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親盧 패권주의는 없다…非盧 패권이 더 문제”(노영민)
- “親盧강경파 결집력 강해…非盧는 포럼 수준”(주승용)
- “이종걸에게 정책위의장·조직부총장 추천권 다줬다”(노영민)
- “文, 기득권 내려놓고 명분 주면 최고위 복귀 검토”(주승용)
5월 8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 비노계 주승용 최고위원이 “광주지역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며 문재인 대표에게 ‘친노 패권정치’ 청산 방안을 요구하자 친노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발끈한 주 최고위원은 그 자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당내 계파갈등은 더욱 확산됐다. 얼마 후엔 친노계 김경협 당 수석사무부총장이 “비노는 새누리당의 세작(細作, 간첩) 같다”고 말해 내분의 불씨에 기름을 끼얹었다. 6월 23~24일엔 친노계로 분류되는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놓고 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간 갈등이 폭발했다. 비노계인 이 원내대표가 최 사무총장을 끝까지 반대했지만 문 대표가 임명을 강행한 것. 이 일로 이 원내대표는 10일 가까이 당무를 거부하다 복귀했다. 정책위의장, 조직사무부총장 등 후속 당직 인선 과정에서 갈등은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호남 신당론’에 점차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당 중진인 박지원 의원은 “신당은 상수(常數)”라며 이를 기정사실화했고, 전임 당직자를 포함한 당원 100여 명이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 추가 탈당 움직임도 감지된다. 자칫 ‘10월 분당설’이 현실로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친노와 비노, 당내 계파 갈등은 결국 분당으로까지 이어질까.
7월 7일 ‘신동아’는 ‘정청래 막말 파문’ 때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한 주승용 최고위원(63·3선)과 문 대표의 ‘비선(秘線) 핵심’으로 알려진 노영민 의원(58·3선)의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위기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계파 간 갈등 해소 방안을 들어보기 위해서다. 주 최고위원은 비노계로, 노 의원은 친노계로 분류된다. 두 의원은 친노계의 존재 자체에 대한 시각부터 확연하게 달랐다.
“당 주류, 다수 의원은 非盧”
노영민 ‘친노’ ‘비노’ 이런 표현을 쓰는데 저를 정치적으로 친노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저는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김근태 선배하고만 정치를 해온 사람이거든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 하루도 근무한 적이 없고, 무슨 위원회에조차 들어가본 적 없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할 때 개인적으로 만난 적도 없고요. 제가 노 전 대통령을 직접 본 건 딱 두 번이에요.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나서 청와대로 150명인가, 당선자 전부 초청받았을 때 먼발치서 얼굴 한번 봤죠. 그리고 신행정수도가 위헌 결정 나면서 충청도가 들끓었잖아요. 그때 충청권 의원 전원이 청와대에 갔을 때 본 게 전부예요(노 의원의 지역구는 충북 청주흥덕을).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저보고 친노래요. (친노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 같아요.
주승용 어떻게 보면 제가 친노일 수도 있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솔직 담백하고 서민적이이며, 역대 어느 대통령도 못 해낸 공공기관 지방 이전 같은 지역균형 발전을 시도했잖아요. 저는 정말 노 대통령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친노, 비노는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에 따라서 나뉜 게 아니고, 어떻게 보면 ‘친노’와 ‘비노’보다는 우리 당의 ‘주류’와 ‘비주류’가 더 적절한 표현인 것 같네요.
노영민 동의는 안 하시겠지만 당의 주류라 할까, 다수 의원은 비노예요. 그래서 ‘주류’ ‘비주류’라는 표현도 정확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진보 개혁적 성향의 의원을 친노, 중도 개혁적 성향의 의원을 비노라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에요. 언론에서 저보고 친노의 좌장이니 친노의 핵심이니 그러는데, 프레임을 잘못 짠 겁니다.
기자 언론도 그렇지만 당내에서도 친노 계파 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지 않습니까. 친노 계파가 존재하는 건 사실 아닌가요.
