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호

“징그러운 년” “나이 처먹고 X랄 하네” “X발, 맞짱 뜨자”

학생에게 욕설 듣는 교사들

  • 김정재 | 고려대 미디어학부 3년 doublejay1991@gmail.com 김형완 | 고려대 미디어학부 2년 belikeanswer@naver.com

    입력2015-07-22 1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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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하고 때리고 희롱하고…
    • “교사 막 대하는 걸 멋으로 여겨”
    • 교권 이전에 교사 인권 걱정할 상황
    “징그러운 년” “나이 처먹고 X랄 하네” “X발, 맞짱 뜨자”
    지난해 제주도 D고등학교 2학년 담임을 맡은 김모(39) 교사는 학교 앞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던 두 여학생을 붙잡았다. 부모와 상담해야겠다는 김 교사에게 여학생들은 “X발 그만 좀 하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교사는 욕을 한 학생에게 벌점을 부과할 수 있지만 학생들은 개의치 않는다.

    김 교사는 이들을 경찰에 넘기는 대신 부모에게 알렸다. 욕한 것은 문제 삼지 않았다. 그는 “학생이 교사에게 욕하는 일이 잦아 학교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0월 서울 L초등학교 표모(54·여) 교사는 수업시간에 잠을 자던 아이를 깨웠다. 일어난 아이는 표 교사에게 “X새끼” “X 같은 년”이라고 욕을 했다. 표 교사는 아이를 훈계했지만, 아이는 말을 듣기는커녕 오히려 표 교사를 밀치기까지 했다. 그러나 표 교사는 소문이 날까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수업 들어가기 전 기도한다”

    여러 초·중·고교 교사들을 취재한 결과, 교사가 학생으로부터 심심치 않게 조롱, 욕설, 협박을 듣고 심지어 폭행까지 당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교사 2명 중 1명꼴로 이런 일을 당하고, 일부 학교에선 특히 빈번하게 일어나는 듯했다. 존경의 대상이던 교사의 교권은 전반적으로 실추되고 있었다. 이젠 교권 이전에 이들의 인권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이른 듯했다.



    교권 침해는 학생들 나이와 무관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초등학생도 순진한 아이로만 보기 힘들었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인 임모 교사는 얼마 전 교실에 버려진 종이를 발견했다. 종이엔 “담임 XX” “X나 재수 없어” 등 반 학생들이 자신에 대해 한 욕설과 비방이 쓰여 있었다. 임 교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속도 상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B초등학교 5학년 담임을 맡은 이모(49·여) 교사는 “3년 전 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이 교사에 따르면, 체육시간에 피구를 하던 아이가 아웃을 당하자 “공에 안 맞았다”며 교사의 판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교사는 판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 아이는 분을 이기기 못하고 달려들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주먹만한 돌을 들어 교사의 허벅지를 찍었다. 큰 상처가 났고 피가 흘렀다. 그러나 이 일은 이 교사의 선처로 흐지부지됐다고 한다.

    이후 이 아이의 선동으로 다른 아이들도 이 교사를 무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해 9월 이 교사는 아이들과 수학여행을 갔다. 한 아이가 숙소에서 나오지 않는 등 단독행동을 했다. 이 교사는 수학여행의 질서를 위해 이 아이를 개인적으로 관리하려 했다. 대화를 하던 이 아이는 “귀찮게 하지 말라”며 이 교사를 주먹으로 때렸다. 이 교사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일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기도하는 일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교육 당국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교사에 대한 폭언·욕설 1만5325건이 신고됐다. 대부분 학생에게서 나왔다.

    정년퇴임을 앞둔 실업계 S고교의 김모(60·여) 교사는 수업 중 몇몇 남학생에게 상습적으로 욕을 듣는다. 김 교사는 학생들과 친근해지려고 친구처럼 대했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대답은 “징그러운 X” “나이 처먹고 X랄 하네” 같은 욕설뿐이었다. “욕하지 말라”는 김씨에게 학생들은 “(욕하면) 네가 어쩔 건데?”라고 조롱했다. 일부 학생들은 상의를 벗고 수업에 들어와 김 교사뿐만 아니라 다른 여교사들도 곤란하게 했다. 책상 위에 드러누워 자기도 했다. 희롱의 대상은 주로 여교사나 나이가 많은 교사였다.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은 박모(52·여) 교사는 얼마 전 한 남학생이 쓴 소설을 아이들이 돌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소설을 읽은 박 교사는 충격을 받았다. 아이들이 자신을 따돌리고 교실에 무릎을 꿇리고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박 교사는 정신과 치료를 받다 휴직을 신청했다.

