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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감각에 투자하던 무신사는 이제 없다”

라이벌社 인수, PB상품 판매, 입점 수수료 인상…

  •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예술적 감각에 투자하던 무신사는 이제 없다”

  • ● 회원 수·연간 거래액 압도적 1위 패션 플랫폼
    ● 여성복 시장 확장 위해 라이벌社 인수
    ● 자체 생산한 PB상품이 매출 3분의 1
    ● “PB상품·높은 수수료…美 ‘빅테크’ 기업 성장전략”
    ● “무신사 입점 않으면 수익 나기 어려운 구조…결국 종속”
    ● 높은 수수료에 입점 업체는 울상
    ● 중기중앙회 “수수료는 백화점과 비슷…‘상한제’ 해야”
    ● “무신사의 ‘경쟁 저해’ 여부 들여다봐야”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경쟁 업체인 ‘스타일쉐어’와 자회사 ‘29cm’를 인수하자 패션 업계에서는 무신사의 시장지배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신사 제공]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경쟁 업체인 ‘스타일쉐어’와 자회사 ‘29cm’를 인수하자 패션 업계에서는 무신사의 시장지배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신사 제공]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의 줄임말인 ‘무신사’는 국내 온라인 패션 플랫폼 업계 1위 기업이다. KB증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월 사용자 400만 명, 거래액 1조2000억 원으로 시장점유율 5.2%를 기록하고 있다. 무신사는 2019년에는 비상장기업 중 기업가치 1조 원이 넘어 국내에서 열 번째로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2021년 3월에는 기업가치 2.5조 원으로 평가받았다. 국내 의류업계의 ‘큰손’ 삼성물산, LF,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이 무신사를 벤치마킹할 정도로 국내시장에서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30을 주 소비자층으로 하는 의류산업의 가장 큰, 그리고 독보적인 유통 채널”이라고 평가받는다.

여성복 시장 진출 위해 3000억 라이벌社 인수

2021년 8월 무신사는 업계 경쟁자인 ‘스타일쉐어’와 자회사 ‘29cm’의 지분을 100% 인수했다. 12월 29일부터 인수합병 효력이 발생할 예정이다. 2020년 기준 거래액 1조2000억 원, 회원 수 900만 명으로 업계 내 독보적인 지위를 지켜온 무신사가 비교적 규모가 작은 스타일쉐어(거래액 1000억·회원 수 770만 명)와 29cm(거래액 2000억·회원 수 330만 명)를 인수했지만 이번 인수합병을 보는 업계 내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데이터 분석업체 ‘브래키츠’의 김해근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업체에서 근무하다 현재 국내 한 패션업체의 디지털 전략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번 인수합병에 대한 업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온라인 패션 시장이 한쪽으로 쏠릴까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과거 무신사는 신진 디자이너와 신생 업체를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업계의 평가가 달라졌다. 업계 종사자 사이에서 (무신사가) 자사 이익과 무신사가 투자한 일부 브랜드를 중심으로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의견이 자주 들린다.”

무신사가 여성복 플랫폼 2위인 29cm 인수합병에 투자한 금액은 3000억 원. 신세계가 여성복 플랫폼 1위 ‘W컨셉’을 2700억 원에 인수한 것을 감안하면 ‘웃돈’을 들여 인수합병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행보에 대해 무신사가 스타일쉐어와 자회사 29cm를 인수한 배경에는 그간 비교적 취약했던 여성복 시장을 공략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무신사는 회원의 55%가 남성일 정도로 남성복에서 강세를 보여왔다. 따라서 여성복으로 사업을 확장하고자 2016년 여성복 전용 플랫폼인 ‘우신사’를 출시했다. 여성 회원들에게 할인 쿠폰을 지급하며 적극적으로 회원 유치에 나선 무신사는 뜻밖의 암초에 부딪혔다.

