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호

기업 화제

권위주의 깨뜨려 조직·경영 혁신

김병원號 농협의 ‘국민농협’ 만들기

  • 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입력2016-06-20 15: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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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못된 관행 바로잡기’ 등 4대 과제 추진
    • 중앙회 조직 줄여 재무구조 안정 유도
    • ‘농업인 행복 만들기’ 등 국민 공감대 형성
    농협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3월 취임한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이 조직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농업인이 주인으로 대접받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농협,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농협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임기 4년을 8년처럼 일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경영 혁신의 발걸음을 떼고 있는 것.

    김 회장은 조직 변화와 경영 혁신을 위해 4대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에 나섰다. 4대 과제는 △조직과 문화를 혁신하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것 △농축협의 컨설팅 기능 강화로 농축협 간 균형 있는 발전과 내실 있는 지원을 추진할 것 △이념교육 강화로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이를 농협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삼을 것 △창조경제를 바탕으로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국민의 농협’을 만들어나갈 것 등이다.

    특히 ‘국민의 농협’으로 발전하기 위한 방안으로 그가 주문한 것은 ‘창조경제 농업지원센터’ 설립과 ‘도농(都農)협동 국민운동’의 범국민운동화 등 다각적인 ‘농심(農心) 프로젝트’ 추진이다. ‘농업인행복위원회’ 설치를 통해 농업인이 행복하게 농사지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잘못된 관행 일소

    금융·경제지주 분리 이후 중앙회의 재무 상황 악화 등으로 생겨난 농협 역할 부재론에 대해서도 정면돌파의 의지를 다졌다. 그는 “잘못된 관행을 척결하고 중앙회 조직을 줄여 차입금 문제 등 중앙회 재무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농축협 컨설팅 감사로 조직과 인력을 개편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농협이 지주회사 출범을 위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4조5000억 원의 차입금은 이자만도 연간 1700억 원으로, 내년 3월부터는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사업구조 개편 이후 경영의 구조적 문제와 조직의 비대화로 재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경영 성과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책임경영체제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가 지역 조합장들을 묶어두는 ‘정치자금’이라는 지적을 받는 무이자 자금을 효율화·투명화하고 지역주의를 청산해나가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농협중앙회의 김회장은 지역·조직 이기주의와 파벌주의의 적폐를 청산할 것을 약속하는 한편, 중앙회 안에 ‘농축협 컨설팅지원부’를 신설해 지역 농축협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농축협 컨설팅지원부’는 경영 환경이 열악한 농축협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맞춤형 사업을 제시하고 무이자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경북 출신의 이재식 전 회원종합지원부장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 역시 지역주의 척결의 맥락으로 풀이된다.

    유통 혁신도 그의 큰 관심사다. 취임 후 세종시에서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김 회장은 “농업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생산단계를 혁신하는 업무를 중시할 것”이라면서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는 농작물은 파종 단계에서부터 농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품목별로 유통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풀어낼 것”이라 밝혔다.



    농민 속으로

    권위주의 타파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표명했다. 그는 “농협은 회장이 출근하면 정문부터 엘리베이터까지 경비원과 직원들이 줄을 서서 90도로 인사하는 조직”이라면서 “농민의 순수함과 동떨어진 권위주의적 행태를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지하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줄을 서서 식판에 밥을 뜨고 직원들과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대 회장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던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행보가 실추된 농협의 이미지 쇄신과 경영 혁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농협은 최근 범농협 ‘NH-DNA’ 운동으로 ‘농협의 주인은 농민’이라는 기본 가치를 되새기는 한편 남해화학, 농협케미컬, 농협홍삼 본사를 각각 여수와 대전, 증평으로 이전했고, 경제지주 산하 제조업체의 본사를 공장과 함께 두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농촌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으로 농업 기반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현실에서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농업인 밀착형 사업은 대단히 큰 의의를 가진다.

