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호

경북 문화·관광 르네상스

퓨전 ‘경북風’ 글로벌 ‘한류 태풍’으로

불교 + 유교 + 가야문화

  • 김건 | 객원기자 kk@hanmail.net

    입력2016-10-20 14:4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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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야·신라·조선 문화권 집결…전국 문화재 20%
    • 2017년 호찌민 경주엑스포에 ‘경북風’ 상륙
    • 중국 SNS·앱 활용한 유치전으로 ‘정밀관광’ 유도
    • 김관용 지사 “경제와 문화는 동승해야 지속”
    신라 상인들이 바닷길을 지날 때 타던 커다란 배 모형이 전시된 이곳은 동남아시아 국가에 마련된 체험관. 배 안으로 들어가자 실제로 바닷길을 지나듯 거친 물살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수천 년 전, 신라 상인들은 황금 문화의 도시 경주를 출발해 호찌민으로 향했다. 실사(實寫)와 가상이 결합된 역사·문화 체험 공간은 동·서양인 관람객들로 붐빈다. 발길을 전시관으로 옮기니 신라시대 고분인 경주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유리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은 유리병이지만 자태가 당당하다. 주둥이 부분이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봉수형(鳳首形)’이란 이름이 붙었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자니 신라인이 커다란 배에 공예품, 도자기, 비단을 잔뜩 싣고 바닷길을 통과하는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2017년 11월 베트남 호찌민시 일원에서 개최될 ‘호찌민-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7’의 가상체험 후기다.



    문화 대장정 25일

    경상북도가 내년 11월 호찌민-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7(이하 호찌민-경주엑스포)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베트남의 경제중심도시인 호찌민(옛 사이공) 일원에서 펼쳐지는 25일간의 엑스포는 호찌민의 대표적 관광지이자 근대 역사의 현장인 통일궁, 시청 앞 광장, 독립기념공원, 오페라하우스 등지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경북도가 경주엑스포를 호찌민에서 여는 것은 한국인의 문화 자긍심을 높이고, 한국 문화와 세계 문화를 접목하기 위함이다. 1998년 ‘지붕 없는 박물관’ 경주에서 첫 세계문화엑스포를 개최한 이래 경주엑스포는 총 8차례 열렸다. 2006년에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일원에서 ‘앙코르-경주 세계문화엑스포’가, 2013년에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가 열렸다. 2017년 호찌민-경주엑스포는 경북도가 개최하는 세 번째 국제 엑스포다. 국제 무대에서 두 차례 이상 엑스포를 개최한 지방자치단체는 경북도가 유일하다.



    경주엑스포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글로벌 문화 브랜드로 거듭났다. 지금까지 경주엑스포에 참여한 세계 문화예술인은 6만6000여 명, 누적 관람객은 1625만 명에 달한다.

    2017년 호찌민 경주엑스포는 축제 한마당으로 꾸며진다. 개막식·퍼레이드·민속공연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리고, 미술·역사 특별전을 비롯해 각종 전시가 펼쳐진다. 학술 심포지엄과 교민행사 등 부대행사까지 합치면 30여 개 프로그램에 이를 전망이다.

    호찌민 경주엑스포의 주제는 ‘옛 바다를 통한 문명교류전’. 그래서 엑스포 콘셉트도 ‘문화와 경제가 함께하는 행사’다. 문화교류로 구축한 네트워크를 경제교류로 이어가겠다는 경북도의 복안(腹案)이다. 전통문화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해양 실크로드’를 통한 문화교류의 가치를 강조한 공연과 전시, 영상,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뿐 아니라 베트남의 역사적, 문화적 특성도 잘 드러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경제가 가는 곳에 문화가 동승하지 않으면 경제 교류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문화는 경제 교류를 통해 전해지지만 이후에는 경제를 지탱하고 더 키우는 존재가 된다. 문화의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왜 호찌민인가?

    행사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9월 경북도와 호찌민시는 호찌민-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7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11월에는 호찌민에 한·베트남 공동사무국을 열고, 12월엔 행사 자문회의를 개최해 프로그램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내년 1월에는 공동조직위원회를 창립해 준비단을 파견한다. 준비단 파견과 행사장 인프라 구축 시기는 내년 5월경으로 예상된다. 경북도는 이번 행사에 30여 개국 1만여 명이 참여하고, 300만 명의 국내외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내다본다. 도는 100억 원의 사업비를 책정했다.

    베트남 국토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인구는 9434만 명. 수도 하노이에 700만 명, 호찌민에 800만 명이 거주한다. 수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사는 호찌민은 베트남 정치·경제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하면서 핵심 관광지이기도 하다.  



    베트남은 한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한류(韓流) 열풍과 함께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한국 문화가 널리 알려져 베트남인들에게 한국은 매우 친숙한 나라다. 베트남은 한국의 주요 투자국이자 중국, 미국에 이은 3대 수출국이 됐다(2015년 12월 기준). 화장품, 의류, 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산업이 수출 역군 노릇을 톡톡히 한다. 지난해 발효된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도 양국 경제교류에 속도감을 붙이고 있다.  

    한류 바람은 동남아시아로 널리 확산되고 있다. 한글축제, K-POP 콘서트, 한식축제 등 다양한 한국 관련 행사가 이 지역에서 개최된다. 호찌민-경주엑스포가 열리는 2017년 11월 하노이에서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CE)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호찌민-경주엑스포를 계기로 동남아 주요 거점 도시들과 협력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문화적 유대감도 강하다. 베트남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달리 유교적인 전통을 계승해 한국과 정서가 비슷하다. 두 나라의 국제결혼 인구는 약 5만 명, 현재 한국에 체류하는 베트남인은 약 13만 명에 달한다.



