 전년 대비 5.4% 늘었고, 월간 판매량도 17개월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유럽 자동차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고 판단한 메이커들이 고성능 슈퍼카들을 쏟아낸 것이다.

    특히 감탄을 자아낸 것은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으로 일컬어지는 페라리 ‘488 GTB’다. 다운사이징 된 3902cc의 V8 신형 터보 엔진에서 최고출력 670마력을 뿜어낸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라는 부가티의 ‘라 피날레 베이론’도 모터쇼 기간 내내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 차는 최고출력 1200마력에 안전최고속도 431km/h를 자랑한다. 부가티는 이 모델을 끝으로 더 이상 베이론을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이 때문에 1대에 30억 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미 전량 판매가 끝났다.



    제로백 2.8초의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 750-4 슈퍼벨로체’와 애스턴마틴의 800마력짜리 ‘벌컨’에도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기존의 틀을 깬 이종교배, 영역 파괴 차량이 대거 등장한 점도 특징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단, 쿠페, 왜건, SUV 등으로 차의 영역이 뚜렷하게 구분됐지만, 최근엔 아무리 이모저모 뜯어봐도 차종을 쉽게 정의하기 힘든 변종이 많다. 브랜드 스스로 실용을 앞세워 영역을 파괴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2015 제네바 모터쇼 키워드 3

    놀라운 반응속도를 자랑하는 ‘페라리 488 GTB’.

    2015 제네바 모터쇼 키워드 3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미래를 보여주는 가슴 뛰는 디자인”이라는 호평을 받은 제네바 모터쇼 최고의 화제작 벤틀리 ‘EXP 10 스피드6’.

    실용 앞세운 ‘이종교배’

    세단의 트렁크를 위로 바짝 세워 쿠페처럼 다듬거나, 쿠페의 뒤를 잡아 늘여 투어러로 만든 차들도 있다. 왜건에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하고 모양을 바꿔 SUV처럼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양한 차종을 만들어내는 것도 요즘의 트렌드다.

    BMW ‘뉴 2시리즈 그란 투어러’는 이런 관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모델 중 하나다. 그동안 ‘달리는 즐거움’을 목표로 스포츠 성향이 강한 후륜구동차를 주로 생산해온 BMW가 브랜드 최초로 전륜구동 다목적차량(MPV)을 만든 것이다. 2시리즈와 같은 플랫폼을 쓰지만 모양이 전혀 다르고, 엔진을 3기통 또는 4기통 중 선택할 수 있다. 변속기도 6단이나 8단 중에서 소비자가 고를 수 있게 했다.

    폴크스바겐이 부스 전면에 내세운 ‘파사트 올트랙’도 독특하다. 세단에서 시작해 왜건으로 발전하더니, 이번에는 사륜구동 시스템을 접목한 다목적차량으로 변신했다. 쿠페의 대명사 ‘골프’의 파생 모델도 선을 보였다. 22.7km/L라는 놀라운 연비를 자랑하는 ‘골프 GTD 바리안트’다. 기존 골프에 비해 차체와 트렁크를 키운 변종 왜건이지만, 스포츠 성향은 그대로 유지했다.

    차체는 그대로 둔 채 엔진의 크기를 줄이거나 전기모터와 결합시킨 차량도 많았다.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브랜드로 하여금 효율적인 차를 만들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 유럽연합(EU)은 올해 1㎞를 달릴 때 130g으로 정한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2020년 95g, 2025년 75g으로 강화해갈 방침. 업체도 이런 추세에 따라 고효율 엔진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번에 전시된 차량 900여 대 중 130대는 2020년 기준(1㎞당 95g 미만)을 이미 충족한 모델이다. 일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들은 1km당 30g 이하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할 만한 것은 눈에 띄지 않았고, 기존 엔진을 개량하는 수준이 대부분이었다. 폴크스바겐은 25개 전시 차 중 7개를 저탄소 친환경차로 채웠고, 도요타도 전시 차 15대 가운데 6대를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로 구성했다.

    2015 제네바 모터쇼 키워드 3

    일반 도로와 서킷 주행이 가능한 ‘맥라렌’ ‘675 LT’.



    유럽인 눈길 끈 한국車들

    한국 업체들도 다양한 모델을 선보여 유럽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현대차의 최고 인기 모델은 단연 ‘올뉴 투싼’. 올뉴 투싼을 카메라에 담기 위한 외신 취재진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고, 경쟁사들이 이 차를 정밀 분석하기 위해 앞다퉈 부스를 찾았다. 한국에서는 3월 중순 출시되며, 가격은 2340만~2970만 원이다.

    신형 K5의 디자인을 예상할 수 있는 기아차의 ‘스포츠스페이스(KED-11)’도 인기를 끌었다. 강력한 동력성능과 효율적인 공간을 갖춘 이 차는 그랜드투어러(Grand Tourer)로 독일 기아차 디자인센터의 11번째 콘셉트카다. 쌍용차는 소형 SUV ‘티볼리’와 ‘티볼리 EVR’을 부스 전면에 배치했다. 쌍용차는 티볼리를 앞세워 올해 유럽에서 1만7000대의 차량을 판매할 계획이다. 지난해 판매량보다 60%가량 늘려 잡은 수치다.

    르노와 달리 르노삼성차는 별도 부스를 마련하진 않았지만, 르노의 몇몇 차종이 한국에 상륙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르노의 새 SUV ‘카자르’는 QM5 후속으로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이 점쳐지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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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차종을 가늠하기 어려운 ‘크로스오버’ 모델이 유독 많았다.

    2 기아차 K5의 후속 모델 디자인을 예상해볼 수 있는 콘셉트카 ‘스포츠스페이스’.

    3 부활한 럭셔리 리무진의 지존 ‘S600 풀만 마이바흐’.

    4 BMW 최초의 전륜구동 다목적차량(MPV) ‘뉴 2시리즈 그란 투어러’.

    5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로 알려진 부가티 베이론의 마지막 모델 ‘라 피날레 베이론’.

    6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2.8초 만에 도달하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 75-4 슈퍼벨로체’.

    7 폴크스바겐의 신개념 쿠페 ‘GTE 콘셉트’.

    8 ‘티볼리’를 전면에 내세운 쌍용차 부스.

    9 유럽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현대차 ‘올뉴 투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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