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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1개를 반년 동안 쓰고 있어요

마스크 살 돈 없어 빨아 쓰는 서울역 노숙인들

  • 글‧사진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마스크 1개를 반년 동안 쓰고 있어요

노숙인에게도 마스크는 필수품이다. 28일 오후 2시 서울역광장(서울 용산구). 코로나19 감염을 막고자 마스크를 쓴 노숙인이 곳곳에 보였다. 가림막이 없는 탓에 광장 일대는 주변보다 유난히 더웠지만 노숙인들은 “감염 방지를 위해 다들 애쓰는데 나만 안 쓸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거리의 노숙인들은 더러운 마스크에 입과 코를 맞대고 있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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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서모(66) 씨는 서울역광장에서 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신문을 읽고 있었다. 더운 날씨 탓에 두꺼운 면 마스크가 원망스럽지만 세탁해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쉽사리 버리지 못하고 있다. 서씨는 “인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마스크를 판매하지만 구입할 돈이 없다”면서 “면 마스크라 화장실에서 빨아가며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서씨가 지난해 연말부터 이 마스크를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서울역 화장실에서 손세정제를 이용해 세탁하는 탓에 마스크 상태도 좋지 않다. 박스 위에 놓인 마스크는 반년 가까이 사용해 때가 꼬질꼬질하게 끼여 있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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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빨아가며 오랜 시간 사용하는 노숙인은 서씨 외에도 많다. 박모(84) 씨는 화장실에서 마스크를 다섯 번 빨았다고 했다. 박씨가 사용하는 마스크는 세탁하면 정전기적 흡착 능력이 사라져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보건용 마스크(KF94)다. 서씨가 이 마스크를 사용하기 시작한 지는 5주가 넘었다. 때가 묻을 대로 묻었으나 박씨는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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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먹고 자다 보면 금세 몸이 더러워진다. 마스크 역시 예외가 아니다. 노숙인 손모(47) 씨는 “어제 인근 무료급식소에서 마스크를 새로 받았다”며 상대적으로 깨끗한 덴탈 마스크를 자랑했다. 손씨의 자랑과 달리 입이 닿는 안쪽 면은 흙먼지로 검게 변해 있었다. 손씨는 “길에서 잘 때 답답해서 벗었는데 그 사이에 이렇게 돼버렸다”고 아쉬워했다. 문제는 마스크가 더러워져도 버릴 수 없다는 점이다. 서씨는 “일부 무료급식소는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하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경우 무료급식소에 입장하지 못하기에 밥을 먹으려면 마스크가 꼭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진렬 기자]

[최진렬 기자]

마스크 관련 정보 부족도 노숙인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다. 한모(66) 씨는 20일 째 같은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다. 인근 무료급식소에서 덴탈 마스크를 나눠줬지만 사용하지 않는다. 한씨는 “무료급식소에서 나눠준 마스크는 생김새도 그렇고, 원단도 얇아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한 번 착용해보고 아닌 것 같아 버렸다. 계속 면 마스크를 빨아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한씨는 마스크가 검정색인 덕분에 때가 덜 져 보인다는 사실에 위안을 느끼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숙인에게 마스크가 적절히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마스크는 일회용으로 사용하게끔 제작된다.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탓에 수일 간 1개의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을 용인하기는 하나 더러워질 때까지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관련 시설, 지원 단체와 함께 노숙인에게 마스크를 어떻게 공급할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동아 2020년 6월호

글‧사진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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