2021년 3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한 게시 글이 발단이었다. 한 회원이 ‘무신사가 1년 넘게 여성 회원에게만 할인율이 높은 할인 쿠폰을 발급해 항의 댓글을 달았는데, 댓글을 삭제하고 60일간 회원 자격을 정지시켰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이 일파만파 온라인에 퍼지면서 논란이 되자 무신사는 두 차례에 걸쳐 사과문을 게재했다. 동시에 모든 회원에게 6개월간 ‘20% 할인 쿠폰’을 발급하기도 했다. 조만호 대표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무신사는 자체 여성복 플랫폼을 육성하기보다는 경쟁 업체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당초 여성복 플랫폼 1위 W컨셉을 인수하려 했으나 신세계와의 경쟁에서 밀렸다. 그렇게 인수한 기업이 여성복 플랫폼 2위인 29cm와 모회사 스타일쉐어였다. 스타일쉐어와 29cm는 2021년 9월 기준 결제금액 기준 성비 분포에서 여성이 67.9%일 정도로 여성복에 강점이 있는 플랫폼이다. ‘웃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여성복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무신사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

최근 이러한 무신사의 행보와 더불어 그간 무신사가 자체 상표(PB) 상품을 판매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무신사는 2017년 8월 자체 제작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를 출시해 판매해 왔다. 출시 초반부터 ‘가성비 좋은 상품’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저가에 티셔츠, 바지, 운동복 등 기본 아이템 위주로 제품을 구성했다.

“PB는 입점 업체 경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자체 상표(PB)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의 ‘퍼펙트 슬랙스’가 2021년 6월 기준 110만 장 이상 판매고를 올려 화제가 됐다. [무신사 제공]

자체 상표(PB)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의 ‘퍼펙트 슬랙스’가 2021년 6월 기준 110만 장 이상 판매고를 올려 화제가 됐다. [무신사 제공]

무신사 스탠다드는 이후 인기를 얻어 무신사의 주요 성장 동력원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부터는 ‘프리미엄 라인’을 출시해 50만~60만 원대의 상품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했고, 2021년 9월 기준 의류 품목은 4500개에 육박한다. 판매량이 110만 장이 넘어 화제가 된 ‘퍼펙트 슬랙스’도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이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매출도 급증해 2018년 170억 원이던 매출이 2020년에는 1100억 원, 2021년에는 17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무신사 전체 매출 3319억 원을 감안하면 매출 3분의 1가량이 PB 상품에서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무신사 스탠다드는 PB 상품이어서 판매 수수료 등 유통비용이 줄어 입점 업체에 비해 저렴하게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KB증권의 분석보고서 ‘무신사-게임체인저스’에 따르면, 무신사 고객의 주요 소비 금액대는 △3만~5만 원(45.3%) △5만~10만 원(30.3%). 따라서 베스트셀러 제품들은 10만 원 이하 가격대가 형성돼 입점 업체들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무신사 입점 업체인 A 브랜드 대표는 “좋은 원단과 부자재를 사용한 제품 연구를 위해 창업 이전부터 오랜 시간 연구했다”며 “시장 반응이 오기 시작할 무렵 무신사 스탠다드가 본격적으로 홍보를 시작해 판매량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무신사에서 팔아봐야 이익이 크게 남지 않아 현재 주력 상품은 기존에 찾던 고객 위주로 자사 웹사이트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플랫폼 산업을 연구하는 김병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은 소비자 데이터를 파악하고 있기에 PB 상품은 입점 업체와의 경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다음과 ‘기울어진 운동장’을 설명했다.

