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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대통령’ 한국에 나쁠 것 없다?

미국 대선 개봉박두!

  • 윤성학 |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트럼프 美 대통령’ 한국에 나쁠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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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트럼프는 대신 미국산 무기 구입을 크게 늘리라고 요구한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비용도 한국이 함께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이 주한미군 철수 상황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다른 트랙을 통해 한국은 트럼프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대신 핵 재처리 및 미사일 사거리 제한 전면 해제를 요구한다. 한국은 트럼프의 요구대로 2018년 이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도 증액한다. 대신 핵무장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비밀리에 요구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신도 한국 핵무장에 찬성하지 않았나. 우리의 핵무장이 미국의 이익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다.

북한은 5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도발한다.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선언의 무효화를 천명하며 핵비확산조약(NPT)에서 탈퇴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을 강력히 비난한다. 중국은 한국에 경제보복을 가하기도 한다. 일본은 미묘한 태도를 보인다. 이후 한국은 핵과 관련해 어떠한 것도 확인해주지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정책을 고수한다. 유엔 안보리는 한국에 대한 제재에 착수한다. 하지만 미국의 미온적 태도로 제재안은 중국과 러시아의 요구 수준에 못 미친다. 한국이 핵보유국이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한국은 로켓과 전략 잠수함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뒤 한국에 주한미군 주둔비용 전액 부담을 요구하고, 어느 시점에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통보하며, 돈을 더 내야 핵우산을 제공하겠다고 배짱을 부리면 어떻게 될까. 이것은 한미군사동맹이 사실상 와해되는 국면이다. 한국은 북한 핵 위협에 그대로 노출되는 생존 위기에 내몰린다. 핵무장 외엔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들어진다.

트럼프의 측근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한미동맹은 굳건히 유지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 같은 민감한 문제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불안정한 사람이다. 따라서 한국으로선 그가 한미동맹을 어떻게 끌고 가는지 지켜보면서 그에 맞춰 대응할 수밖에 없다.





국면 전환용 對北 선제공격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과는 다른 스타일로 김정은을 다룰지 모른다. 트럼프가 보기에 김정은은 만만한 상대다. 중동은 복잡한 정세가 얽히고설켜 섣불리 개입하기 어렵다. 동유럽과 구소련 지역에서도 푸틴과 한판 붙기엔 위험이 크다. 따라서 트럼프는 중동과 유럽에선 고립주의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북한은 이미 세계의 문젯거리로 낙인찍혀 있다. 그 때문에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선 자신의 ‘근육’을 과시하려들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저서 ‘협상의 기술’에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스스로를 협상의 귀재로 여긴다. 김정은은 3차, 4차 핵실험 때 미국 대통령이 전략적으로 인내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하지만 그가 5차 핵실험을 도발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격할 것 같다. 상대의 공격에 거침없이 대응하는 것이 트럼프 스타일의 협상 기술이다. 트럼프는 대북(對北) 무력제재에 나설지도 모른다. 지상군 파견까지는 안 가겠지만, 북한 핵 시설에 대한 미사일 공격과 같은 군사행동으로 한반도를 일촉즉발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북한이 보복으로 한국의 수도권을 타격하면? 트럼프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도 남을 위인처럼 보인다.   

한국에도 보통 일이 아니지만, 김정은으로서도 제대로 임자를 만나는 셈이 된다. 심지어 트럼프는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려고 대북 선제공격을 감행할지도 모른다.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중국과의 마찰을 꺼린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는 중국을 무시하고 일방통행 식으로 북한 문제를 다루려 할 수 있다. 레이건 정부가 극단적 봉쇄를 통해 소련을 붕괴로 몰아갔듯 트럼프도 북한에 대한 봉쇄와 개입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트럼프는 한반도를 긴장에 빠뜨릴지 모른다. 또한 그는 북한의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할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 내지 ‘전략적 무관심’으로 일관해온 민주당 대통령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막기 위해 김정은과 대화하겠다”고도 했다.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현 대북제재 국면에선 상상하기 어렵다. 중국이 주장하는 6자회담 재개도 한국과 미국이 수용하지 않는 상황이다. 그 이전에 트럼프는 김정은에 대해 “미치광이”라고 말해왔다. 당연히 이는 대북 강경 기조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결국 미치광이와 대화하겠다는 이야기인데, 말에 일관성이 없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어떠한 내용인지 종잡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념도 정책도 朝變夕改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한국에 나쁘지만은 않다는 전망이 감지된다. NH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 시장의 소비 촉진을 중시하는 공화당이 집권하는 게 한국 경제에 유리할 수 있다고 본다. 신영증권은 보고서에서 공화당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므로 에너지, 소재, 필수 소비재 같은 전통 산업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극단적 보호무역주의로 몇몇 한국 수출업종이 타격을 받으리라는 예상도 있다.

트럼프를 논할 때 잊어선 안 되는 점이 있다. 그는 이익이 되면 기존의 신념을 언제든지 벗어던진다는 점이다. 그의 고립주의 또한 불변의 가치가 아니다. 개입이 더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립을 버리고 개입을 택할 것이다.

트럼프의 정체성은 특정 이념이나 정책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대중의 관심을 추종하는 포퓰리스트에 가깝다. 그는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어프렌티스’라는 리얼리티 TV쇼를 진행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시청자의 눈길을 잡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쇼맨십도 마다하지 않았다. 프로레슬러와의 한판도 불사했고, 온갖 주제에 대해 폭탄 발언을 날렸다. 그의 장기는 대중의 속마음을 읽은 뒤 앞뒤 가리지 않고 터뜨리는 데 있다. 그래서 트럼프의 발언에선 일관성이나 뚜렷한 이념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가 집권하면 ‘TV쇼 같은 정치’를 시연할 것임에 틀림없다.

트럼프는 2015년 “멕시코 이민자들은 강간범”이라는 충격적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히스패닉계의 분노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멕시코 국경에 벽을 세워 멕시코가 돈을 내게 해야 한다”는 엽기적 주장도 폈다. 이런 말은 불법 이민자들 때문에 직장을 잃었다고 여기는 여러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한 후 태도를 바꾸고 있다. 멕시코 전통요리인 타코 보울을 먹는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며 히스패닉 유권자에게 구애했다. 경선에선 백인 유권자의 지지가 필요했지만, 본선에선 히스패닉계의 지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종전의 자기주장은 트럼프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역대 미국 대통령이 비교적 일관된 이념과 정책으로 대외관계를 풀어간 것과 대비된다.



미국의 네로 황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의 네로 황제’쯤으로 여겨질지 모른다. ‘극단적이고 좌충우돌하며 믿음이 안 가는 미국 대통령’의 등장은 미래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서의 지위와 도덕성에 상처를 입을지 모른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반길 일이다. 한국은 나라를 지탱하는 두 기둥인 안보와 경제 모두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한국으로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출현이 나쁜 측면과 좋은 측면, 위기와 기회 모두를 내포한다.






신동아 201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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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학 |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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