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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비율 40% “IMF 기준으론 100% 넘어…실탄 부족 우려”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국가채무비율 40% “IMF 기준으론 100% 넘어…실탄 부족 우려”

  • ● 올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증가 폭 역대 최대 예상
    ● 40%, 코스피2000 같은 경험·심리적 방어선
    ● “공기업, 공기관, 준공공기관 합치면 국가부채 100% 돌파”
    ● “대통령과 참모진 원하는 수치만 봐…재정건전성 악화에 둔감”
    ● “채무 증가 속도 빨라 시장에 악영향”
    ● “코로나 재유행 등 이런 추세 2,3년 가면 재정위기 우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을 전망이다. 국가채무 관리의 ‘마지노선’이 붕괴됐다는 평가다. 정부가 코로나19발(發) 경제위기 대응책에 ‘실탄’을 대거 뿌렸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 유지의 기준이 훼손됐다는 우려와 재정 확대가 불가피해 40%라는 수치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반박이 맞선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으로 올해 국가채무는 819조 원에 달한다. 당초 본예산 기준 국가채무는 805조2000억 원으로 국가채무비율은 39.8%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차(11조7000억 원), 2차 추경(12조2000억 원)에 따른 채무 증가로 국가채무비율은 각각 41.2%, 41.4%로 늘어났다.

국가채무비율 상승 폭 역대 최대일 듯

정부가 예고한 3차 추경은 30조 원 규모로 예상된다. 여기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0%에 머무를 것을 전제하면(4월 23일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은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0.8%에서 0%로 하향 조정) 국가채무비율은 44.4%까지 높아진다.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4월 14일(현지시각)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을 -1.2%로 전망했다. 기재부 차관을 지낸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IMF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근거로 국가채무비율이 최고 45.4%(지난해 대비 7.3% 상승)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국가채무비율 40% 돌파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해 5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채무비율을 40% 안팎으로 관리하겠다”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근거가 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10월 22일 문 대통령은 국회 2020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에 대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110%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이고 재정건전성 면에서 최상위”라고 말했다. 확대 재정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국가채무비율 40% 돌파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홍남기 부총리는 4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국가채무비율이 40% 초반이라 OECD 평균(110%)이나 선진국에 비해 절대 규모가 낮다”고 말했다. 다만 “국가채무비율 상승 속도가 워낙 빨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두고 여당과 기 싸움을 벌인 ‘재정 항명’ 논란 후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그렇다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믿음은 어디서 왔을까. 전문가들은 국내외 채무 관리 노하우에서 비롯된 경험적 기준으로 풀이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40%라는 숫자는 코스피 2000선과 같은 경험적·심리적 방어선에 가깝다. 정부가 채무를 관리하면서 ‘이 선을 넘기면 곤란하다’고 정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며 “뚜렷한 이론적 근거가 있거나 역사가 오래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40% 마지노선’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도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어선 안 된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족보에도 없는 것’이다. 그런 식의 논리면 40%가 아닌 30%에서 막으면 되지 않느냐”며 “경제학에서 국가채무 비율이 몇 퍼센트일 때 적정한지 이론적으로 검증된 바 없다. 40%를 고집하는 것은 과학이 아닌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0% 마지노선? 족보에도 없는 것”

40%가 국가채무비율 관리의 기준이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0년 국가채무비율은 17.1%였고, 2005년 25.9%, 2010년에는 29.7%였다. 2010년대 들어 국가채무비율 30% 시대가 열리자(2011년 30.3% 기록) 적어도 40%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0년 8월 소일섭 당시 전북대 경영학부 초빙교수는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의뢰로 낸 ‘국가채무관리 강화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국가채무비율을 30%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국가채무비율 40%가 허상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암묵적 가이드라인일지라도 국제 기준을 염두에 둔 기준이라고 분석한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이다. 

“40%를 마지노선으로 삼는 것은 국가신용등급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국가신용등급 평가에서 채무비율이 민감하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채무비율 40% 이하인 국가들이 신용등급 AA급에 대거 포진해 있다. 채무비율이 급등하면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요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국가채무비율의 추이나 경제성장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용등급을 결정한다.” 

