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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물렀거라 신토불이 멜론 나가신다

최초 전국연합 브랜드 ‘케이멜론’ 성공신화

  • 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s.com

무더위 물렀거라 신토불이 멜론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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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의 재배 매뉴얼 개발

무더위 물렀거라 신토불이 멜론 나가신다
출범 당시 40여 명이던 익산원예농협 공선출하회 회원은 5년 만에 110여 명으로 늘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주먹구구식으로 농사를 지어서는 좋은 품질의 멜론을 생산하기도 어렵고, 개인이 전국의 멜론 출하량을 점검해가며 수확 시기를 조절하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것을 농민들 스스로 깨달으면서 농가 참여율은 전국적으로도 꾸준히 느는 상황이다.

케이멜론의 출범으로 달라진 것은 농민만이 아니다. 지역단위 농협 내에도 새바람이 불었다. 익산원예농협 오상욱 과장은 케이멜론의 성공 요인으로 체계적인 정보 제공과 역할 분담을 통한 신뢰 구축을 꼽았다. 농민은 농협을, 농협은 농민을 신뢰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사업 초기에는 농민뿐 아니라 농협 직원도 훈련이 되지 않은 상태라 많이 허둥댔습니다. 저희 또한 사업에 대해 반신반의한 상태였으니까요. 농민의 기대치는 높았지만 그에 부응하지 못했다고나 할까요. 내부적으로도 케이멜론 전국연합사업단에서 저렇게 거창하게 사업계획만 발표해놓고 슬쩍 빠져버리면 뒷수습은 어떡하나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두 해 해보니 감이 왔습니다. 시스템만 제대로 운영되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사업이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이제는 케이멜론 덕분에 각 지역 농협에도 농업전문가들이 생겨났습니다.”

재배 품종부터 재배 방법까지 농가마다 제각각이었던 멜론은 들인 공에 비해 성과가 턱없이 낮은 작물이었다. ‘고급 과일’이란 인식은 있었지만 수박처럼 만만하게 사 먹을 수 있는 가격도, 어릴 적부터 입에 물고 살던 친숙함도 갖추지 못했다. 그렇다고 개별 농가의 노력으로 수입 멜론과 경쟁할 수 있을한 만큼의 품질력을 갖추는 건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검증된 재배 매뉴얼은커녕 적정 출하 시기를 알 수 있는 방법도 마뜩잖다보니 대충 헐값으로 시장에 내다 팔면 그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던 것.



그런데 케이멜론 전국연합사업단이 승부수를 둔 것도 바로 그 ‘여의치 않은 시장 상황’이었다. 시장 규모가 작은데다 농사를 짓는 농가 수도 많지 않다는 점이 오히려 농업인을 조직화하고 재배방식을 시스템화하기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1년여의 준비 끝에 케이멜론 전국연합사업단은 전국을 돌며 사업설명회를 열고 농민을 설득하는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농민 조직화 이상으로 시급한 것이 농민부터가 믿고 따를 수 있는 고품질의 멜론 재배 방법을 매뉴얼화해 보급하는 것이었다.

“케이멜론 전국연합사업단을 조직하고 사업설명회를 열었는데 그때 참석한 품질관리국 나종대(58) 국장이 장문의 편지를 보내셨더라고요. 그간 현장에서 부딪히며 생각해온 멜론 사업의 발전방안과 저희가 준비한 사업 설명회의 내용이 상당부분 일치한다며 당신이 힘을 보태고 싶다는 내용이었어요. 정말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죠.”

최고 전문가의 합류

농협중앙회 산지유통부 연합사업팀 안재경(52) 팀장의 회고다. 나종대 국장은 멜론 농사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권위자였다. 그가 멜론 재배 기술 연구를 맡는다면 케이멜론의 성공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의 구상대로 멜론의 품종과 재배방법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할 시범포를 운영할 수 있다면 과학적인 검증법을 토대로 우리 토양에 적합한 멜론을 찾고 상품성을 갖출 수 있을 터였다.

문제는 당시 마한농협 상무로 있던 그가 케이멜론 전국연합사업단 멤버로 활동하려면 공식적인 절차가 필요했다. 나 국장의 편지를 받아 든 안 팀장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밤새 규정집을 뒤져가며 고심했다. 마침내 나 국장은 파견근무 형태로 케이멜론 전국연합사업단에 전격 합류하게 된다. 케이멜론 재배 시스템의 산실인 케이멜론 농업인 교육장은 그의 손을 통해 탄생했다.

요즘 나 국장은 토마토 수확 후 밭을 갈아엎지 않고 멜론을 심었을 때의 작황을 테스트 중이다. 좁은 농지에서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한국의 농업 환경 특성을 최대한 살려 농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다. 그의 일터인 나주 케이멜론 농업인 교육장에는 약 5000㎡(1500평) 규모의 시범포가 조성됐다. 멜론의 품종과 병충해, 재배 환경에 따른 생산성 등을 연구하는 일종의 시범 재배지다. 시범포에서는 언제 물과 비료를 주어야 좋은지, 비료의 양은 얼마 정도가 적당한지, 심지어 비닐하우스 내 작물이 심어진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재배 환경까지 실험을 통해 세세하게 확인한다. 이곳에서 얻은 연구 성과는 케이멜론의 재배기술로 매뉴얼화되어 전국적으로 균일한 고품질의 멜론을 생산하는 토대가 됐다.

최근에는 나 국장의 아들 나참(32) 씨까지 시범포 운영에 합류해 멜론 연구에 힘을 실었다.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하고 농촌진흥청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그는 케이멜론 사업에 미래를 걸고 과감히 귀향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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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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