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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리포트

전 세계 연안습지 육지화 ‘갯벌의 테러리스트’

비상! 갯끈풀 한반도 상륙

  • 홍재상 |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 jshong@inha.ac.kr

전 세계 연안습지 육지화 ‘갯벌의 테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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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세계 최대의 갯끈풀 침략지다. 1963년 육지화 촉진과 연안 침식 방지 목적으로 영국과 덴마크로부터, 1979년엔 미국의 플로리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주로부터 갯끈풀을 들여와 거의 전 연안에 이식했다. 영국 갯끈풀은 중국 연안을 따라 1985년 말까지 360㎢ 이상 확산되다 2007년엔 0.16㎢ 이하로 급감했다. 반면 대서양산 갯끈풀은 1981년까지는 번식 징후가 뚜렷하지 않았으나 2007년엔 랴오닝(遼寧)성과 홍콩, 광시(廣西)성에 이르기까지 약 340㎢에 걸쳐 확산됐다. 2013년엔 중국 전 연안에서 약 4000㎢가 잠식됐다는 충격적 보고가 과학잡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위도상으로 보면 베트남에서 북한에 이르는 19° 이상 지역에 분포한다.  



강화 남단, 진도에 확산 

현재 우리나라 갯벌의 생태학적 조건은 갯끈풀의 서식처 요구조건을 거의 만족시킨다. 현재까지 인천 강화 남단 및 전남 진도 지역 갯벌에서 이들의 침입에 따른 서식처 변화 현상을 바탕으로 침입 이후의 갯벌 생태계 변화를 시간적으로 재구성해보면 ①기존의 칠게/농게 우점(優占)의 맨갯벌 또는 ②칠면초/지채 우점의 펄 또는 모래갯벌 → ③갯끈풀과의 공간 경쟁으로 인한 자생의 칠게/농게 군집 및 칠면초/지채 군락 소멸 → ④갯끈풀 초원 형성 →⑤육지화 촉진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측된다.

도요·물떼새의 먹이터인 칠면초 군락과 맨갯벌이 초원화하고, 멸종 위기의 검은머리갈매기 번식지가 사라지며, 식탁을 오르내리는 수산생물에 미치는 영향 등 갯끈풀의 갯벌 침략은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안긴다.

갯끈풀은 번식력이 워낙 강해 짧은 기간에 기존 맨갯벌 및 자생하던 염생식물을 몰아내 염습지 군락의 생물 다양성과 생태학적 기능, 우리에게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를 감소시킨다. 이들의 침입으로 철새들의 먹이 공급처가 사라지고 갯벌의 수많은 생물도 함께 사라지며 종 구성이 바뀐다. 영국의 강 하구에선 민물도요 수가 감소했고, 미국 워싱턴 윌라파 만에선 바닷새 수가 67%나 줄었다.



그렇다면 강화 남단과 진도 지역의 갯끈풀은 언제 유입됐으며, 확산 속도는 어느 정도일까. 지난해 10월 필자의 연구실에서 드론(무인항공기)을 띄워 갯끈풀이 잠식한 갯벌 면적을 조사해보니 진도는 7179㎡, 강화 남단은 1만2150.4㎡(분오리 1590.6㎡, 동막리 1만599.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와 구글의 이전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역추정한 결과 진도의 남도석성 앞 갯벌에 침입한 갯끈풀 군락은 2005년 정착한 것으로 추정됐고, 분포 면적의 배증(倍增)시간은 1.3년이었다. 강화 남단 동막리 갯벌에 침입한 갯끈풀은 2006년 가장 늦게 정착했으나 배증시간은 매우 짧아 1.1년으로 추정됐다. 특히 동막리 갯끈풀 군락은 면적이나 확산 속도로 보아 긴급한 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    



발견 즉시 제거해야

전 세계 연안습지 육지화 ‘갯벌의 테러리스트’

갯끈풀의 갯벌 침략 과정에 대한 개념적 모식도(강화 남단 갯벌).

갯끈풀의 일반적 유입 경로는 ①해안 침식 방지나 해안 매립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이식 ②뿌리나 씨앗을 가진 식물체 파편이 해류나 조류에 의해 떠다니다 이동 ③선박 평형수로 혼입 등 3가지가 있다. 그러나 같은 지역 내에서의 소규모 이동은 물새나 해류가 이동하면서 종자가 옮겨지는 경우도 있다. 씨앗은 수 주에서 수개월간 물에 떠 있을 수 있으며, 해류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2차 침입도 가능하다.