    한반도 허리 관광권

    경북도와 베트남의 관계도 특별하다. 베트남은 1998년 제1회 경주엑스포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참여한 단골손님. 오랜 참가 기간만큼이나 그간 선보인 행사와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1998년 경주엑스포 세계풍물광장에서 베트남 전통물품을 전시했고, 2003년에는 세계꼭두극축제에 수중인형극단 ‘조이느윽’이 참가했다. 2011년엔 세계 전통의상 패션쇼와 전통음식 시연회에 참가해 베트남 민속의상 아오자이와 전통음식 쌀국수를 홍보했고, 지난해 ‘실크로드 경주 2015’에는 애니메이션 ‘공작의 깃털 SUN’을 상영하는 등 자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려왔다.

    2005년 경북도는 베트남 북부 산악지대의 타이응우옌(太原)성과 자매결연을 했다. 이를 계기로 타이응우옌에 새마을 시범마을 사업이 도입되고, 보건진료소와 초등학교가 설립됐다. 베트남은 새마을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 경북도가 주도하는 한국형 농어촌종합개발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한다. 조만간 호찌민대에 새마을연구소가 설립될 예정. 경북도는 이를 바탕 삼아 내년 엑스포를 통해 동남아시아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한반도 통일 준비 및 유라시아와의 협력 증진을 위한 정책)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성해 경북도 문화융성사업단장은 “그간 쌓아온 경북의 노하우와 역량을 발휘해 호찌민-경주엑스포를 문화와 경제가 함께하는 글로벌 축제로 만들겠다”며 “양국 간 문화 교류가 경제 교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경북 지역은 한국의 3대 정신문화인 불교, 유교, 가야문화의 집산지이자 가야, 신라, 조선시대 3대 문화권의 집합소다. 전국 문화재의 20%가 경북에 자리한다. 석굴암, 경주역사지구, 하회마을, 양동마을 등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이 3곳이고, 백두대간과 동해안, 낙동강의 빼어난 자연경관도 두루 갖췄다.

    이러한 문화재를 관광객에게 더욱 친숙하게 소개하기 위해 경북도는 ‘관광 방법론’을 확 바꿨다. 지금까지의 관광이 문화유산 위주의 ‘보는 관광’이었다면 앞으로는 여기에 더해 산과 바다에서 ‘체험하고 즐기는 ‘액티브(active)한 관광’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것. 이에 따라 래프팅, 요트, 트레킹, 패러글라이딩, 레일바이크 등 레포츠 산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관광 생태계도 바꾼다. ‘스쳐가는 당일 관광’에서 벗어나 경주의 동궁과 월지, 월영교 등 밤에 둘러보는 야간 관광상품을 적극 발굴해 관광객이 적어도 하루 이상 ‘머무는 관광’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경북도는 대전, 세종, 강원, 충남·북, 전북과 함께 ‘한반도 허리 관광권’을 추진하는 한편,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2년간 3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3대 문화권 관광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북부권은 산림·계곡·산악 레포츠 관광지, 남부권은 역사·문화·해양 힐링 관광지, 중서부권은 산업·뷰티·의료 관광지, 형산강권(경북 경주-포항-울산을 지나 동해로 흘러드는 강)은 역사문화관광 공원 및 해파랑길 관광지로 특성화해 개발한다.

    영덕, 봉화, 영양, 청송 등 접근성이 떨어지던 지역은 광역교통망을 구축해 자연·경관 지대를 새로운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이들 지역에 백두대간 탐방열차와 경북관광 순환테마열차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5K’ 전략으로 유커 ‘OK’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이른바 ‘5K 전략’이다. △자연·레포츠( K-Nature) △미용·한방·의료(K-Beauty) △인물·문화·산업(K-Culture) △유기농·농수산물(K-Food) △축제·한류(K-Festival) 등 5개 테마로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관광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북도와 23개 시·군, 유관기관이 공동 마케팅에 나섰다. 예컨대 시·군이 중국 내 자매결연을 한 지역을 대상으로 관광 서비스를 적극 홍보하고, 경북관광공사와 경북관광협의회가 중국인 관광객을 수용할 인프라를 구축한다. 의료기관은 중국인 의료 관광객 대상 의료 코디네이터를 양성하고, 여행사는 의료 컨소시엄을 구성한다.

    이와 함께 경북도는 한국방문위원회와 MOU를 체결해 서울-경북 관광셔틀을, 코레일과는 서울-포항-안동 전세열차, 한국관광공사와는 ‘K-트래블 버스’를 운행한다. 지난 2월 처음 운행한 K-트래블 버스는 서울 광화문에서 주말마다 출발한다. 예천과 안동을 거쳐 문경에서 한국 전통문화와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관광 안내 체계도 새롭게 구축한다. 중국 최대 메신저인 ‘웨이신(微信, 위챗)’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관광지, 숙박업소 등을 중국어로 안내하는 모바일 서비스를 마련했고, 위치기반 서비스(LBS), 추천 관광지 기능, 여행 콘텐츠를 추가한 경북관광안내 홈페이지 ‘경북나드리’ 중국어판도 다시 문을 열었다. 이전과 달리 검색엔진을 최적화한 것이 특징이다. 경북관광아카데미는 중화권 관광객 특화서비스 과정을 개설하고 중국어 문화관광해설사 양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단체 관광객 유치에도 힘을 쏟아 이들의 수요에 맞춘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개별 관광객(FIT)을 사로잡을 방안도 마련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모바일 앱을 적극 활용해 이들의 취향과 선호도에 맞는 관광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경북도의 ‘관광 경북’ 플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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