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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통합 시너지 두 축은 한국당과 안철수계”

[인터뷰] 개혁보수 전략가 박형준 前 국회 사무총장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보수통합 시너지 두 축은 한국당과 안철수계”

  • ● “우리공화당 영향력 과대포장”
    ● “보수 유권자, 대안 세력 있다면 표 몰아줄 것”
    ● “보수정권 시절에 대한 참회록 필요”
    ● “집권 세력, 역사를 자기 궤변적 사변의 틀에 맞춰”
    ● “바람직한 보수통합 방향 갖고 안철수 설득해야”
    ● “안철수·유승민까지 (보수의) 링 위에 올려 경쟁시켜야”
    ● “황교안, 큰 틀 보수통합 이뤄낼지에 미래 달려”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박형준(59) 전 국회 사무총장(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은 손꼽히는 개혁보수 전략가다. 그를 전략가로 만든 8할은 20년 넘게 쌓은 직·간접적 국정 운영 경험이다. 박 전 총장은 1994년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김영삼 정부)을 맡아 정·관계에 데뷔했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부산 수영구에서 제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는 대통령실 홍보기획관과 정무수석비서관, 사회특별보좌관을 지냈다. 30~50대를 오롯이 유력 공인(公人)으로 보낸 셈이다. 

박 전 총장은 이론가로도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최근 권기돈 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장과 함께 ‘보수의 재구성’(메디치미디어 출간)을 썼다. 이 책은 서구 지성들이 빚어낸 정치철학과 국가론을 한국 현실에 버무려 신(新)보수의 청사진을 드러낸 수작이다. 특히 “세상은 왼쪽과 오른쪽의 두 눈으로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이 책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7월 4일 서울 광화문 ‘북카페’에서 박 전 총장을 만나 전략과 이론을 모두 이야깃거리로 꺼내봤다.


‘아 저들을 찍을 수 있나’

- 민생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북한 비핵화 역시 시계 제로 상황에 놓여 있는데요.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견고합니다. 어떻게 진단하나요? 

“견고하다고까지 표현하기는 어렵죠. ‘높은 지지율이라고 볼 수 없지만 아주 낮은 지지율은 아니다’ 정도로 봐야죠. 오히려 내치·외치를 막론하고 문재인 정부의 국정 성과가 나오지 않고, 실정(失政)이 곳곳에서 문제를 분출하는 국면이라고 보거든요. 

다만 아직 ‘탄핵 후유증’이 큽니다. 국민 사이에 문재인 정부 실정에 대한 분노 게이지가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을 보면 ‘아 저들을 찍을 수 있나’ 이런 생각 가진 분이 상당수 있어요. 문제의 핵심은 대안 세력이 국민에게 신뢰를 주느냐 여부에 있죠.” 

보수진영은 여의도 안팎에 널따랗게 분포해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진영 안에서 한 켠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당 안에서조차 친박과 비박 혹은 잔류파와 복당파 같은 다양한 라벨이 붙어 있다. 한편에서 이들은 ‘반(反)문재인’이라는 연결고리로 끈끈한 유대를 과시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 이들은 ‘탄핵’이라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통과하지 못한 채 파편처럼 흩어진다. 



- 중도보수 유권자들은 탄핵에서만큼은 진보 유권자와 의견을 같이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국당이 탄핵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않으면 이들은 계속 부유하지 않을까요? 

“탄핵은 몇 개의 과정을 거치는데, 각각 과정에 대한 평가가 다를 수 있어요. ‘촛불집회’와 국회 탄핵 의결에 이르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권의 실정과 ‘권력의 자의적 행사’에 대한 반감은 진보·보수를 떠나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었죠. (다만) 박 전 대통령을 만든 정당에서 탄핵을 추진한 것이 옳았느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정치적 논쟁이 있을 수 있죠. 또 시간이 흘러서 보니까 ‘너무 성급했다’는 평가는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을 두고도 법리 논쟁뿐 아니라 재판 결과에 대한 논쟁을 할 수 있다고 봐요.” 