    지난 5월 18일 출범한 농업인행복위원회 역시 날로 커지는 도농 간의 소득격차를 해소하고 농업과 농촌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전망이다. 농업인행복위원회는 농협기구로서는 이례적으로 위원 16명 전원을 외부 인사로 구성해 농업계는 물론 학계와 소비자, 언론, 정관계, 기업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4월 27일에는 농촌 의료·복지 서비스의 일환인 ‘농업인 행복버스’ 발대식도 열렸다. 농업인 행복버스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농협과 공동으로 2014년부터 추진해온 복지·문화 서비스 제공 사업으로, 복지·문화시설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찾아 건강검진 같은 의료 지원과 장수사진 촬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보다 앞선 4월 11일에는 범농협 영농지원 발대식과 농촌 일손 돕기 행사가 경기도 안성시 고삼면 호동마을 일대에서 진행되었다. 농협중앙회 중앙본부 각 부서, 16개 지역본부, 158개 농정지원단은 물론 금융지주 및 계열사 등 범농협 임직원 7000여 명과 지역 봉사단체들이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 김병원 회장은 손수 모판 나르기, 양파밭 김매기 등에 참여하며 “향후 도시의 많은 기업체와 봉사단체 등도 영농철 농촌 일손 돕기에 참여해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영농자재 가격 인하

    농협은 사무소별로 자체 ‘봉사단’을 구성해 농촌 일손 돕기를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각 지역의 ‘농협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통해 40만 명(법무부의 사회봉사대상자 10만 명, 외국인근로자 7000여 명 등)의 인력을 투입,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 해결을 적극 지원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 농촌인력중개센터에도 전문 상담사를 배치하고 도시 유휴 인력이 참여하는 ‘영농작업반’을 구성해 지역의 농업 실정을 고려한 지속적인 농작업을 할 수 있는 상시적 유상인력 체계로 운영·육성할 계획이다.

    오는 7월에는 젊은 선도농업인을 발굴하기 위한 ‘농협창조경제농업지원센터’를 설립해 판로·자금지원, 경영컨설팅, 기술 지원, 귀농귀촌 전문교육, 6차산업화교육, 스마트팜 확산, 교육시설 조성 등의 업무를 추진할 계획이다.

    영농자재 가격 인하를 통한 농업인 실익지원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농협은 현재 비료 가격을 17% 인하해 농가경영비 1100억 원을 절감하고, 아리농약(7.6%) 사료(3.5%) 하우스용 필름(4.8%) 가격을 각각 인하하는 한편 농기계은행을 통한 농작업 대행 등으로 경영비 3000억 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김병원 회장이 취임 당시부터 강조한 중요한 또 한 가지는 농협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이다. 고령화 등으로 침체되어가는 농촌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1사1촌운동은 나아가 기업 CEO 및 단체장을 명예이장으로, 임직원을 명예주민으로 참여시켜 상호 교감하는 도농협동 범국민운동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로 확대됐다.

    5월 3일 강원도 철원군 양지리 철새마을에서 진행된 ‘명예이장위촉식’에서 김 회장은 “그동안 농협에서 농업인 실익 증진을 위한 도농교류 운동을 꾸준히 전개해왔지만 농업·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도농(都農) 혁신운동이 필요하다”며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운동을 통해 농업인과 도시민이 동반자 관계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신(新)농촌운동으로 승화·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은 기업·단체·정부·지자체 등과 협력해 올해 1000명의 명예이장 위촉을 유도해 농촌 활력화 증진에 주력할 계획이다.



    예금 가입해 고향 사랑

    새마을운동중앙회,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하는 ‘함께 가꾸는 농촌운동’과 행정자치부 ‘민간 주도의 깨끗한 마을 가꾸기’ ‘행복홀씨 입양사업’ 등의 범국민 확산 운동에도 상호 협력을 다짐했다. ‘함께 가꾸는 농촌운동’은 농식품부와 행자부, 행정기관, 농업인 단체, 주민, 민간기업 등이 참여하는 범국민 농촌클린 운동과 마을가꾸기 캠페인으로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다양한 사업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예금 가입만으로 고향마을 가꾸기에 동참할 수 있는 ‘나의살던고향종합통장’도 출시됐다. ‘나의살던고향종합통장’은 고객이 예금 가입만으로 고향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상품으로, 예금 평잔의 0.02%를 농협이 의무출연하고 고객 희망 시에는 거치식 예금 발생 이자의 일부와 월정액 적립금을 추가로 지원할 수 있다. 조성된 기금은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운동’과 ‘함께 가꾸는 농촌운동’ 등에 후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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