최근 중국 양쯔강 하구 충밍(崇明)-둥탄(東灘) 람사르 습지보호구역에서 연구된 갯끈풀 종자의 분산 능력을 보면 부유(浮游) 가능 시간은 3~13일, 종자의 발아 기간은 2~6개월, 종자의 지속성은 1년 이하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침입해 온 경로는 선박 평형수 혼입 등으로 추정되지만, 현 상태로선 불분명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사실을 종합해볼 때 우리나라 갯끈풀의 유입 경로는 ①중국산 갯끈풀의 식물체 조각이나 종자가 해류를 타고 국내로 유입해 올 가능성 ②현재까지 밝혀진 분포 지역이 강화 남단과 진도 지역임을 볼 때 인근 인천항과 목포항을 드나드는 화물선의 선박 평형수에 종자가 실려 왔을 가능성 ③철새의 매개에 의한 유입 가능성 등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갯끈풀은 일단 유입되면 조류나 바람, 선박이나 새들에 의해 자연적으로 확산된다.  

위해 외래종에 대한 가장 좋은 관리정책은 예방이다. 제거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유입 사실이 발견된 즉시 또는 늦어도 1년 이내에 제거하는 것이다. 뿌리줄기가 거의 1m나 뻗어나가고 난 뒤에 제거하려면 굴삭기를 동원해야 한다.  

동시에 해당 종의 생활사를 포함한 생리·생태학적 특성 연구가 병행돼야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갯끈풀 동태와 관련한 생태과정을 이해하고 분포 현황, 확산 속도 및 생산력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견 즉시 손으로 뽑아내기, 플라스틱 시트로 덮기, 불사르기, 기계로 갈아내기(경운기 등), 제초제 뿌리기(배낭형 분무기, 드론이나 헬리콥터 이용), 생물학적 방법(풀 뜯기, 곤충 이용) 등 여러 가지 제거 방법을 쓸 수 있다.

방제는 분포·확산의 진행 정도에 따라 반드시 모니터링과 함께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방제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해도 대부분의 경우 1년 이내에 어린 싹이나 종자에 의해 광범위하게 재번식하며, 방제 후 한두 번의 성장 시기를 거치면서 다시 방제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도 한다. 따라서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방법을 채택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장기적인 방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중국 양쯔강 하구 갯벌을 대상으로 한 ‘현대판 만리장성’ 계획은 람사르에 등록된 충밍-둥탄 국가자연보호구역 연안습지 240㎢를 보존하기 위한 것이다. 1억6300만 달러(약 2000억 원)를 들여 길이 27㎞, 높이 8m의 성을 쌓아 갯끈풀을 둘러쌈으로써 침수·익사시키는 전략이다. 이 보호구역은 수백만 마리의 철새가 월동하고, 멸종위기의 중국산 철갑상어를 비롯한 어류 60여 종의 귀중한 산란장이자 보육장이다. 갯끈풀은 여기에 살던 갯벌 생물과 토종 식물을 순식간에 몰아냈고, 습지는 바싹 말라 육지화했으며, 기존의 갯벌 생태계는 사라지고 남부의 맹그로브 숲까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 갯끈풀이 침입한 갯벌 지역은 대부분 펄갯벌이어서 트랙터나 굴삭기 같은 장비가 드나들기 어려울 뿐 아니라 엄청난 인력과 경비가 소요된다. 따라서 갯끈풀이 침입한 지역의 위치와 규모가 구체적으로 밝혀지면 드론을 이용해 제초제를 뿌리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최근 여러 나라에서 주변 생태계에 최소한의 영향만 끼치는 다양한 제초제 개발이 이뤄져 선진 각국도 항공기를 이용한 방제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협업 대책 절실

갯끈풀은 엄청난 속도로 우리 갯벌을 잠식하면서 토종 생태계를 위협한다. 대표적인 펄갯벌인 강화 남단 갯벌도 머지않아 초원화할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서해안 생태계와 수산자원을 지탱해오던 갯벌 생태계 기능이 송두리째 마비되고, 갯끈풀 중심의 생태계로 재편되는 생태과정을 겪게 된다. 따라서 우리 실정에 맞는 갯끈풀 방제계획이 구체적으로 연구되고 수행돼야 한다. 갯끈풀의 생물학(분류, 분포 범위, 확산 속도, 서식처 요구조건, 생물계절학, 개체군 특성, 생활사 등), 전국 갯벌에 대한 갯끈풀 센서스, 기존 갯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및 예측(대체가 예상되는 기존 갈대, 칠면초, 지채 등의 염생식물 군락 및 맨갯벌의 생태적 기능 연구), 방제 대책 및 현장 적용 등의 문제를 단기 및 중장기적으로 수행하면서 모니터링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갯끈풀은 분포 및 생태 특성상 하구 지역과 갯벌을 주 서식 공간으로 하기에 관리 담당 부처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습지보전법에 의하면 하구습지는 환경부가 관리하지만, 연안습지는 해양수산부 소관이다. 현재 침입한 곳이 연안습지인 갯벌이므로 일단은 해양수산부가 주무부처가 되고 환경부는 외래종 관리 차원에서 부처 간 협업을 통해 국가 전략을 마련하고 신속한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일단 유입된 뒤에는 시간이 갈수록 관리 효율은 떨어지고 관리비는 늘어난다.


※이 글 내용의 일부는 해양수산부 연구사업의 일환임을 밝혀둡니다.








신동아 201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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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상 |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 jshong@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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