주승용 흔히 거론되는 친노의 숫자는 많지 않아요. 우리 당 현역의원 130명 중에서 진짜 친노 강경파는 20명 정도밖에 안돼요. 그렇지만 하나의 계파로 결집력이 강하죠. 비노는 수는 많아도 결집력이 약하고 여러 세력으로 나뉘는데, 계파라기보다는 포럼이나 모임 같은 거죠. 문제는 친노 실세 비선 이죠. 그 실체는 잘 모르겠으나, 문재인 대표에게 자문하는 노영민 의원을 비롯해 몇몇 분이 당을 끌고 간다는 느낌을 받아요. 최고위원회에서 서로 협의해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문 대표가 갖고 온 안을 그대로 밀어붙여 추인받는 형태로 당이 운영됐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비공개 회견문도 문 대표가 직접 쓴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러면 누군가 쓴 사람이 있을 것 아닙니까. 친노 비선이라든지. 만약 회견문 내용처럼 문 대표가 ‘비노의 당내 문제 제기는 내년 공천 지분권을 차지하려는 사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큰 문제라고 봅니다.
“그런 사무총장 뭐하러 합니까”
노영민 제가 왜 비선인가요? 우리 당 당규에 따르면 당무에 관한 의결 기구는 당무위원회입니다. 제가 당무위원이에요. 당무에 관해서 대표한테 충고하고 조언할 수 있죠. 대표도 필요하면 물어볼 수 있어요. 국회의원 누구라도 대표한테 이야기할 수 있고, 대표는 그 이야기를 다 듣고 참고하는 것이거든요. 더욱이 저 같은 경우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을 했잖아요. 비서실장이라는 게 특수관계니까, 친한 건 당연하죠. 그걸 가지고 비선이다? 저는 그런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최고위원회라는 게 최고 의결기구잖아요. 대외적으로는 당의 정치적인 대표 기구죠. 최고위원과 원내대표까지 해서 9명인데, 사실 당 대표가 이 자리에서 모든 당무에 대해 일상적으로 토론하고 결정한다는 게 시간적으로 불가능해요. (당 대표) 비서실장이나 당무위원들이 대표와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소통 기능을 해줘야 해요. 대표는 국민 속으로, 현장 속으로 다녀야죠. 그런데 이게 제대로 잘 안 됐어요. 문 대표나 우리 당의 한계였다고 봐요.
기자 문 대표가 당내 분란이 예상되는데도 왜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강행했다고 봅니까.
주승용 (문 대표가)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 시켜놓고 ‘공천에 관여 못하게 하겠다’? 그건 무슨 의미예요, 그런 사무총장 뭐하러 합니까. 사무총장이란 우리 당의 모든 조직과 당원을 다 관리하고 재정권까지 가진 실무 책임자예요. 공천에 관여시키지 않는다고 관여 안 할 수가 없어요. 막말로, 친노가 공천 관여하려면 대표하고 사무총장만 차지하면 돼요. (문 대표가) 다 그래서 그런 것 아니겠어요? 정책위의장이 공천하고 뭔 관계가 있습니까. 그러면 정책위의장과 조직부총장 등 나머지는 (비노에) 다 줘서 당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 문 대표나 친노는 ‘정책위의장은 잘하니까 유임시키자’는 둥 왜 그렇게 작은 것에 집착하는지 모르겠어요.
노영민 공천 과정에서 사무총장의 역할이 생각보다는 크지 않아요. 총선 때는 공천심사위원장을 사무총장이 하지 않고, 외부 인사를 앉혀요. 사무총장은 거기서 간사 구실도 못해요. 총선 공천심사를 할 때 정량평가와 정성평가가 있어요. 정량평가는 전략홍보본부장, 정성평가는 조직부총장 담당이에요. 오히려 이 두 자리가 더 중요합니다.
주승용 지금까지 조직부총장은 원외위원장이 다 맡았는데, 그 지휘권을 사무총장이 갖고 있잖아요.
노영민 그러니까 문 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정책위의장과 조직부총장 등 추천권을) 이미 다 줬어요. 추천하라고 그랬대요. 이 원내대표가 이미 추천한 사람도 다 있는데, 발표 시점만 늦춰달라고 해서 (문 대표가) 늦추는 거랍니다.