    체격이 큰 고등학생은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제주도 K고교 생활지도담당 이모(35) 교사는 머리가 긴 학생에게 두발 규정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이 학생은 의자와 책상을 집어 던지며 “X발, 맞짱(일대일 대결을 이르는 속어) 뜨자”며 이 교사를 위협했다. 이 학생은 퇴학 처분을 받았다.

    “너같이 천한 년이 감히…”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경기도 교권침해 피해 교사 치유 방안’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교원 2084명 중 45.8%인 954명이 한 차례 이상 교권 침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대부분인 880명은 교권 침해에 대한 별도의 조치가 없었다고 답했다.

    스승에 대한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에 대한 기본적 예의는 지켜야 하는데, 우리네 학교에선 이마저 무시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교육전문가들은 “교사도 사람이고 언어폭력은 심각한 인권침해다. 더구나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학생이 교사에게 욕을 하는 것은 교사에게 큰 모욕감을 준다. 일종의 불법행위”라고 말한다. 이들은 “교사에게 욕하는 학생을 일벌백계로 엄하게 다스려야 하지만 대부분 흐지부지 넘어간다”고 전한다.

    학부모로부터 폭언을 듣는 사례도 빈번하다. 서울 관악구 M초등학교 어모(38) 교사는 폭행혐의로 경찰서에 출두했다. 며칠 전 그는 수업을 방해한 한 여학생과 개인면담을 했는데, 이 아이가 면담 과정에서 어 교사가 자신을 폭행했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 경찰 조사에서 학생의 허위신고임이 밝혀졌다. 이후 어 교사를 찾아온 여학생의 학부모는 “선생 자격이 없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어씨는 “그 자리에서 오히려 내가 사과했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접수되는 교권침해 사례엔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가 52.8%로 가장 많다. 학부모와의 갈등은 수위가 높고 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더 크다.

    지난해 서울 강북 C초등학교의 2학년 교실에선 한 남학생이 계속 교과서를 찢었다. 담임 허모(46·여) 교사는 이 아이의 책을 테이프로 붙여줬다. 그러나 아이는 붙여준 교과서를 다시 찢기 시작했다. 허 교사는 아이에게 “교과서를 찢으면 안 된다”고 훈계했다.

    다음 날 이 아이의 아버지가 술에 취해 허 교사를 찾아왔다. 그는 허 교사가 아이의 책을 찢었다면서 “죽여버리겠다. 동네 깡패들 다 안다”고 소리를 지르며 협박했다. 허 교사는 오해를 풀어주려고 설명했지만 그는 계속 행패를 부렸다. 허 교사는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 잘못한 게 없는데도 잘못했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고 말했다.

    교편을 잡은 지 25년째인 경기도 안양 모 고등학교의 고모(53·여) 교사는 얼마 전 학원을 가려는 학생에게 조퇴를 허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부모로부터 심한 욕설을 들었다. 학부모는 교무실에 들어와 “내 아들 대학 못 가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라며 폭언을 퍼부었다. 학부모가 돌아간 뒤 고씨는 울음을 터뜨렸다. 고씨는 “한동안 학생들을 피했다. 교사 생활에 회의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모 (53·여) 교사는 2년 전 서울 성북구 K초등학교 4학년의 담임을 맡았다. 이씨의 반에서 남학생이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의 팔을 할퀴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씨는 반 아이들과 함께 만든 규칙에 따라 가해 학생에게 “친구를 할퀴지 않겠습니다”라는 문장을 쓰게 했다. 다음 날 이 학생의 할머니가 교실로 이 교사를 찾아왔다. 할머니는 학생들 앞에서 “너같이 천한 년이 감히…우리가 어떤 집안인 줄 아느냐”며 이 교사를 모욕했다. 이 교사는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았고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 이씨는 “이제 욕먹는 건 놀랍지도 않다. 교실에 학생 인권은 있어도 교사 인권은 없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SNS는 교사 비방 해방구

    교육부가 집계한 교권 침해 건수는 2009~2011년 8597건에서 2012~2014년 1만7542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SNS를 통해 교사를 비방하는 사례도 잦다. 초등학교 교사인 정모(53·여) 씨는 얼마 전 SNS에서 한 학부모가 “개념 없는 X, 담임 바꿔야 한다”고 자신을 욕하는 글을 발견했다. 구하기 어려운 준비물을 가져오라고 시켰다는 게 이유였다. 준비물은 모형시계를 만들기 위한 재료였다. 정 교사는 “SNS엔 교사를 비방하는 글이 허다하다”며 한탄했다.

