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호

생각대로 실천하기 석 달만…

  • 이재만 | 변호사

    입력2015-09-22 16:2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생각대로 실천하기 석 달만…

    ‘모든 것은 마음속 조화에 달렸다’는 진리를 깨달은 원효대사.

    원효대사는 당나라로 진리를 구하러 떠나던 도중에 폐가에서 잠을 자다가 너무나 목이 말라서 바가지에 담긴 감로수를 먹고 갈증을 풀었다. 깜깜한 밤중, 잠결에 마신 감로수가 해골에 고인 썩은 물이라는 걸 아침에 알고는 토하고 말았다.

    원효대사는 이 경험을 통해 ‘모든 것은 마음속의 조화로구나’라는 화엄경의 진리를 깨닫고, 당나라로 진리를 찾으러 가는 발걸음을 되돌렸다. 이때 원효대사가 한 유명한 말이 바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을 달리 먹기가 쉽지 않은 게 또한 세상 이치다.

    동자승 이야기

    조선시대에 어느 스님이 동자승에게 커다란 장독을 뒤집어서 잘 닦아 놓으라고 지시했다. 스님이 산사로 돌아왔을 때 동자승은 ‘스님 말씀대로’ 장독을 버선목 뒤집듯이 뒤집어서 닦아놓았다. 스님 말씀은 장독을 엎어놓고 닦으라는 것이었는데, 커다랗고 단단한 장독이 마치 옷을 뒤집어놓은 듯 뒤집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스님이 깜짝 놀라서 “장독을 어떻게 뒤집었느냐?”고 물어보면서 다시 장독을 원래대로 뒤집어놓으라고 했다. 그러나 동자승은 다시는 장독을 원래 모양대로 뒤집지 못했다. 동자승은 처음에는 스님의 말씀을 진실로 믿고 그대로 따라서 한 것인데, 이번에는 스님이 장독을 뒤집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동자승도 장독을 뒤집지 못한 것이다. 스승에 대한 믿음이 깊으면 제자는 단단한 장독도 옷을 뒤집듯 뒤집을 수 있는 모양이다.



    생각을 한곳으로 모으면 염력이 발동해 단단한 물체도 부드럽게 한다는 과학적인 연구결과도 있다고 하던데, 과연 생각의 힘이란 대단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동자승처럼 순진무구한 마음을 갖기에는 세상에 티끌이 너무나 많다. “모든 것은 마음속의 조화로구나”라고 한 원효대사의 말처럼 진리가 매우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므로 생각만 바꾼다면, 그리고 바뀐 생각을 진실로 믿는다면 세상을 보는 눈도 바뀌어서 삶의 무게를 가벼이 할 수 있을 것인가.

    무문관(無門關)이라 이름 붙은 동굴에서 10여 년을 면벽수도하는 고승들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져 오는데, 그 고승들은 모두 생각을 바꾸기 위해 정진한 것은 아닐까. 문제는 생각을 바꾸면 과연 행복이나 성공을 온전히 취할 수 있느냐다. 성공이나 행복은 행동하는 자의 몫이다. 아무리 생각을 바꾼다 해도 진심을 가지고 행동하지 않으면 그저 생각에 머물 뿐이다.

    전 세계의 유대인은 불과 1250만 명으로 세계 인구 65억 명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수이지만, 노벨상 수상자나 미국 아이비리그 학생 수, 세계 500대 기업의 임원 중 각 20%가 그들이다. 그들이 학계, 재계, 정계에서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것은 창조적인 정신 외에도 적극적인 행동력을 지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습관 만들기

    유대인들은 창업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다음 주가 채 지나가기 전에 창업을 한다고 한다. 또한 길을 가다가 이상형의 이성을 만나면 해가 떨어지기 전에 프러포즈를 한다고 한다. 그들의 이러한 적극성이 2000년 전에 잃어버린 조국을 건설하는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지만, 바꾼 생각을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한 세상이 됐다. 실천하지 않은 생각은 죽은 상념일 뿐이지만, 생각대로 실천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생각대로 실천하기에 성공하면 운명이 바뀌고 인생이 바뀐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하면 생각을 바꾸고 그 바뀐 생각대로 실천할 수 있느냐다.

    원래 불교 신자이던 아내는 시집온 뒤 새벽마다 시어머니 몰래 집을 나갔다가 들어왔다. 신실한 불교 신자인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새벽에 교회에 다니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그대로 내버려뒀다. 나는 아내가 기독교로 개종하고 새벽기도를 다닌 것을 한참 후에야 알았다.

    어느 겨울날 아내는 내게 “교회 새벽기도를 혼자 다니는데 너무 어두워서 춥고 무서우니 교회까지 차로 데려다달라”고 했다. 새벽기도만 다녀오면 얼굴이 밝아지는 아내를 위해 새벽마다 교회에 차로 데려다 주고, 아내가 새벽기도를 마치면 차로 데려왔다. 그러기를 1년 정도 하다가 이슬비에 옷 젖듯이 어느 순간 나도 아내와 함께 주일예배에 참석했다. 주일예배에 참석한 지 3개월쯤 되던 어느 날, 주일예배를 빠지니까 다음 일주일이 매우 불편했다.

    무슨 일이든 3개월 정도만 하면 습관이 되는 듯하다. 바뀐 생각대로 실천하기도 3개월만 계속하면 습관이 되고, 일단 습관이 되면 운명도 바뀌고 인생도 바뀐다는 것이다. 먼저 생각 바꾸기, 그리고 바뀐 생각대로 실천하기, 딱 3개월만. 이것이 ‘회한의 시절’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이다.

    들판으로 나아가라!

    생각대로 실천하기 석 달만…
    이재만

    1952년 서울 출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및 행정대학원 졸업

    34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4기 수료

    법무법인 청파 대표변호사, 연탄은행 이사, 다일공동체 협력대사

    저서 : ‘진심은 길을 잃지 않는다’ ‘주니어 로스쿨’


    좋아하는 사람을 보고도 차마 말도 붙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청춘들, 사업 아이디어는 있는데 돈이 없다고 좌절하는 이 땅의 취업준비생들,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자책하는 가장들, 샐러리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집 안에 머물지 말고 야생의 들판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 세상은 시기에 맞춰 행동하는 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율곡 이이가 ‘만언봉사’에 쓴 구절이 생각난다.

    “무릇 정사를 논함에 있어서는 시기가 중요하고, 일은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세이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