그리고 문 대표는 원래 사무총장을 최재성 의원으로 하려고 한 것도 아니었어요. 당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을 외압과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집행하려면 그럴 만한 추동력을 가진 사람이 적합해요. 차기 지방선거에 나가거나 나이가 상대적으로 젊어 한번 쉴 수 있는 사람을 주변에서 추천받았는데 다 거부했어요.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게 최재성 카드였던 거죠. 20대 총선 불출마 의향이 있었던 사람이니까. (불출마 여부는) 본인의 정치적 신의의 문제니까 그건 나중에 보면 알 테고.
기자 노 의원 말씀처럼 문 대표가 비노 측에 다 양보했다면 주 최고위원께도 복귀할 명분이 생긴 것 아닌가요.
주승용 저는 당무를 거부한 게 아니라 사퇴한 거잖아요. 복귀하면 내가 ‘공갈’ 친 게 되는데, 하하.
노영민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호남 민심? 실망 넘어 절망”
주승용 우리 당의 텃밭인 호남 민심이 대단히 중요하잖아요. 수도권에 있는 호남 사람들이 의외로 정치에 관심이 많아요. 더군다나 저는 호남을 대표하고 호남에 지역구(전남 여수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쪽 민심을 많이 알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 당에 대한 거부감이 무지 많아요. 특히 문 대표와 친노에 대해. 거의 반반이에요.
정청래 의원이 6개월 당무정지 받았으니까 저더러 당에 들어가서 문 대표에게 쓴소리도 하고 협력도 하라는 사람들이 있어요. 반대로 문 대표와 같이 가지 말고, 심지어 그만두라(탈당하라)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저는 호남 민심에 귀를 기울여서 그걸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에요. 당이 분당될 때 분당되더라도 다시 들어가서 마지막까지 당을 살리려고 노력해야 하는 게 제 위치라고 생각합니다. 문 대표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명분을 주는데도 제가 다시 안 들어가면 역풍을 맞을 수 있는 것도 알고 있지만 현재로선 일단 사퇴해서 어렵습니다. 문 대표는 틈만나면 ‘기득권 내려놓겠다’ 말로만 하고 있어요. 그게 문제입니다.
노영민 제가 노무현 정부 아래서의 호남소외론에 대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노 전 대통령은 재임 5년 내내 호남을 정치적 고향으로 생각했고 고마워했어요.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인사와 정책에 반영하려고 노력도 많이 했죠.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혁신도시 사업 때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1순위로 원하던 한전을 광주·전남권에 줬어요.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선정 때도 경주·안동 등 영남 쪽에서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결국 광주로 결정됐어요. 또한 우리 헌정사상 5부 요인(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동일한 지역에서 나온 게 노무현 정부 때 딱 한 번뿐인데, 그 지역이 바로 호남이에요.
그런데 왜 이런 얘기(호남소외론)가 자꾸 나오느냐 하면, 대선 후보나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당내 세력 간에 그걸 활용하기 위해 증폭한 면이 있어요. 노무현 정부 때 인구 대비 장관 비율을 보면 절대로 손해 본 적 없어요.
주승용 그러니까 내가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했잖아요. 문제는 뭐냐 하면, 민심이라는 게, 잘하다가도 한 번 잘못하면 돌아서는 거예요. 문 대표가 노무현 정부를 ‘부산 정권’이라고 하면서 호남 민심에 거부 반응이 쌓인 거예요. 그래도 2012 대선 때 호남에서 문 대표에게 93%나 밀어줬잖아요. 그런데도 떨어진 사람이 국회의원도 그만두지 않고, 이상하게 그때부터 이해찬, 한명숙 의원 등 친노들이 계속 당 대표를 해나간 거예요. 그러면서 보궐선거만 하면 지고…. 그러니까 호남 사람들이 분노하는 거고, 이제는 실망을 넘어서 절망 상태로 와버린 겁니다.
“文, 정당 운영 첫 경험…미완”
기자 문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합니까.