‘탄핵’ 논쟁에 대한 단계론적 접근은 흥미로운 주장이다. 보수 제(諸) 정파 간 교집합을 마련하는 데 쓰임새를 발휘할 수 있어서다. 박 전 총장은 전략가답게 ‘탄핵’ 논쟁에 대한 교집합을 드러내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적폐청산 수사를 개시해 전직 대통령 2명을 구속한 점을 두고는 보수에서 ‘정치보복 프레임’이라고 보는 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말에서는 일부 세력을 여집합의 영역으로 밀어내려는 의지도 엿보였다. 

“일부 태극기부대나 우리공화당 세력은 (이와 같은 과정) 전체를 부정하고 있잖아요. 박 전 대통령은 옳았고 탄핵, 헌재, 적폐청산 수사가 다 잘못됐다고 말입니다. 그러면 (보수 안에서도) 이견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죠.” 

- 보수진영 안에서는 우리공화당이 정치적 상수가 된 것 같은데요. 

“저는 우리공화당 위상을 그렇게 높게 안 봐요. 그 영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어요. 보수 유권자들이 그렇게 비(非)전략적이지 않습니다. 지금 중도보수를 포함해 보수 유권자들은 나라의 기틀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 집권 세력이 정치적 승리를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 대한 광범위한 동의 기반이 (보수 유권자 사이에) 있거든요. 

이분들은 대안 세력이 있다고 하면 그리로 표를 몰아주지,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서나 과거 감정에 휩싸여 보수의 분열을 가져오는 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습니다. 우리공화당 당원조차 새로운 보수의 대안이 형성되면 그리로 들어가자고 (주장)할 거예요. 

관건은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정당) 바깥 보수·중도세력이 혁신적인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어요. 우리공화당은 그에 비하면 중요한 변수가 아니죠.”


감정의 소용돌이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신동아’ 2019년 3월호 인터뷰에서 “(당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하면 자꾸 탄핵의 정당성에 관한 논쟁으로 발전한다. 그렇게 되면 잠복해 있던 소위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 간 갈등이 불거지고 당이 계속 쪼개진다”고 말했다. 

- 김 전 위원장은 분열 가능성을 우려해 탄핵 논쟁을 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탄핵은 불과 2~3년 전 일어난 일이잖아요. 역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조금 빠져나와야 합니다. 아직 (탄핵의 경우) 그 소용돌이 속에 들어가 있어 객관적 평가를 하기 아주 어려운 국면입니다. 

그래서 얘기했듯 탄핵 이전 실정에 대한 문제와 탄핵 과정의 문제, 탄핵 이후에 대한 문제를 각각 분리해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탄핵이 옳았느냐, 그르냐의 논쟁으로 초점을 옮겨버리면 통합에 도움 되기보다는 분열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죠. 시간의 축적이 필요해요.” 

보수 정권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박 전 총장은 “보수가 혁신하려면 보수 정권이 ‘무엇을 해왔고, 무엇을 하려고 했는데 못 했고, 무엇을 잘못했는가’에 대한 엄격한 자기성찰부터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참회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물었다. 

- 일각에서는 안보정책이나 공공부문 개혁 등 박근혜 정부의 공도 있는데 탄핵으로 다 가려졌다는 주장도 하더군요. 이명박 정부를 두고도 ‘과만 부각된다’는 지적도 있고요. 

“소위 진보좌파들은 오랫동안 사회운동을 한 사람들이어서 정치공학에 굉장히 능합니다. 상대를 낙인찍어 집요하게 부정적 측면만 부각하는 데 능해요. 현 집권여당이 그런 데 강점이 있죠. 원전이나 4대강 낙인찍어 없애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니 (전 정부의) 공이 잘 부각되지 않죠. 그런 흐름에 언론이 상당히 영향을 받고 있고요.” 

