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호

창간 85주년 특별기획 | 우리에게 北·中·日은 누구인가

“中 패권국 되면 한국은 속국” “美·中 한쪽 교두보는 안 된다”

중국이냐, 한·미·일 동맹이냐… 백가쟁명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입력2016-10-24 17: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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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진왜란 1592’와 ‘三八線’의 정치학
    • “두 나라 모두 선린(善隣)할 대국”
    • “한·중·일 협력 강화해 미·중 갈등 줄여야”
    배우 최수종 씨가 이순신 역을 맡은 ‘임진왜란 1592’가 치밀한 역사 고증과 압도적 영상미로 호평 받으며 종영했다. 9월 23일 방영된 5편 ‘암흑의 종말, 노량해전’은 이순신과 진린의 조(朝)·명(明) 연합수군이 퇴각하는 왜군을 응징하는 7년 전쟁의 마지막 전투를 다뤘다. 조·명 연합수군의 전격전, 복수전, 섬멸전은 통쾌했다.

    ‘임진왜란 1592’는 KBS와 중국 CCTV가 합작한 작품이다. CCTV가 제작비를 댄 데는 ‘정치적 목적’도 있다. 진린은 이 작품으로 한국에서 재조명받았다. ‘임진왜란 1592’에서 진린은 이순신과 대화할 때 좌장 자리에 앉는데, 당시 동아시아 국가 간 권력관계를 함축하는 장면이라고 하겠다.



    38부작 ‘三八線’의 함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 7월 서울대 강연에서 정유재란 때 이순신-진린 연합군이 왜군을 무찌른 일화를 소개하면서 중국과 한국이 오래된 우방임을 강조했다. 한국과 중국이 힘을 합쳐 일본의 잘못된 역사 인식 문제를 해결해가자는 차원을 넘는, 정치적 복선이 깔린 언설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으로 이뤄진 한·미·일 군사동맹에서 ‘약한 고리’인 한국을 떼어내려는 노력을 해왔다. CCTV의 ‘임진왜란 1592’ 투자는 시 주석의 서울대 강연 직후 결정됐다.



    중국 베이징위성TV는 5월 28일부터 38부작 드라마 ‘싼바셴(三八線, 38선)’을 방영했다. 후진타오 시대까지 견지해온 “항미원조전쟁(중국에서 6·25전쟁을 일컫는 명칭) 드라마는 안 된다”는 금기를 깬 것. ‘더는 미국 눈치 안 보고 할 일 하겠다는’ 시진핑 시대의 외교 노선 ‘주동작위(主動作爲, 할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9월 3일 중국의 항일전승 70주년 열병식에서 톈안먼 망루에 오르는 등 베이징이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으나 베이징위성TV가 ‘싼바셴’을 방영한 것에서 미뤄보듯 중국은 아직껏 북한을 보통 국가로 상대하기보다는 혈맹으로 여기는 듯하다.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쇠퇴하면서 ‘중국이 더 중요하다’와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를 놓고 백가(百家)가 쟁명(爭鳴)한다. ‘신동아’가 9월 27일, 28일 온·오프라인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과 공동으로 20세 이상 전국 남녀 1000명(20~29세/30~39세/40~49세/50세 이상, 남녀 집단별 각 125명 동수)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은 일본보다는 중국에 관대했다.

    미일동맹은 한미동맹의 뒷배다. 한국과 북한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면 주일 미군기지가 핵심 역할을 한다.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비호감과 중국에 대한 상대적 호감은 장기적으로 한·미·일 군사동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일 군사협력 강화’ 54% 찬성

    한국인 2명 중 1명(45.1%)이 ‘일본은 적(敵)’이라고 인식한 반면 중국에 대해선 ‘친구도 적도 아니다’(75.5%)라는 응답이 많았다. 한중·한일관계 중 어느 쪽이 중요하냐는 질문에도 ‘한중관계가 중요하다’(40.2%)는 견해가 ‘한일관계가 중요하다’(4.1%)는 응답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시진핑 주석이 ‘좋다’는 한국인은 59.6%에 달했으나 아베 신조 총리에 대해서는 96.3%가 ‘싫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의 캐릭터도 영향을 미쳤겠으나 한국인이 일본보다 중국을 대체로 선호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찬반과 일본과의 군사적 협력 강화에 대한 의견은 중국, 일본 어느 쪽에도 편중되지 않았다. 중국이 반발하더라도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58.6%가 ‘배치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나 군사정보보호협정 등 일본과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도 54.3%가 ‘그렇다’고 답했다.

    중국은 이웃을 강압하는 미국식 패도(覇道)가 아닌 도덕과 인의의 왕도(王道)로 국제 질서를 구축하겠다고 천명한다.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양상은 어떤 형태로 일어날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소개한다.

    “두 나라 모두 선린(善隣)해야 할 대국이다. 중국과는 영토가 연결됐으며 이념 체계가 다른 반면 한미의 전략적 이해는 동일하다. 미국이 가진 아시아 전략의 핵심은 단일 패권국가의 등장을 막는 것이다. 아시아의 단일패권 국가는 세계 패권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한국의 자존과 번영을 지키려면 단일 패권국가의 등장을 막아야 한다. 과거 단일 패권국가가 나타났을 때 한국은 속국이거나 변방이었다.”(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통일의 길로 나아가려면 통일 한반도가 누구에게도 교두보가 되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배타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어쨌든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두는 것이 한반도의 여러 가지 상황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미국 편승론 VS 중국 편승론

    “중국은 북한을 두둔한다. 남북 간 사생결단이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외적 환경이다. 중국이 강해지는 데다 경제적 의존이 커지니 친화적으로 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중국이 북한을 돕는 적국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복거일 소설가)

    “한미동맹이 균열하는 것, 대일관계가 악화하는 게 걱정이다. 남북 교류·협력이 활발해져야 중국에 매달릴 까닭이 줄어든다. 북미 수교, 북일 수교를 우리가 앞장서 주선해야 한다. 북한을 한·미·일 쪽으로 끌어와야 한다.”(인명진 목사)

    “한미동맹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야 한다. 미국과 가치, 비전을 공유하면서 한국이 가진 콘텐츠를 내놓아야 한다. 한미관계가 핵심 축이고 그 안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

    “미국 편승론, 중국 편승론은 공히 합리적 외교 전략이 아니다. 한반도 문제를 미·중 간 벌어지는 세계 정치 차원의 전략 게임으로부터 분리해내는 게 필요하다. 미·중 갈등을 완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제 정치가 미·중 중심으로 양극화하는 것은 결코 우리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한·중·일 3국 협력 메커니즘을 강화해 갈등을 줄이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전 외교부 장관)

    참고도서
    윤영관, ‘외교의 시대’, 미지북스, 2015
    문정인, ‘중국의 내일을 묻다’, 삼성경제연구소, 2010
    김용옥, ‘도올, 시진핑을 말한다’ 통나무, 2016
    구해우, 송홍근, ‘통일선진국의 전략을 묻다’, 미래재단,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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