주승용 당 대표가 돼선 안 됐는데…. 우리 당이 시끄러워진 원인이라고 봐요. 박지원 의원이 좋다는 건 절대 아니에요. 그렇지만 박 의원이 대표가 됐다면 이렇게까지 당이 흔들리고 서로 색안경 쓰고 보며 이전투구하지는 않을 거예요. 문 대표는 당 대표이면서 동시에 대권 예비주자잖아요. 대권주자들로부터 앞으로도 계속 견제를 받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사람은 너무 좋아요. 근데 카리스마가 없다보니 무기력하고 무능한 것 같기도 해요. 매사 맺고 끊는 게 없고. 앞에서 대놓고 싫은 소리를 못합니다. 상황 판단도 좀 부족한 것 같고.
노영민 주 최고위원 말씀대로 문 대표는 독하고 모질진 못해요. 그건 틀림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원칙에 어긋나는 것을 받아들이진 않아요. 아직은 당내 기반도 취약하고 본인이 정치에 입문한 지도 얼마 안 됐으니까 배워야 할 게 많아요. 이번에 당 대표를 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문 대표의 모질고 독하지 못한 성격이 유약하고 카리스마 없는 리더십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민주적 리더십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봐요. 문 대표의 리더십은 이제 형성 과정이거든요, 미완이죠. 적어도 정당 운영에 있어서는 첫 경험이니까, 주변에서 많은 사람이 조언도 하고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주 최고위원도 빨리 들어와야 하는데, (안 들어와) 미치겠어.
주승용 첫 경험인데 왜 그렇게 고집이 센지 모르겠어요. 은근히 모르는 척하면서 밀어붙이는 거 있죠. 그냥 ‘좋잖아요’ 하면서 자신의 뜻을 접지 않아요. 그러니까 대화가 안 통해요. 그게 참 문제예요.
기자 당 혁신위에서 발표한 혁신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주승용 최종 혁신안이 나올 때까지는 기다려봐야죠. 다만 선택과 집중을 해서 친노 패권주의 하나만이라도 청산할 수 있는 혁신안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실천 가능한 혁신안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노영민 자꾸 패권주의, 패권주의 그러는데 존재하지도 않는 걸 허위의식을 갖고 없애야 한다고 하면….
주승용 이게 문제예요. 친노는 자꾸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있는 걸 없다고 하니까 소통이 안 되는 거예요. 문 대표를 둘러싼 뭔가가 있고, 우리는(비노계는) 모든 당 운영이 그들에 의해 운영되는 것같이 느끼는데 말이죠. 그래서 또 패권주의가 작동하는 게 아닌가 우려되는 거죠. 한명숙 대표 때 19대 비례대표가 그렇게(친노 일색으로) 됐잖아요.
“최고위원은 들러리 신세”
노영민 저는 당내에 친노 패권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존재한다면 오히려 비노 패권이 존재하죠. 김한길 대표 시절의 사무총장을 보세요. 최측근만 다 임명했어요. 정책위의장부터 주요 당직도 돌아가면서 맡았죠. 이번에 이종걸 원내대표가 예결위 위원에 어떤 사람들을 앉혔는지, 원내 부대표에 누굴 앉혔는지 보시라고요. 완전히 패권적이에요, 자기 사람 아니면 안 써요.
주승용 혁신위도 (친노 패권주의를) 인정했어요. 혁신위원장도 패권주의를 청산하는 혁신안을 만들겠다고 말했고요.
노영민 그건 당내 계파 문제가 제일 심각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패권주의라는 게 친노 패권주의를 얘기한 게 아니에요. 김 전 대표가 자기 측근을 사무총장에 앉히는 건 패권주의가 아닙니까. 그걸 가지고 반대쪽에서 아무도 말 안 해요. 대표가 사무총장도 자기 사람을 못 쓰면 말이 안 되니까. 근데 왜 문 대표가 자기 최측근도 아닌 사람을 사무총장에 임명한 걸 가지고 뭐라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그건 페어플레이가 아니에요.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가. 문 대표는 비서실장,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수석대변인에 전당대회 때 캠프에서 도와준 사람은 한 명도 안 썼잖아요.
