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호

“내가 돌출행동? 김무성 대표가 비정상”

‘박근혜 호위무사’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5-07-22 1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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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대표, 그날 비공개라도 내게 발언 기회 줬어야”
    • “유승민, 부정직하게 ‘청와대 뜻’ 뭉개”
    “내가 돌출행동?  김무성 대표가 비정상”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의원 보좌관, 경남도의원, 거창군수, 경남도지사를 지냈다. 청문회를 통과하진 못했지만 40대에 국무총리 후보자가 되기도 했다. 재선 의원으로 당 지도부의 일원인 최고위원이 됐다. 이런 이력을 보면 자기 힘으로 인생의 사다리를 하나하나 밟고 올라온 듯한 인상을 준다.

    그는 7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자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긴급 최고위원회의 끝난 지 3일밖에 안 됐다. 계속 유 원내대표 보고 그만두라고 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받아쳤다. 김 최고위원이 재반박하려 하자 김무성 대표가 “그만해, 회의 끝내” 하며 나갔다. 김학용 대표 비서실장은 “김태호 저 XXX가…”라고 욕을 했다.

    몇몇 언론은 김 최고위원이 돌출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그가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알고 있는 내용은 무엇인지 들어보고자 했다. 김 최고위원은 “당분간 인터뷰를 안 하려 한다”고 말했다. “7월 2일 일에 대해 말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하자 그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다음 날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말을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김무성 대표의 언론 인터뷰 자제령 등 김 최고위원의 상황이 이해됐다. 하지만 그의 발언 중엔 공익적 차원에서 공개할 필요가 있는 내용이 적지 않아 일부를 게재하기로 했다.

    진실게임의 비극



    ▼ 그날 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인 6월 29일 비공개 최고회의 때 여러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에게 ‘잘잘못을 떠나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유 원내대표는 두 시간 동안 한마디도 안 하더니 ‘사퇴할 이유를 모르겠다’ ‘최고위원회에 내 사퇴 문제를 거론할 권리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어요. 대답이 딱 그거였어요.”

    김 최고위원에 따르면 회의에서 유 전 원내대표가 “숙고할 시간을 달라”고 말한 적이 없고, 사퇴 의사를 밝히지도 않았으며, 회의 이후 사퇴 반대 의원들이 세력화하기에 7월 2일 다시 사퇴를 촉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원유철 의장이 ‘며칠도 못 참고 해도해도 너무한 요구를 한다’는 식으로 자신의 진의를 왜곡해 이를 재반박하려 했다는 것이다.

    ▼ 김무성 대표는 “중복·삼복 발언은 예의에 벗어나는 일”이라고 했는데요.

    “대표도 ‘그만하라’고 말한 다음엔 ‘비공개로 전환하겠다’라고 말했어야죠. ‘회의 끝내’라고 한 것은 부적절하죠. 내가 돌출행동을 한 것으로 비쳐지게 됐습니다.”

    ▼ 대표 비서실장이 최고위원에게 욕을 했는데요.

    “당 대표 모시는 처지에서 대표가 화내며 나갔으니까 뭐 그렇게 했는지 모르지만…당시까지만 해도 유 원내대표 체제 유지, 그 부분도 강하게 작용하지 않았느냐….”

    ▼ 그때까지도 김 대표가 사퇴와 유지, 두 개를 같이 봤다?

    “뭐. 그렇게 이야기한 거예요. ‘대표께서도 이쪽저쪽 이렇게 눈치 볼 때가 아닌 것 같다. 빨리 결단 내려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표가 어려워질 수 있다. 우리 모두 어려워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가 직접 전한 거예요.”

    ▼ 김 대표가 평소 회의를 민주적으로 주재합니까.

    “평소 정당민주주의 신념도 강하고.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거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에 초점을 두셨죠. 그래서 그날은 제가 이해가 안 되는 겁니다. 왜 그렇게 하셨을까. 제가 볼 땐 당 대표가 돌출했지. 제게 발언 기회를 줬어야 공평한 거죠.”

