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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예능감? 냄비는 끓고 있지만…

스타 셰프가 본 ‘스타 셰프 전성시대’

  • 박찬일 | 요리사, 요리 칼럼니스트 chanilpark@naver.com

실력? 예능감? 냄비는 끓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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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권의 활약

실력? 예능감? 냄비는 끓고 있지만…

한국에 스타 셰프 시대를 연 에드워드 권.

어쨌든 에드워드 권은 날개를 달았다. 호텔을 그만두고 즉시 한국으로 비즈니스를 하러 들어왔다. 한 유력지는 그를 대문짝만하게 실어주었다(그 신문은 나중에 그가 자신의 이력을 일부 속였다는 기사를 실은 곳이기도 하다). 대중 잡지는 앞다퉈 그를 인터뷰했다. 완벽한 이력과 용모, 요리 실력이 포인트였다.

당연히 전파 매체도 달려들었다. 심지어 드라마에도 출연했고, 온갖 오락프로그램도 그의 몫이었다. 한 케이블방송에는 주연으로 출연, 그 유명한 ‘고든 램지’ 식의 연기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고든 램지는 영국에서 제작된 ‘헬스키친’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요리사 지망생을 가차 없이 나무라고 모욕을 주는 것으로 유명해진 영국의 스타 셰프다.

그 프로그램에서 에드워드 권의 캐릭터는 램지를 오마주한 것처럼 보였다. 요리사 지망생을 무섭게 어르고 달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그는 여세를 몰아 강남과 이태원, 한남동 등지에 고급 식당을 여럿 열었다. 그에게 식당을 같이 하자고 돈보따리를 싸들고 오는 사람이 줄을 섰다는 소문도 들렸다. 어쨌든 스타 셰프의 시대는 그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렸다. 정부는 총력을 기울여 이 행사를 치렀다. 박정희 시대에 무궁화 다섯 개급 호텔이 몇 있었지만, 턱없이 모자랐다. 외국 자본도 끌어들여 많은 수의 호텔을 지었다. 당연히 고급 식당도 들어섰다. 경제에 돈이 돌았다. 강남에 부유한 사람들이 출입할 수 있는 식당이 연이어 생겼다. 청담동 시대의 개막이었다. 당시를 기억하는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식당에 와인이 없어서 못 팔았다. 와인을 한 병씩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으면 촌스러워 ‘가오(체면)’가 떨어지는 시대였다. 셰프가 없어서 칼만 쥐어도 자리에 앉혔다.”

김대중 정부의 소비 진작책-카드 발급 최다 기록 경신-등으로 청담동 경기는 가라앉을 줄 몰랐다. 요리사가 모자랐다. 정말 칼만 쥐어도 주방장이었다. 보통 주방장이 되는 데는 최소 1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 고급 식당은 우후죽순으로 생겼고, 요리사는 모자랐다. 3, 4년차가 주방장이 되는 일이 허다했다. 중국요리가 팽창하던 1970~80년대에 짜장면, 짬뽕에 탕수육만 튀길 줄 알면 국자를 쥐고 주방장이 되던 것과 흡사했다.

그렇다보니 가짜 요리사도 난무했다. 신사동의 한 퓨전 식당에 일본인이라는 셰프가 있었다. 한국말은 어눌하게 하고, 일본어를 썼다. 당시 1억 가까운 연봉을 받았다. 그런데 그가 한국인임이 밝혀졌다. 소득세 신고를 하면서 주민등록증을 낸 것이 화근이었다. 지금은 거의 걸러졌지만, 가짜 이력도 많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의 식당에서 일했다는 이력이었다. 심지어 그곳에서 주방장급으로 일했다는 이력도 있었다. 물론 말짱 거짓말이었다.

음지에서 양지로

대중은 늘 새로운 스타를 갈구한다. 소비하고 난 스타는 버리고, 다른 스타를 찾는다. 그것이 대중의 심리다. 대중의 사랑을 영원히 받는 일은 어렵다. 방송가에 ‘잘나갈 때 요절’이라는 말이 있다. 스타성을 끝없이 유지하는 방법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제작자들은 그래서 늘 새로운 스타를 공급하고자 한다.

텔레비전에서 요리사가 등장한 것도 이런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과거 요리사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스스로 하고 싶어 요리사가 된 경우가 드물었다. 대개는 ‘먹여주고 재워주니’ 요리사가 됐다. 2층방에서 먹고 자며 연탄불을 갈면서 요리를 배운 세대다. 그들에게 재치 있는 말솜씨와 번듯한 외모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새로운 세대의 요리사들은 자신감이 넘치고, 말솜씨도 좋다. 제작자들이 좋아할 요소를 갖춘 것이다.

때마침 유럽과 일본은 셰프의 시대였다. 한국에 아직 셰프 바람이 불기 전, 유럽과 미국은 푸드 프로그램이 넘쳐났다. 여러 프로그램에 요리사가 출연했다. 인기도 높았다. 미슐랭 스타가 상징하는 대중적 인기와 신비감을 함께 누렸다.

내가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울 때, 한 요리사가 화제가 됐다. 대통령(보통 행정수반은 총리이지만 국가의 대표성은 대통령이 갖는다)의 만찬에 그를 불렀는데, 아내의 해산 때문에 요리를 할 수 없다고 거절한 것이다. 미슐랭 별이 붙은 스타는 모두가 흠모하는 대상이었다. 분자요리로 유명한 스페인의 미슐랭 별 셋 셰프 페란 아드리아는 ‘뉴욕타임스’ 음식담당기자가 자리를 부탁하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좋지, 뉴욕타임스니까 특별대우를 해드리자고, 2년 후 보자고 말이야.”

그의 식당은 2년간 예약이 꽉 차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의 대중매체에 요리사가 등장해서 ‘웃기고 인기를 끈’ 것은 아마도 ‘대가’라고 불리는 아무개 요리사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오랫동안 요리사들은 얼굴을 알 수 없는, 부엌 안에 있는 음지의 인물이었다.

실력? 예능감? 냄비는 끓고 있지만…

많은 스타 셰프를 배출한 올리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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