사회운동은 ‘피아(彼我)’를 구분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래야 지지를 결집하고 열광을 자극할 수 있다. 한국의 좌파진영은 ‘운동의 논리’를 ‘집권의 논리’로 이어붙이는 데 성공했다. 성공의 밑바탕에는 통일된 역사관이 있다. 

- ‘보수의 재구성’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참여연대, 민주노총은 정파적으로 다르지만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같아 대동단결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서술하셨던데요. 

“역사 인식에 우파와 좌파가 다른 점이 대한민국 정체성과 정통성을 어디에 두느냐에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이미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사람들도 없는 이 시대에 ‘친일·반일’ 구도를 만들어내는 것도 결국 1948년 세워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욕구의 표출이에요. 또 이승만 전 대통령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욕구의 표출이고. 

그렇다고 그들이 김일성에게 정통성이 있다고 주장하진 못하니까 어영부영 상해임시정부를 끌고 들어와서 ‘친일·반일’ 구도 만들어 ‘반일 세력’이 민주화 세력으로 연결되고 그것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이라고 주장하는 거죠. 심지어 정조까지 거슬러 올라가고(웃음). 역사를 자기 궤변적 사변의 틀에 맞춰 제멋대로 해석하는 거죠.”


자유공화주의자의 역사관

2019년 4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플랫폼 자유와 공화’ 창립총회가 열렸다. [지호영 기자]

2019년 4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플랫폼 자유와 공화’ 창립총회가 열렸다. [지호영 기자]

역사는 ‘오래된 현재’다. “역사 이야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세계에 관한 문제가 달라진다.”(김기봉, ‘내일을 위한 역사학 강의’ 중) 현재와 과거, 미래는 끊임없이 서로 순환운동하는 유기체다. 그렇다면 개혁보수의 새 판본인 자유공화주의자의 역사관은 무엇인가. 

- 자유공화주의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산업화의 역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합니까? 

“역사에서 공이 10이고 과가 0인 경우는 없어요. 집권 정당성이 좀 떨어지더라도 집권 후 국가 운영을 잘해 국가를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어요. 박정희조차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지만 어쨌든 1963년 직선제를 통해 대통령이 된 사람입니다. 이후 유신독재를 했지만, 당시 경제 발전 노선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준 겁니다.” 

‘보수의 재구성’에서 박 전 총장은 “가장 확실한 친일 청산은 (이승만 정부 시기 단행된) 농지개혁을 비롯한 제도 개혁에 있었다”고 썼다. 덕분에 일제 식민지기(期)와는 질적으로 다른 국가를 건설했다는 것이다. 박 전 총장은 ‘박정희’에 대한 질문에 ‘이승만’을 곁들여 답했다. 

“박정희 시대의 경제적 성공은 이승만 시대가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토대의 제헌헌법 체계를 구축했어요. 우리 제헌헌법은 미국식 헌법을 상당 부분 가져온 겁니다. 즉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는 이식된 거예요. 그 이식의 집도의가 이승만이죠. 

박정희는 그 토대 위에서 수출지향 공업화를 했고 외자를 들여와 기업을 육성했습니다. 정부가 주도하되 기업이 모험적 투자 정신을 갖고 도전할 수 있도록 잘하는 기업에 더 많이 지원해 경제의 혁신 역량을 키웠습니다. 박정희 시대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공이 과보다 훨씬 큰 정부죠. 

물론 과가 있죠. 이승만 정부도 마찬가지고요. 말하자면 한국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공화주의의 얼룩들인데, 권력 남용과 부정 부패가 있었어요. 시대적 제약이 있다 하더라도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것은 정당화될 수는 없죠. 반성해야죠.” 

- 자유공화주의와 고 박세일 전 의원이 주창한 공동체자유주의는 같은 맥락의 주장으로 보입니다. 

