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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달인

이병철처럼 사각사각 박정희처럼 또박또박

메모의 정치학

  • 이종훈 | rheehoon@naver.com

이병철처럼 사각사각 박정희처럼 또박또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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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메모

삼성그룹을 일군 이병철 전 회장 역시 꼼꼼한 메모로 유명하다.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모르면서 그냥 넘어가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는 지론을 가진 이 전 회장은 본인이 이해할 때까지 질문하고 또 기록했다. 삼성전자를 설립하고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 당시 팀장급인 최준명 씨(후에 삼성전자재팬 대표 역임)에게 “RAM이 뭐냐” “ROM이 뭐냐”며 질문을 쏟아냈다. 90개 항목의 사업성 검토서를 매뉴얼로 정착시킨 이도 이 전 회장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무조건 성공하려면 김대중처럼, 박정희처럼, 이병철처럼 메모광이 되는 게 좋다.

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영화 ‘암살’의 최동훈 감독 역시 영화계에서 메모광으로 회자된다. 시나리오집 여백을 가득 메운 깨알 같은 글은 전설처럼 전해진다.

스마트폰에 메모하기

성공의 보증수표 같은 메모,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전통적인 방식은 수첩이나 다이어리, 노트에 기록하는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널리 활용되는 방법이다. 쓰기 쉽고 보기 쉽고 장기간 보존도 가능하다. 요즘은 휴대전화의 메모 또는 음성 녹음이 이 기능을 대체한다. 별도로 수첩을 휴대하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에 쓰면 자동으로 저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분실하거나 교체해도 안전

휴대전화를 분실하면 모든 메모를 잃어버릴 수 있다. 물론 수첩이나 노트도 분실의 위험이 따른다. 요즘 네이버 같은 곳은 휴대전화의 메모 기능과 연동되는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한다. 휴대전화의 메모에 기록하면 네이버의 메모에도 함께 기록되니 휴대전화를 분실하거나 교체하더라도 내용은 네이버의 메모에 그대로 남는다.

메모는 일상 메모, 기밀 메모로 나눌 수 있다. 일상 메모는 다시 아이디어 메모와 기록으로 구분된다. 아이디어 메모는 떠오르는 생각을 써두는 것이다. 기록은 업무 지시, 토의 내용, 일정 등 사실적 정보를 써두는 것이다. 기밀 메모는 비밀스러운 내용을 나만이 알아볼 수 있도록 써두는 것을 말한다.

상품에서 철학 사조까지

메모는 창작과 전략의 출발점이다. 전직 대통령, 기업인, 예술인은 아이디어 메모를 주로 활용한다. 아이디어 메모는 개인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다. 세상 모든 일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상품과 서비스, 정치 혁명, 철학 사조까지 다 그러하다. 이런 점에서 하찮은 생각 하나도 그냥 무시할 일이 아니다.

기하급수적 증식

이병철처럼 사각사각 박정희처럼 또박또박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

메모에 메모를 더하면 가속도가 붙는다. 하나의 아이디어 메모는 새로운 메모를 유발하기 마련이다. 실로 무서운 일이다. 메모로 남겨지지 않는 생각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휘발해버린다. 반면 메모된 생각은 오래도록 남아 존재를 과시한다. 뇌에 더 각인됨에 따라 새로운 후속 아이디어를 촉진한다.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는 메모라는 매개체에 의해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한다.

생각의 빅뱅

이 속도는 때로는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를 압도한다. 생각의 빅뱅이 이뤄지는 순간이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아이디어의 분출, 생각의 빅뱅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날은 흥분돼 잠도 오지 않는다. 당장 회사원은 신규 사업 기안서로, 학자는 논문 계획안으로, 정치인은 새로운 선거 전략으로 구체화해보고 싶어진다. 이런 통찰과 열정이 깃든 일련의 활동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에너지다.

우리는 메모해두면 좋을 생각이나 정보를 놓친 경험을 갖고 있다. ‘나중에 적어둬야지’ 했다가 까먹고 마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진다. 안타까운 일이다. 메모할 땐 주저해선 안 된다.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하고서라도 곧바로 기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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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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