    ▼ 진실게임이 하나 있는데요. 5월 28일 밤 유 전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선 안 된다’는 청와대의 뜻을 알고도 통과시킨 건가요, 아니면 청와대의 뜻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건가요.

    “허허허. 이런 진실게임을 해야 하는 게 우리의 비극이죠.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조해진 수석 원내부대표에게 전화해 ‘공무원연금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국회법은 안 된다’고 말했어요.”

    조 부대표는 이병기 실장에게 ‘직접 유 원내대표에게 전화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은 ‘이 실장과 유 원내대표 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뜻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은 “얼마 뒤 이 실장과 유 원내대표가 연결됐다”고 말했다.

    ▼ 이 실장과 유 전 원내대표가 통화를 했네요?

    “통화했지. 이 실장은 유 원내대표에겐 ‘공무원연금법이 안 되더라도 국회법은 안 된다’라고 말한 게 아니라 ‘국회법은 안 된다’고만 말했대요. 어찌됐든 청와대는 ‘국회법은 안 된다’는 의사를 유 원내대표와 조 부대표에게 직접 전한 거예요.”

    잘못된 시그널

    청와대 관계자는 김 최고위원의 말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김 최고위원은 유 전 원내대표가 정직하게 못하게 국회법을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원내대표 사퇴의 변으로 ‘정의’를 내세운 유 전 원내대표에게 도덕성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 최고위원회의에선 어떠했습니까.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 모 정무비서관한테 전화해 국회법에 대해 ‘이 정도면 되느냐’고 물었대요. 문제 조항에 대해선 이야기가 없었다고 해요. 그래서 비서관이 ‘이 정도면 고생했네요, 됐네요’ 이렇게 말했대요. 우리 최고위원들이 유 원내대표에게 ‘이게 정부하고도 상의가 된 거냐’고 물었어요. 특히 서청원 대표가 ‘국회법, 좀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했어요. 그러자 유 원내대표는 ‘아, 정부에서 이 정도면 됐다고 한다’고 설명했어요.

    이후 청와대가 ‘국회법 내용을 보내 달라’고 해서 보고 나선 ‘절대 통과 안 된다’고 한 겁니다. 그러면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문제의 조항을 보고 나서 안 된다고 한 상황을 우리 최고위원들에게 이야기해주고 다시 상의했어야죠. 그런데 그걸 뭉갠 거야. 그래서 정직하지 않다는 겁니다. 우리한테 신호를 잘못 준 거예요. 그게 나를 화나게 한 가장 큰 이유였죠. 잘못된 시그널을 줘놓고선 나중엔 ‘그때 제대로 다 이야기해줬다’고 말한 거예요. 김무성 대표도 ‘뭐, 최고위원들도 다 당시엔 괜찮다고 해놓고. 왜 지금 와서 딴소리 하느냐’ 이렇게 말했어요.”

    ▼ 이후 김 대표의 행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김 대표의 워딩을 쭉 보세요. ‘거부권은 수용하되 유 대표는 살려야겠다’ ‘유 대표가 책임을 지는 것은 맞지 않다’ ‘우리는 위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 김 대표에겐 총선과 관련해 다른 욕심이 있는 걸까요.

    “당 대표로서 노력하는 분이죠.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당청관계에서 아직 넘지 못하는 선이 있는 것 같아요.”

    ▼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 직후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에 올랐는데.

    “계속 평가받기 바랍니다. 그렇지만 원내대표 사퇴하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법과 원칙’ ‘정의’…이렇게까지 말할 필요가 있었나 싶어요. 자기는 정의롭고 대통령을 포함한 반대쪽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이런 프레임, 위험하다고 봐요.”

    ▼ 유 전 원내대표가 총선 때 서울에서 출마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도 나오는데요.

    “모르지. 지금 여론조사를 보면 광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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