“제가 한나라당 시절 (박 전 의원과) 공동체자유주의라는 말을 같이 만들었어요. 자유공화주의와 공동체자유주의의 내용은 상당히 일맥상통합니다. 다만 그때(한나라당 때)는 공화주의에 대한 인식이 취약했어요. 공화주의는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권력자들이 권력을 자의적으로 남용해선 안 된다는 정신을 품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보수나 진보나 정권을 잡으면 권력을 자기 주머니 속 공깃돌처럼 생각하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문제로 부각하기 위해 공화주의를 다시 강조하는 겁니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자유는 보편 가치지만 자칫 강자에게만 유리한 ‘칼’이 될 수 있다. ‘보수의 재구성’에 인용된 영국 철학자 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의 말을 빌리자면 “늑대를 위한 자유는 종종 양에게는 죽음을 의미했다.” 또 ‘순도 100%’의 자유주의가 현실에 있느냐는 질문도 제기된다. 개혁보수를 자처하는 박 전 총장이 설명을 이었다. 

“일부 자유주의자들이 리버테리언(Libertarian·자유지상주의)으로 가기도 하는데, 시장에서는 꼭 나쁜 건 아니지만 사회질서 측면에서 비현실적이죠. 오늘의 삶은 다 국가를 단위로 이뤄지죠. 국가는 아주 현실적인 이익의 집합체이자 제도의 구심이에요. 국가 없는 시장을 생각할 수가 없잖아요.” 

박 전 총장은 공화주의를 덧입힌 자유주의를 주창한다. 자유주의가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개인화를 너무 고무하고 원자화된 개인을 찬양하는 쪽으로 가선 공동체의 중요성을 약화시킬 수 있죠. 일각에서 (공화주의를 통해) 공동체를 강조하면 사회주의를 주장하거나 국가를 강조하는 것처럼 오해하는데, 아니에요. 시민사회 같은 자발적인 사회적 관계를 강조하는 거죠. 시민적 덕성이 높은 국민이 좋은 사회를 구성할 수 있어요” 

- 유시민 작가처럼 진보진영에도 사회적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있는데요. 그들과는 접점이 있는 것 아닙니까? 

“있죠. (그러려면) 진보진영이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자유의 가치가 우선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공화주의와 민주주의를 이해해야 해요. 미국의 컨서버티브(보수주의자)는 리버럴(자유주의자)과 대화가 가능하지만 레프트와는 안 돼요. 우리나라 자칭 진보가 자기 이념을 분명히 해야 해요. 여기(진보)는 지금 자유주의자인지 사회주의자인지 사회민주주의자인지 모를 만큼 막 섞여 있어요.” 

- 진보진영이 자기 이념을 설명하지 않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고 있다’고 쓰셨던데요. 

“그들의 밑에 깔려 있는 생각을 들여다보면 어떨 때는 사회주의적인 성격이 굉장히 강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국가주의적인 성격이 아주 농후하죠.”


중도보수 블록의 지도자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 주대환 씨가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에 내정됐는데요. 어떻게 전망하세요? 

“주 선생이 오랫동안 노동운동하면서도 주사파나 강경PD(민중민주 계열)와는 다른 노선을 걸어왔거든요. 그분은 리버럴이죠. 최근에는 생각도 훨씬 더 오른쪽으로 와서 중도우파 내지 보수라고 봐도 무방하죠. 이분 생각이 지금 제가 가진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바른미래당이 독자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운신하기가 쉽지 않죠. (주 위원장이) ‘바른미래당을 혁신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기에 그런 방향으로 움직일 겁니다.” 

인터뷰가 있고 일주일 후인 7월 11일, 주대환 위원장은 전격 사퇴했다. 

- ‘새로운 길’은 제3지대에서 신당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뜻인가요? 

“(그 형태가) 제3지대 신당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통합까지도 배제하지 않아야겠죠.” 

- 한국당과의 통합 말인가요? 

