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호

“사령관님, 면담 신청합니다…”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입력2016-07-13 11: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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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9년 12월 12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한남동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울려 퍼진 총성이 12·12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면, 6시간 뒤 거여동 특전사령부에서 터져 나온 M16 연사(連射) 소음은 12·12의 마무리를 알리는 총성이었다.

    12·12사건으로 권력의 무대 전면에 등장한 신군부는 이틀 뒤 ‘12·14 숙군(肅軍)’을 통해 군을 완전히 장악한다. 전두환 측 인사들이 핵심 요직에 앉으면서 5공화국 탄생의 기틀을 놓았다. 12·12사건에 대해서는 ‘구국의 일념’으로 움직였다는 신군부 측 주장과 ‘하극상에 의한 쿠데타’라는 반대 측 주장이 맞섰는데 1997년 4월 17일 대법원 판결로 논쟁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대법원은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폭력에 의하여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며 정승화 총장 체포 과정의 불법성을 판시했다.

    권총 한 자루로 하극상 무리에 맞선 김오랑 소령. 그는 1945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김해농고와 육사를 졸업하고 1970년 맹호부대원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한 열혈군인이었다. 사후 야산에 묻힌 그는 1980년 육사 동기생들의 탄원으로 국립묘지로 옮겨졌다. 그의 육사 동기생인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은 김오랑의 묘를 찾아가 통곡했다는 이유로 한때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아들이 34세의 나이에 사망하자 모친은 그리움을 견디다 못해 2년 만에 숨졌고, 부인 백영옥 씨도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시신경 마비증이 악화돼 결국 시력을 잃고 1991년 실족사하는 비극을 맞았다.

    그 러나 김오랑의 죽음에 대해 김충립과 다른 기억을 전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 4월 어느 날 ‘신동아’ 편집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이는 12·12 당시 특전사에서 사병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김충립 보안반장과도 잘 아는 사이였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신동아에 연재 중인 김충립 씨의 회고와 기자의 해설 기사를 매회 챙겨보고 있다. 아마 7월호에는 12·12와 김오랑 사건이 나올 것 같아 내가 목격한 상황을 미리 알려주고 싶다. 역사의 기록은 정확해야 하고, 훗날 역사가들은 그 기록을 바탕으로 역사를 해석하거나 재구성하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그의 기억은 이러하다.



    김 소령과 나 대위

    “12·12 당시 특전사 정보처장, 작전처장, 경비중대 할 것 없이 모두 인근 야산으로 도망쳐 사령관을 보호할 수 없었다. 김 소령은 당일 술을 마신 뒤 급히 특전사령관실로 들어왔고, 사령관의 ‘위해’ 소식에 무척 흥분해 있었다. 들이닥친 체포조가 ”사령관님, 면담 신청합니다. 문 열어주세요”라고 하자 김 소령은 문틈으로 먼저 총을 쏘았다. 앞쪽에 있던 나모 대위가 총에 맞고 쓰러지자 흥분한 체포조가 연발 사격을 했다.

    체포조는 강한 응집력을 자랑하는 정예 부대원들이었다. 선공(先攻)은 하지 않지만 공격당하면 본능적으로 반격하게끔 훈련돼 있다. 지휘관이 총에 맞아 쓰러지니 ‘자동사격’으로 맞춰진 M16 소총들이 불을 뿜었다. 정병주 사령관이 총을 꺼내 저항하자 그에게도 발포해 손목 부분에 관통상을 입혔다. 김오랑 소령과 함께 근무한 사병으로 나는 그를 존경했고, 그의 인품과 군인정신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기록은 정확하게 해달라.”

    발포 상황에 관한 기억은 엇갈리지만, 김 소령의 군인정신에 대한 기억은 같다. 김 소령은 중령으로 추서된 지 24년 만인 2014년 보국훈장을 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그러나 자신과 가족 모두 비통하게 눈을 감았다. 김 중령의 총격을 받고 쓰러진 체포조의 나 대위는 이후 하반신을 쓰지 못해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다. 12·12가 남긴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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