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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충돌위기 이후 한반도

전쟁 능력 없는 北 南 ‘양보’로 죽다 살아나다

8·25 합의 정밀 복기(復棋)

  • 이정훈 편집위원 | hoon@donga.com

전쟁 능력 없는 北 南 ‘양보’로 죽다 살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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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능력 없는 北 南 ‘양보’로 죽다 살아나다

무사만루의 기회를 1득점으로 끝내버린 8·25 합의. 김관진 안보실장(오른쪽)이 황병서 총정치국장과의 합의를 서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북한과 중국, 미국, 일본을 모두 끌고 나가는 기회를 잡았을 것이다.

이를 북한 육군이 도입했다. 인민군 육군은 군사분계선 서쪽에서부터 4-2-5-1군단(전연군단)을 놓고, 그 뒤에 기갑·기동군단(기동부대)인 815-820-620-806부대를 배치했다. 유사시 전연군단은 예하 사단을 재편성해 1, 2, 3, 4파를 정하고 한 곳을 선택해 반복 가격한다. 그리하여 구멍이 뚫리면 후방에 대기하던 기동부대를 우겨넣어 돌파구를 확대하고, 전략거점인 서울로 돌진한다.

국군은 밀집방어로 대응한다. 여덟 개 군단 가운데 7군단만 ‘예비’로 남겨놓고, 수도-1-5-6-2-3-8의 일곱 개 군단을 GOP선에 촘촘하게 세워놓은 것이다.

전쟁에서는 공자(攻者)가 주도권을 행사하므로 방자(防者)는 종속변수가 된다. 북한 군단은 공격 지점을 선택해 부대를 집중할 수 있으니 공격 지점에서는 인민군 세력이 우세해진다. 기만전술도 추가한다. 소수 전력을 엉뚱한 곳으로 침투시켜 방자가 주력이 투입되는 곳으로 부대를 보내 두텁게 막는 것을 방해한다. 그리고 제파식 공격을 퍼부으니 국군의 GOP(일반전초) 방어선은 뚫릴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통로가 열리면 인민군은 20만 명에 달한다는 특작부대(게릴라부대)도 동원한다. 이들을 AN-2기나 직승기(헬기)에 싣고 가서, 기동부대가 가려는 길 좌우로 뿌려 기동로를 확보해주는 것이다. 기동부대는 이들을 장갑차에 태워 전력거점까지 돌격해 풀어놓는다. 서울로 스며든 이들은 큰 건물을 장악하고 그곳의 시민을 인질로 잡는다. 인질 때문에 마지막 방어부대인 수도방위사령부는 제대로 반격하지 못한다.

‘6일전쟁’과 거부작전



이 지경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미연합군은 작전계획 5027에 공군과 육군 포병이 중심이 된 ‘거부작전’을 마련해놓았다. GOP선 뒤에 알파-브라보-찰리-델타라는 가상선을 정해놓고, 그중 한 선에서 GOP선을 돌파한 인민군을 멈춰 세우는 것이다.

우리 군은 GOP선에서 민간인 통제선 사이를 ‘FEBA(Forward Edge of Battle Area, 전투지역전단)지역’으로 부르며 ‘비워’뒀다. 그곳이 강력한 화력을 퍼부어 GOP선을 돌파한 인민군을 격멸하는 거부작전의 무대다.

1967년 이스라엘군이 거부작전의 ‘절정’을 보여줬다. 병력이 월등히 많은 이집트와 시리아가 양쪽에서 대량군주의적 기동전술을 펼치려고 대부대를 집결시키자, 이스라엘은 공군기를 기습적으로 출격시켜 그 지점을 타격했다. 이 폭격으로 두 나라 군대가 궤멸하면서 우왕좌왕하자, 이스라엘은 거꾸로 기갑부대를 돌격시켜 6일 만에 승리를 거머쥐었다(6일전쟁).

한미연합군도 이러한 거부작전을 하고 싶기에 ‘정찰’에 총력을 기울인다. 북한군이 기동할 조짐을 보이면 워치콘(대북정보감시태세)을 상향해 정찰전력을 배가하는 것이다. 평시엔 워치콘 4를 유지하는데, 그때는 한국의 금강 정찰기와 미국의 U-2기를 하루씩 번갈아 띄워 북한 지역을 정찰한다. 목함지뢰 사건 후 워치콘은 3으로 격상됐다. 그렇게 되면 오전엔 금강, 오후엔 U-2식으로 정찰비행을 크게 늘린다.

한미연합군이 강력한 ‘역격(逆擊)’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인민군에겐 스트레스다. 이 부담을 뚫고 서울까지 진격하려면 전연군단과 후방의 기동부대 간에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전연군단이 큰 희생을 치르며 통로를 개척했는데, 한미연합군의 강력한 역격을 겁내 기동부대가 돌격하지 않으면, 기진맥진한 전연군단은 궤멸된다. 이 때문에 인민군이 작전회의를 열면, 기동부대의 돌격 문제를 놓고 전연군단장과 기동부대장이 싸움을 벌인다고 한다.

이 문제를 죽기 직전의 김정일이 정리했다. 김정일은 전연군단장들의 주장이 옳다고 보고, 평시 두 부대는 독립적으로 작전하지만, 유사시가 되면 전연군단장이 기동부대를 작전통제하도록 했다. 그리고 나온 말이 ‘전선 대련합부대’다. 전선 대련합부대는 평시에는 한 개 군단이지만, 유사시에는 2개 군단이 된다.

26사단 포병이 사격한 이유

8월 20일 이후 북한이 이러한 공격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됐기에, 우리군은 역격이 포함된 대응책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북한의 행태가 ‘때리고 어르기’라는 데 주목했다. 북한은 8월 20일 오후 4시 전후 28사단 지역으로 14.5㎜ 고사총 1 발과 76.2㎜ 평사포 2발을 발사하고, 4시 50분쯤 김양건 명의로 김관진 안보실장 앞으로,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 개선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전통문을 보내왔다. 그리고 오후 5시쯤, 서해 군 통신선으로 앞에서 밝힌 최후통첩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우리 군은 묵살 전략으로 나가기로 했다. 5시 15분 26사단 포병대대로 하여금 K-55 자주포 29발을 발사하는 것으로 응답한 것이다. 북한은 28사단 지역으로 포탄을 쐈는데, 26사단 포병대대로 하여금 대응사격을 하게 한 것은, 그 지역에서는 26사단 포병대대가 최고의 사격술을 가졌기 때문이다.

28사단이 관할하는 무적태풍전망대 앞 비무장지대에는 유명한 격전지 ‘베티 고지’가 있다. 26사단 포병대대는 그 고지 앞 북한 쪽 비무장지대 200×400m 지역에 29발을 모두 떨어뜨리는 ‘놀라운‘ 사격술을 펼쳤다.

그리고 6시쯤 박 대통령이 NSC를 열어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다. 북한도 강공으로 나왔다. 그날 밤 노동당 중앙군사위를 열어 준전시를 선포하고, 21일 오후 5시부로 전선 대련합부대의 전시 전환을 지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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