    온라인에서의 비방과 모함은 해명의 어려움 때문에 대응하기가 더욱 힘들다. 경기도 의왕시 S고등학교의 신모(40·여) 교사는 상습적으로 지각하는 학생의 부모와 상담했다. 이 학부모는 “왜 우리 아이한테만 그러느냐”며 신 교사에게 핀잔을 줬고 SNS를 통해 다른 학부모들에게 신 교사를 모함했다. 신 교사는 학부모들과의 관계가 나빠져 학급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징그러운 년” “나이 처먹고 X랄 하네” “X발, 맞짱 뜨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담탱’(담임을 비하해 지칭하는 은어), ‘학교’ 등으로 검색하면 “담탱 XX”, “담임 죽여버리고 싶다” “부모 없는 XX” 등 교사를 욕하는 글이 무더기로 나온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게 욕설을 내뱉고 교사는 묵묵히 참는 이런 사례가 왜 최근 들어 빈발할까. 많은 교사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고 학생에 대한 체벌이나 처벌이 어려워지면서 교권 침해 빈도가 부쩍 높아졌다고 본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전엔 많은 학생이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형식적으로라도 교사에게 예의를 갖췄다. 하지만 지금은 교사가 그러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교사에게 폭언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서울 성북구 K초등학교 이모 (53·여) 교사는 “전반적으로 교사를 무시하는 풍조가 만연해 평범한 아이들까지 교사를 함부로 대한다”고 말했다. 가정과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이 실패하고 있는 점, 학교가 교사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주지 않는 점, 교사가 언어폭력을 덮으려 하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교사들은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어 주로 학생들의 윤리와 감정에 호소하는 편이다.

    고등학교 3학년 김모(19) 군은 “몇몇 친구는 어른인 교사를 막 대하는 걸 오히려 멋있는 일로 여긴다. 주변 친구들도 여기에 동조해 교사를 무시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는 알고도 쉬쉬

    상당수 학교는 교사에 대한 언어폭력을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다. 경기도 J고등학교 신모(42·여) 교사는 얼마 전 한 학생의 버릇없는 행동을 나무랐다. 이에 격분한 이 학생의 부모는 교무실에 찾아와 신 교사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학교는 이 사건을 은폐했고 신 교사는 오히려 학생 관리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교원능력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교사의 처지에선 피해를 입어도 신고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고모 교사를 비롯한 일부 교사는 “학생을 신고해본들 어쩌겠느냐”며 교권 침해를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원 예우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교는 교권 침해 기준 마련, 예방 대책 수립, 분쟁 조정을 위해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론 거의 열리지 않는다. 허모 교사는 “교사가 욕을 들어도 교장과 교감이 ‘먼저 학생과 부모에게 빌라’는 식으로 말한다. 학교가 방패가 돼주지 못한다”고 전했다. 학교는 이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 학교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는 점, 교육청에서 감사가 나오는 점 때문에 웬만하면 사건을 은폐한다는 것이다.

    교장이 한술 더 뜨는 경우도 많다. 3년 전 서울 J초등학교 박모(58·여) 교사는 영문도 모른 채 담임 교체를 당했다. 교장이 학부모의 항의가 들어왔다는 이유로 담임을 바꾼 것이다. 다른 학생,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없었다고 한다. 교장이 절차를 무시하고 교사의 수업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고모 교사는 “학부모와의 갈등 이후 교장이 매일 수업을 감시해 수업 진행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교육청도 교사의 울타리가 돼주진 못한다. 각 교육청은 교권보호지원센터를 운영 중이지만 많은 교사는 실효성이 없다고 말한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수강생인 필자가 박재영 교수의 지도로 작성했습니다.



    교육&학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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