“네. 그런 길을 갈 수도 있다고 봐요.”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은 4월 29일 연동형 비례대표제(선거에서 각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 배분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골자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태웠다. 이를 두고 박 전 총장은 “더불어민주당이 1당이 되고 2중대를 많이 만들겠다는 의도”라면서 “바뀐 선거법을 차차기 총선부터 적용해야 각 당 이해관계를 떠나 나라의 미래를 위한 협치 구조를 만드는 데 도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현행 선거법으로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같은 제도에서는 ‘1:1 구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안철수·유승민 두 정치인의 역할이나 쓰임새를 어떻게 보나요? 

“보수가 지금과 같이 분열된 상태로 총선을 치르는 건 자멸하는 길입니다. 저는 시너지 있는 통합을 해야 한다고 봐요. 이를 위해 가장 핵심적인 키를 쥔 세력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안철수계라고 봅니다. 그들이 과연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가, 그리고 바깥에 있는 보수나 자유우파 세력이 이를 위해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 거기에 (총선 승리가) 달려 있다고 봐요.” 

- 안철수 전 의원이 보수통합이라는 선택을 할까요? 

“본인 결단의 문제죠. 바람직한 방향이 있으면 이를 갖고 (안 전 의원을) 설득해야 하는 거죠. 일방적으로 투항하라는 게 아니고요. 그쪽에서도 정치나 국가의 미래를 볼 때 어떤 식의 통합이 가능한지에 대한 원칙과 대안들을 갖고 나오면 협상이 가능하겠죠.” 

- 안철수·유승민 두 정치인이 중도보수 블록의 지도자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다음 대선 앞두고서는 거기까지의 인물들이 다 링 위에 올라가야 한다고 봐요.” 

- 하나의 링 위에 말인가요?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이회창 후보 합해 65% 표를 얻었잖아요. 중도층이 다 보수를 찍었다는 겁니다. 당시 한나라당이 여러 차례 혁신에 나서면서 유력 대선후보들이 한 링에서 공정한 룰을 갖고 싸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경선 승부도 팽팽하게 이뤄졌어요. 뭐 그 뒤 친이·친박 나뉘는 안 좋은 효과도 있었지만, 어쨌든 덕분에 승리했어요. 지금도 한 링 위에 유력 후보들을 올려 경쟁시키는 게 바람직해요.”


여왕벌 역할

- 내공 있는 철학과 진취적 상인의 감각을 두루 갖춘 보수 정치인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기대할 만한 새 인물이 없나요? 

“현실주의와 공감 능력, 권력의지, 권력을 운용하는 고도의 탁월한 감각을 두루 갖춘 링컨 같은 지도자가 나오면 좋죠.(웃음) 그런데 지금은 잘 안 보이잖아요. 신성같이 튀어나오는 지도자도 있겠지만, 과거 몇 번 경험에서 보듯 성공적이지 않았잖아요. 현재 리더급으로 성장한 사람들이 역량을 국민께 새롭게 보여주고, 또 독주가 아닌 권력을 공유하는 정치를 추구하면서 여왕벌 역할을 한다면 기대할 만하죠. 저도 그분들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아요. 그들이 교육훈련을 새로 받든지, 아니면 새 사람이 나올 수 있는지 살펴봐야겠죠.” 

-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황 대표가 몇 달간 굉장히 선전했는데, 지금은 시험에 든 국면이죠. 저는 (황 대표가) 지도자로서 상당한 자질을 갖춘 분이라고 보는데요. 최근 나타난 문제를 캐치하고 얼마나 빨리 극복할 수 있느냐에 (미래가) 달려 있을 겁니다. (황 대표가) 가을 정국에서 큰 틀의 보수통합을 이뤄낼 수 있느냐, 이를 통해 총선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이분 리더십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겁니다. 성공하면 내년 후 상당히 유력한 후보로 자리 잡겠죠. 그러나 아직은 그럴 단계까진 아니고 국민이 지켜보는 시점이라고 봐야겠죠.”




신동아 2019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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