주승용 그렇게 얘기하면 할 말 없고…. 김한길 대표 때는 그래도 최고위원들에게 권력을 분산해줬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없어요. 최고위원은 들러리 신세예요. 아무런 권한이 없어요. 이틀에 한 번씩 나와 방송 카메라 앞에서 그냥 정부 공격하는 게 전부예요. 다른 사람이 대표할 때는 자기 사람 써도 말이 없다가, 문 대표가 공정하게 인사한다는데도 왜 그렇게 말이 많은지 생각해봐야 해요. 실체 없는 유령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노영민 앞서 주 최고위원 말씀처럼, 문 대표가 예비 대권후보니 개인을 위해서나 당을 위해서 대표직을 안 맡는 게 더 좋았다는 이야기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문 대표가 당을 맡은 후 당 지지도가 2배 올랐잖아요. 이건 인정해줘야 해요. 김 대표 시절에 10% 초반이던 당 지지율이 지금은 30%에 육박해요. 그건 뭐냐면, 그래도 우리 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문 대표를 지지한다는 거죠.
주승용 상황 인식을 그렇게 하면 안 돼요. 그건 절대 아니에요. 새누리당이 못해서 우리 당 지지율이 올라갈 수도 있는 거예요. 우리 당이 4·29 재보선에서 왜 참패했겠어요. 경선 잘못도 있고, 공천 잘못도 있고, 후보 잘못도 있고, 문 대표 잘못도 있고, 국회의원들 잘못도 있어요. 그러니까 수습을 잘해야 될 것 아닙니까. 그런데 문 대표가 맡아서 우리 당 지지율이 두 배가 올랐다고 얘기하면 호남 사람들이 흥분해요.
기자 ‘호남 신당설’ ‘10월 분당설’ 등 갖가지 설이 끊이지 않는데요, 정계 개편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노영민 소위 분당이라는 것, 신당 창당이란 것은 명분과 인물이 있어야 돼요.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데 (우리 당과) 뭐가 달라서 신당을 만들죠? 저는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우리 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죠. 모든 걸 희생해서라도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여야 1대 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승용 그러기 위해서 잘하라 이 말이에요. 좀 기분 나쁘고 안 맞더라도 포용하고, (당에서) 못 나가게 하고 같이 가자고 해야죠.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기득권 다 내려놓고 빨리빨리 수습해야지, 석 달째 지금 이러고 있잖아요.
“신당 못 만들게 하려면…”
기자 주승용 최고위원은 ‘민진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핵심 멤버입니다. 얼마 전 모임에서도 신당론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주승용 알다시피 당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문 대표가 민진모의 뜻이 자신과 조금 다르더라도 받아주고 포용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비공개 기자회견문을 보면, ‘너희 나가서 당도 못 만든다’ ‘지금 지지율도, 호남 민심도 그게 아닌데 한번 해보려면 해봐라’ 이거거든.
비노계 쪽에서는 공천 못 받을 위기감도 큰 데다, 호남지역에서 문 대표에 대한 지지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신당 만들어야 하는 거 아냐?’ 이런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에요. 실제로 민주정책연구원에서 여론조사를 해보니까, 생기지도 않은 신당 지지율이 37%, 새정치민주연합은 25% 나왔다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지금 광주·전남지역도 어떤지, 객관적으로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해보고 있어요.
물론 여론조사라는 게 꼭 맞지는 않아요. 지금은 우리 당에 대한 불만이 있기 때문에 그게 신당(에 대한 갈망)으로 표출되는 거예요. 막상 신당으로 후보가 나오면 호남 사람들이 찍어줄지 안 찍을지 그건 알 수 없어요. 설사 그렇더라도 신당을 못 만들게 해서 우리 당을 지켜야죠. 저는 친노와 비노, 별 차이가 없다고 봐요. 정체성에도 차이가 없어요. 다만 대화가 안 되는 거죠. 그리고 서로 오해하고 불신하는 게 문제예요. 이 불신 풍조를 빨리 없애는 것이 문 대표의 역할이라고 봐요.
노영민 맞습니다. 그런데 문 대표는 호남을 포함해 전국 어느 지역이든, 비례대표 후보까지 개인적으로 누굴 밀어 넣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당내 합의에 따라 소위 전략공천이 일부 불가피하다면 이것조차 합의해서 진행할 거예요. 적어도 문 대표는 당내에서 정치적 반대자 또는 정책적 경쟁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주승용 그게 담보가 좀 됐으면 좋겠어요. 결국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문 대표한테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