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호

긴급설문 | 신동아 macromill embrain

2040 여성 2명 중 1명 “성폭력 당한 적 있다”

전국 여성 1000명 긴급 설문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입력2016-07-01 14: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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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 47.8%, 40대 43.6% 성희롱·성추행 등 경험
    • “성폭력, 숨기지 않고 적극 대처” 경향 높아져
    • 온라인 여성멸시 경험이 강남역 추모 열기로?
    • 데이트·결혼 비용 남자가 더 내야? “아니다”(20대 女 56%)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경향신문’이 강남역 10번 출구에 붙은 추모 쪽지 1004장의 내용을 정리한 바에 따르면 강남역 살인사건 여성 피해자의 명복을 비는 것 다음으로 가장 많은 메시지는 이처럼 한국 여성이 우리 사회를 인식하는 시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었다. ‘나도 오늘 우연히 살아남은 한 여성이다’ ‘살여(女)주세요’ ‘여자라서 차별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살해 대상까지 됐다’ 등 많은 이가 쪽지를 써 붙여 한국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고 ‘조용한 저항’을 실천했다.

    5월 24일에는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이 갤러리 카페에서 20대 여성 종업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직장인 정모(42·여) 씨는 “내가 20대였을 때는 성희롱을 당하면 그냥 묻어두는 게 상책이라고들 생각했는데, 요즘 20대는 이런 일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여성은 달라졌을까. 무엇이 이들을 행동하게 만들었을까. ‘신동아’와 온·오프라인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은 전국 20대 여성 500명을 상대로 ‘20대 여성의 젠더 이슈 인식’을 살펴봤다. 이들의 인식이 다른 세대 여성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가늠해보기 위해 전국 40대 여성 500명을 상대로도 같은 문항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실제 비율은 더 높을 것”


    여성 두 명 중 한 명은 성희롱, 성추행 등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있다’는 응답이 20대 47.8%, 40대 43.6%로 여성이 성폭력에 노출되는 위험은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김선혜 엠브레인 연구원은 “자신이 겪은 일을 성폭력이라고까지는 인식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성폭력을 경험한 여성 비율은 이보다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대 여성은 성희롱, 성추행 등 성폭력을 모르는 사람한테서(66.9%), 초등학생 이하(36.4%) 혹은 스무 살이 넘어서(36.4%) 겪은 경우가 많다. 학교 혹은 일터에서 당했다는 응답도 10명 중 4명에 가깝다(39.7%). 40대 여성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데 다만 ‘초등학생 이하’라는 응답이 26.6%로 20대와 9.8%포인트 차이가 난다.

    성희롱, 성추행 등 성폭력을 겪은 여성은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며 가해자 처벌을 요구할까. 그러지 않은 사람이 여전히 다수다(20대 56.5%, 40대 66.1%). 그러나 변화가 감지된다.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20대가 26.4%로 40대(12.8%)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러한 성차별은 역시나 ‘학교 밖’ 사회에 더 만연한다. 학교 다닐 때 ‘여성’이어서 차별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두 세대를 합쳐 절반이지만(50.6%),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취업, 승진 등 사회생활에서 차별받는다’는 생각은 10명 중 8명에 달한다(85.7%). 이러한 성차별 경험과 인식은 20대보다 40대에서 조금 더 높다. 사회생활에서 차별받는다는 응답이 20대는 83.4%이지만, 40대는 이보다 5%포인트 높은 88%다.

    그러나 온라인에서의 여성비하, 여성멸시 경험은 20대가 40대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0대는 절반만 이런 경험이 있지만(50%), 20대는 72%나 된다. 강남역 추모 열기에 대해 한 빅데이터 분석업체가 ‘2030 여성이 온라인을 흔들었고, 이것이 강남역 10번 출구 현상을 만들었다’고 분석한 바 있는데, 이러한 젊은 여성들의 온라인에서의 여성비하, 여성멸시 경험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여성들은 성차별이 가정 내에서도 존재한다고 여긴다. 두 세대 합쳐 10명 중 8명이 “결혼과 육아는 남성에 비해 여성이 손해”라고 말한다. 세대를 나누면 20대는 78.8%, 40대는 83.4%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결혼에 대한 낭만적 생각을 많이 버렸다고는 하지만 아직 4.6%포인트만큼 현실과 기대 간 차이가 남아 있는 셈이다.

    ‘일베’가 ‘김치녀’를 비난하는 주요 포인트 중 하나는 “여자는 남자한테 돈을 바란다”는 인식이다. 20대 여성은 ‘경제적 주체성’을 어느 만큼 갖고 있을까.



    개개인 인식 변화 중요

    ‘데이트 비용, 결혼 비용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지불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는 설문 문항에 ‘그렇지 않다’ 혹은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응답한 20대 여성은 56%로 40대(37.6%)와 20%포인트에 가까운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내가 한 가정의 가장으로 경제적 부양을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문항에서도 20대는 48%가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라고 대답해 40대(44.4%)보다 약간 높은 경제적 주체성을 드러냈다.

    양성평등 사회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에 대해선 두 세대가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남녀 개개인의 인식 변화(43.4%)가 가장 많이 꼽혔고, 그다음으로 △가부장적 문화의 개선(25.4%) △법과 제도 개선 및 실효성 강화(19.7%) △양성평등 교육(11.5%)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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