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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남혐은 칼날 단 부메랑

마주 선 남과 여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여혐·남혐은 칼날 단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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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김여사’ ‘된장녀’ ‘김치녀’ 같은 유행어를 내뱉으면서 여성에 대한 혐오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이들이 있었다.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는 여성을 혐오하는 내용이 자주 등장했다. 그러자 남성혐오 메시지로 가득한 인터넷 사이트가 주목받으면서 ‘한남충(한국남자벌레)’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런 갈등이 추모 공간에서 폭발한 것이다.

여성혐오에 사로잡힌 남성들의 심리는 어떤 걸까. 우선 타고난 기질을 무시할 수 없다. 흔히 남녀의 뇌는 다르다고 한다. 남자의 뇌는 좌뇌-우뇌 분리가 여자의 뇌에 비해 명확하다. 여자의 뇌는 남자 뇌보다 좌뇌-우뇌 소통이 잘된다.

그래서 남자들은 ‘목적 지향적’이고, 공간 지각력 수준이 여성보다 높다는 것이다. 반면 여자들은 감정을 잘 표현하고 ‘관계 지향적’이다. 남자들은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데 반해 여자들은 동시에 여러 일을 한다. 그래서 우는 아이도 달래고 요리도 하면서 청소도 한다. 남자들이 집안일을 안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그걸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마초들의 정신세계

그런데 남자 중에도 여자와 비슷한 뇌를 가진 이가 있고, 여자 중에도 남자에 가까운 뇌를 가진 이가 있다. 과거에는 남성이 성적 소수자가 되는 요소 가운데 성장과정을 중요시했다면, 최근에는 뇌의 기질이 큰 영향을 준다고 여긴다. 이것은 본인이 억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초 기질’도 타고난다. 예를 들어 검지가 약지보다 짧으면 공격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심리검사 중에 남성 특성-여성 특성(Mf, Masculinity-Feminity) 척도라는 게 있다. Mf 척도 점수가 40 이하면 전통적인 남성 역할을 하면서 남성 특성에 대해 강박적이고 경직돼 있다. 공격적 충동을 적절히 해소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런 남자들은 잘 바뀌지 않는다. 이처럼 천성적으로 타고난 남성우월주의자는 여성혐오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회가 불안정할 때는 생존하고 후손을 남기는 게 가장 큰 목적이 된다. 후손을 남긴다는 건 결국 유전자를 남긴다는 뜻이다. 아이의 유전자 절반은 아버지, 절반은 어머니에게서 온다. 그런데 유전자 처지에선 남성이 여성보다 우수한 전달체다. 여성은 가임기간 중 계속 임신하고 출산한다 해도 한정된 수의 자녀에게만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다. 또한 수유하는 동안에는 임신을 못 한다.

이에 비해 남성은 법적, 사회적, 윤리적 제약이 없다면 훨씬 많은 유전자를 자식에게 전달할 수 있다. 그래서 언제까지 살지 모를 불안정한 사회에서는 보다 확실하게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는 남자아이를 선호한다. 반면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사회가 안정되면 남아 선호도는 떨어진다. 남성우월주의자들은 이럴 때 세상이 잘못돼간다고 생각한다.

성장과정도 무시할 수 없다. 남자가 우월하다는 사고방식은 어려서부터 형성된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무시하는 걸 보면서 자란 남성은 어머니를 가엾게 여긴다.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간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무시하면서 하던 말을 여자친구와 아내에게 내뱉는다.

남자가 여자에게 다정하게 대하면 놀림받던 때가 있었다. 남편이 아내를 존중하면 ‘공처가’ 소리를 들었다. 남성우월주의자, 여성혐오자는 그 시절이 옳고 지금 시대가 잘못됐다고 믿는다. 그들에겐 여성을 혐오하는 게 남성적인 것으로 보인다. 여성을 존중하는 남성은 나약한 이들이다.  



차별, 역차별, 여혐

육체노동이 주를 이루는 산업사회에선 남성은 밖에서 임금노동을 하고 여자는 집에서 가사노동을 하는 식으로 분업이 이뤄졌다. 집에서 쫓겨난 여성은 일할 곳이 없다. 따라서 남성에게 귀속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런데 문명 사회가 되면서 정신·감정노동이 증가한다. 여성의 노동가치도 높아진다. 반면 육체노동과 남성의 노동가치는 떨어진다.

우리 사회도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고 있다. 저성장으로 제조업이 붕괴하면서 남자들이 일할 곳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발전하는 서비스 산업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유용한 인재가 될 수 있다. 남자가 하는 일, 여자가 하는 일에 구애하지 않는 유연한 사고를 지닌 남성이 과거엔 여성 위주이던 서비스 산업에 진출하기도 한다. 남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늘어나는 것도 그런 예다.

그런가 하면 교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의대 입학생, 판·검사 중에도 여성 비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성적과 면접만으로 뽑는다면 중앙행정직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 대부분이 여성으로 채워질 상황이다. 그러니 좋은 일자리는 다 여자들이 차지해 자신들의 기회를 빼앗아간다며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남자가 늘고 있다.

원하는 대로 못 살면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고 싶게 마련이다. 마초 성향 남성들은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하다. 사회적으로는 여성을 동등한 동반자로 여기는 남성이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 같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말과 행동이 지금은 여성혐오로 간주된다. 그런데 마초들은 여성을 존중하는 것이 불편하다. 자기보다 잘난 여성을 보면 불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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