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수술을 받은 지 올해로 9년째, 김씨는 지금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난 지도 오래다. 묵묵히 곁을 지키면서 지극정성으로 간병해온 남편 주창길(72) 씨 덕분이다.
전남 완도에서 나고 자란 주씨는 평생 바다를 생업의 터전으로 살아왔다. 해조류, 특히 다시마에 항암 성분이 풍부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던 터. 그는 항암 투병 중인 아내를 위해 다시마를 채취해 다양한 요리를 만들었다. 아내가 두 번째 수술을 받은 이후부터 올해로 12년째다.
“완도 바다는 청정 해역이거든요. 깨끗한 바다에서 직접 채취한 것들을 아내에게 많이 먹였죠.”
아내가 아프기 전에는 주방 근처에 얼씬도 않던 주씨가 아내를 위해 앞치마를 둘렀다. 이제는 여느 주부 못지않게 칼질이 능숙하다. 아내를 위한 그의 지극정성은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몸이 아프니 산으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하루를 살다 죽어도 산에서 살고 싶다고 했더니, 혼자서는 절대로 못 보내겠다고 하더군요.”(김갑순 씨)
그런 아내를 위해 주씨는 집 옆에 ‘황토방’을 직접 만들었다. 산 생활 대용이다. 요즘 주씨 부부는 집보다 황토방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다. 주씨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오후 4시만 되면 다 그만두고 집에 온다. 황토방에 불을 넣어야 아내가 따뜻하게 잠들기 때문이다.
주씨는 그렇게 매일 아침 바다에 나가 신선한 다시마를 채취해 오고, 매일 밤 황토방에 불을 땐다. 그리고 정성껏 다시마 요리를 만들어서 아내의 건강을 챙긴다. 덕분에 아내 김씨는 3년 전 완치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남편과 더불어 다시마를 ‘생명의 은인’으로 여긴다.
김갑순 씨의 다시마 건강밥상&활용법
■ 다시마 묵
만드는 방법이 간단해 식사 대용이나 간식으로 즐겨 먹었다. 끓는 물에 한천을 넣어 녹인 뒤, 말린 다시마를 곱게 갈아 넣고 잘 풀어지도록 저어준다. 중간 불에서 30분 동안 졸인 뒤 단단해지도록 식히면 바다의 내음이 가득한 탱글탱글한 다시마 묵이 완성된다.
■ 다시마 말이밥
흔히 먹는 김밥도 다시마를 활용하면 색다른 요리로 변신한다. 김 대신 다시마를 넓게 펴서 속 재료를 만다. 다시마는 잘 말아지지 않고 쉽게 풀리기 때문에 데친 미나리나 실파를 이용해 묶어준 뒤 사이사이를 자르는 것이 비법이다. 속 재료들은 김밥과 달리 볶지 않고 생으로 먹으면 다시마의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배가된다.
■ 다시마 전
수술 후 입맛이 없던 김씨를 위해 남편 주씨가 자주 해준 요리다. 부침 반죽에 파나 부추 대신 생다시마를 썰어 넣으면 바다 향이 은은하게 퍼져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간식거리로 훌륭하다.
■ 다시마 팩
항암치료와 독한 약 성분으로 거칠어진 피부에는 다시마로 만든 팩이 최고다. 말린 다시마를 30분 정도 물에 담가 염분을 뺀 후 다시 미지근한 물에 넣고 1시간 정도 기다리면 점액이 흘러나온다. 이 점액을 피부에 바르면 각종 비타민이 풍부해 미백 및 보습 효과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