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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화보다 중요한 전력화 총력외교로 방사청 실책 보완해야

표류하는 KFX(한국형전투기) 사업

  • 이정훈 편집위원 | hoon@donga.com

국산화보다 중요한 전력화 총력외교로 방사청 실책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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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화보다 중요한 전력화 총력외교로 방사청 실책 보완해야
비행 도중 엔진이 꺼지면 항공기는 추락한다. 엔진이 언제 작동을 멈출지예상할 수 없기에 업체들은 비행기가 일정 시간을 비행하면 무조건 엔진을 떼어내 내부 부품을 교체한다. 부품별로 수명주기를 정해놓고 그 시기가 되면 기계적으로 교체해 사고를 피해나가는 것이다. 부정기적으로도 엔진을 살펴본다. 그때도 정비사들은 비행기에서 엔진을 떼어내 분해해야 한다.

그런데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전자산업이 발달함으로써 부정기 정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엔진에 탑재된 작은 컴퓨터가 엔진의 이상(異常) 여부를 점검해 그 사실을 알려주니, 이상 여부를 알기 위해 엔진을 비행기에서 떼어내 해체할 필요가 사라진 것.

GE는 엔진과 컴퓨터를 연결해 엔진 상태를 쉽게 살펴보게 하는 통합 시스템을 F-414에 적용했다. 따라서 부정기 점검 때는 엔진을 비행기에서 떼어내 분해하지 않고도, 컴퓨터만 보고 점검 여부를 판단한다.

EJ-200은 유로파이터 제작에 참여하지 않은 나라에 제공된 사실이 없다. 유럽 4개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EJ-200 엔진을 넣은 전투기를 만든 적이 없는 것이다. 실전 경험도 적다. 유로파이터는 리비아 공습전 등에 참전했으나 전체적인 실전 경험은 FA-18E/F보다 떨어진다. 따라서 롤스로이스는 다른 점을 강조한다. EJ-200은 F-414의 원형인 F-404보다 훨씬 뒤인 1990년대 후반 기술로 개발됐기에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요즘 자동차는 좋은 것일수록 엔진을 비롯한 기계적 요소보다는 전자적 요소를 더 중요시한다. 엔진에도 전자적 요소를 많이 넣은 것이 비싸다. 전투기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에 설계한 것은 아무리 개량해도 한계가 있다. 기본 틀을 바꾸지 못하기에 전자적 요소를 넣는 데 제한이 있다. EJ-200은 전자산업이 발전한 1990년대 후반 기술을 적용했기에 엔진 구조가 단순하고 소음도 작다.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해 정비도 훨씬 편하게 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두 엔진 가운데 무엇을 고를지는 ‘대학원생’이 판단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교수’는 개입할 수도 없고 개입하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임무컴퓨터의 통합 프로그램

좋은 ‘심장’을 갖췄다고 해서 좋은 전투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바른 판단을 신속히 할 수 있는 ‘머리’도 있어야 한다. 판단과 결행은 조종사 몫이지만 그것이 조종사의 기량만으로 결정되진 않는다. 조종사가 조종과 전투 등을 잘하려면 그에 필요한 장비가 그 앞에 모여 있어야 한다. 감각기관인 눈과 귀, 코, 입이 사람 얼굴에 몰려 있듯이, 레이더와 표적획득장비 등 센서(sensor)를 조작하는 장치들이 조종사의 눈과 손 ‘앞’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촉감(觸感)을 느끼는 세포가 전신에 퍼져 있듯이, 전투기에 탑재할 센서들을 좁은 조종간에 집중시킬 수는 없다. 촉감세포처럼 전투기 이곳저곳에 배치해놓고, 이들을 조작할 수 있는 선을 조종간으로 모아놓아야 한다. 그리고 뇌가 여러 감각기관에서 전해온 느낌을 종합해 판단하듯이 이들을 통합 처리하는 장비가 있어야 한다. 이 일을 하는 것이 바로 임무(任務)컴퓨터다.

뇌가 상황을 종합할 수 있는 것은, 귀가 소리 정보를 수집하고, 눈이 시각 정보를 모아오고, 코가 냄새 정보를 수집해오는 기본 원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임무컴퓨터도 모든 센서의 기본 원리를 알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임무컴퓨터는 전투기 작동의 핵심이 된다.

임무컴퓨터 자체는 대단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다. 임무컴퓨터가 모든 센서의 구동 원리를 알고 그 센서들이 잡아준 느낌을 종합해 조종사가 판단할 수 있게 해주려면, 그러한 일을 하는 프로그램이 깔려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여러 센서가 보내준 것을 통합하는 것이라 ‘체계 통합’, 줄여서 ‘통합(integration)’ 임무를 한다. 통합 소프트웨어가 비밀 중의 비밀이다.

미국을 비롯해 첨단무기 제작국은 자국이 개발한 첨단무기 기술이 가상적국이나 경쟁국가, 장차 경쟁국이 될 수 있는 나라로 흘러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따라서 무기나 무기 관련 기술을 팔 때는 정부가 수출 여부를 결정하는 엄격한 ‘수출허가(export license, E/L)’ 제도를 운용한다. 이 수출허가는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개개 품목에 대한 수출허가다. 레이더가 그러한 품목에 해당한다.

미국의 수출 통제

선진국 회사가 전투기를 판매(수출)하게 된 경우, 이 회사는 자국(선진국) 정부에 먼저 ‘이 레이더를 수출하려는 전투기에 탑재해도 되는지’를 묻고 허가 여부를 기다려야 한다. 정부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지 못하면, 이 회사는 이 레이더를 탑재하지 못한다. 그 경우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다른 레이더를 탑재해 수입국을 위한 전투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때 선진국 정부는 오로지 수출만 허가한다. 도입한 국가가 레이더를 뜯어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도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다. 레이더를 뜯어보면 레이더 구동 원리를 알게 돼, 얼마 뒤 복제품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정부는 도입국이 임의로 레이더를 뜯어본 사실이 드러나면 거액의 과태료를 물리거나, 군수지원을 중단해 도입국이 그 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린다.

도입국 처지에서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종속’이고 자주국방을 못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따라서 선진국도 동의할 수 있는 기술 도입 방안을 찾게 된다. 기술력이 부족한 도입국이 빨리, 그리고 정확히 레이더 구동 원리를 알고자 한다면, 선진국 회사로부터 ‘도제(徒弟)식’으로 배워야 한다. 선진국 회사가 레이더를 정비할 때 같이 하면서 익히고, 그 회사를 ‘모시고’ 새로운 레이더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이는 한국이 록히드마틴을 선생으로 모셔놓고 배워가면서 KFX를 개발하려는 것과 같다. 이렇듯 도제식 수업은 기술을 넘겨주는 첩경이니, 선진국은 그냥 허용하지 않는다. 엄격히 심사해 통과된 경우에만 허가한다. 선진국 정부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기술 수출을 허가하지 않는다. 이는 기술에 대한 수출허가다. 선진국의 수출허가 제도에는 품목에 대한 것과 기술에 대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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