올해 2~5월 기준,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상위 3번째 투자등급 Aa2)와 무디스(상위 3번째 투자등급 AA), 피치(상위 4번째 투자등급 AA-)는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종전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피치는 2월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2023년 46%까지 높아지면 국가신용등급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한국 정부의 코로나19에 따른 재정지출 관리가 양호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고령화에 따른 성장제약·정부 채무 증가를 등급 상향을 막는 요인으로 꼽았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채무비율이 급등할 경우 신용등급 강등으로 외화 조달 비용이 증가하는 등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40% 선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가채무비율 40% 마지노선’의 또 다른 근거는 유럽연합(EU)의 재정준칙(fiscal rules)이다. EU는 1991년 마스트리히트 조약 제104조에 따라 회원국에 EU 재정준칙을 준수하라고 권고한다. 유로존 가입 조건이기도 하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재정적자 비율 3% 이하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국가채무’에 숨은 빚 525조 원

한국에선 인구고령화에 따른 복지재정 부담과 향후 통일비용 소요를 감안해 EU 재정준칙보다 20% 낮은 40%가 관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재정준칙 이상의 빚을 진 EU 회원국은 늘 재정위기를 겪었다. 가령 2010년대 들어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를 맞았다”며 “2007년까지만 해도 정부 재정이 건전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평균 재정수지가 -5.6%로 악화된 탓이다. 결국 3년이 채 안 돼 재정위기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국가채무 규정에 함정이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재정법은 국가채무를 중앙·지방정부의 채무와 차관, 국채 등으로 규정한다. 국가 재정에 중장기적인 부담이 될 수 있는 공기업 적자나 공적 연금 충당금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의 채무만 525조 원에 달한다. 

오정근 회장은 “대부분 선진국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정부재정통계매뉴얼(GFSM)에 따라 광의의 ‘부채’ 개념을 따른다. 국가의 직접 보증 채무만 계산하는 ‘채무’ 개념은 사실상 한국에서만 쓰는 말”이라고 말했다. 

2001년 이후 IMF의 GFSM은 국가 보증 채무는 물론 공공기관 채무 중 국가 기능을 대신 수행해 발생한 부분도 포괄한다. 공무원연금 장기충당금과 중앙은행의 통화안정증권도 포함된다. 한국의 국가채무 규정도 GFSM 기준을 참고했으나 문제는 국가채무 범위를 좁게 보는 1986년도 판을 따랐다는 것. 오 회장은 “현행 GFSM 기준으로 따지면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이미 100%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한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채무가 비교적 빠르게 늘고 있으나 아직 선진국들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라 관리 가능하다”면서도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연금을 수령할 시기가 다가와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은 연금 충당금이 크게 늘면 잠재적 재정 부담이 늘 수 있다”고 밝혔다.

“원하는 수치만 골라 봐 재정건전성 악화에 둔감”

김필규 선임연구위원도 “한국의 경우 국가의 직접채무 비율만 계산해도 GDP 대비 40%가 넘어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한국이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는 나라의 빚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익명의 금융전문가는 “국가채무비율을 4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OECD 평균치 110%까지 늘려도 된다는 의견 모두 어떤 면에선 사실이다. 양측 모두 거짓말은 아닌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전문가는 “대통령과 주변 참모진이 재정에 대한 전문성이 낮아 원하는 수치를 취사선택해 살펴보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보니 재정건전성 악화에 둔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속도도 문제다. 기재부는 지난해 펴낸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국가채무비율을 2021년 40%대, 2023년까지 40% 중반 이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기재부가 매년 당해 포함 5년간의 재정운용 목표와 방향을 밝힌 문건이다. 기재부의 계획보다 채무가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이에 대해 성태윤 교수는 “최근 한국의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40%라는 기준이 철칙은 아니지만 30%대에서 채무가 늘어난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른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언제든 재확산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국가채무가 크게 늘어난 것을 우려했다. 김필규 선임연구위원은 “되도록 국가채무비율 40%대를 지키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실탄’을 아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현재 정부는 국채 발행을 늘려 재정을 확대하고 있다. 지금처럼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반대급부로 회사채가 잘 안 팔린다”며 “시장이 위축돼 회사채를 소화하기 어려운데 민간의 자금조달을 방해할 수 있다. 자칫 코로나19 경제 대응에 엇박자가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오정근 회장도 “‘빚잔치’를 계속하다 올 하반기 코로나19가 재창궐하면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사망’이다. 이런 추세면 2,3년 이내 재정위기가 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신동아 202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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