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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新東亞-미래硏 공동기획 | 미래한국 청년열전

탈북소녀 ‘생존투쟁’ 세계인 가슴 적시다

인권운동가 이현서

  • 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탈북소녀 ‘생존투쟁’ 세계인 가슴 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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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우주’에서 온 여인

탈북소녀 ‘생존투쟁’ 세계인 가슴 적시다
▼ 기립박수도 받았죠.
“지금도 떨려요. 그렇게 큰 무대인지 몰랐어요. 못하겠더라고요.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생각 안 나는 거예요. 아, 진짜 세계적 망신을 다 당하겠구나, 막 떨려서, 심장이 쿵쿵쿵.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 스크립트를 통으로 외웠거든요. 용기를 냈어요. 아, 내가 이 자리에 나를 위해 서 있는 게 아니라 북한 사람들을 위해 대표로 서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스렸죠.
그런데 하나도 안 까먹고 그대로 다 뱉은 거예요. 반응이, 와…충격이었어요. 1000명 넘는 청중이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을 비롯해 엄청나게 유명한 사람들이 마구 안아 줬어요. 기립박수도 진짜 오래 받았습니다.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도 하나같이 칭찬해줘서 ‘Thank you’를 하도 많이 말했더니 입이 벌렸는지 닫혔는지 감각이 없어질 정도였어요.”   
이현서의 12분 강의는 청중에게 사무치는 감정을 느끼게 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아프리카에서도 메시지가 왔습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영상을 잘 봤다’는 반응이 왔고요. 깜짝 놀랐어요. 그곳은 엄청난 분쟁지역이잖아요. 중국에서도 응원 메시지가 많이 왔습니다. 가슴이 울렁울렁했어요. 중국인과 탈북자의 관계가 좀 그렇잖아요. 안 좋았던 기억이 많죠. 탈북자들이 상처를 입거든요, 중국에서. 중국인은 무조건 탈북자의 ‘안티’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이 우리의 현실을 잘 몰라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뿌듯한 점은 TED를 통해 최초로 북한 인권 문제를 전 세계인에게 알렸다는 겁니다. 나쁜 점은 대인기피증 비슷한 게 생겼다는 것. 이상한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을 잘 못 만나겠더라고요. 이 사람이 혹시 북한 스파이는 아닌지, 그런 게 좀 두려워서요.”
2015년 12월 10일 오준 유엔대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에서 각국 대사와 방청객의 가슴을 적시는 연설을 했다. 10대에 북한을 탈출해 어머니와 동생을 구출하는 데 10년 넘는 시간을 바친 탈북 여성의 사무치는 사연을 소개했다. 오 대사는 연설에서 ‘The Girl with Seven Names’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북한을 떠나는 것은 그저 어떤 나라를 떠나는 것과는 다르다. 그것은 차라리 다른 우주로 떠나는 것과 같다. 즉 내가 얼마나 멀리 떠나느냐에 상관없이 나는 그 중력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오준 대사와는 페이스북 친구”라면서 웃었다.  
▼ 아마존의 자회사인 굿리즈가 선정하는 ‘2015 굿리즈 초이스’ 수기와 자서전 부문에 후보로 올라 최종 3라운드까지 진출했더군요.
“12월 2일 굿리즈 어워드 최종 결과가 나왔는데요. 아쉽게도 20개 후보작 중 4위에 올랐습니다. 1위와 4위 득표 차가 크지 않아 아쉽기는 해요.”   



“돌아오지 마”

▼ ‘The Girl with Seven Names’는 다른 탈북자가 낸 책들과는 성격이 다르던데요.  
“지금껏 탈북자가 낸 책들은 대부분 익스트림(extreme)한 쪽이잖아요. 정치범 수용소 아니면 목숨을 건 탈출, 뭐 그런 식이죠. 말씀한 대로 제 책은 각도가 달라요. 북한에서는 출신성분이 중요한데, 저는 운이 좋았어요. 돌아가신 아빠 직업이 ○○이었거든요. 고생을 별로 안 하고 자랐습니다. 압록강을 건넌 것은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가 궁금해서였습니다. 중국의 친척집을 찾아간 것이었거든요.
중국에서 북한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았죠. 책을 통해 ‘왜 우리가 세뇌를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디테일하게 풀고자 했습니다. 북한이 독재국가라거나 핵무기를 개발하는 나라라는 건 세계인이 다 알아요. 책을 읽은 분이 ‘왜 저항하지 않고 노예처럼 사는지에 대해 답을 얻었다’고 하더군요.”
‘The Girl with Seven Names’는 가녀린 여인이 온몸으로 겪은 ‘서바이벌 스토리’다.  
“제가 체구는 작은데, 기가 좀 센 거 같아요. 생존능력이 강한 것 같아요. 오랫동안 가족과 생이별을 했습니다. 가족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 희생정신 같은 게 독자들에게 다가간 것 같아요. 중국에 가서 어머니와 동생을 탈출시킨 것은 가족의 목숨을 건 행동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운이 좋았습니다. 동시대에 우리 가족 같은 삶을 산 이들은 찾기 어려울 겁니다. 스릴러가 한국말로는 뭐예요? 스릴러처럼 읽었다는 독자가 많아요. 픽션 같은 논픽션이라고나 할까요.”
1997년, 열일곱 살 겨울방학 때 압록강을 건넜다. 어머니는 집을 나간 딸과의 첫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돌아오지 마.”
“압록강을 건너 중국의 친척집에서 한 달을 보냈습니다. 북한으로 돌아가려는 참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죠. 북한에서는 선거 전에 반드시 인구조사를 해요. 투표율이 무조건 100%여야 하거든요. 압록강을 건너자마자 인구조사가 있었나 봅니다. 강을 건너는 것을 누가 봤다고도 해요. 북한은 서울 같지 않고 동네가 굉장히 작아요. 이웃집에 무슨 일이 있는지 다 알죠. 소문이 쫙 퍼진 겁니다. 1997년만 해도 분위기가 지금과는 달랐어요. 강 건넌 게 알려지면 가족 모두 정치범 수용소나 감옥에 가는 걸로 알고 엄청 떨었던 거죠. 그래서 엄마가 실종신고를 했어요. 안 나타나는 게 가족이 상황을 모면하는 방법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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