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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진입장벽 쌓은 아파트 전자입찰 시장

신기술 벤처기업 적극 육성한다고?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오히려 진입장벽 쌓은 아파트 전자입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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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후 뒤늦게 시행 공고

그는 사전 예고도 없이, 그것도 지정 지침 시행 일자보다 20여 일이나 지나서 공고문을 올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구나 민간사업자 지정 신청 기간이 공고 다음 날인 5월 22일부터 31일까지로 일정도 촉박했다. 그는 “내가 문의하자 그제야 부랴부랴 공고문을 올린 게 아닌가 싶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지정 지침은 그야말로 내부 행정 지침일 뿐이다. 또한 지침을 정하는 과정에서 관련 업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관련 업체 몇 곳으로부터 의견을 들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재 지정받은 두 곳으로부터 들었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곳들이다. 모든 업체의 의견을 다 들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담당 공무원의 설명처럼 사업자 지정 지침은 행정규칙이기 때문에 미리 행정예고를 해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엔 “행정규칙이라도 상위 법령이 행정기관에 구체적인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 그 권한 행사나 절차에 관한 내용을 직접 규정하지 않고, 수임 행정기관이 행정규칙을 통해 구체적으로 그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면 대외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의 효력을 갖는다”고 돼 있다. 법규명령은 행정예고를 해야 한다. 따라서 시행 전에 행정예고를 하고, 국민의 의견을 취합한 후 공고를 내고 시행하는 게 국민을 위한 열린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진입장벽 쌓은 아파트 전자입찰 시장
‘자본금 2억, 신용등급 B등급’



박 대표는 사업자 지정 기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자본금 2억 원 이상, 기업신용평가 B등급 이상 업체로 자격을 제한했다. 자본금 2억 원 이상인 신생 벤처기업이 얼마나 되나. 전자입찰은 IT 분야다. IT는 자본금이 아니라 기술력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업종이다. 예를 들어 자본금 5000만 원인 회사가 뛰어난 전자입찰 관련 특허기술을 갖고 있어 기술보증기관,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정부기관으로부터 수십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해도 자본금은 그대로 5000만 원이라 전자입찰 시장 진입이 불가능하다.

기업신용평가 B등급 이상도 그렇다. 실적이 없는 신생 벤처기업이 B등급 받는 건 불가능하다. 이런 기준이라면 기존 전자입찰 업체들만 참여할 수 있고 신생기업은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갖고 있어도 자격 자체가 안 된다. 이럴 거면 정부가 뭐하러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만들었나. 벤처기업 육성 정책에 역행하는 행정처리다.”

국토부가 만든 ‘규제영향분석서’를 보면 전자입찰 시스템처럼 보안성이 중요한 분야인 공인전자문서센터나 공인인증기관 지정 요건에 신용등급 제한은 없었다. 박 대표는 ‘최근 3년 이내 국세 3회 이상 체납이 없는 사업자’로 한정한 것도 문제라고 했다.

“성공한 벤처기업 대표들에게 물어보라. 첫 번째 창업으로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보통 몇 번씩 망했다 오뚜기처럼 재기해 성공했다. 사업하다 망하면 국세를 체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국세를 체납한 적이 있는 사업자에게 자격을 주지 않는 건 이 시장에 벤처기업은 들어오지 말라는 이야기다. 국세청에 문의했더니 ‘국세를 체납해도 회사를 만들 수 있고, 회사도 운영할 수 있다’고 하더라. 보증이나 담보 등 직접적으로 돈을 거래하는 분야라면 신용에 문제가 있어 제한할 필요가 있겠지만, 전자입찰 시스템은 발주자와 입찰자를 연결해줄 뿐 중간에 돈이 오가는 게 아니다. 이런 기준을 설정하는 건 지나친 규제다.”

이에 대해 국토부 담당자는 “사업 계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최소한의 기준도 없이 지정했다가 그 업체가 부도가 나 운영을 못한다든지, 시스템이 다운되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결국 국토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신생 벤처기업을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안정적으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지속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설정한 것이다.”

“의견 더 수렴하겠다”

하지만 박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아파트 전자입찰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게 하려면 오히려 보안성 등 업체 시스템의 차별성과 우수성에 더 비중을 둬야 하는 것 아닌가. 나라장터처럼 관리자 보안키(공인인증서 포함)로 암호를 푸는 구조는 부정·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전 입찰 비리를 통해 확인됐다. 우리 것은 그보다 더 안전한 시스템이다. 관련 특허까지 취득했다. 그런 우리 회사조차 시장 진입을 막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국토부 담당자는 “5월에 고시된 지정 지침이 최종안은 아니다. 현재 국토부에서는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민간 전자입찰 시스템 사업자를 지정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개정작업을 하고 있으며, 그 내용에 대해 6월 11일부터 행정예고하고, 6월 18일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의견이 있으면 이 기간에 하면 된다. 의견을 취합해 8~9월 중 최종 지침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정 지침을 수정할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아파트 전자입찰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국회 통과를 주도한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국회가 2013년 주택법을 개정해 아파트 전자입찰을 의무화한 가장 큰 이유는 부정과 비리를 차단하는 깨끗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당연히 전자입찰 시스템 운영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도 투명하고 깨끗해야 한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어느 정도 제한이 필요하다는 국토부 주장도 설득력이 있지만, 기술력 있는 영세업체의 진입 자체를 막는 ‘행정 안전 제일주의’도 문제라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 법안 발의자로서 국토부에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담당 국장으로부터 모든 걸 고려해서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신동아 2015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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