“플랫폼은 물건을 판매하면서 데이터가 축적돼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얼마에 선호하는지, 입점 업체들의 제품 생산 단가가 얼마인지 파악이 가능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입점 업체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차별화되는 브랜드 정체성을 갖춰 자사 유통 채널을 이용하는 소비자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백화점과 맞먹는 수수료 받는 무신사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무신사’의 오프라인 매장인 ‘무신사 스튜디오’ 전경. [지호영 기자]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무신사’의 오프라인 매장인 ‘무신사 스튜디오’ 전경. [지호영 기자]

무신사가 입점 업체에 받아온 수수료율도 논란이다. 2021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온라인 패션 입점 업체 5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 입점 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신사가 입점 업체에 받아온 평균 수수료는 27.6%. 수수료율에 대해 59.4%의 입점 업체들이 ‘입점 효과 대비 수수료가 높다’(‘높음’ 46.6%+‘매우 높음’ 12.9%)고 답했다. ‘수수료가 낮다’는 응답은 0%였다.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여타 이커머스의 평균 수수료율은 13.6%였다(2020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 자료).

고종섭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정책부장은 “무신사 입점 업체 절반 이상이 매출이 5억 원이 넘지 않는 업체들인데, 무신사의 수수료는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백화점과 비슷한 수준이라 입점 업체들의 부담이 크다”며 “이미 정부에 ‘수수료 상한제’를 제안했고,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의견을 전달하는 등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무신사 측은 “무신사는 타 플랫폼과 달리 광고, 할인, 쿠폰 등 입점사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가 없어 실제 수수료는 15% 정도”라고 답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패션 업계에 몸담아 온 B사 대표는 무신사로 인해 영세한 업체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신진 디자이너가 브랜드를 만들어도 무신사에 입점하지 않으면 수익 창출이 어려운 구조가 돼버렸다. 개인사업자가 검색 포털에 ‘키워드’ 검색 광고를 하고 싶어도 무신사가 막대한 비용을 광고에 쓰고 있어 검색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할인 쿠폰도 대량으로 발급하다 보니 개인사업자는 당해 낼 재간이 없다. 무신사는 유망한 업체가 보이면 투자 제의를 하고, 낮은 수수료율로 계약을 제시하는데, 그럼 그 업체는 무신사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는다. 투자 대상을 찾을 때도 옷의 완성도보다는 단가에 맞는 업체를 찾는다는 비판이 많다. 신진 디자이너의 예술적 감각에 투자하던 예전 무신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거 같다.”

인수합병에 대해 무신사 측은 “네이버, 카카오, 신세계 등 대기업이 시장에 경쟁자로 참여하고 있어 시장지배력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며 이번 인수는 국내시장 확장보다 해외 진출을 위한 발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PB 상품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무신사의 PB 제품은 입점 업체와 경쟁하기보다는 신규 고객 유치에 방점을 두고 있으며 제품 개발에 쓰인 데이터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무신사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거라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우선 스타일쉐어와 29cm 인수합병을 통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무신사는 2021년 초 실시간 생방송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에도 진출해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2021년 9월에는 하루 매출 10억 원을 달성한 적도 있다. 8월에는 2030세대 남성 인기를 바탕으로 남성 코스메틱 사업에도 진출했다. 통상적으로 코스메틱 산업은 원가가 낮고 수익이 높은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해외 럭셔리 브랜드들 또한 2030세대 공략을 위해 무신사에 하나둘씩 입점하고 있다. 2021년 12월 13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발표한 국내 패션 시장 규모는 43조3508억 원. 이 중 무신사의 시장점유율은 스타일쉐어와 29cm를 포함하면 7%다.

김병규 교수는 무신사를 “예의 주시 대상”으로 지목하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라이벌 업체를 인수하고, 사업 초기에는 낮은 수수료로 입점 업체를 늘렸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 수수료를 인상하고, PB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미국의 ‘빅테크’ 플랫폼들이 구사한 전략과 유사하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무신사의 시장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입점 업체의 비용 증가는 자칫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 시장지배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무신사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양용현 KDI(한국개발연구원) 규제연규센터장은 “현재 공정위는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는 한 직접 규제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며 “규제 기준은 ‘규모’가 아닌 ‘경쟁 저해’ 여부에 맞춰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신사 #29cm #패션플랫폼 #신동아



신동아 202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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